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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왕이 헌터로 회귀했다-121화 (121/473)

121화. 데스페라도

“⋯.”

“⋯.”

부지에 있는 모든 이들이 행동을 멈추고 하늘을 바라봤다.

백운이 메토스에게 날아간 이후 어그로가 돌려져 더 이상 접근하는 데몬이 없어서이기도 했지만.

사람들이 행동을 멈춘 걸 넘어 굳어 있는 건 다른 이유에서였다.

콰가가가가가가!!

눈앞에서 사방으로 뿌려지고 있는 붉은색과 푸른색의 탄환들.

마치 미니 건 수십 대를 뭉쳐 동시에 발사하는 듯한 화력이었다.

한 발 한 발의 위력 역시 얼마나 강력한지 갑주를 입은 데몬조차도 버티지 못해 꿰뚫리고 있었다.

- 어⋯ 어!

- 안돼⋯!!

처음에 사람들은 메토스에게 달려드는 백운을 보며 깜짝 놀랐었다.

아직도 상공엔 천 마리 이상의 데몬이 늘어서 있는데 그 중심지로 날아가 버렸기 때문이다.

누가 봐도 무모한 행동이었다.

- 데몬들이⋯!

- 아⋯.

아니나 다를까.

메토스와 데몬들은 제 발로 날아 들어온 백운을 곱게 보내줄 생각이 없었다.

대장격인 메토스의 포효와 함께 백운의 주변을 빼곡히 둘러싸기 시작한 데몬들.

아무리 엄청난 속도를 가진 날개가 있다 한들 빠져나올 구멍조차 없으면 무용지물이었다.

- 이런⋯!

수백 마리의 데몬이 둘러싼 포위진.

그 포위진이 좁혀지고 좁혀져 백운에게 도달한 순간.

백운을 지켜보던 이들이 안타까운 탄식을 내뱉었다.

누구 하나 말을 꺼내진 않았지만 저기서 살아 나온다는 건 불가능했다.

- ⋯.

세 명.

지켜보던 이들 중 탄식을 뱉지 않은 사람들이 있었다.

눈앞에 그려지는 상황 자체는 절망적이었지만 백운의 가능성을 의심하지 않은 사람들.

김대혁과 이연화, 로인이었다.

- 쿠구.

- ⋯!?

그리고 잠시 후.

아래에서 지켜보고 있는 이들에게 묘한 변화가 감지 됐다.

새까맣게 백운을 둘러쌌던 데몬들에 틈이 생기기 시작한 것.

틈은 저절로 생긴 게 아니었다.

- 콰아아아아아!!

새까맣던 포위망이 잠시 들썩이는가 싶더니 그 틈에서 수십, 수백 발의 탄환이 쏟아져 나왔다.

빛의 탄막.

작은 틈조차 허락하지 않는 촘촘한 탄막이었다.

그 범위 안에 있다면 절대로 살아남을 수 없는, 죽어서도 온전한 시체는커녕 가루가 될 게 분명해 보이는 화력.

꿀꺽.

김대혁이 자기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위험한 상황이었지만 백운을 의심하진 않았었다.

김희연에게 이미 들어온 게 있었기에 백운이라면 어떻게든 포위망을 뚫고 빠져나올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건 포위망을 뚫는 수준이 아니라.’

분명 저곳으로 들어간 건 백운 한 명인데도, 팽이처럼 돌아가며 쏘아지는 빛의 탄환은 최소 열 명 정도의 인원이 쏘는 수준의 화력이었다.

쿠구구구우⋯!

목표했던 바를 다 이루어서일까.

사방으로 쏘아지던 빛줄기가 잦아들고 있었다.

‘다⋯ 지워버렸군.’

* * *

“후우⋯!”

한숨을 내쉬며 주변을 둘러봤다.

언제 그랬냐는 듯 깔끔해진 하늘.

다가오고 있던 데몬은 눈을 씻고 찾아도 보이지 않게 되었다.

성능 확실하구만.

스르륵.

데스페라도가 끝나자 사라져 버린 보니와 리드의 형체.

포위해오던 데몬들을 바라보며 이것들을 언제 다 죽이나 했었는데.

세 명이서 빙글빙글 사방으로 정신없이 쏘아대니 순식간에 정리되어버렸다.

물론.

단점도 존재했다.

우욱.

하도 정신없이 빙글빙글 팔을 이리저리 뻗었더니 살짝 멀미가 온다는 것이었다.

자 그럼 남은 건.

고개를 내려 내 발판 역할을 수행하고 있던 메토스를 바라봤다.

그나마 탄막이 덜 닿는 위치에 있어서인지 약간의 형체는 남아 있는 상태.

형체라고 해봐야 뼈로 된 거대한 골통과 상체 일부지만 말이다.

“⋯.”

분명 살아있음에도 잠잠한 메토스를 내려다봤다.

“야.”

자기 멋대로 죽일 사람을 집어 피안화를 박아 넣는 미친 자식.

직접 날아오기 전까지도 메토스는 전면에 나서지 않은 채 자신의 부대만을 내려보내고 있었다.

마음에 안 들었어.

그 건방진 행태가 처음부터 몹시 마음에 안 들었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있는 본진을 지켜야 했기에 계속해서 분노 스택만 누적시키고 있었다.

“어떡하냐? 이제 너만 남았다, 야.”

[유탈라스 - 1단계 의태]

끝을 내기 위해 멀쩡한 왼팔로 비늘을 둘렀다.

“마치 지가 신인 것 마냥 사람한테 낙인을 찍던데 말이야.”

스윽.

왼팔을 메토스의 머리로 조준했다.

“건방 떨지 마라.”

콰아아앙!

* * *

후두둑.

엄청난 양의 뼈가 땅을 향해 쏟아져 내렸다.

메토스 하나를 부섰을 뿐인데도 비가 내리는 것처럼 쏟아지는 뼈다구들.

[이카로스 - 칼데아 윙]

“콜록!”

주먹을 내려침과 동시에 사방으로 백색 뼛가루가 퍼졌다.

하늘의 일부분을 가득 채울 정도로 엄청난 양.

누가 밖에서 보면 연막탄 수십 개를 터뜨렸다고 생각할 듯했다.

“하아.”

날개를 펄럭이며 가루가 없는 하늘 위로 날아올랐다.

공격할 틈을 안 줘서인지 메토스는 예상보다 훨씬 싱겁게 끝나버렸다.

오히려 포위망을 좁혀 오던 데몬들이 더 위협적인 수준이었다.

부하들만 앞세워서 성과를 챙기는 놈이었구만.

어디서 나쁜 것만 배워가지고 뼈다구쉨!

그나저나.

저건 왜 안 없어져?

고개를 돌려 메토스와 데몬들이 나왔던 문을 바라봤다.

아까와 달리 이젠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 문이었다.

메토스가 열었을 테니 녀석을 죽이면 자연스럽게 닫힐 줄 알았는데.

문은 여전히 활짝 열린 상태였다.

연화 님의 피안화도 안 없어졌네⋯?

위를 바라보고 있는 이연화의 목덜미.

목덜미에선 여전히 피안화가 검보라빛을 뿜으며 일렁거리고 있었다.

아직 뭐가 남았⋯!?

안쪽에 적이 더 남은 건가 의아해하는 사이.

칼데아로 작은 공기의 움직임이 느껴졌다.

사아악!

순간 뼛가루에서 튀어나와 문으로 쏘아지는 검보라빛의 무언가.

조금 전의 크기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이 작은 체구의 해골이었다.

저런 개⋯!

곧바로 칼데아에 연기를 모아 출력을 끌어 올렸지만.

쏙!

해골은 문 안으로 들어가 버렸고.

드드⋯!

열려있던 문은 빠르게 닫혀가고 있었다.

* * *

“쿠우⋯ 크으⋯!”

문을 통과한 메토스가 가쁜 숨을 내쉬었다.

사방으로 방사된 뼛가루를 가림막으로 마지막 남은 힘을 끌어 올려 문으로 내달렸다.

“쿠우우우!!”

메토스가 분한 듯 포효를 내질렀다.

자신이 거느리고 있던 수백 수천의 군단이 작은 흔적도 없이 깨끗하게 사라져 버렸다.

마지막 자신의 갑주에 가해진 공격까지.

본체와 갑주가 별개로 존재하지 않았다면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죽었을 것이다.

“⋯.”

뼈를 한땀 한땀 모아 오랜 시간을 걸쳐 만들어낸 갑주였다.

웬만한 공격엔 기스조차 나지 않는 최강의 갑주.

그런 갑주가 인간의 손에 가루가 될 줄은 상상조차 못 했다.

“쿠우우우!!!”

메토스가 소리를 지르며 복수를 다짐했다.

군대와 갑주 모든 걸 잃었지만 자신이 살아있었다.

그리고 이연화에게 새겨놨던 피안화 역시 멀쩡한 상태였다.

살아있으면서도 언제 죽을지 모르는 공포를 느끼며 살게 될 터였다.

드드⋯득⋯!

“⋯?”

메토스가 몸을 돌려 닫히다 만 문을 바라봤다.

자신이 아니라면 그 누구도 열거나 닫을 수 없는 고유의 문이었다.

어떤 강한 힘이 당겨도 끄떡도 하지 않는 뼈의 문.

“쿠으!!”

닫힌 듯하면서도 완전히 닫히지 않은 문에 메토스가 분노를 내뱉었다.

되는 일이 하나도 없었다.

인간이라곤 믿겨지지 않는 강력한 괴물부터 시작해 엄청난 전력적 손실까지.

이젠 하다 하다 문까지 말썽이었다.

스륵.

메토스가 다가가 남은 힘을 쏟아 문을 밀었다.

끼기⋯ 끼기긱!

무언가 걸려있는 것처럼 아무리 힘을 쏟아도 닫히지 않는 문.

“쿠으⋯?”

문 위쪽에 걸려있는 무언가를 발견한 메토스.

“!!”

메토스의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문이 닫히지 못하도록 잡고 있는 건 조금 전 자신의 갑주를 박살 낸 푸른 비늘의 손이었다.

“쿠으!!”

콰아앙!!

아무리 강한 힘으로 당겨도 열리지 않을 거라 확신했던 문이 규격을 넘어서는 힘에 의해 활짝 열려 젖혀졌다.

휘릭!

본능적으로 위험을 느낀 메토스가 문에서 멀어지기 위해 다급하게 몸을 돌렸지만.

쑤우우욱!!

열려진 문에서 튀어나온 푸른 비늘의 손이 메토스의 머리를 붙잡았다.

“!!”

자신을 붙잡고 있는 손에서 느껴지는, 태어나 처음 느껴보는 막강한 힘.

메토스의 몸으로 탄생한 이후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기운이 엄습해왔다.

수많은 데몬의 위에 군림해오던 메토스에겐 너무나도 낯선 기운이었다.

덜걱. 덜걱. 덜걱.

메토스의 몸을 이루고 있는 뼈들이 심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공포.

온몸을 잠식하고 있는 기운의 정체였다.

몸이 떨리는 게 끝이 아니었다.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었다.

손가락을 넘어 작은 목소리조차 낼 수 없었다.

그랬다간 저 손이 움직여 자신을 산산조각낼 거란 확신이 들었다.

“깜짝 놀랐잖아.”

메토스의 귓가로 목소리가 들려왔다.

보이는 건 문을 넘어 들어와 있는 팔 하나뿐이었지만.

메토스는 본능적으로 두 가지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팔을 뻗어온 건 건드려선 안 되는 존재, 건드렸다간 필히 영멸에 처해질 존재.

자신이 그런 존재를 겁도 없이 건드렸다는 사실과.

그리고.

드드드⋯!

“그만 가라, 이 개새야.”

이 사실을 너무 늦게 깨달았다는 차가운 진실이었다.

콰직!!!

* * *

닫힌 뒤 소멸해가는 균열을 확인한 뒤.

손을 털며 지상으로 향했다.

휴, 뼈다귀쉨! 개놀랐네.

방심한 건 아니었지만 꿈에도 몰랐다.

본체라고 생각했던 게 거대한 갑주였고, 그 안에 저런 콩알만 한 본체가 숨어있을 줄은.

뜻밖의 모험할 뻔했네.

메토스를 잡지 못했다면 고민 없이 따라 들어가 박살 낼 생각이었는데.

다행히 칼데아의 속도로 따라잡아 늦지 않게 낚아챌 수 있었다.

응⋯?

지상이 가까워질수록 잠시 다른 데로 갈까 고민이 들었다.

지상엔 그리스 한국 대사관에 속한 대부분의 헌터들이 모여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서로 짜기라도 한 것처럼 일제히 날 바라보고 있는 상태였다.

못 볼 걸 본 것처럼 입을 쩍 벌린 채로 말이다.

부⋯ 부담스럽네.

뚫어질 것 같아!

의식하지 않는 척 시선으로부터 눈을 돌렸지만.

지상으로 서서히 내려오는 날 무슨 추적 장치마냥 고대로 따라오는 사람들의 눈동자가 몹시 부담스러웠다.

쳐다보는 것에 힘이 있었다면 난 이미 사방이 뚫리고도 남았을 정도.

척.

땅에 발을 딛기 무섭게 날개를 집어넣었다.

오늘도 맹활약한 이카로스의 칼데아 윙.

아직 숨겨진 힘이 많겠지만 일단 공중을 나는 것 자체는 적응이 된 것 같아 흡족스러웠다.

저벅.

“백운 님⋯!”

고개를 들어 제일 먼저 다가온 이연화를 바라봤다.

오.

정확히는 검보라색의 피안화가 피어 있던 목덜미를 쳐다봤다.

어깨와 목을 가득 채우고 있던 피안화는 언제 그랬냐는 듯 깨끗이 사라져 있었다.

씨익.

그 모습에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돼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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