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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왕이 헌터로 회귀했다-106화 (106/473)

106화. 날개는 연기로 이루어져 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이카로스의 몸에서 날개가 펼쳐지며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튕겨 나갔고.

동시에 날개를 이루고 있는 검은 연기가 튕겨져 나간 사람들을 덮쳤다.

“끄으…!”

“쿨… 럭!”

묘한 감각이었다.

마치 날개가 살아 움직이는 듯한 느낌.

날개는 이카로스의 감정에 반응해 자율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이 이 악마… 자식.”

연기에 의해 어깨와 배가 꿰뚫린 주민들이 피를 흘려댔다.

이 광경을 본 몇몇 주민들은 겁에 질려 동굴을 뛰쳐나가 버린 상태.

날개에 덮쳐져 상처를 입은 사람들만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공포에 벌벌 떨고 있었다.

“역시 처음부터 죽였어야 했는데…!”

죽어서도 주댕이만 떠오르겠네.

공포에 떨면서도 사람들은 입을 쉴새 없이 놀려댔다.

나 같았으면 그냥 주댕이 닫고 고개를 숙였을 거 같은데 용기 하나는 인정해줘야 할 것 같았다.

“….”

이카로스가 차가운 얼굴로 떠들고 있는 마을 사람들을 둘러봤다.

많이 참긴 했지.

갑자기 터진 게 아니었다.

그저 터질 때가 되어 터진 것이었다.

태어나서부터 한순간도 쉬지 않고 이카로스를 몰아세웠던 마을 사람들.

이카로스의 마음은 의아함에서 슬픔, 슬픔에서 자기 혐오, 그리고 자기 혐오를 넘어 분노까지 이어지고 있던 중이었다.

아테네가 아니었으면 옛날에 터졌을 거고.

분노하던 이카로스를 멈춰 세운 것이 아테네의 등장이었다.

처음으로 외톨이었던 이카로스에게 따듯함을 알려줬던 아테네.

이런 아테네로 인해 끓어오르기 직전이던 이카로스의 분노는 잠시나마 사그라들 수 있었다.

“뻔뻔하구나, 너네 멋대로 아테네를 신으로 만들고 있으면서.”

“…!!”

절벽의 공간으로 이카로스의 차가운 음성이 울려 퍼졌다.

아무리 비난받고 욕을 먹더라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던 이카로스였다.

그런 이카로스에 마을 사람들도 놀란 모습이었다.

엔간히도 마음에 안 들었나 보네.

자신을 매도하는 것에 대한 분노는 줄어 들었지만.

이카로스는 아테네를 만나며 또 다른 분노에 눈을 뜨고 있었다.

본인이 원하지도 않는 신으로 만들겠다며 아테네의 삶을 억압하고 희생시키려는 이기적인 인간들에 대한 분노.

오늘 터진 건 이 두 가지가 뒤섞여 있는 분노였다.

“너 따위가 뭘 안다는 거냐! 이곳에는 신이 필요하다! 도시를 온갖 재앙으로부터 지킬 수 있는 수호자가 말이다!”

아테네에게도 얼핏 들은 적이 있었다.

사람들이 기를 쓰고 아테네를 신으로 추앙하려는 이유.

그리스의 웬만한 도시에는 없지만, 유명한 곳에는 항상 수호신이 존재했다.

평소 내가 생각하는 그런 다른 차원의 존재가 아닌, 특수하고 맑은 힘을 가진 자를 도시 사람들이 신격화하여 신이라 모시고 있는 것이었다.

- 나도 잘 모르겠지만, 사람들은 도시에 신이 꼭 필요하다고 믿는 거 같아. 정작 신이라 추앙받는 나한테는 도시를 지키거나 할 만큼 강한 힘이 없는데 말이야.

아테네 스스로조차 사람들이 그렇게 믿는 이유를 알 수 없다고 했다.

단지, 태어나서부터 부모와 주변 사람들에게 그런 사명을 받았기에 그러려니 한다는 것뿐이었다.

- 어렸을 땐 섬에 홀로 갇혀 지냈어. 신의 힘이 형성될 때까지는 그 누구와도 접촉하지 않은 채 10년을 보내야 한다는 이유였어.

그렇게 외딴 섬에서 홀로 10년을 지내고 도시로 돌아왔다는 아테네.

이카로스에게 이야기를 해주던 아테네의 얼굴엔 깊이를 알 수 없는 외로움이 드리워져 있었다.

저벅.

이카로스가 열심히 떠들고 있는 사람들에게 다가섰다.

“!!”

날개를 이루고 있는 연기는 여전히 일렁이는 채였다.

마음만 먹는다면 당장에라도 사람들의 목을 떨어뜨릴 것 같은 기세였다.

“너네들이 뭘 필요로 하든. 그게 진짜이든, 아니든 상관없다.”

이카로스가 무서운 얼굴로 사람들을 내려다봤다.

“아테네를 계속해서 너네들의 입맛대로 부리겠다면.”

사아아아!

날개를 이루고 있는 연기가 짙어지기 시작했다.

“다시는 그럴 수 없게 만들어주마.”

이게… 이카로스의 날개.

짙어진 건 날개의 연기뿐만이 아니었다.

늘어나는 연기와 비례하여 공간 전체에 퍼지는 싸늘함.

이카로스의 날개가 왜 무기인지 의아했었는데, 지금 일어나고 있는 장면들이 그 의아함을 깨끗이 날려 보내고 있었다.

“으… 으…!”

자신들을 죽이려 한다는 걸 알아서일까.

직전까지 신나게 떠들던 이들이 입을 다문 채 벌벌 떨기 시작했다.

항상 괴물이니 악마니 저주받은 인간이니 불렀었는데.

실제로 이카로스의 힘을 마주하니 공포에 집어 삼켜진 듯했다.

“….”

그런 인간들을 보던 이카로스가 손을 들어 올렸다.

“그럼… 죽….”

“이카로스! 안돼!!”

“…!”

이카로스가 날개를 휘두르기 직전.

절벽 안으로 아테네가 모습을 나타냈다.

다급하게 뛰어온 건지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른 모습이었다.

“죽이면 안돼…. 이카로스.”

* * *

아테네가 등장하며 상황은 순식간에 정리되었다.

분노했던 이카로스가 진정을 되찾으며 날개를 집어넣었고.

무작정 이카로스를 밖으로 끌어내려던 사람들 역시 물러났기 때문이다.

자박.

낮의 소란 이후 몇 시간이나 지났을까.

평소와 같이 모습을 드러낸 아테네.

“맞은 데는 괜찮아? 이카로스.”

고개를 끄덕이는 이카로스에 아테네가 다행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조금 전의 대화 이후로 두 사람 사이에 정적이 찾아왔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끝날 순 없겠지.

지금은 여느 날과 다를 것 없는 상황처럼 보였지만.

그렇게 간단하게 끝날 리가 없었다.

먼저 시작했다곤 하나 이카로스는 이빨을 드러냈고, 그 이빨에 사람들이 다쳤기 때문이다.

아테네가 아니었다면 더 큰 참사가 벌어질 뻔했다.

“이카로스.”

나지막한 아테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언가 말을 시작하려는 듯한 부름.

이카로스는 아테네의 부름에 쉽사리 대답할 수 없었다.

아직 내용은 듣지 않았지만 왠지 모르게 감당하기 힘든 이야기를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여길 떠나.”

“!!”

예상대로였다.

이카로스가 가장 두려워하고 있던 말을 망설임 없이 꺼낸 아테네.

“나도 더 이상 여기 오지 않을 거야. 그러니까 밤이 되면… 멀리 떠나.”

이카로스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무렇지도 않게 일이 끝날 거라 생각은 안 했지만, 이런 극단적인 상황이 펼쳐지다니.

“아테네…!”

“아무리 용을 쓰고 바꾸려 해도, 변하지 않는 게 있어. 지금이 그런 거야, 이카로스. 그러니까… 아무 말도 하지 말고, 오늘 밤에 떠나.”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마친 아테네가 몸을 일으켰다.

“아…!”

그렇게 밖으로 향하기 시작한 아테네.

이카로스는 떠나는 아테네를 향해 손을 뻗었을 뿐 못 가도록 붙잡을 순 없었다.

자책하는군.

이카로스의 심정이 느껴졌다.

조금만 더 참았으면 됐는데.

분노를 억누르지 못한 자신 때문에 이런 상황이 됐다며 이카로스는 자책하고 있었다.

저벅.

이곳을 나가기 직전.

걸음을 멈춘 아테네가 입을 열었다.

“이카로스… 안녕.”

* * *

“이야기는 잘 마치셨습니까?”

절벽 동굴의 밖.

아테네를 기다리던 도시의 책임자, 테샤가 물었다.

“이카로스는 오늘 밤 떠날 거예요. 그러니, 더 이상 괴롭히지 마세요.”

“아테네 님이 신의 역할을 받아들이신다면 말이죠.”

고개를 든 아테네가 차가운 눈으로 테샤를 응시했다.

어려서부터 세뇌하듯 신이 되라고 강요해온 늙은 구렁이 같은 인간.

- 차라카… 아니지. 이카로스라는 이름을 주셨다지요? 어쨌든 그 저주받은 놈은 사람을 해치려 했습니다. 그냥 둘 수 없죠.

오늘 낮의 소란이 있은 후.

테샤는 날이 밝는 대로 이카로스가 머물고 있는 절벽을 공격할 생각이었다.

대낮에 햇빛을 가리고 있는 지형을 부숴 이카로스를 태양 아래로 끌어낸 후 죽일 계획이었던 것.

- 당신들이 원하는 대로 하겠습니다. 이카로스를 살려주세요.

그런 테샤와 사람들에게 건넨 아테네의 제안이었다.

“약속대로 신이 될 테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대답을 한 아테네가 씁쓸한 미소를 머금었다.

‘괜찮아, 어차피 이렇게 될 운명이었던 거야.’

솔직히 어제까지의 아테네는 작은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지금까지는 다른 이들이 강요하는 삶을 살아왔지만, 이제부터는 그렇게 살지 않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이었다.

‘이카로스 덕에 생겼던 희망이니까, 괜찮아.’

어느 순간부터였을까.

이카로스와 함께 하늘을 날 때면 아테네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자유로움을 느꼈었다.

어렸을 때부터 이어져 온 억압은 잘못된 것이라고 부정하는 듯한 상쾌한 바람과 상승감.

이것들을 느끼며 아테네는 포기했었던 자유에 대한 희망을 조금씩 키워가고 있었다.

‘….’

물론, 오늘 사건으로 테샤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타오르던 희망의 불씨 역시 사라졌지만 말이다.

‘이렇게 될 운명이었어.’

저벅.

절벽으로부터 발걸음을 돌리며 아테네가 스스로를 다독였다.

‘운명이었어.’

질끈.

‘괜찮아.’

* * *

아테네가 떠난 절벽 앞.

여전히 멈춰 서 있는 테샤가 소름 돋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됐다.’

저주받은 인간을 위해 자신의 삶을 내려놓기로 한 아테네.

드디어 이 도시에도 수호신이 탄생할 수 있게 되었다.

슥.

테샤가 이카로스가 있는 동굴을 바라봤다.

‘저딴 악마 놈 때문에 일을 그르칠 뻔하다니.’

테샤는 눈치채고 있었다.

얼마 전부터 보였던 아테네의 변화를 말이다.

예전부터 자포자기한 채 고분고분 따르던 아테네가 아니었다.

조금씩 주어진 운명에 반발하며 튕겨져 나갈 기미를 보였던 것.

- 아테네 님을 따라가라.

그렇게 밤마다 어디론가 향하는 아테네를 쫓아갔고, 이곳에 도달하게 되었다.

이카로스와 함께 하늘을 나는 아테네를 보며 테샤는 확신을 가졌다.

자신들의 신을 흔들고 있는 게 바로 저 저주받은 놈이라는 걸.

‘다친 녀석들에겐 미안하지만 대의를 위한 어쩔 수 없는 희생이었다.’

이카로스와 함께 있는 아테네를 본 테샤는 다음 날 동굴로 사람들을 보냈다.

이카로스를 자극하도록 말이다.

그리고 오늘, 계획은 성공했다.

이카로스를 죽이겠다는 테샤에 운명을 받아들이겠다 말한 아테네.

‘모든 게 제자리로 돌아오는구나.’

동굴을 바라보는 테샤의 눈이 번뜩였다.

‘이놈만 사라지면 정말 끝난다.’

아테네와 약속했지만 테샤는 그 약속을 지킬 생각이 없었다.

오늘 밤 떠날 거라곤 하나 테샤는 이카로스가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도시의 오점.

어쩌다 저런 저주받은 존재가 태어났는지 아직도 미스터리 했다.

이것 역시 도시를 수호하는 신이 존재하지 않아 생긴 일이라고 테샤와 사람들은 생각했다.

‘아테네 님이 신이 되시는 것과 별개로 이카로스는 사라져야 한다.’

도시의 오점이 떠나는 걸론 만족할 수 없었다.

아니, 마음이 놓이지 않아 잠에 들 수 없을 것이다.

하늘 높이 날 수 있는 날개를 가지고 있는 저주받은 아이.

저 날개라면 아테네가 신이 되며 평생 동안 머물게 될 장소에 아무렇지 않게 도달할 수 있었다.

‘안되지.’

그 장소는 자신들 외에 그 누구도 출입해선 안 됐다.

자신들의 신이었기에, 허락 없이는 그 누구도 신에게 도달할 수 없었다.

‘이곳에서 태어난 오점이여.’

저벅.

이카로스가 있는 절벽 안으로 테샤가 발걸음을 옮겼다.

‘이곳에서 타버리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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