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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왕이 헌터로 회귀했다-103화 (103/473)

103화. 바다 밑에는 뭐가 있을까

부우우우웅!

여러 대의 보트가 바다 한가운데에 솟아있는 하늘탑으로 내달렸다.

맨 앞의 보트에 서 있는 김대혁이 이연화를 바라봤다.

“백운 님이 저곳으로 갔다고?”

“네…. 아직 확실한 건 아닌데, 맞는 거 같아요.”

“이런.”

김대혁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백운이 간 하늘탑은 아테네에서도 사고가 유독 많이 나는 장소였다.

- 다 겁주려는 거라고요!

아무리 말려도 모험심에 하늘탑으로 향했던 이들은 전부 돌아오지 못했다.

비행기를 타고 가던 헬기를 타고 가던 마찬가지였다.

전부 단숨에 추락했고 바다에 있는 데몬들에 의해 시체조차 찾을 수 없었다.

‘더 이상 가는 사람이 없을 줄 알았는데.’

왠지 모르겠지만 하늘탑 아래의 바다엔 유독 많은 데몬들이 살고 있었다.

구름 위에도 확인한 적은 없어도 분명 접근하는 사람들을 공격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굳이 안 가면 만날 일도 없으니 출입 금지를 시킨 건데.’

- 강하면서도… 특이한 사람이에요.

김희연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좀 별나다는 건 김대혁 역시 잠깐 만나서 어느 정도 눈치챘지만.

이건 별난 걸 넘어서는 것 같았다.

‘대체 뭐하러 저길 간 거지? 모험심인가?’

이해할 수 없는 백운의 행동에 김대혁이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이.

“티… 팀장님!”

이연화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동시에 무언가를 발견하고 서서히 속도를 줄여 가는 구조대의 보트들.

“…!!”

보트에 타고 있던 모든 이들이 눈을 의심했다.

수십… 족히 백은 넘어 보이는 데몬들의 시체가 바다 위에 둥둥 떠 있었다.

“뭐… 뭐야 저 샤킨은?”

흰수염고래만 한 샤킨의 크기에 보트에 타고 있던 헌터들이 혀를 내둘렀다.

바다 한가운데서 저런 걸 만난다면 웬만한 화력이 받쳐주지 않는 이상 죽었다 봐야 했다.

“허.”

김대혁도 탄성을 내뱉었다.

“뭐야 저 상처는.”

대게 대사관에서 일을 하면 평화로울 거라 생각하지만, 김대혁은 아니었다.

한국에 비해 데몬을 대비한 제대로 된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았던 그리스.

그리스에 도착하자마자 김대혁이 한 일은 데몬 사냥이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데몬을 잡았던 김대혁이기에 헌터 중에서도 꽤 많은 전투 경험을 가지고 있다 자부할 수 있었다.

‘무슨…!’

그런 김대혁조차 입을 벌리게 만드는 상처였다.

‘한… 방.’

거대한 샤킨을 죽인 건 단 한 방의 공격이었다.

“미사일이라도 터뜨린 건가?”

옆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김대혁이 고개를 저었다.

미사일 같은 게 아니었다.

그저 거대한 샤킨의 가죽을 뚫을 만큼 엄청난 괴력에 의한 상처였다.

“여기까지 오면서 데몬이 한 마리도 없었던 이유가 이거였군요.”

이연화도 믿기 힘들다는 눈으로 흩어져 있는 데몬들의 사체를 바라봤다.

이곳은 근처만 와도 하늘과 바다 아래서 데몬들이 달려드는 장소였다.

그런 장소로 달려오면서까지 데몬을 단 한 차례도 마주치지 않았던 것.

어째서지 라고 생각하던 찰나였는데 눈앞의 사체들을 보니 납득이 가기 시작했다.

“팀장님 저 가장 높은 지형 좀 보세요!”

부하 헌터의 말에 김대혁이 고개를 들었다.

왠지 모르게 여기저기가 박살 나 있는 암벽.

정확하게 알 순 없지만 분명 무슨 일이 나도 난 상태였다.

‘백운 님.’

김대혁의 얼굴엔 조금 전과는 다른 빛이 어려 있었다.

순수한 걱정에서.

‘대체 뭘 하고 있는 겁니까.’

걱정과 한데 뒤섞인 호기심의 빛이 말이다.

* * *

어떡하지.

꼬르륵.

점점 멀어지는 수면을 보며 턱을 문질렀다.

떨어지는 그 순간까지도 엄청난 강풍을 일으켜 날 날려 보낸 세만트라 놈.

그 덕에 엄청난 속도로 바다에 처박혀 이렇게 끝도 없이 가라앉고 있었다.

생각 좀 해보자.

물론 바다에 떨어지는 순간 완벽한 다이빙 폼을 취했기에 데미지는 전혀 없었다.

빠져나가려고 한다면 언제든 나갈 수 있는 상태.

하지만, 시원한 바닷물과 함께라면 무언가 더 좋은 생각이 날 것도 같았기에 일부러 가라앉고 있었다.

어떻게 해야 저 새끼를 조질 수 있을까.

덩치는 더럽게 크지만 공격이 위협적인 건 아니었다.

유탈라스의 비늘이 없더라도 충분히 피할 수 있는 수준.

문제는 하늘에서의 미친 듯한 기동력이었다.

이건 뭐 때릴 수가 있어야지.

빠르기만 하면 어떻게든 낚아볼 테지만, 조금 전 세만트라가 보여준 순간 회피 기동은 엄청났다.

물리 법칙을 무시하는 듯한 말도 안 되는 탄력과 방향 전환.

바로 앞에서 리볼버를 갈겨도 금세 피해낼 녀석이었다.

이러나저러나 암벽에 매달려 있어야 하는 게 문제야.

구름 때문에 수리검을 쓸 수 없으니 떨어지는 게 신경 쓰일 수밖에 없었다.

다시 올라가도 결과는 똑같을 거 같은데.

구름에서 벗어난 순간 수리검을 던져 다시 암벽에 달라붙을 수도 있었다.

그러지 않은 이유는 다시 올라가 봐야 결과가 똑같을 것이었기 때문이다.

나도 날 수만 있으면.

아무리 다양한 방법을 생각해봐도 묘책이 떠오르질 않았다.

암벽에 달라붙어야 하는 한계를 먼저 해결하지 않는 이상, 잔머리까지 굴리며 얍삽한 공격을 하는 세만트라를 잡는 건 힘들어 보였다.

희망은 날개다.

날개인데… 날개가 있을 걸로 추정되는 꼭대기까지 올라갈 수가 없으니.

흐으으음.

쉽게 풀리지 않는 고민에 팔짱을 낀 채 눈을 감았다.

통!

…?

그 상태로 얼마나 가라앉았을까.

바닥을 향하고 있던 뒤통수가 무언가에 닿으며 튕겨 나왔다.

뭐야.

퍽! 이었으면 차라리 이해가 갔을 것이다.

그렇게 얕을 리는 없지만 바다의 바닥에 도달했다고 생각했을 테니까.

그런데 통이라니?

스윽.

몸을 돌려 천천히 손을 뻗었다.

조금 전 뒤통수가 부딪혔던 부근.

포잉.

포… 포잉!?

당황스러웠다.

손끝으로 느껴지는 감촉은 마치 과일 푸딩을 만졌을 때와 똑같았다.

그것도 무척이나 탄력 좋은 푸딩 말이다.

뭐… 뭐야 시벌.

분명 눈으로 보이는 건 어두운 바다뿐이었다.

그럼에도 더 아래쪽으로의 진행을 막고 있는 무언가.

꾸욱.

손끝에 힘을 줘 푸딩으로 밀어 넣기 시작했다.

탄력이 강하긴 해도 꽉 막혀 있거나 한 느낌은 아니었다.

쏘오오옥.

!?

손을 시작으로 팔이 들어가나 싶더니 순식간에 몸이 빨려 들어갔다.

잘… 잘하는 짓인가!?

괜히 건드렸나 하는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기도 전.

쑤욱… 쿵!

억.

푸딩에서 빠져나와 어딘가로 떨어졌다.

꼬리뼈부터 제대로 떨어져서인지 엉덩이가 몹시 아렸다.

…?

슥슥 엉덩이를 문지른 후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내가 있던 곳은 바닷속이었다.

어디로 떨어질 일도, 떨어졌다고 엉덩이가 아파서도 안 됐다.

“뭐… 뭐냐.”

육성으로 뭐냐는 말이 튀어나왔다.

분명 바다였지만.

지금 내가 떨어져 있는 곳은 딱딱한 지반 위였다.

“스으읍.”

숨을 쉬고 있으면서도 쉽사리 믿기지 않았다.

바닷속으로 한참 들어왔을 텐데도 코를 통해 들어오고 있는 건 분명 공기였다.

뭐가 어떻게 된 거야.

몸을 일으켜 내가 떨어져 있는 장소를 살폈다.

벽면은 바닷물과 같은 색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보는 이로 하여금 시원한 느낌을 주는 푸른색.

바다 밑에 있는 동굴이라니.

볼을 꼬집으며 걸음을 옮겼다.

개방 이후에 별의별 일이 다 일어난다고 해도 이건 아니지 않나 싶었다.

슥.

손을 올려 액션 캠이 잘 작동하고 있는지 살폈다.

처음 절벽에서 바다로 다이빙했을 때부터 열심히 돌아가고 있는 캠.

웬만한 충격에도 부서지지 않고 오랜 시간을 촬영하는 캠은 비싼 돈을 주고 산 보람이 있었다.

겁나 이쁘네.

영롱한 바다색의 벽면을 보고 있자니 무언가에 홀리는 기분이었다.

고개를 들어 천장을 바라봤다.

천장은 딱딱한 벽이 아닌 바닷물이라 그런지 아래가 그대로 다 비치고 있었다.

모험가 헌터들이 좋아하겠네.

능력과 데몬의 출몰 이후 하던 일을 때려치고 모험을 떠나는 이들이 있었다.

세간에서는 21세기의 모험가라 불리는 이들이었다.

모험가들이 하고자 했던 일은 간단했다.

데몬으로 인해 구성된 특이 장소를 발견해 소개하는 것이었다.

데몬마다 둥지나 던전을 꾸리는 특성이 있는 놈들이 있으니까.

동물과 다름없이 대충 아무렇게나 꾸리는 놈들도 있었지만.

눈으로 보는 순간 입이 떡 벌어지게끔 아름답고 체계적이게 던전을 만드는 녀석들도 있었다.

모험가들의 찾으려 하는 곳은 사람들이 봤을 때 입이 벌어지게 만드는 장소였다.

그래야만 조회수가 폭발하며 많은 돈을 쓸어 모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나도 부자 되는 건가.

회귀 전에 자주 봤었다.

유물관에 처박혀 있어야 하는 운명이 씁쓸해 그런 영상을 보면서라도 대리 만족을 하기 위해서였다.

이 정도 예쁜 곳은 손에 꼽았던 거 같은데.

“후후후후.”

스멀스멀 밀려드는 기대감에 기분 나쁜 미소를 지으며 계속해서 걸음을 옮겼다.

발소리가 울리는 걸 보니 꽤 깊이가 있는 동굴 비슷한 장소인 듯했다.

설마… 미론가.

조금 걷자 눈앞으로 갈라진 길이 나타났다.

흠.

갈림길에 서 턱을 문질렀다.

산소도 충분하니 급할 건 없고.

슥.

몸을 돌려 오른쪽 길로 걸음을 옮겼다.

어차피 고민해봐야 모를 게 분명한 갈림길.

이쪽이 아니라면 다시 돌아와서 왼쪽으로 가볼 요량이었다.

일단 드가자.

* * *

다 부술까?

얼마나 걸었을까.

처음엔 여유롭게 마음을 먹었지만.

몇 시간을 쉬지 않고 걸으니 마음이 바뀌기 시작했다.

쯧.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장소였다.

그런 만큼 행동 역시 조심스러워질 수 없는 상황.

괜히 충격을 줬다가 무너지기라도 하면 말짱 꽝이었다.

왔던 곳인가 아닌가.

가만히 보고 있기엔 몹시 아름다운 바다색의 벽면이었지만.

조금 걷다 보니 참 개같은 벽이었다.

어디로 가든 다 비슷비슷해 길을 구분하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터벅 터벅.

처음보단 잔뜩 힘이 빠진 걸음걸이.

한동안 잘 풀리나 싶더니.

굿이라도 한 번 해야…,

반짝.

해야…?

무심코 지나치려는 찰나.

시야의 구석 21시 방향에서 찰나지만 무언가 빛이 난 것 같았다.

저벅.

그 자세 그대로 한 발자국 뒷걸음질을 쳤다.

제발!

잘못 본 게 아니길 빌며 몸을 쓱 기울였다.

홀리…!

슥슥.

빠르게 눈을 비벼봤지만.

헛것이 아니었다.

보라돌이도 아니고.

금돌이라니.

거의 2년하고도 5개월 만에 보는 황금빛에 하마터면 눈물이 날 뻔했다.

선명한 황금빛을 뿌리고 있는 게 이카로스의 날개가 아닐 수도 있었지만.

어찌 됐든 내 무기고에 넣을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는 확실한 증거였다.

신은 날 버리지 않았어!

믿는 종교는 없었지만 확신이 들었다.

하늘탑을 향하며 만났던 샤킨과 갈매기 쉨들.

거기다 올라가는 걸 필사적으로 방해하는, 방해도 아주 재수없게 약 올리며 해댄 세마트라까지.

모두 한 방 금돌이를 위한 시련이었구나!

저벅.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황금빛을 향해 걸음을 내디뎠다.

일단 뭐가 됐든 무기고에 넣을 수 있으니 기뻤지만.

조금만 더 욕심을 내고 싶었다.

제발.

저벅.

한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마음속 바람은 커져갔다.

새 주제 날 농락했던 세마트라.

당장에라도 그 새 새끼를 바다 깊숙이 처박아 넣고 싶었다.

제발.

날개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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