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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왕이 헌터로 회귀했다-45화 (45/473)

45화. 탈옥수

“형님, 그 죄수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요?”

다 무너져 내린 폐허를 바라보고 있는 남자, 김태우가 입을 열었다.

청색 바탕의 제복을 입고 있는 김태우의 가슴팍엔 익산 교도소라는 이름이 적혀있다.

“모르지.”

그 옆에서 같은 복장에 배가 불룩 나온 이철수가 어깨를 으쓱 올려 보였다.

“어디 가서 죽었기를 바라야지.”

“흐음.”

이철수의 말에 김태우가 걱정 섞인 한숨을 내쉬었다.

이곳은 익산 교도소.

정확히는 익산 교도소로 운영되던 곳이었다.

“시체는 발견 안 된 거죠?”

담배를 문 이철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개방과 동시에 데몬이 나타난 날.

이곳 익산 교도소에도 거대한 데몬 두 마리가 나타났었다.

“잡아먹히지 않았을까?”

단 두 마리였지만 아무도 대처할 수 없었다.

갑자기 나타난 저 괴물들이 뭔지 알 수 없었고 어떻게 죽이는지도 몰랐으니까.

속수무책으로 나타난 괴물들에 교도소는 함락당했고 엄청난 사상자가 생겼다.

“아예 죽은 흔적조차 없는 놈들도 있잖아요.”

사태가 어느 정도 진정되었을 때 교도소엔 단 한 명의 죄수도 남아있지 않았다.

갇혀 있던 특성상 대부분 데몬에 의해 살해당하긴 했겠지만, 어디까지나 교도소 간수들의 바람일 뿐이었다.

“특히 그 싸이코 사형수들은 제발 죽었어야 하는데.”

익산 교도소엔 사형수 중에서도 손에 꼽히는 싸이코들이 있었다.

시골 마을에 집을 지은 뒤 수많은 사람을 끌어들여 고문 후 살해한 싸이코 집단.

- 자기가 곧 죽을 거라는 공포에 질린 그 표정이 너무 좋거든요.

정말 멀쩡하게 생긴 놈이 한 말이었다.

지나가다 봤으면 인상이 좋다고 저절로 느꼈을 얼굴.

- 그래서 다른 사람을 죽일 때도 꼭 지켜보게 해요. 그렇게 놔두면 서서히 정신이 나가는 거죠, 키킥!

미친 건 그놈뿐만이 아니었다.

대장격인 녀석은 이런 싸이코들을 이끌며 집단을 운영해 나갔으며, 대장의 여자친구인 여자 한 명도 단단히 돌아버린 인간이었다.

“그 여자, 엄청 소름 돋았어. 자기 마음에 조금이라도 안 들면 온갖 고문은 다 하다 죽였으니까.”

“어휴… 지금 생각해도 소름 돋네요.”

고개를 끄덕인 이철수가 담배 연기를 내뱉으며 하늘을 올려다봤다.

“기도나 하자고. 부디 죽었기를.”

* * *

뭐야? 밥만 차려주고 어디 간 거야.

모락모락 김이 나고 있는 눈앞의 음식들.

당장에라도 집어먹고 싶은데 식사 준비를 하던 진선미가 어딘가로 사라져 버렸다.

그냥 집어먹는 건 예의가 아니겠지, 같이 먹자고 했는데.

고개를 끄덕이며 스리슬쩍 주변을 살폈다.

오랜만의 손님이라며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냈다.

요새 안에서 살고 있는 집단이라.

맛있는 음식 냄새로 열심히 가리고 있긴 했지만 몹시 구린내가 났다.

과거야 탄압의 손을 피해 산  속에서 사는 경우도 있었다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오히려 치안이 약해 데몬의 주 등장지가 되는 산이라면 더더욱 그러했다.

그리 큰 산은 아니라지만 데몬이 없는 것도 이상하고.

물론 산이라고 부르기는 살짝 부족한 느낌이 있었다.

조금 더 낮춘다면 집 뒤에 있는 동산이라고 해도 될 크기.

“배고프시면 먼저 드셔도 됩니다. 선미 누나가 잠시 어디 간 모양이에요.”

내가 배고픈 걸 안 걸까.

앞에 앉아 있던 남자가 입을 열었다.

“하하, 아니에요. 다 같이 먹어야 맛있죠.”

손을 내저으며 극구 사양을 했다.

사실 원래였으면 그냥 먹었을 것이다.

찜찜해서 못 먹겠단 말이지.

웃는 척하며 앉아 있는 사람들을 바라봤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이 위화감.

애초에 의심을 가지고 따라와서 그런 걸수도 있지만, 마을 전체에선 알 수 없는 위화감이 느껴지고 있었다.

그리고 앞에 굳이 합석해 웃고 떠들고 있는 사람들.

“선미 누나는 손님 앉혀놓고 어딜 간 거야!”

“그러니까 손님 대접하는 방법이 글러 먹었다니까.”

자연스럽게 대화는 나누고 있었지만 이 사람들의 눈은 항상 날 따라다니고 있었다.

조금 전 화장실을 찾았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서로 무언가 눈짓을 주고받은 뒤 두어 명이 굳이 날 따라왔었다.

앞에 음식들에도 무슨 장난질을 했을 줄 알고.

그렇다고 차려 준 걸 안 먹을 생각은 아니었다.

그저 저들이 먹는 모습을 본 뒤 나도 수저를 들 생각이었다.

“어! 저기 오네.”

“뭐야 쟤 데리러 갔던 거야?”

쟤…?

“다들 기다렸지!”

!!

잠시 후 활짝 웃으며 모습을 드러낸 진선미.

진선미는 혼자가 아니었다.

잔뜩 겁에 질린 채 진선미에게 붙잡혀 있는 여자.

… 이 새끼들 봐라.

진선미와 함께 온 건 내가 가지고 있는 사진 속의 여자.

날 태워줬던 아저씨가 애타게 연락을 기다리고 있는 딸, 이초희였다.

* * *

조금 전 숲속 요새의 구석진 방.

짜악!

방 안으로 살과 살이 부딪히는 타격음이 울려 퍼졌다.

“이 년이 능력 좀 특이하다고 오냐오냐해줬더니, 도망을 쳐?”

짜악!

다시 한번 진선미가 이초희의 뺨을 때렸다.

바닥에 엎드린 채 제대로 된 저항 한번조차 못하고 있는 이초희.

“제발… 살려주세요….”

꽈악.

이초희의 머리채를 잡은 진선미가 비웃음을 터뜨렸다.

“뭘 살려줘 이 년아. 며칠 전에 대학생들 죽는 거 못 봤어? 너도 곧 그렇게 될 거야.”

그 날의 기억을 떠올린 이초희가 눈을 질끈 감았다.

처음부터 알아차렸어야 했다.

- 도망쳐, 도망쳐.

높지 않은 산.

산에 올라온 순간부터 풀들이 이초희에게 소리쳤었다.

당장 이곳을 벗어나라고.

‘풀들이 왜 이러지?’

처음엔 의아했었다.

구체적인 의사소통이 불가능했기에 이유까진 알 수 없었지만, 풀이 이렇게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지른 적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날 지켜주는 분들도 계신데.’

산에는 종종 데몬이 출몰한다는 걸 알았기에 인터넷에서 이 지역에 살고 있는 헌터들을 고용했었다.

모두 이곳 토박이라 산 지리까지 잘 알고 있던 사람들.

- 왜요?

그렇게 한참 풀들의 반응에 의아해하고 있을 때.

세상 사람 좋게 생긴 윤명구가 다가왔었다.

산을 오르며 워낙 살가운 모습에 개방한 능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던 윤명구.

- 풀들이 도망가래요? 늦었는데?

그 뒤 잠시 정신을 잃고 눈을 떴을 땐 이 방 안이었다.

“그래도 혼자 죽을 팔자는 아닌가 보다 야. 같이 죽어주겠다고 10급 헌터 나부랭이가 왔네. 가기 전에 같이 밥이라도 한 끼 해.”

* * *

모습을 나타낸 이초희와,

“큭….”

그런 이초희를 보며 웃음을 참고 있는 마을 사람들.

이야 대담한 놈들이네.

정확한 전후 사정은 알 길이 없었다.

그저 이초희의 겁에 질린 얼굴과 상처들을 보아 대강 추측이 될 뿐이었다.

드륵.

내 근처에 이초희를 앉힌 뒤 그사이에 자리를 잡는 진선미.

진선미는 뭐가 그리 신나는지 아까보다 더 싱글벙글한 얼굴이었다.

저벅.

그리고 잠시 후 자신을 문진국이라 밝힌 남자와 윤명구까지 나타나며 식사가 시작되었다.

“백운 님은 사람을 찾고 계시다고요?”

고기를 한 점 집어 든 문진국이 먼저 입을 열었다.

“네, 대학교 친구들이 이곳으로 간다고 한 다음부터 연락이 안 되어서요.”

나이가 비슷한 또래였기에 이초희 전에 이곳으로 올라온 대학생들을 떠올리며 대답했다.

“아하… 대학생들요.”

대학생이란 단어에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는 문진국과 윤명구.

사라진 대학생들도 이놈들이랑 연관 있구만.

대학생들은 어디에 두고 이초희만 데려온 건지 모르겠지만.

일단은 지켜보자.

찾으려던 이초희도 바로 눈앞에 있는 상태.

서두를 필요는 없었다.

“백운 님, 혹시 올라오다가 이상한 점 못 느꼈나요?”

“해가 진 시간의 산인데도 데몬이 한 마리도 안 나타났다?”

“하하! 사실 뭐 이상한 점은 아니지만요. 없는 게 나타날 수는 없으니까.”

문진국이 묘한 말을 이어나갔다.

이곳 사람들이 주기적으로 소탕을 잘 했다는 뜻일까?

“저희 이야기는 아니지만 전에 이런 일이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앞에 있는 술을 한 모금 들이킨 문진국이 말을 이어나갔다.

“어느 지역의 한 야산에 데몬과의 타협이 가능한 탈옥수가 산으로 숨어들었다고 해요. 그리고 그곳에서 가장 강한 데몬과 타협을 한 거죠. 비용을 지불할 테니 이곳으로 들어오는 데몬을 잡아달라고요.”

조용히 문진국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물어본 적도 없는데 술술 말하는 문진국.

말하는 꼬라지를 보니 남의 이야기인 척 자기들에 대해 말하는 것처럼 보였다.

10급이 이런 장점이 있네.

국가 소속 헌터라고 소개를 했는데도 대놓고 자기소개를 하는 문진국과 이초희를 데려온 진선미까지.

아마 10급이 아니라 조금 더 높은 급수였다면 저러지 않았을 것이다.

애초에 요새화되어 있는 마을까지 들이지도 않았겠지.

“신기한 능력이네요.”

문진국이 한 말의 어디까지가 진실인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사실이라면 처음 보는 타입의 능력이었다.

“그래서 어찌어찌 타협은 했는데 문제가 한 가지 있더라고요.”

문진국이 들고 있는 포크로 요리의 고기 조각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계속해서 비용은 드는데, 가진 자원만으로는 한계가 생긴 겁니다. 당연히 탈옥수의 마음은 급해졌죠. 비용을 조금이라도 늦게 지불하게 되면 자신마저 그 비용에 포함되게 될 테니까요.”

쿠욱.

포크로 고기를 찍은 문진국이 천천히 입을 벌렸다.

“그런데 이게 웬일? 비용으로 지불해야 하는 것들이 알아서 걸어 들어오더라고요.”

콰직.

터져 나온 육즙이 문진국의 입으로 흘러내렸다.

“그래서 잘 써줬습니다. 써달라고 들어오는데 어쩌겠어요?”

“키킥.”

“큽.”

문진국의 말이 끝나자 주변 사람들의 입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웃겨 죽겠는데 나 때문에 참고 있었다는 듯한 모습이었다.

말하는 문진국이나 옆에서 비웃고 있는 놈들 꼬라지를 보니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다.

“그 비용이란 게 어떤 거죠?”

“비용요? 궁금하세요?”

옆에서 실실거리던 윤명구가 내 뒤쪽으로 걸어왔다.

“아무래도 데몬이다 보니까.”

귀 바로 옆에서 윤명구의 속삭임이 들려왔다.

“사람을 좋아하더라고요, 살아서 팔딱거리는 거!”

“흑…!”

여기까지 말하자 앉아 있던 이초희가 울음을 터뜨렸다.

윤명구의 말에 무언가 잊으려 했던 기억이 떠오른 듯했다.

….

“여기 올라왔던 대학생들은 어디 갔나요?”

“앗! 맞다! 친구들 찾는다고 하셨지.”

내 질문에 진선미가 대신 입을 열었다.

“그거 그만하셔도 되겠어요. 저희가 친구들 곁으로 보내드릴게요!”

솔직히 아니길 바랐다.

내가 너무 나쁜 쪽으로 생각한 거겠지 했었는데.

“꺄하하하! 얼굴 봐! 이제야 알았나 봐!”

굳어 있는 내 얼굴을 보며 진선미가 웃음을 터뜨렸다.

미친년.

어떻게 해야 할까? 라고 조금 전까지 고민했었다.

만약 저들이 내가 생각하는 그런 류의 인간들이 맞다면 난 어떤 행동을 해야 할까 하는 고민.

그런데 별로 고민할 필요가 없었던 것 같다.

이쯤 되니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 알겠다.

딸그락.

들고 있던 포크를 책상에 내려놓은 뒤 입을 열었다.

“혹시 근처에 다른 사람들은 없나요?”

“없어요, 없어! 아무리 살려달라고 비명을 질러도 아무도 안 온다니까요! 그치? 초희야? 이 년아!”

“흐읍…!”

이초희가 덜덜 떨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스윽.

손을 귀 뒤로 가져가,

딸깍.

액션 캠의 녹화를 정지시켰다.

“잘됐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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