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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왕이 헌터로 회귀했다-86화 (86/473)

86화. 고마워, 그리고 잘 가

“크르…!”

“너 말할 줄 알잖아 새끼야.”

팔을 날려준 사람을 만나서일까.

사로카는 시종일관 무서운 울음소리만을 흘려대고 있었다.

드드드…!

그리 말이 많은 타입이 아니구만.

날 발견하기 무섭게 사로카가 갑주를 세우기 시작했다.

갑작스럽게 속도가 빨라졌던 돌기 모양의 갑주였다.

“저번보다 더 빨라야 될 거다.”

“크아아!”

사로카가 포효와 함께 달려들었다.

후지산 분화구에서 한 번 봐서인지 이미 눈에 익은 속도였다.

쾅!

보호대가 있는 팔을 들어 공격을 막아냈다.

저릿.

여전히 파워 하나는 엄청나네.

몸으로 고통이 그대로 느껴졌지만 비명이 나오거나 하진 않았다.

사로카의 갑주가 미친 듯이 단단하긴 하나 기태랑 만큼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쾅! 쾅! 쾅! 쾅!

계속해서 휘둘러지는 공격을 보호대를 통해 방어했다.

돌산을 내려오면서도 마각 보호대를 반납하지 않은 이유.

확인해보고 싶었다.

과연 이 더럽게 무거운 보호대를 차고 어디까지 사로카의 공격을 따라갈 수 있을지를 말이다.

보호대가 있어야 맨몸으로도 막을 수 있고.

신체가 말도 안 되게 강해진 건 맞지만.

그렇다고 기태랑의 공격이나 갑주를 두른 사로카의 공격을 맨몸으로 막는 건 미친짓이었다.

쾅!

앞에서 열심히 주먹과 발을 내지르고 있는 사로카.

그런 사로카의 공격을 막고 있자니 나도 모르는 사이 웃음이 나왔다.

따라가진다.

후지산에서는 잭 더 리퍼를 꺼낸 뒤에야 피할 수 있었던 공격이었다.

그랬던 공격을 지금은 아무 무기도 꺼내지 않은 채, 엄청난 무게의 마각 보호대를 찬 상태로 따라가고 있었다.

이쯤이면 됐다.

휘이… 쾅.

발을 뻗어 사로카를 밀어낸 뒤 다급하게 손을 들어 올렸다.

“잠깐!!”

“크르!?”

역시 말을 알아듣는 놈이다.

표정을 정확히 알긴 힘들지만 오만상을 찌푸린 듯한 사로카의 얼굴.

그러면서도 사로카는 잠시 멈춰 서 있었다.

투둑.

빠르게 마각 보호대의 고리를 풀었다.

툭… 쿵!

툭… 쿵!

하나를 풀 때마다 모래사장으로 떨어져 먼지를 일으키는 보호대.

보호대의 무게 때문에 모래사장이 푹푹 패이고 있었다.

와… 이 정도였나.

몰랐었다.

보호대가 이렇게 무거웠고.

보호대를 푼 몸이 이렇게 가벼울 줄은.

하.

앞에 사로카가 있다는 것도 잊은 채 가벼워진 몸을 내려다봤다.

보호대를 2년 동안 차며 그냥 내 몸의 일부구나 했었는데.

지금의 해방감을 느끼니 다시는 못 차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후웅…!

자기를 내버려두고 뻘짓을 해서 화가 난 것 같았다.

그새를 못 참고 사로카가 주먹을 뻗어왔다.

사로카의 주먹이 일 미터 내까지 접근했지만.

여유롭다.

내겐 여유가 넘쳤다.

삭!

“크르…!?”

고개를 숙여 사로카의 주먹을 흘려보낸 뒤.

오른발을 축으로 몸을 회전시켰다.

회전의 힘을 그대로 왼발 뒷꿈치에 담아 사로카에게 뻗어냈다.

콰앙!

모래사장인 이유도 있겠지만.

내 맨발바닥 공격에 사로카가 뒤로 밀려났다.

찌릿.

갑주의 단단함에 내게도 고통이 전해졌지만, 상관없었다.

5미터의 거구를 밀어낼 정도로 올라온 힘.

“크라아!!”

그리고 분노한 S급 데몬의 주먹을 여유롭게 피해낼 수 있는 속도까지.

휙.

보호대가 없어 맨몸으로 막아내는 게 꺼려지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막을 이유가 없었다.

휙! 삭! 삭!

너무 느렸다.

한참 뒤에 피해도 사로카의 공격을 넉넉하게 피할 수 있었다.

내가 빠른 건가.

자만은 하지 말아야지 했지만 입에서 새어 나오는 미소까지는 어쩔 수 없었다.

돌산에서도 수련을 하며 계속해서 강해지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지만.

아직 실전에 사용해보지 못한 상태였기에 정확히 얼마나 강해졌는지 알 방법이 없었다.

최상이다.

전후의 차이를 알기 위해서 사로카는 가히 최고의 상대라 할 수 있었다.

후지산에서 내 한계를 알게 해주며 무릎 꿇렸던 상대.

돌산을 내려온 후 사로카를 가장 만나고 싶었던 이유였다.

사로카 만큼 내 성장을 명확하게 증명해 줄 수 있는 건 아무도 없었다.

“크아아아아아!!”

말을 할 줄 아니까.

생각도 할 수 있겠지.

그리고,

생각을 하니 깨닫고 있을 거다.

공격이 계속되면 계속될수록 느껴지는 격차를 말이다.

그래서인지 사로카는 점점 더 큰 포효를 질러내고 있었다.

메워지지 않을 격차를 인정할 수 없다는 듯한 포효였다.

이 정도면 됐어.

아무런 능력을 사용하지 않아도 사로카의 공격을 피하는 건 지장이 없었다.

힘, 속도 확인했고.

이제 남은 건 하나였다.

날 막아섰던 벽을 깨부수는 것.

갑주 튼튼한 거 하나는 인정이다.

기태랑의 다이아몬드만큼은 아니어도 사로카의 갑주 역시 엄청난 강도를 자랑했다.

분화구에서 제대로 맞추지 못했던 거.

이번엔 제대로 꽂아주마.

[유탈라스 - 1단계 의태]

* * *

“하아… 되다 되.”

퇴근한 송유빈이 침대로 몸을 눕혔다.

젖은 머리를 말리는 것조차 귀찮았다.

가만히 팔다리를 쭉 뻗은 채 지금의 평화를 즐기기로 한다.

띠링.

“어떤 매너 없는 자식이야. 퇴근했구만.”

하도 귀찮게 하는 인간들이 많아 최소한의 인원만 추가해놓은 핸드폰.

지금 시간에 울릴 건 회사밖에 없었다.

스윽.

건성으로 핸드폰을 들어 보자 진유석이라는 이름이 보였다.

“뭐야.”

휙.

핸드폰을 침대 저편으로 던져버린 송유빈이 베개에 얼굴을 파묻었다.

몸도 노곤하고 할 것도 없었다.

그냥 이대로 잠들어야지 마음 먹은 순간.

띠링. 띠링. 띠링. 띠링.

“으.”

띠링!!

“이런 씨! 미쳤구만 미쳤어 진유석!”

신경질적으로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분명히 퇴근 후엔 연락하지 말라고 했는데 아주 혼꾸녕을 내줄 생각이었다.

# 선배!

# 선배! 한튜브!

# 한튜브 라이브 봐요! 빨리!

“뭐라는 거야, 미쳤나.”

미쳤냐고 보내려는 순간.

한 통의 메세지가 추가로 도착했다.

# 무기왕 나온다고!!

“!!!”

무기왕이란 단어에 빠르게 한튜브 사이트로 접속했다.

한튜브 최상단에 위치해 있는 라이브 방송.

# 무기왕.

방송을 켜고 있는 건, 누군가 계정을 도용하는 게 아니라면.

‘무기왕 본인!!’

아니나 다를까.

들어간 방송 채팅창은 난리가 나있었다.

@ 믿고 있었다구우!!

@ 진짜가 돌아왔다.

@ 와 앞에 저거 뭐임! 빨간색.

죽었다고 생각한 무기왕의 복귀.

심지어 앞에는 보기만 해도 오금이 저리는 무시무시한 데몬이 서 있었다.

하지만, 송유빈의 눈에 데몬 따위는 들어오지 않았다.

‘무기왕….’

송유빈이 채팅창에 손을 올렸다.

@ 나도 믿고 있었다구우우!!!

* * *

익숙하지?

사로카가 잘 볼 수 있도록 비늘이 둘러진 오른팔을 들어 올렸다.

분화구에서 날 낚으며 피해냈던 사로카였다.

“이번에도 잘 피해 봐. 피하면 네놈 승리니까.”

내가 비늘을 두른 뒤부터 사로카는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알고 있는 것이었다.

자신의 갑주를 뚫고 팔을 날려 보낸 공격.

섣불리 달려들면 위험하며 무조건 피해야 한다는 걸 말이다.

“내가 간다.”

팟!

사로카를 향해 몸을 날렸다.

놈이 신중한 만큼 나도 섣부르게 휘두를 생각은 없었다.

신중에 신중을 기해, 무조건 맞출 수 있을 때 꽂아 넣을 생각이다.

“으랴아!”

휘두르는 척을 할 때마다 사로카는 움찔거리며 몸을 내빼고 있었다.

그 덕에 안 그래도 느린 공격은 망설임으로 인해 절대 닿을 수 없는 상태.

내가 주먹 앞에 때리라고 머리를 들이대주지 않는 이상 맞는 건 불가능했다.

“무섭지?”

내 페이크 동작에 움찔대는 사로카를 보며 조소를 보냈다.

사로카는 분명 내 말을 알아듣고 있었다.

“팔 날아갔을 때 기억날 거야. 이번에는.”

사로카에게 점프해 오른손을 뒤로 젖혔다.

“그 몸 쪼개줄게.”

어차피 속도는 내가 한참 위였다.

이제 와 움직여서는 내 공격을 피할 수 없다.

쐐에에엑!

사로카를 향해 비늘로 둘러싸인 주먹을 내질렀다.

콰앙!

굉음과 함께 엄청난 모래가 일어났다.

뿌옇게 변한 시야.

안 맞았다.

주먹에 닿은 감촉이 없었다.

사르르…!

팔에서 비늘이 흩어지기 시작했다.

두더쥐 새낀가.

모래가 걷히며 눈에 들어오는 땅굴.

움직여서 피하는 건 불가능했기에.

땅을 파는 선택을 한 모양이었다.

쾅!!

어느 정도 떨어진 땅 아래.

지반과 모래를 뚫으며 사로카가 모습을 드러냈다.

“크라라라!!”

분화구 때와는 달리 아무 데미지 없이 내 공격을 잘 피해낸 사로카.

사로카가 허공으로 뛰어올라 내게 달려들었다.

비늘이 사라져 있는 내 팔을 보며 승리를 확신한 모습이었다.

생각할 줄 아는 데몬.

사로카는 분명 자신의 팔을 날렸던 공격의 사용횟수가 한 번뿐이라는 걸 기억하고 있을 터였다.

슥.

고개를 들어 내게 떨어지고 있는 사로카를 바라봤다.

동시에 머릿속으로 떠오르는 비광의 가르침.

- 블러핑이라는 거 아냐?

뻥카요?

라는 내 대답에 수준 낮은 단어를 쓴다며 비광은 혐오스럽다는 표정을 지었었다.

상대보다 낮은 패를 가지고 있지만, 높은 패인 척하며 레이스를 강하게 이어가 상대가 게임을 포기하게 만드는 카드의 기술이었다.

- 반대인 경우도 마찬가지야. 상대보다 높은 패를 가지고 있지만 낮은 패인 척하는 거지.

높은 패를 가지고 있으면 그냥 내면 되지, 왜 뻥카를 쳐요?

- 패버리고 싶네.

내 질문에 대한 비광의 한 줄 평이었다.

- 네가 높은 패인 걸 아는 순간 상대는 사릴 거다. 그럼 한 방에 털어먹을 수도 없지. 끌어들이는 거야.

끌어들인다…?

- 상대가 가지고 있는 모든 걸 걸 때까지, 무조건 이겼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끌어들여서.

거기까지 말한 비광은 가지고 있던 패를 오픈했다.

삼팔광땡.

- 한 방에 박살 내는 거다. 다시는 못 일어서게.

“크라아!!”

사로카가 내지른 주먹이 바로 눈앞까지 다가왔다.

이겼다는 확신이 가득한 주먹이었다.

씨익.

사아아아악!

사로카가 볼 수 없는 위치, 손 아래.

그 아래에 있던 유탈라스의 비늘이 순식간에 팔을 뒤덮었다.

“크르!?!”

내 의태는 끝나지 않았단다.

- 나무토막이구나.

내 주먹질을 보며 기태랑은 고개를 저었었다.

- 처음부터 힘을 주는 게 아니야. 그럼 상대가 조금이라도 움직이는 순간 빗나갈 거다.

설명과 함께 기태랑을 자세를 잡아줬었다.

- 어깨에 힘을 빼고 물이 흐른다는 느낌으로 뻗어라.

어깨에 힘을 빼고 부드럽게.

비늘로 쌓인 손을 사로카에게 뻗기 시작했다.

- 그리고 네가 맞추길 원하는 목적지보다 한 뼘 뒤, 그곳에서.

- 콰아아아앙!

돌산의 정상에 있던 거대한 바위.

기태랑의 주먹이 살며시 닿았을 뿐인데도 바위는 가루가 되어버렸다.

- 힘을 폭발시켜라.

스스스…!

마치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느낌이었다.

내 귓볼 옆으로 지나가는 사로카의 주먹과, 무방비 상태인 녀석의 복부로 향하는 나의 주먹.

툭.

찰나의 순간.

주먹으로 사로카의 갑주가 느껴졌다.

“날 이겨줘서 고마웠다.”

힘을….

“이만 꺼져라.”

폭발시킨다.

“나약한 새끼야.”

콰아아아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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