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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왕이 헌터로 회귀했다-111화 (111/473)

111화. 남은 건 한 개

“이거 이렇게 다 먹어도 되는지 모르겠네요.”

“… 이미 다 드셨는데요.”

이연화의 즉각적인 대답에 머리를 긁적였다.

괜찮다는데도 대사관에 가서 밥을 먹여주겠다며 날 데려온 이연화.

대사관은 당직 근무자들을 위해 야간 식당을 운영하고 있었다.

훌륭한 맛이야.

대사관에 도착해 방문한 식당은 무척이나 한적했다.

낮에야 북적이는 곳이지만 모두가 퇴근한 밤엔 당직자들을 제외하곤 올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 메뉴판입니다.

졸린 눈으로 메뉴판을 가져다준 식당 요원.

아마 그때까지 요원은 몰랐을 것이다.

늦은 시간인 만큼 얘가 처먹어봐야 얼마나 처먹겠냐는 생각이었을 테니까.

- 수블라키 네 접시 더요!

- …!!

그리고 지금.

요원의 눈은 잠에서 깬 걸 넘어 경악으로 물들어 가고 있었다.

처음엔 나도 인간답게 먹어야지 생각했었는데.

어째선지 음식을 집어넣으면 집어넣을수록 식욕이 더 살아나고 있었다.

“이제 배부르신가요? 더 드셔도 돼요.”

“아니에요…. 충분히 많이 먹었습니다.”

조심스럽게 물어오는 이연화를 향해 엄지를 치켜세웠다.

그제야 긴장한 얼굴로 기다리던 요원이 안도의 한숨을 쉬며 자리를 떠났다.

배에 거지가 들었나.

왜 이렇게 잘 들어가지.

한참 처먹은 놈이 할 생각은 아니었지만.

다 먹고 앞에 놓인 그릇 수를 보니 스스로도 의아함이 들었다.

이게 인간이 처먹을 수 있는 양이란 말인가.

연비가 안 좋아졌나.

빨리 달리고 출력이 강하면 강할수록 빨리 닳아버리는 휘발유처럼.

내 몸도 강해진 만큼 연비가 나빠진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낮에 얼마나 놀랐는지 아세요?”

“죄송해요.”

옆에 놓여 있는 신발과 가방을 보며 머쓱한 미소를 지었다.

낮에 날 찾으러 왔을 때 이미 숨겨놨던 신발과 옷가지들을 발견했던 이연화.

덩그러니 남아있는 옷가지들에 내가 안 좋은 선택이라도 한 줄 알고 깜짝 놀랐다고 했다.

나였어도 놀랐겠네.

가이드 해주던 인간이 신발만 남기고 절벽에서 사라졌으니.

철심장의 할아버지가 와도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정말… 믿기지가 않네요.”

내가 밥을 먹는 동안에도 이연화는 같이 먹지 않고 날 빤히 바라만 봤었다.

대체 이게 다 무슨 일인지 묻고 싶었지만 도야지처럼 배를 채우는 내 모습에 차마 말을 걸지 못하고 있었던 것.

- 이거 보세요.

그런 이연화에게 액션 캠을 건네줬었다.

절벽에서 바다로 뛰어내린 순간부터 다시 절벽으로 기어 올라오기까지의 영상이 담겨 있었다.

- 허.

- 하!

건네준 액션 캠을 보며 자기도 모르게 계속 탄성을 질렀던 이연화.

얼마나 몰입을 했는지 모르는 사람이 보면 액션 캠에 들어가려는 줄 알았을 것이다.

“이런 거 처음 봐요.”

“저도 처음 해봤어요.”

“….”

뻔뻔한 대답에 이연화는 할 말을 잃은 듯했다.

“아마 그리스가 떠들썩해질 거예요. 내일이면 기자들도 올 테고요.”

“그렇… 겠죠?”

야반도주라도 해야 하나 고민이 됐다.

내일 날이 밝으면 필요한 편집을 한 후 한튜브에 올릴 계획인 동영상.

그리스의 기자들이 잔뜩 몰려와 날 인터뷰하게 되면 이번 영상을 본 모든 이들이 내가 무기왕이란 걸 알게 될 터였다.

죄를 지은 건 아니지만, 안 그랬으면 좋겠는데.

사실 완벽한 비밀주의라고 하기엔 내가 무기왕이란 걸 아는 이들이 꽤 있었다.

하지만, 꽤 있는 것과 모두가 아는 건 다른 차원의 이야기였다.

적어도 지금은 누군가의 눈에 띌 걱정 없이 거리를 활보할 수 있으니까.

“대사관에서 제가 탑을 부쉈다는 걸 비밀로 해줄 수는 없겠죠?”

절벽에서 많은 사람이 날 봤지만.

그저 한밤중에 수영을 한 괴기한 인간 정도로만 생각할 뿐 내가 세만트라를 잡고 지형을 박살 냈다는 건 알지 못했다.

“알려지면 안 되는 이유라도 있나요?”

“절대 안 된다는 아니지만, 안 알려졌으면 해서요. 그냥 한국의 헌터… 정도로만 소개가 가능할까요?”

질문을 들은 이연화가 생각에 잠겼다.

올리고 싶은데.

만약 불가능하다고 하면 액션 캠에 찍었던 영상은 한튜브에 올리지 못하게 된다.

그리스의 뉴스를 탈지언정 내가 무기왕이란 것까지 밝혀질 영상을 굳이 올릴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돈 많이 벌 수 있을 거 같은데!

바다에서 만났던 샤킨과 하늘탑을 오르다 만난 세만트라.

그리고 바다 밑에서 들어간 동굴까지.

비록 아테네가 동굴을 나오며 바다 밑의 공간도 사라지긴 했지만, 이미 영상에 담겨 있기에 문제는 없었다.

아테네가 나오는 부분은 지웠으니까.

버리기엔 몹시도 아까운 동영상이었다.

“김대혁 팀장님이 도와주신다면 가능할 거예요.”

“오…!”

희망 가득한 대답에 눈을 반짝였다.

“제가 팀장님께 부탁드려 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걱정말라며 미소를 짓는 이연화에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나를 보며 웃던 이연화가 입을 열었다.

“그런데 비밀인 동영상을 왜 저한테는 보여주신 거예요?”

의아한 얼굴로 물어오는 이연화를 응시했다.

내가 무슨 말을 하든, 어떤 단어를 말하든 회귀를 한 나와 아무것도 겪지 않은 이연화가 받아들이는 의미엔 큰 차이가 있었다.

….

차이가 있겠지만.

상관 없었다.

차이가 있다고 해서 이유가 달리지는 건 아니었기 때문이다.

싱긋.

빤히 날 바라보고 있는 이연화를 향해 보일 듯 말 듯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친구니까요.”

* * *

하이고 머선 문단속이 이렇게 철저해.

식당에서 이연화와 헤어진 뒤 대사관에서 제공해주는 게스트룸으로 들어갔다.

그곳에서 푹신한 침대의 감촉을 만끽한 건 찰나의 순간에 가까운 10분이었다.

- 벌떡!

잠들려는 뺨을 후려치며 자리에서 일어나 대사관 옥상으로 가는 길을 찾기 시작했다.

굳이 옥상이 아니어도, 그냥 방 안이어도 아무런 상관없었지만.

돌산에서 항상 높고 사방이 트여 있는 곳에서 했던 게 버릇이 되어버린 듯했다.

“으챠.”

간신히 도착한 옥상으로 발을 뻗었다.

사방이 잠겨 있는 대사관에서 간신히 찾아낸 길.

길을 통해 쭉 걷고 나서야 옥상으로 올라올 수 있었다.

시원하다.

고집 때문에 괜한 고생을 하나 싶었지만.

막상 옥상에 도착하니 속이 뻥 뚫렸다.

이 맛이지.

옥상의 상쾌한 맛을 느끼며 가장 높은 곳에 자리를 잡았다.

스륵.

….

눈을 감고 집중하자 옥상에 있었던 몸이 무기고의 공간으로 옮겨졌다.

으음! 여기만 한 공간이 없어!

스이카를 얻은 뒤부터 출입이 가능해진 무기고.

내 능력의 본고장이라 그런지 오기만 해도 마음이 편안해졌다.

볼을 간지럽히는 상쾌한 바람과 머리 위에서 내리쬐고 있는 달빛도 이런 편안함에 한몫했으리라.

저벅.

걸음을 옮겨 늘어서 있는 무기들에게 다가갔다.

저마다의 고유한 모습으로 공간을 채우고 있는 무기들.

손을 뻗어 일렁이고 있는 날개 모양의 연기를 만졌다.

스륵.

무언가 잡힐 것 같으면서도 그대로 통과해버리고 마는 손가락.

칼데아 윙.

쉬지 않고 날개를 사용하다 보니 이름도 제대로 못 불러줬었다.

칼데아라는 멋진 이름을 가지고 있는데 말이다.

얼른 연기 양을 늘려야겠는데.

기억에서 봤던 이카로스의 화려한 공격을 떠올렸다.

마치 날개에 AI를 탑재한 것처럼 자유로운 형태로 공격을 구사했던 이카로스.

연기의 양을 늘려야 칼데아를 날아다니는 용도 외에도 공격을 위해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우웅.

고개를 돌려 스이카를 바라봤다.

푸른 경계 안에서 눈조차 따라가지 못하는 검기를 뿜어낼 수 있는, 말 그대로 귀신의 검.

스이카의 게이지가 어느새 가득 차 하얀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

이건 조건이 뭐 일려나.

지금까지 무기의 두 번째 능력을 개방한 건 잭 더 리퍼의 면도칼과 보니와 리드의 리볼버, 그리고 유탈라스의 비늘이었다.

게이지가 가득 찼다고 개방된 게 아닌, 각각의 조건에 맞추고 나서야 게이지가 터지며 두 번째 능력을 사용할 수 있었다.

리볼버랑, 면도칼이랑… 비늘도 가득 찼네.

어느새 두 번째 능력을 개방했던 면도칼과 리볼버, 비늘도 다시 게이지가 가득 차 각각의 기운을 일렁거리고 있었다.

리볼버 쿨타임은 더 안 줄어드는 건가.

무기를 구할 때마다 사용 시간은 꾸준히 늘고 있었지만.

쿨타임 자체가 획기적으로 줄어들거나 하지 않았다.

그저 이전보다는 꽤 줄어 반나절에 두세 번 정도 사용할 수 있는 정도였다.

거기다가.

고개를 들어 묘하게 일렁거리는 무기고의 달빛을 응시했다.

딱히 눈으로 분간할 순 없었지만 무기를 모을 때마다 변화하고 있는 무기고.

본능적으로 느껴졌다.

뭔진 모르겠지만.

하나 남았네.

하나만 더 얻으면 무기고의 다음 능력이 개방될 거라는 것.

대체 뭐가 달라질지는 아직 감도 안 왔지만.

이전과는 많은 게 달라질 거란 확신이 들었다.

이젠 맨땅에 헤딩인가.

딱 하나만 더 모으면 무기고를 다음 레벨로 개방할 수 있었지만, 쉽지 않을 것 같았다.

지금까지는 그리 큰 도움은 안 됐더라도 대산의 정보가 어느 정도의 길잡이 역할을 해줬었기 때문이다.

악귀참도는 결국 못 찾았었지.

물론 이카로스의 날개도 엉뚱한 걸 구했던 대산이지만.

대한민국에서 손에 꼽히는 대기업답게 대산이 가진 정보력과 탐색력은 무시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마지막까지 발견하지 못하고 포기해버린 것.

어떻게 찾아야 하는지, 존재는 하는 건지 도통 확신이 들지 않았다.

그나저나.

스윽.

고개를 내려 목에 걸려 있는 목걸이를 바라봤다.

정신없이 도착한 이연화와 대사관으로 향하던 중에야 목에 무언가 걸려 있다는 걸 알아챘었다.

- 꼬옥.

사라지기 전 나의 목을 감싸 안았던 아테네.

분명 아테네가 주고 간 목걸이였다.

텅텅 비어 있는 듯한 반투명 흰색과 태극 문양을 반으로 쪼개 놓은 듯한 모양의 목걸이.

황금빛이나 보라빛이 없는 걸 봐선 무기고에 연관된 것도 아닌 듯했다.

무언가를 채워야 하는 건가.

이리 보고 저리 봐도 목걸이의 용도가 짐작되진 않았다.

단지, 반투명한 원석이 왠지 모르게 무언가를 담아야 함을 나에게 알려 주고 있었다.

물건 잘 보는 능력자 없으려나.

무슨 물건을 보든 용도를 뚝딱뚝딱 알아맞히는 능력자가 참 편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흠.

다시 한번 놓여 있는 무기들과 무기고를 돌아본 후.

정신을 집중해 공간에서 빠져나왔다.

….

뚜둑.

“끄어어…!”

공간에서 빠져나온 뒤 팔이 빠져라 기지개를 켰다.

할 일을 모두 마쳐서인지 몸이 나른해지기 시작했다.

아무리 튼튼해도 안 졸리면 사람이 아니지.

절벽에서 뛰어내린 후부터 쉴새 없이 지금까지 달렸으니.

신이 아닌 이상 잠이 안 온다는 건 말이 안 됐다.

자러 가볼까.

조금 전 느꼈던 침대의 감촉을 떠올리며.

자리에서 일어나 들어왔던 문으로 향했다.

푹 자야지.

해가 뜨고 눈이 저절로 뜨여질 때까지 죽어라 잘 생각이었다.

“후웁!”

상쾌한 공기를 깊이 들이마셨다.

앞으로 한 개.

무기고의 다음 능력 개방까지 남은 무기의 수.

궁금하니까.

싱긋.

얼른 찾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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