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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왕이 헌터로 회귀했다-88화 (88/473)

88화. 남겨진 메시지

음! 역시 이 동네가 좋겠어.

결정을 내리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무인도에서 헤엄쳐오느라 몸에 묻은 물기가 채 마르기도 전이었다.

청라 국제 도시라.

냅다 높은 건물이 있는 곳으로 수영을 해왔는데.

도착하고 나니 엄청나게 깔끔한 도시가 나와버렸다.

공항이랑도 가까운 거 같고.

한국에도 분명 어딘가에 무기가 잠들어 있겠지만.

그렇다고 몇 개 있는지도 모르는 무기를 다 찾을 때까지 한국에만 죽치고 있을 순 없었다.

땅덩어리만 놓고 보면 한국보단 다른 넓은 땅들에 훨씬 많은 무기가 있을 터.

넓은 곳으로 나아가야지, 암! 그렇고말고.

앞으로 외국 나갈 일이 많을 걸 생각하면 공항이 가깝다는 건 최고의 조건이었다.

물론, 대산에서 준 자료가 시작점이다보니 정보에 따라서 한참 뒤가 될 수도 있지만 말이다.

이젠 정말 집을 구해야 할 때야.

너무 오래 미뤄왔다.

덕분에 등 뒤에 있는 배낭은 터지기 직전.

당장 다 버려도 이상하지 않을 것들이지만, 돌산에서부터 함께 한 추억 가득한 옷가지와 캠핑 물건들이었다.

핸드폰도 사자.

원래는 연락할 사람이 없어 그다지 불편하지 않았지만.

이젠 조금이나마 생겼기에 연락할 수단 하나쯤은 들고 있어야 했다.

거기다 앞으로 찾아야 하는 각종 정보들도 핸드폰이 있어야 언제 어디서든 찾을 수 있으니.

집보다 더 우선시 되는 것이었다.

나도 문명인이 되어야지.

굳은 다짐을 하며 걸음을 옮겼다.

“엄마, 저 아저씨 봐.”

“보지마! 저런 거 보면 못 써!”

아주머니… 혼내려거든 안 들리게 좀 혼내세요.

살짝 마음에 상처를 입은 뒤 상가의 거울에 모습을 비추어봤다.

시발!

갑자기 조금 전 아주머니께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무인도에 거울따윈 없기에 몰랐었는데.

일주일이 넘는 노숙으로 인해 몰골이 심각하다 못해 미친 상태였다.

아니 머리를 뭐 이렇게 짤라놨어.

자신이 군 시절 이발병이었다며 하산하는 날 머리를 잘라줬던 비광.

몹시 불안했지만 뭐 별일 있겠냐 싶어서 맡겼었다.

그 결과, 개차반인 모습에 여기저기 쥐가 파먹은 듯한 머리까지 더해져 연변 거지가 한 명 탄생해버렸다.

그래도 수영하면서 와서인지 깨끗하네.

작은 호재에 만족하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눈에 들어오는 거대한 쓰레기장.

호다닥.

빠르게 다가가 배낭을 통째로 집어던졌다.

추억은 뒤에 남겨둬야 아름다운 법.

미련을 가지면 변색되고 말아!

조금 전까지 추억 어쩌고 했던 마음은 싹 사라져 있었다.

일단 이 거지 같은 몰골에서 벗어나야 뭐라도 될 것 같았다.

휙휙.

그다음 목적지를 향해 빠르게 눈을 돌렸다.

연변 거지 몰골의 가장 큰 주범은 이 개차반 난 머리였다.

복구할 수 있을까.

복구 여부는 몹시 미지수였다.

나쁜 마음을 먹은 건지 비광이 제대로 조져놨기 때문이다.

퐁퐁 이발소.

저기야!

퐁퐁 나이트도 아니고 이름이 몹시 못 미더웠지만.

지금 찬밥 더운밥을 가릴 때가 아니었다.

머리를 복구하기 위해선 깊은 내공의 솜씨가 필요했다.

딸랑.

“안녕하세요!”

“어서오… 슅!!”

멋쟁이 하와이 남방에 염색한 머리까지.

어딜 가든 멋쟁이 할아버지라 불릴만한 미용사분이 날 반겨줬다.

물론 반겨준 건 잠시고 지금은 놀라움이 가득한 얼굴이지만 말이다.

꿀꺽.

엄근진한 얼굴로 할아버지를 응시했다.

“어떻게… 가능하시겠습니까?”

“….”

땀까지 흘리며 덩달아 심각해진 할아버지.

끄덕.

할아버지가 비장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71세 장봉팔. 신의 가위라 불릴 능력을 개방했으니 걱정마시게.”

끄덕.

엄청난 각오가 담긴 할아버지의 말에 고개를 끄덕여줬다.

믿습니다…!

* * *

“와… 백운 님.”

“우와…!”

이발을 시작하기 전.

- 전화 한 통만 쓸 수 있을까요?

할아버지한테 빌린 전화로 배이슬과 유연경에게 연락을 했다.

집을 구해야 하는데 한 번도 구해본 적이 없다 보니 도움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 진짜 백운 님이에요!? 죽은 줄 알았잖아요!

2년 만에 닿은 연락에 배이슬과 유연경은 계속해서 비명을 질러댔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를 시작으로 너무하다고 따발총처럼 말을 쏘아댄 두 사람.

너무하긴 했어.

내가 생각해도 킹정이었다.

수련한답시고 돌산에 틀어박히면서 연락 한 통을 안 했으니.

그래놓고선 집 구하는 거 도와달라고 전화했으니 염치 리쓰 확정이었다.

맛있는 거라도 사줘야지.

내가 오랜만에 맛있는 걸 먹고 싶어서는 아니었다.

진심으로 고마운 마음에 사주려는 것이었다.

- 근처에 있으니까 금방 갈게요!

마침 가까운 곳에 있다며 이발소로 온 두 사람.

오랜만의 재회를 위해 들어온 두 사람이 마주친 건 흡족스러운 할아버지의 얼굴과.

시발.

더 이상 복구하지 못할 정도로 짧게 밀려 있는 내 머리였다.

“절 들어가실 거예요?”

“이슬 님도 참… 깔… 깔끔하고 보기 좋… 기만 하구만 왜 그러세요. 하하… 하.”

제대로 조졌나보다.

사실 두 사람의 반응이 아니어도 알 수 있었다.

거울로 비추어진 나의 머리는 당장 절로 들어가도 이상하지 않을, 군대에서도 반항하냐고 욕먹을만한 9mm 까까머리였다.

왜지?

왜 할아버지는 저렇게 흡족한 얼굴을 하고 있는 걸까 의문이 들었다.

그런 할아버지의 손에 들려있는 9mm탭의 바리깡.

저것도 이해되지 않았다.

개방한 게 신의 가위라면서?

신의 가위가 왜 가위는 안 쓰고 바리깡으로 이발을 한단 말인가.

수많은 의문이 피어났지만 이미 저질러진 일이라 되돌릴 방도가 없었다.

아까 일어났어야 하는데!

의미없는 후회를 해볼 뿐이었다.

어차피 못 일어났을 테니까.

찐특… 미용실에서 잘못 되어가는 거 같아도 아무 말도 못함.

스스로의 찐따력에 눈물을 흘리며 계산을 마쳤다.

“잘 가게. 또 오고!”

안 와요!

라고 속으로 소리를 지른 뒤 배이슬과 유연경을 따라나섰다.

“아니 진짜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요? 2년 동안 연락 끊겼던 사람이 갑자기 라이브 방송을 틀다니.”

두 사람도 뒹굴거리던 중 깜짝 놀라 라이브를 봤다고 했다.

빠안.

어제 본 영상이 떠올라서일까.

배이슬과 유연경이 묘한 눈으로 날 바라봤다.

“왜… 왜요?”

땀을 삐질 흘리며 묻자 실소를 터뜨리는 두 사람.

“그냥 신기해서요.”

“백운 님 어제 잡은 거 사로카잖아요. 일본에서 나타났던 S급 데몬.”

“그… 그쵸.”

작은 한숭믈 내쉰 배이슬이 말을 이어갔다.

“뭔가 그런 엄청난 영상을 보고 있으면 진짜 다른 세계 사람이구나 싶다가도. 이렇게 보면 또 같은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요.”

“오락가락해요, 엄청.”

두 사람의 말에 웃음을 터뜨렸다.

나라고 어찌 모르겠는가.

나 또한 회귀 전엔 데몬을 상대로 싸우는 헌터들을 보며 다른 세계의 사람들이라고 생각했었다.

“어쨌든, 집 구한다고 하셨죠?”

“넵.”

내가 원하는 집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을 시작했다.

“동네는 여기였으면 좋겠고. 혼자 살기 좋은 한 14평 정도? 벌레 안 나오는 신축이었으면 좋겠어요.”

고개를 끄덕이며 열심히 얘기를 듣던 두 사람이 동시에 날 바라봤다.

“돈은 얼마나 있는데요?”

* * *

….

안내 받은 집에 약간 충격을 받았다.

두 사람과 함께 간 부동산에서 안내를 해준 곳이었다.

신축은 신축인데.

너무 좁았다.

14평은커녕 약 8평 정도 되어 보이는 집이었다.

“이곳이 2억으로 살 수 있는 오피스텔입니다.”

- 아파트는 어림도 없어요.

사로카 처치에 대한 국가에서의 포상금과 후원금까지 해 잔고는 약 2억 5천 남짓.

집 사고 밥을 굶을 순 없는 노릇이니 비상금으로 5천 정도는 남겨두려는 중이었다.

그렇게 사용할 수 있는 2억으로 맞는 집을 찾으니 도착한 장소가 이곳이었다.

“백운 님, 현실적으로 여기가 한계에요.”

유연경과 배이슬이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회귀 전까지는 집값에 대한 개념을 잃고 살았었다.

애초에 살 상황도 안됐고 종말의 날로 인해 부동산 보유라는 개념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원래 시작은 지하 단칸 방부터라고 했어.

옛 어른들의 말씀을 되새기며 눈을 낮췄다.

내가 무슨 결혼 생활을 할 것도 아니고 큰 집은 필요 없었다.

8평도 충분한 크기!

어차피 난 밖에 있을 일이 많으니까!

낮아진 눈에 비례해 다양해진 자기 위로가 이어졌다.

돈이 없는 현실 때문에 좁은 집을 사는 게 아니야, 암!

대부분 나가 있을 거니까 거기에 맞는 집을 사는 거지.

더 큰 집은 내게 사치야.

합리화를 완료한 후 내 결정을 기다리고 있는 부동산 업자를 바라봤다.

척.

엄지를 치켜세우며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여기로 하겠슴다!”

* * *

“너무 비싼 거 얻어먹은 거 아닌가 모르겠어요. 별로 한 것도 없는데.”

“저희가 사드려야 되는데!”

배이슬과 유연경이 배를 두드리며 말을 건넸다.

“아니에요. 집 구하는 거까지 도와주셨는데 이 정도는 사드려야죠.”

예상보다 돈이 많이 나오긴 했지만.

이런 것조차 아끼면 안되지 않겠는가!

840,000.

라고 하기엔 한 끼 식사치곤 넘나리 큰돈이었다.

“핸드폰은 여기서 사면 되겠네요.”

마지막 순번은 핸드폰 구매였다.

미안한 마음에 괜찮다고 하는데도 같이 가주겠다고 한 두 사람.

그 후에 비싼 밥을 사줘서일까.

이제 미안한 마음은 조금 많이 사라졌어.

마음속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몇 분 후.

핸드폰 구매는 순식간에 이루어졌다.

“백운 님, 핸드폰 쓰는 방법은… 아시겠죠…?”

조심스럽게 묻는 배이슬.

“그럼요.”

날 뭘로 보고!

유물관에서 일과가 끝나고 나면 할게 없어 하루 종일 핸드폰을 끼고 산 나였다.

회귀 후에는 워낙 쏘다니다 보니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지만 말이다.

“헌터들이 쓰면 좋을 어플들 알려드릴게요.”

한튜브를 포함해 두 사람이 이것저것 어플을 알려주었다.

“이거 배달 앱인데 아마 필요할 거예요. 뭔가 딱히 안 해드실 거 같으니까.”

“저… 정확하십니다.”

그렇게 배달 어플까지 설치를 완료한 후.

또 뭐 없으려나 하며 두 사람이 자신의 핸드폰을 살폈다.

“아! 백운 님 국가직 헌터시죠? 이것도 설치하세요.”

국가로부터 내려오는 오더나 포상금에 대한 정보.

혹은 현상금이 잔뜩 걸린 데몬에 대한 정보를 보여 주는 어플이라고 배이슬은 설명했다.

“아마 백운 님 지문이 등록되어 있을 테니 입력만 하면 될 거예요.”

배이슬의 말대로 설치한 어플에 엄지를 대니 자동으로 로그인이 되었다.

“이야 볼 때마다 적응이 안되네요.”

“그러게요. 10급 헌터라니.”

둘이 사기꾼 보는 눈으로 날 바라봤다.

“하하….”

머리를 긁적이며 업데이트되는 어플을 바라봤다.

각종 포상금에 대한 데이터와 입금 내역 등이었다.

띠링.

“응?”

그러다 빨간색으로 점멸되는 메시지함.

“누가 메시지 보냈나본데요?”

나한테 뭘 보낼만한 사람이 없는데.

고개를 갸웃거리며 메시지함을 클릭했다.

!!

도착해있는 한 통의 메시지.

메시지엔 익숙한 이름이 찍혀있었다.

# 보낸이: 김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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