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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왕이 헌터로 회귀했다-96화 (96/473)

96화. 되지

솔직히 처음에 봤을 땐 헷갈렸다.

눈깔이 시커멓긴 했지만 그 외에는 완벽한 인간의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금 전에 팔목을 주워다 붙이는 걸 보곤 확신이 들었다.

데몬쉨.

요새 말하는 게 대센가.

사로카부터 해서 계속 말을 하네.

물론 아직 헷갈리는 건 있었다.

데몬이 말을 하는 건가?

아니면 사람이었는데 데몬이 되어서 말을 하는 건가?

김희연과 정혁의 대화를 봤을 때.

정혁이 처음부터 데몬이었던 건 아닌 듯했다.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의 차이지만.

김희연과 만났을 때부터 애초에 데몬이었을 수도 있지만.

뭐, 크게 중요한 건 아니었다.

중요한 건 연혁이야 어쨌든 눈앞에 있는 건 명확한 데몬이란 사실이었다.

“너… 어떻게…?”

잔뜩 오만상을 찡그리고 있는 걸 보니 정혁은 내가 환각에 당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이 눈이 보통 눈이 아니거든.”

치켜들었던 주먹을 앞으로 휘둘렀다.

“킹냥이의 눈이다 이 새끼야!”

콰직!

순식간에 앞으로 끼어든 인형이 주먹의 진행을 가로막았다.

처음 하나를 시작으로 쉴새 없이 밀려드는 인형들.

일단은.

내게 달려드는 인형을 뒤로하고 묶여 있는 김희연을 바라봤다.

마음 놓고 싸우려면 김희연부터 안전한 장소로 옮겨둬야 했다.

[비전 수리검]

봉인문에 의해 도윤의 영혼이 소멸해서일까.

다른 무기들과 달리 수리검에는 게이지가 쌓이지 않았다.

마치 현재 주어진 스펙이 끝이라는 느낌이었다.

훌륭한 이동기면 됐지.

이 사실을 깨달은 후부터는 그저 많이 무겁지만 훌륭한 이동기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돌산에서 2년을 보낸 후에는 상황이 조금 달라졌다.

완전 힘 캐릭이네.

엄청난 무게 때문에 몸에 회전을 주지 않으면 제대로 던지기조차 힘들었던 수리검이지만.

지금은 달랐다.

돌산에서 힘을 기르면 기를수록 수리검을 꺼내 들었을 때 증폭되는 힘 역시 비약적으로 증가하게 된 것.

그 결과로.

콰직! 콱! 쾅!

지금은 별도의 준비 동작 없이도 수리검을 더 빠르고, 더 강하게 휘두를 수 있게 되었다.

상대하는 입장에선 살살 던져도 받기조차 힘든 수리검을 무자비하게 그어대는 무식한 힘 캐릭을 마주하게 된 것이었다.

탓.

“!!”

순식간에 달려드는 인형들을 제쳐낸 후 주춤거리는 정혁에게 다가갔다.

후웅.

왼쪽으로 접었던 팔을 펼치며 수리검을 정혁의 옆구리에 꽂아버렸다.

콰앙!

“크악!”

굉음과 함께 공당의 오른쪽 언저리로 날아가 버리는 정혁.

뒤졌으면 좋겠는데.

아까 팔을 붙이는 꼬라지를 보니 쉽게 뒤질 놈 같진 않았다.

조금만 기다려라.

정혁을 쫓아가지 않고 바로 김희연에게 달라붙어 있는 인형들을 처리했다.

“배… 백운 님!”

김희연은 당사자인 정혁 만큼이나 놀란 것 같았다.

아까 포기하신 거 같던데.

페샨의 눈으로 인해 겹쳐 보이는 이미지들.

그 이미지들에 적응하느라 최대한 몸을 멈춘 채 눈을 진정시키고 있었다.

정혁이 내게 총구를 겨눈 순간 고개를 돌리며 눈을 질끈 감았던 김희연.

머리통 날아갔을 놈이 달려왔으니 놀랄만하지.

“오랜만이에요, 희연 님. 잠시 실례.”

놀라는 건 킹정이지란 생각을 하며 김희연을 어깨에 걸쳤다.

“이거 드시고.”

조금 전 주워 온 라이플을 건네준 후.

이곳에서 가장 높은 지대로 수리검을 던졌다.

[비전]

정혁과 인형들은 모두 바닥으로 내려와 있는 상황.

이 정도 높이면 안전할 것 같았다.

“!!”

순식간에 몸이 옮겨지자 깜짝 놀란 듯했지만.

지금 비전까지 설명하고 있을 시간은 없었다.

“소연 님은 청아 님이 지부 사람들이랑 구하러 갔으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아!”

너무 갑작스레 상황이 전개되어서일까.

김희연의 사고가 제대로 따라오지 못하는 느낌이다.

천천히 따라오시고.

“그럼 전 내려갔다 올게요.”

김희연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다시 바닥으로 수리검을 던졌다.

정혁과 인형들의 어그로가 김희연 쪽으로 끌리기 전에 내려갈 생각이었다.

팟.

아래로 돌아와 정혁이 날아갔던 방향을 응시했다.

꾸물.

일었던 먼지 속으로 무언가 꿈틀거리는 게 보였다.

역시 질긴 놈이었어.

그나저나 저놈은 피가 나네.

아까 쏟아지던 피를 떠올렸다.

이놈 새끼는 잡아 온 아이들 피는 다 없애더니 지꺼는 쏙 남겨놨네.

꾸두둑.

응…?

뭔가 꾸물거리기만 하는 줄 알았는데 그것뿐만이 아닌 모양이다.

나에게 달려들다 말고 전부 정혁 쪽으로 달려가기 시작한 인형들.

꿈에 나오겄네.

수많은 인형이 끼긱 소리를 내며 달려가는 건 혀가 내둘러질 수밖에 없는 모습이었다.

설마 합체 가능한 건가.

정혁에게 도달한 인형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그림자의 크기도 점점 커지고 있었다.

원래 합체하는 순간에 조지는 게 정석인데.

어렸을 적 소년만화를 보면 항상 궁금했었다.

왜 악당들은 주인공이 합체하는 걸 기다려주는 걸까.

마디마디가 합쳐지는 순간에 공격하면 만사 오케이인 걸 말이다.

이래서였구먼.

막상 그 상황에 놓이니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뚜두둑. 드득. 꾸둑.

엄청나게 기괴한 소리를 내며 끊임없이 합쳐지고 있는 정혁과 인형들.

처음 보는 합체 모습이다 보니 나도 모르는 사이 멍하니 바라보게 되었다.

악당들도 합체를 처음 보니 다들 어이가 없었던 게지.

새삼스레 이해가 되는 악당들의 마음에 고개를 끄덕이고.

합체를 마쳐가는 정혁을 응시했다.

시… 시발.

합체의 결과물은 생각보다 굉장했다.

몇백 기의 인형이 합쳐져 팔과 다리, 몸통을 이루고 있는 모습.

그 모습을 보니 합체라기 보단 그냥 되는대로 때려 넣었다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릴 것 같았다.

드드득.

완전히 몸을 일으킨 정혁이 나를 응시했다.

“너도 곧 내 몸의 일부가 될 테니 걱정하지 마라.”

미친놈인가.

불타 죽는 한이 있어도 그건 사절이었다.

“이 싸이코 새끼. 너 뭐야 대체? 모습은 영락없는 인간인데.”

어디까지나 합체 전의 이야기였지만.

마침 말이 통하니 물어보고 싶었다.

보육원에서 함께 지내던 인간이 어떻게 이런 데몬이 되었는지를 말이다.

“진화다.”

“뭐?”

“단지 남들보다 빨리했을 뿐이지.”

개방을 말하는 건가.

개방이라 쳐도 헷갈렸다.

비광 역시 능력 자체가 다채로운 기술을 쓸 수 있는 능력이긴 했지만.

앞에 있는 정혁처럼 인간의 선을 넘어 사람을 인형으로 만들고 하는 게 가능한 건 아니었다.

거기다 합체까지.

“내가 살던 곳은 지옥이었지. 함께 있던 녀석들도 마찬가지였고. 그래서 진화한 거다. 그 상황을 부수기 위해서! 무력하고 버려진 녀석들을 구하기 위해서!!”

아마 단단히 착각을 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상황을 부수긴 했지만 더 끔찍한 짓을 저지른 놈이 구한다는 말을 하다니.

[유탈라스 - 1단계 의태]

어차피 물어봐야 정신 나간 놈한테 들을 수 있는 건 별로 없어 보였다.

마침 때리기 좋게 합쳐져 있으니 큰 걸 한 방 먹이고, 그다음 놈의 재생 능력을 파악해볼 생각이었다.

끼기기기긱---!

내가 공격할 거란 걸 알았는지 정혁도 커다란 팔을 휘둘러대기 시작했다.

휘두를 때마다 몸을 이루고 있는 인형들이 움직이며 끔찍한 소리가 들려왔다.

스윽.

날아오는 거대한 주먹을 바라보며 오른팔을 뒤로 젖혔다.

일단 10%.

비늘을 조절한 후 주먹을 내뻗었다.

쾅!!

굉음과 함께 정혁의 팔이 부풀어 올랐다.

콰지지지직!

유탈라스이 힘을 못 이겼는지 정혁의 팔이 주먹 끝을 시작으로 갈라지며 터지기 시작했다.

“크으…!”

어깻죽지까지 터지고 나서야 멈춘 힘에 정혁이 신음을 흘렸다.

쑤우욱!

순식간에 다시 팔이 돋아나긴 했지만 확실히 데미지가 있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조금이지만… 작아졌다.

팔이 저절로 돋아난 게 아니었다.

아무리 많다 해도 합체를 한 인형의 숫자엔 끝이 있었다.

다른 곳의 인형을 끌어와 팔을 다시 재생한 듯한 느낌.

그렇다면.

다시 비늘로 팔을 덮어나갔다.

계속 두드려볼까.

멈칫거리고 있는 정혁을 향해 발을 내디뎠다.

* * *

마지막 한 방.

콰앙!

“크하악!”

몇 방이나 때렸을까.

잔뜩 커졌던 정혁의 몸집이 순식간에 열 토막의 크기로 변해버렸다.

처음보다는 약간 크지만 합체했을 때에 비하면 콩알만 해진 수준.

더럽게 안 뒤지긴 하네.

크기는 다 줄여놨지만 정혁이 쓰러진 건 아니었다.

처음보다 잔뜩 여유가 없어진 얼굴을 보니 확실히 데미지는 있었고, 비축해둔 인형 역시 더 이상 없는 모양이었지만.

어딜 조져야 죽는 거지.

정혁의 몸 자체는 상처가 생겨도 순식간에 회복되어버리는 상황.

다른 인형을 소비해 몸을 재생시키는 것 같지도 않았다.

생긴 거랑 안 어울리게 탱커였네.

합체한 모습은 위협적이었지만.

공격 자체는 정교하거나 빠르지 않았다.

수십 차례 팔이 휘둘러진 듯하지만 내게 닿은 건 0회.

속도 자체의 차이가 엄청났기에 앞으로도 내가 맞을 일은 없어 보였다.

문제는 저 탱킹력.

든든하게 버티는 방어형은 아니었지만 거의 좀비 수준의 재생력을 가지고 있었다.

[잭 더 리퍼]

면도칼을 꺼내 들었다.

재생이 무한일 리는 없다.

분명 재생을 해대는 주체가 있을 터.

최대한 썰어보자.

“으아아아!”

단 한 번의 공격도 닿지 않은 탓인지 정혁이 포효를 내지르며 들고 있는 칼을 휘둘렀다.

휘익. 휘익.

정말 형편없는 공격이었다.

눈을 이용한 환각과 인형들이 사라지니 그저 체구에 어울리는 능력 정도만 남게 된 모습.

탕!

쿠득.

총성이 들리나 싶더니 정혁의 휘두르던 팔이 허공으로 날아가 버렸다.

탕! 탕! 탕! 탕!

계속해서 총성이 이어지고.

정혁의 팔과 다리를 끊어놓음과 동시에 상체까지 날려버리는 김희연의 총알.

오!

김희연의 능력은 거리가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저격의 위력이 올라가는 것이었다.

지금은 정혁과 한참 먼 거리에 위치한 상태.

그 덕인지 총알 한 방 한 방이 정혁의 몸을 끊어내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꿀렁.

!!

팔다리와 몸통이 허공으로 흩어졌다 이어지는 찰나의 순간.

순간이었지만 분명히 보였다.

분리된 정혁의 신체 중 왼쪽 발목 부분이 제일 먼저 꿈틀거리며 다른 신체로 살이 뻗어 나가는 것을.

“으아!! 김희여어언!!!”

되는 게 하나도 없자 괴성을 지르는 정혁.

그러든 말든 정혁의 아래쪽으로 파고들었다.

“!!”

사아악…!

면도칼을 휘둘러 정혁의 왼쪽 하체를 베어나가기 시작했다.

서걱! 서걱!

“이 새끼가!!”

콰직!

정혁이 그런 나를 막기 위해 팔을 휘둘렀지만.

그 팔도 순식간에 베여 허공으로 날아가 버렸다.

콰드득!

그렇게 발목으로 조금씩 근접해가며 휘두른 면도칼.

꿀렁!!

찾았다.

발목의 윗부분.

검푸른색으로 이루어진 무언가가 박혀 꿈틀거리고 있었다.

마치 살아있는 뇌를 정강이에 박아 넣은 모양새였다.

“이아아아아아!!”

제대로 찾은 모양이었다.

악을 쓰며 온몸으로 내게 달려드는 정혁.

콰드드득!!

그대로 정혁의 면상을 발로 밟아 땅으로 처박아버렸다.

“끄으으으…!!”

꾸드득.

발로 녀석의 면상을 짓이기며 움직이지 못하도록 힘으로 찍어 눌렀다.

꾸물거렸던 발목을 잡힌 상태로 옴짝달싹도 못 한 채 신음만을 흘리는 상태.

척.

면도칼을 정혁의 정강이로 가져갔다.

“아… 안돼에에!!!”

“안되긴 뭘 안돼, 이 새끼야.”

정확히 봐뒀던 위치로 면도칼을 박아 넣었다.

콰드득.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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