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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왕이 헌터로 회귀했다-109화 (109/473)

109화. 날개를 달다

신기한 기분이네.

고개를 내려 굳어 있는 세만트라와 지형의 꼭대기를 바라봤다.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어떻게든 올라가려고 목이 빠져라 올려다보던 하늘탑이었는데.

지금은 그보다 훨씬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중이었다.

낯설면서도 기분 좋네.

하늘은 난 게 처음은 아니었다.

수리검을 연속으로 던지며 공중에서 이동했었기 때문이다.

많이 다르지만.

수리검으로 이동하는 것과 얼마나 많이 다를까 의아했었는데.

날개를 얻고 하늘에 떠 있으니 확실히 알 것 같았다.

떨어지지 않기 위해 쉬지 않고 수리검을 던지며 이동하는 것과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가만히 떠 있을 수 있는 것.

안정성은 물론이고 다음 행동을 준비하는데 있어 하늘과 땅 차이였다.

날개라.

예상하던 날개의 모습과는 많이 달랐다.

지금까지 알고 있던 날개는 무수히 많은 깃털이 모여 만들어진 것이었다.

이게 훨씬 멋있네.

하지만, 지금 등 뒤에 달려 있는 이카로스의 날개는 깃털이 아닌 연기로 이루어져 있었다.

밤에 어울리는 칠흑에 가까운 연기.

그 연기가 두껍진 않지만 길다란 날개의 형상으로 이루어져 나를 날게 하고 있었다.

제한 시간 없는 건 좋네.

발사하는 수에 상관없이 지속 시간이 지나면 사라져 버리는 리볼버.

이카로스의 날개는 리볼버와 달리 연기를 다 소모하기 전까진 사라지지 않았다.

거기다 사용할 수 있는 연기만 남아 있다면 집어넣었다가 다시 꺼낼 때 쿨타임에 걸리지 않는다는 것까지.

연기만 바닥까지 안 쓰면 언제든 꺼낼 수 있다니 최고네.

흡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는 사이.

“끼르르르르!!”

언제까지 굳어 있나 싶었던 세만트라가 하늘로 날아올랐다.

나보다 몇 배는 큰 몸집을 가지고 있어선지 그냥 날아오른 것만으로도 엄청난 웅장함을 자아내는 녀석이었다.

또 구름 속으로 들어가려는 건가.

세만트라가 빠른 속도로 구름을 향해 몸을 날렸다.

낮에 그랬던 것처럼 구름을 오고 가며 날 공격하려는 것 같았다.

낮에도 얍삽한 새끼는.

스아아…!

몸의 일부처럼 느껴지는 날개로 힘을 흘려보냈다.

밤에도 얍삽하구만!

파악!

날개를 펄럭여 세만트라 쪽으로 몸을 움직였다.

날개에 의한 속도의 여파로 엄청난 바람의 저항이 얼굴로 느껴졌다.

“끼… 끼룩!?”

순식간에 세만트라의 뒤쪽까지 달라붙었다.

하늘에선 자신의 움직임을 못 따라올 거라 생각했던 건지 세만트라가 당황스러운 울음소리를 뱉어냈다.

진짜 속도 하나는.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속도를 느끼며 주먹을 치켜들었다.

쩌억!

최고구만!

“끄르윽!”

내 힘에 날개의 속도까지 실린 주먹이 세만트라의 어깻죽지로 꽂히고.

쐐에에… 쿠웅!

예상치 못한 일격에 당한 세만트라가 하늘탑으로 처박혀버렸다.

애초에 주먹이 닿을 수만 있었으면 굳이 유탈라스의 비늘까지도 필요 없는 놈이었다.

사락.

몸을 채우고 있는 연기의 양이 줄어드는 게 느껴졌다.

수치화되어 있는 건 아니지만 사용하는 동안엔 본능적으로 연기의 남은 양을 알 수 있었다.

날개를 이용해 빠르게 이동하면 이동할수록 빠르게 소모되는 연기.

“끼라아아아아!”

쐐에에엑!

세만트라가 떨어졌던 곳에서 수십 개의 깃털이 날아들었다.

열심히 절벽을 기어오르는 동안 날 미친 듯이 괴롭혔던 공격이었다.

“….”

투두둑!

깃털이 도달하는가 싶더니 날개에서 뿜어진 연기가 장막을 펼쳤다.

연기의 장막을 뚫지 못하고 힘없이 바닥으로 떨어져 내리는 세만트라의 깃털들.

움직이는 거보다 이게 더 소모량이 낮으려나.

조금씩 줄어드는 연기를 느끼며 일렁이고 있는 날개를 바라봤다.

이카로스처럼 연기를 이용해 제대로 공격하려면 지금 양으론 빡셀 거 같네.

기억에서의 이카로스는 지금보다 훨씬 더 짙고 많은 양의 연기를 뿜어냈었다.

점점 늘어나겠지.

다른 무기를 더 모으거나 날개의 경험치가 쌓으면 연기의 총량도 함께 늘어날 것이라 생각이 들었다.

“키르르라라라!!!”

응?

쿠우우!!

오… 개무섭네.

깃털을 뿜어내는 공격도, 그렇다고 이동 속도에서도 날 이길 수 없다는 걸 깨달아서일까.

세만트라가 무섭게 포효하며 내게 날아들었다.

부리는 거구의 사람 두어 명은 합쳐놓은 크기였고, 발톱 역시 하나하나가 웬만한 사람의 상체와 맞먹는 크기였다.

근접전에도 자신이 있으시다.

바로 코앞까지 다가온 세만트라에게 미소를 그려 보였다.

근접전에 자신 있는 건 저 새뿐만이 아니었다.

돌산에서 미친 듯이 두들겨 맞아 가며 다양한 무술을 배운 상태.

스윽.

발을 치켜들어 부리를 들이민 세만트라를 맞이했다.

콰앙!!

“꾸룩!”

고개가 아래로 처박히며 휘청이는 세만트라.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쉴새 없이 세만트라를 두들기기 시작했다.

“새 두루치기!!”

쾅! 쩌억! 콰아!

“끄… 끄륵…!”

정신없는 와중에서도 세만트라 역시 가만히 맞고만 있진 않았다.

제대로 보고 공격하는 건진 모르겠지만 잔뜩 세운 발톱과 부리를 휘둘러대고 있는 세만트라.

하지만,

세만트라의 공격은 나에게 닿지 않았다.

닿기는커녕 스치지도 않았다.

- 상대가 뒤라고 생각할 때 위에서, 위라고 생각할 때 밑에서. 적의 예측을 벗어나는 공격을 하는 것.

비광이 날 두들기며 수없이 가르쳐줬던 것이었다.

- 그게 전투 센스다.

전투 센스.

비광의 가르침을 따라 난 쉴새 없이 움직이며 세만트라를 패고 있었다.

앞에서 공격을 한 뒤에는 뒤로, 뒤에서 공격한 후엔 옆으로, 세만트라가 다음 공격을 예측할 때쯤이면 그 장소를 유지해가면서 말이다.

훙! 훙! 훙!

엄청나네.

중거리 이동에서도 엄청난 속도였던 날개.

짧은 단거리에 있어선 거의 순간이동에 가까운 속도였다.

연기도 그만큼 빨리 사라지고 있지만.

쾅!!

다시 한번 찍어 내리자 세만트라가 아까와 같은 자리로 추락해 처박혀버렸다.

….

해치웠나?

한참이 지났는데도 움직임이 없는 세만트라.

밑으로 내려가 생사를 확인해보려는 순간.

푸화아아아아!

세만트라의 몸을 중심으로 엄청난 구름이 뿜어져 나왔다.

하늘탑을 오를 때 주변을 감싸고 있던 구름이었다.

구름을 뿜는 비둘기라.

데몬만 아니었다면 킹둘기가 될 수 있었겠어.

고개를 끄덕이며 순식간에 시야를 가린 구름을 살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만드는 이 구름에 얼마나 애를 먹었었는지 모른다.

지금은 아니지만.

스륵.

두 눈을 감고 날개로 닿는 바람을 느꼈다.

아주 미세한 바람의 변화마저 감지하고 있는 날개.

세만트라가 그 자리에서 영원히 가만히 있는 게 아니라면, 작은 날갯짓이라도 한 번 한다면.

잡을 수 있었다.

… 화아아악!

고요하던 공기가 일렁이기 시작했다.

세만트라가 떨어져 있던 곳을 시작된 일렁임이 날개를 통해 느껴졌다.

이 새끼 봐라.

안 보이는 틈을 타 공격하나 싶었는데.

비둘기쉨은 열심히 전투에서 탈주하고 있었다.

아직 쓸데가 있으니 조금은 남겨두고.

어느 정도 거리가 멀어진 세만트라 위치를 느끼며.

날개로 연기를 모아 응집시켜나갔다.

갖다 부딪히기만 해도 터뜨릴 수 있겠네.

날개로 모인 엄청난 에너지가 느껴졌다.

스윽.

감았던 눈을 뜨고 세만트라가 도망가고 있는 방향을 응시했다.

폭발시키듯이.

드드드… 파아아앙!!

모였던 연기가 폭발하며 몸이 튕겨져나갔다.

초… 총알인가.

총알보다 빠를지도 모르겠단 생각을 하는 사이.

콰득!

“끼루루루욱!?”

“이리 와 이 새 새끼야!”

뻗은 오른손으로 멀리 떨어져 있던 세만트라의 머리채가 쥐어졌다.

[유탈라스 - 2단계 의태]

용의 숨결.

콰드드드득!!!

“끼루루루루루루!!!!”

손아귀로 빨려 들어오는 세만트라의 머릿가죽을 느끼며 아래쪽으로 방향을 틀어 오른손으로 비늘을 집중시켰다.

착지 장소는 하늘탑.

- 부탁이 있어.

날개를 건네받고 공간을 떠나기 직전.

가까이 다가온 이카로스가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었다.

- 무리한 부탁이 아니라면… 탑을 무너뜨려 주지 않을래?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다고도 할 수 있는 시간이었지만.

난 분명히 이카로스와 하나가 되어 과거를 경험했었다.

아테네가 아직 살아있다는 걸 들었으니 한 부탁이겠지.

이카로스가 한 건 본인을 위한 부탁이 아니었다.

오랜 시간이 지나서까지 자신의 곁을 지켜준 아테네를 위한 부탁이었다.

- 걱정마세요.

조심스럽게 부탁을 한 이카로스를 향해 엄지를 치켜세웠었다.

- 아주 다시는 못 쌓게 개박살을 내버릴 테니까.

유탈라스를 꺼내든 이유였다.

많은 인간의 탐욕과 헛된 신앙이 쌓여 희생자를 낳았던 하늘탑.

그 누구도 다시는 하늘탑을 향해 헛된 생각을 품지 않게끔 없애버릴 생각이다.

“끼르르르르루루!!!!”

아.

비둘기는 덤이었다.

세만트라를 잡은 채로 땅을 향해 나아갔다.

하늘 높은 곳에서 떨어지며 마운티거를 잡았던 때처럼.

오른손을 최대한 뒤로 젖혔다.

그때와 다른 게 있다면 지면과 부딪히는 게 내 주먹이 아닌 세만트라의 머리통이라는 것.

“끼… 끼루루욱!!?”

고통스러워하는 세만트라를 돌아보며 여유롭게 입을 열었다.

“말했지.”

콰아아아아아!!

“떨어질 시간이라고.”

* * *

쿠르르르릉!!

“….”

백운이 하늘탑으로 향하기 전 머물렀던 절벽.

절벽에 앉은 아테네가 무너져 내리는 하늘탑을 바라보며 옅은 미소를 머금었다.

“저 탑이 대체 뭐라고.”

그저 하늘까지 솟아있는 특이한 지형일 뿐이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탑을 신격화하며 그곳에 아테네를 가두려 했었다.

쿠우우우웅!

구름 위에서부터 바다로 떨어져 내리는 하늘탑의 조각들.

얼마나 큰 충격을 받은 건지 바다에 박혀 있는 하늘탑의 뿌리까지 균열이 번져나가고 있었다.

펄럭.

“…!”

후련한 기분을 느끼며 무너지는 탑을 보고 있을 때.

익숙한 날갯짓 소리가 들려왔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절대 잊을 수 없는 소리.

자신의 삶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에 들었던 소리였다.

“이카로스.”

달빛을 등진 검은 연기의 날개가 아테네를 향해 다가왔다.

* * *

펄럭.

빠르지 않은 속도로 달을 향해 날아갔다.

조심조심.

고개를 내려 품에 안겨 있는 아테네를 바라봤다.

세만트라를 잡으면서도 날개의 연기를 남겨둔 이유였다.

추억 가득한 눈으로 달을 바라보고 있는 아테네.

괜찮냐고 물어보려고 했는데.

가만히 있어야겠다.

지금은 방해하면 안 될 것 같았다.

“시원하네요.”

방해하지 말자고 다짐하며 고개를 든 순간.

아테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바다 밑 동굴에서 만났을 때 보다 훨씬 가볍고 밝아진 목소리였다.

“이카로스와 이렇게 하늘을 날 때면 자유로움이 느껴졌어요. 그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고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을 것 같은 자유로움.”

아테네가 고개를 들어 달 주변의 하늘을 응시했다.

이카로스의 기억에서 봤던 것과 똑같은 눈과 얼굴이었다.

스르르….

그리고.

처음엔 잘못 봤다고 생각했었다.

바다 밑의 동굴에서 빠져나온 뒤.

아테네의 몸이 조금씩이지만 빛이 되어 흩어지고 있었다.

- 시간이 넘었으니까요.

라고 별거 아니라는 듯 아테네는 말했었다.

포옥.

…!

내 목을 감싸 안는 아테네.

따듯하지만 조금씩 흩어지고 있는 아티네의 체온을 느끼며, 달과 가장 가까운 곳에 멈춰 섰다.

“고마워요, 저를 가장 행복했던 순간으로 데려다줘서.”

“… 별말씀을요.”

싱긋.

아테네가 미소를 지은 게 느껴짐과 동시에.

스르르…!

품에 안겨 있던 아테네가 빛의 입자가 되어 달빛의 품으로 스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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