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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왕이 헌터로 회귀했다-101화 (101/473)

101화. 아니기를

수리검을 꺼내 바다 위로 던지려는 찰나.

고민에 빠졌다.

밑에서 빠르게 올라오는 상어, 정확히는 상어처럼 생긴 데몬을 피해 물 위로 올라가려는 중이었다.

흠.

위로 향하던 시선을 내려 올라오고 있는 데몬, 샤킨을 바라봤다.

모래사장이 있는 해변가에서는 보기 힘들지만, 수심이 깊은 바다에서는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데몬이었다.

저 크기는 좀 에바지만.

크기는 제외하고 말이다.

저건 지금까지 동영상에서 본 샤킨 중에서도 손에 꼽는 크기였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물 안에서 지리게 만드는 어마무시한 크기.

나도 쫄아서 본능적인 판단에 따라 물 위로 탈주하려는 중이었다.

쑤우우우욱!

상어쉨.

생각해보니 괘씸했다.

저번 옹달샘에서야 거북이를 박살낼 힘이 부족했기에 도망쳤던 것 뿐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올라오고 있는 상어가 얼마나 크든 사방으로 두루쳐서 샥스핀만 똑 떼내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건방진 자식.

여기까지 생각이 도달하니 결정 또한 달라졌다.

내가 다시 선택한 건 물 위로의 탈주가 아닌 참교육.

사람 무서운 줄 모르고 달려드는 샤킨에게 샥스핀이 되는 경험을 선물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꽈악.

수리검을 든 손에 힘을 줬다.

달려드는 용기는 가상하다만.

타이밍을 기다리며 차분히 샤킨을 응시했다.

저 무식한 크기를 보니 그냥 때려서는 좀 걸릴 터였다.

하지만, 알아서 저런 속도로 달려 와준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이게 바로.

쩌억!

바로 앞에서 더 크게 입을 벌리는 샤킨에게 수리검을 휘둘렀다.

카운터다, 이 상어 새끼야.

콰아아앙!

빠르게 부상하던 샤킨의 머리와 정면으로 부딪친 수리검.

옛날이었다면 샤킨의 힘과 속도를 못 이겨 내 팔이 튕겨 나갔을 테지만, 지금은 달랐다.

저릿.

부딪힌 타격에 의한 반동이 오른손을 타고 어깨로 올라왔다.

느껴지는 반동만 봐도 샤킨이 얼마나 최대의 힘과 속도로 달려왔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그걸 상회하는 힘으로 찍어 누른 카운터에 샤킨이 큰 데미지를 입었으리란 것도 말이다.

푸화아아!

수리검이 타격된 지점에서 검붉은 피가 솟구쳤다.

크기에 어울리는 출혈량으로 순식간에 푸르던 바다를 붉게 물들이는 샤킨.

꾸루룩.

샤킨이 피를 뿌리며 위로 두둥실 떠올랐다.

안 죽었으면 가서 더 두들기려 했는데 카운터 한 방으로 이미 저 세상으로 떠난 듯했다.

흐읍.

조금씩 부족해지는 호흡을 느끼며 고개를 들었다.

이제는 다시 한번 호흡하러 물 밖으로 나가야 할 때였다.

휘익.

여전히 물 위에서 왔다갔다거리는 알브론 무리들.

동족을 죽여서인지, 아니면 원래 끈기가 엄청난 건지 알브론 놈들은 다른 곳으로 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래, 똥이 더러워서 잠시 피하긴 했지만.

수우욱.

계속 신경 쓸 바엔.

발장구를 치며 물 위로 방향을 틀었다.

치워버리자.

* * *

“하아…!”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바다에 둥둥 떠 하늘을 보고 있자니 따가운 햇살이 눈을 괴롭혀댔다.

다 잡았나.

하늘에 아무것도 떠 있지 않은 걸 보니 정말 끝난 것 같았다.

슥.

고개를 돌려 바다에 둥둥 떠 있는 것들을 바라봤다.

조금 전까지 하늘을 날며 내가 물에서 나오길 기다리고 있던 알브론 무리들.

우루루 모여있을 땐 해마저 가리던 놈들이 지금은 모두 바다 위에 널브러져 종이 돛단배 마냥 힘 없이 떠다니고 있었다.

갈매기쉨.

한참 동안 수리검을 던지며 비전을 사용해서인지 나른한 느낌이 들었다.

여기가 바다 한가운데만 아니라면 어디로 떠내려가든 눈이나 좀 붙이고 싶었다.

완전 달달한 꿀잠 잘 수 있을 거 같은데… 안되지.

스르르 감기려고 하는 눈에 힘을 주며 몸을 돌렸다.

일단 사방이 피로 범벅되어 있는 이곳부터 벗어날 생각이었다.

아주 그냥 피비린내가 몸에 배이겄네.

다시 상쾌한 바다를 맞이하기 위해 열심히 팔을 저었다.

하늘탑을 오르기 전에 먼저 몸에 묻은 피부터 씻어 내야 했다.

첨벙!!

….

남김없이 씻어 내야지란 생각으로 열심히 팔을 저어서일까.

어느새 눈앞에 솟아있는 하늘탑이 눈에 들어왔다.

개높네.

멀리서 봤을 때도 높은 건 알았지만 막상 바로 아래까지 오니 더 어마어마했다.

고소공포증이 있다면 다 오르긴커녕 중간도 못 가고 쇼크가 올 것 같은 느낌.

잔뜩 끼어 있는 구름 때문에 안 보여서인지 더 웅장해 보이는 탑이었다.

뭐 없었으면 좋겠는데.

절벽에 매달려 암벽 등반을 해야 하는 상황.

사족보행으로 사사삭 올라가는 동안에 뭐가 안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구름 속으로 들어가는 순간 수리검도 사용 못 한다.

가시거리가 얼마나 될지는 들어가 봐야 알겠지만.

아무리 넓어 봐야 10미터도 채 되지 않을 것 같았다.

기껏 다 올라갔는데 무언가의 방해로 인해 손을 놓친다면 그대로 추락해야 하는 것.

진짜 방해하는 놈 있으면 무조건 죽인다!

오만상을 찡그린 채 센 척을 하며 하늘 위를 바라봤다.

그만큼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아야 멀쩡히 꼭대기에 도달할 듯한 높이였기에.

아무것도 없을 거란 긍정적인 마인드로 하늘탑으로의 첫 손을 내밀었다.

* * *

“네…? 식량을 사 갔다고요?”

“예에… 뭘 잔뜩 사가더라고요. 저기에 있는 가게에서 방수 가방도 사는 거 같던데요?”

처음 와보는 타국에 백운을 홀로 버려뒀다는 게 마음에 걸렸던 이연화.

아무리 전화를 해도 받지 않는 백운에 이연화는 대사관의 일이 끝나자마자 절벽 근처에 있는 마을로 달려왔다.

“아까 그 젊은이 말이지? 어디 피난 가는 거 같던데. 이것저것 담는 거 보니까 말이야.”

“피… 피난요?”

좁은 마을이라 그런지 백운을 본 사람은 여기저기에 많이 있었다.

그리고 목격자들의 말을 들을 때마다 이연화의 머릿속엔 불안감이 가득해졌다.

‘대체 뭘 하려는…?’

전혀 짐작이 가지 않았다.

‘설마…?’

사실, 딱 한 군데.

짐작 가는 곳이 있었다.

어제 필로파포스의 언덕에서 보였던 것, 오늘 아침 백운과 마지막으로 헤어졌던 절벽에서 정면으로 보였던 장소.

구름을 뚫고 한참을 솟아있는 하늘탑이었다.

‘아니겠지?’

아무리 무모해도 설마 사람이 그런 짓을 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위험하다고 몇 번이나 경고했었다.

배나 비행기도 사라지고 난파되어 사람들은 하늘탑의 근처도 안 간다는 말과 함께 말이다.

- 가이드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 생각해보니 좀 부자연스러웠다.

오늘도 가이드를 해주기로 하고 만난 건데 절벽에 도착하자마자 자신을 보내버리다니.

마치 무언가 일을 벌이기 전에 방해가 되는 사람을 돌려 보내버린 느낌이었다.

“혹시 다른 말은 없었나요?”

이연화의 질문에 잠시 턱을 문지르며 기억을 떠올리는 상인들.

“뭐라더라, 바다에 상어 있냐고 물어봤던 거 같은데.”

“어! 맞아요! 저한테도 물어봤었어요. 그러면서 사람 무는 거 또 있냐고 그랬었네.”

꼴깍.

이연화의 이마로 식은땀이 한줄기 흘러내렸다.

항상 무엇을 생각하던 그 이상을 해버리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었다.

그리고 백운은 왠지 그런 사람들 중 하나인 듯했다.

‘미… 미쳤어!’

상인들에게 인사를 마친 이연화가 전화기를 집어 들어 김대혁에게 전화를 걸었다.

# 김대혁입니다.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김대혁의 목소리.

이연화가 김대혁을 향해 다급하게 소리를 질렀다.

“팀장님! 제가 찍어드리는 절벽으로 구조대 파견 부탁드려요!”

* * *

아따 높다.

고개를 들어 아직도 까마득한 탑을 바라봤다.

높은 줄은 알았지만 실제로 기어오르니 좀 높은 수준이 아니었다.

아무리 기어오르고 기어올라도 끝이 안 보이는 하늘탑.

어떻게 만든 거지?

아닌가?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건가.

탑을 열심히 기어오르면서도 끊임없이 떠오른 의문이었다.

옛날부터 있었다는 걸 보면 몇백 년은 되었을 텐데.

지금 같이 능력이나 중장비도 없을 때면 대체 어떻게 이런 게 바다 한가운데 처박혀 있는 건지 알 길이 없었다.

흠… 뭐 됐고.

간식 타임 좀 가져볼까.

그나마 널찍한 곳으로 발을 디뎠다.

조금만 삐끗해도 아래로 떨어져 버리는 위치.

힘들진 않았지만 지금까지 올라온 게 아까워서라도 떨어지는 건 절대 사절이었다.

와삭!

음!

일부러 더 기운 나라고 아몬드가 박혀 있는 초코바를 구매해왔다.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초코의 달달함과 아몬드의 고소함이 입안 가득히 퍼져나갔다.

등산을 가든 어디 오지 탐험을 가든 이 초코바만 두둑하게 준비되어 있다면 무서울 게 없었다.

여기까지 올라왔는데 아무것도 없는 거 보면… 괜한 걱정이었나.

구름 위에 아무것도 없겠지란 긍정적인 마음이었지만.

솔직히 걱정하고 있었다.

다른 곳은 맑은데도 하늘탑이 솟아있는 장소에만 구름이 잔뜩 끼어있는 이상 기후.

아니라서 다행이야.

애써 외면하고 있었지만 주변에 구름을 만들어내는 데몬이 있었다.

거대한 독수리과 데몬으로 천둥새라고도 불리는 세만트라였다.

처음엔 전설이 진짜였다며 다들 놀랐었지.

데몬의 출현 전에도 천둥새라는 이름은 종종 들리던 것이었다.

엄청난 크기의 검은새로 사람까지 아무렇지 않게 집어 간다고 알려진 녀석이었다.

물론 한 번도 촬영되거나 공식적으로 발견된 기록이 없어 다들 전설이라고만 여겼지만 말이다.

- 천둥새… 아니, 세만트라는 구름을 몰고 다닙니다. 전설에서의 천둥새처럼 번개를 몰고 다니진 않지만요.

번개까지 몰고 다니면 사기지.

그게 어딜 봐서 새야, 제우스지.

입에 든 초코바를 우물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여긴… 아니겠지…?

세만트라 너 여기 없지…?

계속 아니겠지라 생각하면서도 인위적인 구름을 보고 있으니 불안감이 몰려왔다.

번개는 몰고 다니지 않지만, 세만트라가 널리 알려진 이유는 천둥새를 닮았다는 것 때문만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미친 듯한 비행 속도.

- 공중에서 세만트라를 만나면 재앙을 마주했다고 봐야 합니다.

과거 동영상에서 봤던 헌터가 한 말이었다.

공중전에 특화된 헌터들이 열댓 명 모여서야 간신히 잡아냈던 세만트라.

헌터들이 가장 많은 애를 먹었던 것이 바로 속도였다.

- 순간이동… 까지는 아니지만, 세만트라는 하늘에서 정말 말도 안 되는 속도로 움직입니다. 저희는 그나마 층고가 제한된 장소로 끌어들여 간신히 잡을 수 있었죠.

꼴깍.

나도 모르게 삼켜지는 침에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허허 참, 겁이 많아졌나.

세만트라의 시옷도 안 보이는데 뭔 걱정이야.

불길한 생각을 잊고자 다시 벽으로 달라붙었다.

만약이라는 게 있으니 조금이라도 더 빨리 올라갈 생각이었다.

자 가볼….

살랑.

…?

올라가기 위해 고개를 든 순간.

위에서부터 살랑거리며 떨어진 몸통만 한 깃털이 내 옆을 스쳐 지나갔다.

머… 머고.

청록색의 불길한 깃털 색깔.

동영상에서 봤던 세만트라의 색이었다.

아… 아니잖아.

펄럭!

내 부정을 듣기라도 한 걸까.

귓가로 무언가의 날갯짓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시… 시발.

잠시 후 머리맡으로 느껴지는 묵직한 풍압까지.

펄럭!!

그렇게 펄럭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어 올렸다.

지쟈스.

그곳엔 청록색의 깃털로 온몸을 감싼, 비행기보다 빠른 비행속도를 가졌다는 거대 독수리 데몬.

세만트라가 힘찬 날갯짓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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