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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왕이 헌터로 회귀했다-93화 (93/473)

93화. 보육원의 밤

짜악! 짜악!

여느 날과 다름없는 날이었다.

어제와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었다.

모두가 잠에 들어야 하는 늦은 시간이었지만, 대낮처럼 환하게 밝혀져 있는 보육원.

비틀.

뺨을 얻어맞던 작은 체구의 아이가 몸을 비틀거렸다.

“야 정혁 이 새끼야! 똑바로 서!”

짜악!

바로 서기 무섭게 날아드는 뺨에 정혁이 바닥으로 쓰러졌다.

이미 얼굴은 팅팅 불어 피범벅이 되어 있는 상태.

조금만 더 맞았다간 정말 큰일을 치를 것 같았다.

“아휴 원장님, 그만하세요. 오늘만 날인가요.”

큰일이 나면 불똥이 튈 걸 걱정해서일까.

폭행을 한참이나 방관하던 선생, 이지수가 원장을 말렸다.

“아니 이 새끼 눈이 어! 먹여주고 재워줬더니 새끼가!”

원장 김태용은 몹시 화나 있었다.

하지만, 서 있는 이들 중 김태용이 화난 이유를 궁금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유가 없으니까.’

눈앞에서 친구가 얻어맞는 광경에 눈을 돌리고 있던 김희연.

김희연이 입술을 깨물었다.

김태용의 이유 없는 분노와 폭행은 일일행사와 같은 것이었다.

그렇기에 모두가 김태용의 눈에 띄지 않기 위해 밤이 되면 몸을 사렸다.

“죄송하단 말을 안해 이 새끼는!!”

‘죄송하다고 해, 이 멍청아!’

눈살을 찌푸린 김희연이 쓰러져 있는 정혁을 응시했다.

재수 없게 타겟이 되면 다른 아이들은 울며불며 용서해달라고 난리인데.

정혁만은 항상 아무런 말도 없이 묵묵히 폭행을 견뎌냈다.

‘매를 벌고 있어.’

그래서인지 요즘 김태용의 타겟은 정혁으로 고정되어 있었다.

밤이 깊으면 누구를 찝을 생각도 없이 정혁의 머리를 끌고 나갔다.

“퉤! 이 싸가지 없는 새끼!”

마무리로 침을 뱉은 원장이 선생 이지수와 함께 자리를 떠났다.

‘하아.’

드디어 기나긴 하루가 끝나고 짤막한 평화가 찾아왔다.

보육원에 허락된 유일한 휴식 시간이었다.

우루루.

자리에 서 있던 아이들이 모두 각자의 방으로 돌아갔다.

쓰러져 있는 정혁에게 다가가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괜히 가까이했다가 원장의 불똥이 튈 수도 있기 때문이다.

“….”

단 한 명.

김희연만이 정혁이 일어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스윽.

김희연이 기다리고 있다는 걸 알아서일까.

고개를 털며 일어난 정혁이 김희연에게 다가왔다.

“괜찮아?”

정혁이 배시시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을 리가 없는데도 괜찮냐는 질문에 정혁은 항상 미소를 지었다.

‘이상해.’

김희연의 상식선에서 정혁은 이상했다.

아프거나 울긴커녕 웃어버리다니.

“가자, 희연아.”

조용히 입을 연 정혁이 방으로 앞장섰다.

‘충격받아서 그런가.’

자세히는 모르지만.

김태용과 이지수가 하는 말을 들었었다.

정혁이 원래 있던 보육원의 아이들이 모두 사라졌다는 이야기를 말이다.

- 선생님들은 모두 죽었다고 하던대요?

- 저 자식만 살아남았다는데 재수 없는 자식!

“하암, 잠이나 자자.”

고개를 흔들어 잡생각을 털어내는 김희연.

김희연이 정혁을 따라 방으로 걸음을 옮겼다.

* * *

“정혁, 안 아파?”

“응.”

2층 침대 중 아래에 위치한 정혁이 곧장 대답을 해왔다.

“오빠, 정말 괜찮아?”

김희연의 옆에 누워있는 유소연도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지만.

정혁은 여전히 괜찮다는 대답만을 할 뿐이었다.

“희연아, 소연아.”

정혁의 부름에 김희연이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또 이상한 소리 하려고.’

밤이면 밤마다 정혁이 빠지지 않고 하는 말이 있었다.

“우리끼리만 살 수 있는 곳이 생기면, 같이 갈래?”

처음엔 정혁의 말에 김희연과 유소연도 격한 반응을 해줬었다.

절대 이루어지지 않을 꿈 같은 이야기였지만 상상만 해도 즐거웠기 때문이다.

‘수십 번 들으니까 지겨워.’

김희연이 고개를 절레 저으며 몸을 돌렸다.

착해빠진 유소연만이 정혁의 말에 대꾸를 해주고 있었다.

“대체 거기가 어딘데? 말을 해줘야지.”

“그냥… 어른들이 없는, 우리끼리만 있을 수 있는 곳이야.”

언제나 여기까지만 말한 뒤 말을 멈췄던 정혁.

제대로 된 대답을 안 해주고 잘 걸 알기에 김희연은 신경을 끄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멀지 않았어.”

‘…!’

정혁이 평소엔 하지 않았을 말을 한마디 더 내뱉었다.

“다 왔어.”

“뭐라고?”

평소와 다른 말에 김희연이 몸을 일으켰지만.

“….”

밑에 있는 정혁의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 * *

“어떤 새끼야!!”

얼굴이 시뻘게진 김태용이 차고 있던 벨트를 풀었다.

제대로 화가 난 김태용에 바들바들 떨고 있는 보육원의 아이들.

“어떤 개새끼가 이런 짓을 한 거냐고!!”

눈이 돌아간 김태용 옆엔 고양이 한 마리가 잔인하게 찢겨 죽어있었다.

보육원 아이들 전부보다 더 아껴온 김태용의 고양이었다.

“너야!?”

“아… 아니에요!!”

“그럼 너야!?”

“흑흑… 전 아니에요!”

무차별적인 김태용의 지목에 아이들이 기겁을 하며 고개를 내저었다.

다들 한 번씩은 저 벨트의 희생자가 되어봤기에.

익히 알고 있는 고통이기에 더욱 큰 공포에 질려 몸을 떨어대고 있었다.

단 한 명.

정혁을 제외하고.

척.

아이들을 둘러보던 김태용이 걸음을 멈췄다.

그런 김태용 앞에서 떨기는커녕 태연한 얼굴로 서 있는 정혁.

“야이 새끼야, 너지?”

콰악.

정혁의 멱살을 잡은 김태용이 침을 튀기며 욕지거리를 했다.

짜악!

“대답 안 해?”

짜악!

“대답해!”

짜악!

김태용의 얼굴은 붉어지다 못해 폭발 직전이었다.

그러든 말든 정혁은 무표정한 얼굴로 김태용을 응시하고 있을 뿐이었다.

“오냐 이 개새끼. 오늘 한 번 죽어보자.”

김태용이 들고 있던 벨트를 무자비하게 휘두르기 시작했다.

날카로운 소리가 퍼지며 정혁의 살이 터져나갔고, 자리에 있던 아이들은 잔인한 구타 현장에 모두 고개를 돌려버렸다.

“이 새끼! 이 싸이코 새끼! 왔을 때부터 알아봤어!”

짝!

“전에 있던 보육원도 네가 그랬지 이 새끼야!!”

딱히 대답을 기대하고 한 말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저 악에 받쳐 나오는 대로 뱉었을 뿐인 말.

그 말에 정혁이 고개를 들어 김태용을 바라봤다.

“어떻게 알았어요?”

오싹.

또박또박 들려오는 정혁의 목소리에 김희연이 알 수 없는 오한을 느꼈다.

아마 그 자리에 있던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심지어 김태용마저 놀라 매질을 멈춘 상태.

“뭐… 뭐?”

그만큼 소름 돋는 한 마디였다.

지금까진 아무리 때리고 혼내도 입 한 번 뻥긋하지 않았던 아이가.

말도 안 되는 타이밍에 의아한 얼굴로 저런 되물음을 한 것이었다.

“이 미친 새끼가!!”

순간이지만 눈앞의 작은 아이에게 움츠러든 김태용.

이런 사실에 더 화가 난 김태용이 밸트를 높이 치켜들었다.

“여기에 있어요.”

‘…?’

히죽.

‘!!!’

갑자기 입꼬리를 올리는 정혁에 얼음장 같은 정적이 찾아왔다.

주춤.

김희연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 뒷걸음질을 치고 말았다.

왠지는 모르겠지만 입꼬리가 찢어질 듯 웃고 있는 정혁으로부터 멀어져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어… 언니.”

꼬옥.

옆에 있던 유소연이 김희연의 옷깃을 붙잡았다.

옷깃 너머로 유소연의 떨림이 느껴졌다.

“미친 새끼!!”

주먹을 쥐고 정혁을 패기 시작한 김태용과.

아무 말도 못하고 바싹 얼어있는 보육원의 아이들.

평소엔 김태용이 무서워 얼어있던 아이들이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아니었다.

‘….’

아이들이 두려워하고 있는 건 눈앞에서 주먹에 얻어맞고 있는 아이, 정혁이었다.

* * *

늦은 밤, 보육원의 숙직실.

원래라면 간밤에 혹시나 있을지 모르는 사고에 대비하기 위한 당직이겠지만.

이곳은 달랐다.

“설마 내 당직 때 도망가는 새끼는 없겠지.”

감시.

가혹한 일과와 자신들의 폭력을 이기지 못하고 도망치는 일이 한두 달에 한 번씩은 일어났고.

이걸 막기 위한 대책으로 김태용은 당직이란 시스템을 만들어버렸다.

“꼭 지만 쏙 빠져요.”

월급을 주는 원장이다 보니 비위를 맞출 수밖에 없었지만.

정말 대책 없는 인간이었다.

다음 날이 국가에서 주기적으로 나오는 검사 날인데도 화를 못 이겨 애를 곤죽을 만들곤 했으니 말이다.

그럴 때마다 보육원의 선생들이 나서 아이들을 소풍이란 명목으로 빼돌려야 했다.

“고양이는 또 어떤 새끼가 그런 거야, 피곤하게.”

아끼던 고양이가 죽으며 대폭발을 해버린 김태용.

오늘이야말로 정혁이 죽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었다.

“독한 새끼, 확 죽어버렸으면 좋겠네. 괜히 그 새끼 때문에 불똥이나 튀고.”

고개를 흔든 이지수가 모니터로 눈을 돌렸다.

무료한 시간을 때우기 위해 시작한 고스톱.

오늘도 새벽을 고스톱으로 지샐 생각이었다.

“아이 썅, 당직도 짜증나는데 패는 또 왜 지랄이….”

끼긱.

“…?”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뭐… 뭐야.”

끼긱.

무언가 비틀리며 나는 듯한 괴기한 소리였다.

“누… 누구야? 김 선생님이야?”

순찰을 돌고 있을 김 선생인가 싶어 말을 걸어보지만.

아무런 대답도 들려오지 않았다.

끼긱.

“재미 없으니까 장난치지마!”

여전히 들리지 않는 대답에 이지수가 긴장한 채 마른침을 삼켰다.

‘김 선생이 아니야.’

끼긱.

“어떤 새끼야!!”

이지수가 빼액 소리를 지르자 소리가 잦아들었다.

분명 겁대가리를 상실한 녀석 중 한 명이 장난을 치는 거라 생각했지만.

어째선지 숙직실을 나설 용기는 나지 않았다.

꿀꺽.

언제 그랬냐는 듯 순식간에 사라져버린 소리.

이제야 고요해진 주변에 이지수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끼긱! 끼긱! 끼긱! 끼기긱!!

사방에서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꺄아아아악!!”

정신이 나가버릴 것 같은 소리에 이지수가 비명과 함께 머리를 감싸며 바닥으로 주저앉았다.

겁에 질려 다급하게 김 선생과 원장에게 전화하려는 순간.

똑똑.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사방에서 소리가 들려오는 와중에 들려오는 선명한 노크 소리였다.

“선생님.”

곧이어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보육원생 중 한 명인 이지혜의 목소리.

“이 개년이!!”

몸을 가득 채우고 있는 공포가 분노로 변해서일까.

이지혜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이지수가 문으로 빠르게 걸어갔다.

이딴 장난을 친 대가를 치르게 해줄 생각이었다.

“가만 안 둬!”

벌컥!

문을 열자 덩그러니 서 있는 지혜가 눈에 들어왔다.

왠지 모르게 잠에 취해있는 듯한, 공허하고 멍한 눈빛이었다.

휙!

이지수가 아이를 내려치기 위해 손을 치켜들었다.

푹.

“?”

치켜들었던 손은 아이에게 휘둘러지지 못했다.

대신, 낯선 소리와 함께 낯선 감촉이 몸을 엄습해왔다.

감촉을 따라 천천히 고개를 내리는 이지수.

“끄아아악!!”

배에 꽂힌 칼에 이지수가 찢어져라 소리를 질렀다.

히죽.

“!!!”

아이의 얼굴을 본 이지수는 비명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입꼬리가 찢어지게 웃고 있는 아이의 소름 돋는 얼굴.

“너…! 너 누구야!!!”

이지수가 악을 쓰며 비명을 질렀다.

눈앞에 있는 건 지혜가 아니었다.

저 미소는 분명, 낮에 다른 아이에게서 봤던 미소였다.

“너 뭐… 뭐야아아!!”

극심한 공포가 밀려왔다.

앞에 있는 아이가 뭐든 대답해주길 바랐지만.

끼긱!!

돌아온 건 대답이 아니었다.

“으…. 으….”

이지수의 눈앞에 모습을 드러낸 기괴한 소리의 정체들.

인간이라기보단 싸늘한 인형의 모습을 한 아이들이 이지수를 향해 쏟아져 들어왔다.

“꺄아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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