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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왕이 헌터로 회귀했다-81화 (81/473)

81화. 산삼의 효능

일본 하네다 공항 밖.

열린 창문을 통해 료코가 날아오르는 전용기를 응시했다.

‘백운… 이라.’

전용기에 타고 있을 백운을 떠올렸다.

백운은 10급 헌터라고 자신을 소개했고 실제로 신분을 확인했을 때도 10급이 맞았다.

‘10급이 S급을 막았다.’

어디다 말하면 거짓말이라고 신나게 까일 일이었다.

료코도 두 눈으로 직접 보지 않았다면 절대 믿지 않았을 일.

# S급 데몬 사로카는 어디로 향했을까요!

# 정부는 어째서 찾지 못하는 겁니까!?

차 안의 라디오에서 격앙된 진행자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예상대로네.’

일본 정부는 후지산에서의 일을 공개하기로 입장을 정했다.

근처에 있던 너무 많은 사람이 의혹을 제기했고, 더 이상 숨겼다간 오히려 국민을 기만하는 행동이 될 수도 있다는 판단이었다.

물론, 사로카가 인간의 언어를 사용한다는 건 제외하고 말이다.

‘….’

당연히 후지산에서 사람들이 대피하는데 가장 큰 공로를 한 백운에 대해서도 보도할 생각이었다.

- 전 빼주세요.

그에 대한 동의를 얻고자 갔던 병실에서 망설임 없이 고개를 내저었던 백운.

어째서냐고 이유를 물었지만 그저 외부로 노출되고 싶지 않다는 말만을 했었다.

- 이겼으면 또 모르겠지만.

진심으로 한 말인지, 농담으로 한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백운은 이겼었다면 방송을 타도 나쁘지 않았겠다며 너스레를 떨었었다.

‘바로 전날 죽을 뻔했던 사람이라니.’

티를 내진 않았지만, 료코는 백운과 대화를 나누며 묘한 위화감을 느끼고 있었다.

지금까지 료코가 봤던, 강한 데몬에게 목숨을 위협받은 뒤 살아남은 이들에게 생긴 공통점.

‘다들 무너졌다.’

앞으로 싸움은커녕 제대로 된 일상생활은 가능할지 우려가 될 정도로 무너졌던 사람들.

하지만, 백운은 달랐다.

다른 정도가 아니라 그냥 같은 사람이 맞나 의심이 들 정도였다.

‘어떻게 그리 태연할 수 있는 걸까.’

장관이란 위치가 주는 책임감과 부담감.

이런 것들 때문에 말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료코 역시 몹시 힘든 상태였다.

- 끄아악!

자신의 눈앞에서 속수무책으로 사로카에게 죽어나간 헌터들.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앞에서 웃으며 말을 하던 이들의 팔과 다리가 사방으로 날아다녔다.

그리고 마지막엔 동료들과 똑같은 최후를 맞이할 운명이었다.

‘….’

눈을 감으면 그 순간이 떠올랐다.

여유를 즐기며 자신을 향해 손을 들어 올렸던 사로카의 모습이 말이다.

꽈아악.

료코가 덜덜 떨려오는 손을 꾹 누르며 마지막 병실에서의 백운을 떠올렸다.

- 한국으로 가야 돼요.

죽을 뻔하며 공포에 질린 사람의 눈이 아니었다.

무서워서 일본을 떠나 한국으로 가려는 게 아니었다.

백운의 눈은 공포에 질리긴커녕 오히려 빛나고 있었다.

지나간 어제를 떠올리기보단 앞으로 다가올 무언가를 기대하는 눈빛.

위잉.

시야에서 사라진 전용기에 료코가 창문을 올렸다.

‘10급 헌터 백운.’

만난 지는 얼마 안 됐지만, 확신이 들었다.

다음에 또 만날 일이 생긴다면 그땐 지금과는 비교할 수도 없이 강해져 있을 거란 확신이 말이다.

* * *

삐걱.

“끄어어!”

진통제의 효과가 사라져서일까.

조금만 움직여도 자동반사적으로 비명이 터졌다.

- 괘… 괜찮으세요!?

처음엔 기겁을 하며 달려왔던 두 사람이지만.

전용기에 탄 이후 몇 번을 그랬더니 이제는 적응한 모양이었다.

사삭.

배이슬과 유연경이 날 진정시킬 수 있는 달달한 음식과 술을 가져다줬다.

“쭉 들이키세요! 쭉!”

벌컥벌컥!

“크으!”

몸의 고통과는 별개로 입에 쫙쫙 달라붙는 고급 술.

괜히 고급 술이라 부르는 게 아니었다.

“어디 천년삼이라도 있으면 한 방에 나을 텐데, 아쉽네요.”

천년삼…?

갑자기 산삼 이야기를 꺼내는 유연경을 바라봤다.

“아.”

그러자 핸드폰에서 무언가 사진을 띄워 보여주는 유연경.

산삼 사진이었다.

“실제로 산에서 발견된 산삼 중에 가장 오래된 건 백년삼이라고 해요. 말이야 천년삼이니 만년삼이니 하지만 한 번도 발견하지 못한 거죠.”

“일반 산에서는 말이죠.”

옆에서 끼어든 배이슬이 묘한 말을 했다.

일반 산에서는.

그럼 발견된 적이 있단 말인가?

“백운 님이 잡으셨던 마운티거. 그 마운티거한테서는 아주 희박한 확률로 천년삼이나 만년삼이 나온다고 해요.”

회귀 전에 종종 봤었다.

마운티거를 잡고 산삼을 얻은 이들의 기사.

그때 봤을 땐 끽해야 몇백 년 된 산삼이 다였었다.

그리고 나도 주웠으니까.

몇 년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실제로 시간이 천년만년 된 건 아니지만, 마운티거가 사람의 생기를 먹고 사니까요. 마운티거에게서 자란 산삼은 그 생기가 전부 몰빵 되는 거죠.”

“으…. 사람의 생기를 빨아먹은 산삼이라니. 누가 줘도 못 먹을 거 같아요.”

몸서리 치는 배이슬에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주워놓고는 제일 비싼 프라이빗 헌터 은행에 보관해뒀을 뿐, 차마 먹을 생각은 못 하고 있었다.

사람의 생기를 빨아먹고 자랐다는 생각에 왠지 모르게 거부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게 몸에 좋대요?”

먼저 이야기를 꺼낸 유연경에게 질문을 건넸다.

뭔가 알고 있는 건가?

회귀 전에 들었을 때도 마운티거에게 나온 산삼이 딱히 어디에 좋다라는 명확한 효능이 밝혀지진 않았었다.

그냥 산삼이니까 몸에 좋겠지란 인식이었다.

마치 영양제는 챙겨먹고 있지만 이게 실제로 내 몸을 건강하게 해주고 있는 건지 의심되는 고런 것이지.

내 안에서의 산삼은 그저 개비싼 영양제 중 하나였다.

슥슥.

유연경이 여기저기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여기 저희 셋밖에 없어요.”

“아.”

얼마나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하려는 건지 신중을 기하는 유연경.

세 명이라 했는데도 유연경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전에 게스트 헌터로 초청된 곳에서 만난 분이 있거든요. 데몬들에게서 나오는 전리품들 중 고가의 것만 경매 형식으로 진행하는 거래소에서 일하는 분이었어요.”

끄덕끄덕.

비밀스럽게 말하자 나도 모르는 사이 몸을 숙이고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

“거래소에서도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게 바로 산삼. 물론 일반 산삼이 아니라 마운티거에게 나온 산삼이라고 해요.”

“명확한 효능은 없는데 그냥 돈 많은 사람들이 찾아서 그런 거 아니에요?”

유연경이 고개를 좌우로 강하게 내저었다.

조금만 더 세게 돌리면 반대로 돌아가겠다 싶은 강도였다.

“사실은 관련 능력자들에 의해 밝혀진 효능이 있다고 해요. 먹은 사람의 신체 능력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지만, 가지고 있던 질병과 상처를 바로 낫게 해주는 건 물론이고, 그 후로도 엄청난 치유 능력을 갖게 된다고 하더라고요. 신체 능력의 전체적인 향상은 덤이고요.”

“에이!”

뜬구름 잡는 말에 손을 내저으며 기울였던 몸을 원위치시켰다.

산삼이 무슨 진시황이 찾던 불로장생 약도 아니고 저런 효과를 가지고 있단 말인가.

이분 산삼 산 거 아니야?

유연경이 홀라당 속아 산삼을 산 게 아닌가 의심이 되었다.

“애초에 그런 효능이 있었으면 뉴스에 대서특필 되지 않았을까요?”

사람들은 자신의 지식을 뽐내지 못해 안달이 나있었다.

다른 이보다 더 빨리 지식을 탐구하고 그 지식을 알리고 싶어하는 게 당연한 이치.

입이 근질거려서 어떻게 버틸 수 있겠는가.

“모르시는 말씀! 산삼의 효능을 알아낼 수 있는 능력자가 아주 소수밖에 없는 거죠. 그리고 그 소수는 돈 많은 이들에게 고용된 상태고요.”

“그럼 그 정보를 숨기는 이유는요?”

“구하기 힘들어지니까요. 구매력이 있는 사람들끼리는 공유하고 있지만, 공급하는 사람까지 그 정보를 알게 되면 자기가 먹거나 말도 안 되는 가격을 요구할 게 뻔하잖아요.”

이건 또 나름 일리있는 말이었다.

실제로 저런 거래소에서 경매에 참여하는 이들은 평범한 부호 이상인 사람들.

이들은 거래소에 물품을 공급하는 입장이 아니었다.

그저 수요하는 입장일 뿐.

거래소에 물품을 납품하는 건 나 같은 평범인들 뿐일 테고.

자기들끼리만 경쟁하면 되는 걸 공급자들한테까지 알려줘 괜히 가격을 더 높일 필요는 없었다.

이런 측면에서 생각하면 정보를 숨기는 것도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 행동이었다.

스윽.

다시 몸을 기울여 질문을 건넸다.

가장 중요한 질문.

산삼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다면 경매에 참여하는 이들끼리는 그에 합당한 가격을 내고서라도 가져가려 할 터였다.

즉, 가격에 비례해 마운티거 산삼의 가치가 정해지는 것.

“마운티거 산삼, 얼마에 거래가 된대요?”

바짝.

거의 이마를 모으는 수준까지 근접한 유연경.

그런 거리가 아니면 안 들릴 목소리로 유연경이 말을 시작했다.

“마운티거의 산삼은 얼마나 많은 생기를 빨아들였냐에 따라 년수가 정해진데요. 그만큼 효능이 엄청나니까.”

꿀꺽.

“사… 산삼의 년수를 측정하는 방법 같은 게 있나요?”

“정확하게는 전문가가 봐야겠지만. 마운티거의 산삼에 새겨진 줄 수를 보면 가라지만 대충 시기를 가늠할 수는 있대요. 아주 찐하고 굵은 한 줄이 천년, 옅고 가는 게 백년이랬나. 여하튼, 경매소에 나왔던 가장 오래됐던 게 800년짜리였는데.”

말로는 차마 할 수 없었는지 유연경이 한 손을 쫙 펴보였다.

“오… 오억!?”

“공 하나 더요.”

시발..?

오십 억요?

비명조차 나오지 않는 엄청난 액수였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산삼 하나에 오십 억을 주고 산다고?

“이 가격이 증거라고도 할 수 있죠. 그런 효능이 없다면 미쳤다고 오십 억에 사겠어요.”

나도 나름 불신의 아이콘이었지만.

유일하게 믿는 게 숫자였다.

산삼 하나에 오십 억을 지불하는 돈 많은 부호들.

돈이 많다고 허투루 쓸 거라 생각하지만, 내가 본 찐부호들은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숫자에 있어서는 누구보다 철두철미한 모습을 보이며 합리적인 계산을 했던 것.

슥.

할 말을 다 해서인지 유연경이 잔뜩 기울였던 몸을 원위치시켰다.

“그래서 한번 말해봤어요. 그게 있으면 백운 님 몸도 한 방에 낫겠다 싶어서.”

시발… 있는데.

물론 몇 년짜린지는 모른다.

산삼 줄이 몇 줄이었는지 기억하고 있을 정도로 뇌 용량이 넉넉하지 않았다.

그리고 일리가 있어.

아까는 불신 가득했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마냥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일반 산삼과 마운티거의 산삼은 이름만 같을 뿐 아예 성장 수단 자체가 달랐다.

마운티거에게 산삼이 나오는 건 매우 드문 확률.

사람의 생명력을 제대로 섭취하지 못했다면 당연히 산삼도 없었다.

완쾌는 물론이고 향후의 치유력과 신체 능력까지 향상 시킨다라.

“물론 주의할 점도 얘기해주더라고요. 아무나 마운티거의 산삼을 먹을 수 있는 건 아니라고요.”

주의사항을 말해주는 유연경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동시에 머릿속에선 금고에 잠자고 있을 내 산삼을 떠올렸다.

뭔가 오래된 외관상으로는 만년삼이었던 녀석.

사람의 생명을 먹는 느낌이라 제대로 된 감정을 받은 후 내다 팔 생각이었었다.

하지만 저런 효능이 진짜라면.

진짜가 아니더라도, 가능성이 있다면.

결정을 내린 후 머릿속에서 플랜 앞부분을 수정해나갔다.

먼저 들려야 할 곳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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