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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왕이 헌터로 회귀했다-124화 (124/473)

124화. 바다 한가운데

너무 기분을 내버린 탓일까.

풍덩.

….

생각보다 훨씬 못 가서 칼데아의 연기가 바닥 나버렸다.

최대한 느긋하게 연비를 생각하며 달렸어야 하는데.

왠지 모르게 홀가분해진 마음에 악셀을 너무 밟은 모양이다.

종목 변경해볼까.

자세를 바꿔 발과 팔을 내저었다.

“음!”

쑤욱.

“파하!”

타이밍에 맞춰 숨을 들이쉬고 내쉬었다.

전에 봤던 영화에서 실수로 파!음! 하면 뒤진다고 했기에 신경 써서 호흡을 하는 중.

그나저나 바다는 참… 무서워.

매번 들어오고 나서야 깨닫는 바였다.

햇빛 한 줌 없어 그저 새까맣기만 한 바다.

그나마 달빛이 비추고는 있지만, 조금만 고개를 내려도 칠흑 같은 암흑이 반겨 주는 공포스러운 공간이었다.

저 밑엔 뭐가 있을까.

기둥 앞은 수심이 얕은 편이었다.

거기다 아테네의 힘에 의해 동굴까지 형성되어 있었으니.

실제로 심해다운 심해를 본 적은 없는 것.

물론 보고 싶단 건 아니야.

아무것도 없었으면 좋겠고.

캄캄한 심해를 생각하니 춥지도 않은데 몸이 절로 떨려왔다.

부디 다음 연기가 찰 때까지는 아무것도 나타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첨벙.

몸을 뒤집어 배영으로 전환했다.

여기가 태평양인지 대서양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어쨌든 바다 한가운데서 여유롭게 즐기는 배영이라니.

정취에 취해버리는 순간이었다.

꿀렁.

취해버린 탓일까.

여유롭게 나아가고 있는 머리맡으로 작은 물살이 느껴졌다.

지금은 바람 한 점 없는 상태.

이런 물결이 생기면 안 될 텐데 어째서일까.

바다는 내게 있어서 저주받은 공간인 건가.

배영에서 몸을 원위치시켜 물살이 밀려오고 있는 방향을 바라봤다.

쏴아아… 쏴아아…!

점점 강해지고 있는 물살을 보니 내 쪽으로 다가오고 있는 듯했다.

배… 같은 건가?

바다 밑에서부터 오고 있다면 이런 물살이 생기지 않을 터.

수면 위로 뭐가 다가오는 걸까 지켜보고 있는 사이.

부우우우우---!

우렁찬 뱃소리와 함께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직 거리가 꽤 되긴 하지만 조명이 어찌나 밝은지 내가 있는 곳까지 닿고 있는 것이었다.

사람 죽으란 법은 없구만.

일이 잘 풀리려면 뒤로 넘어져도 뒤통수가 안 깨진다더니.

첨벙!

스퍼트를 올려 조명 쪽으로 헤엄쳐갔다.

냅다 수리검을 던져 이동하면 더 빠르겠지만, 초면인데 너무 놀래키는 듯하여 정상적인 진입 루트를 선택했다.

마침 완벽히 내 쪽으로 다가오는 있는 배.

생각보다 큰데?

“여기요!!”

다가오는 배를 향해 손을 휙휙 흔들었다.

조명이 저렇게 밝으니 이 정도 거리면 날 충분히 발견할 수 있을 터.

“저기요! 저 좀 봐요!”

부우우우우---!!

“사람 있어요!!”

뿌우우우우--!

“사람 있다고오!!”

시간이 몇 시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미 잠에 든 건지 아무 대답도 없는 배.

아니지, 배 운전하면서 자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배는 속도를 줄일 생각도 없이 힘차게 나를 향해 달려왔다.

어쩔 수 없군.

지성인답게 합당한 허락을 받고 타려고 했는데.

저쪽에서 날 발견하지 못했으니 어쩌겠는가.

사사사삭!

옆으로 돌아 빠르게 배에 달라붙었다.

* * *

뚝… 뚝… 뚝.

“….”

그렇게 열심히 기어올라 도착한 배의 갑판.

올라가는 동안 어디로 가서 사람을 찾아야 하나 고민했었는데.

막상 올라와 보니 괜한 걱정이었다.

“….”

갑판에 둘러앉아 무언가를 먹고 있는 사람들.

먹고 마시느라 앞에 있는 날 발견하지 못한 것 같았다.

이 사람들이 말이야.

데몬도 나오는데 바다에서 긴장을 풀고 말이야.

애써 남탓을 시전해 보지만, 현재 상황이 무척 이상한 건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뭐… 뭐야?”

갑작스러운 등장으로 술잔과 음식을 손에 든 채 사람들은 굳어버린 상태였다.

한밤중에 바다에서 물에 폭싹 젖은 물미역 같은 게 기어올라 왔으니 그럴 수밖에.

초면에 뭐야라고 하는 게 납득이 가는 바였다.

“아… 안녕하세요.”

“꺄아악! 괴물이야!!”

말씀이 심하시네.

올라온 물미역이 말을 해서인지 옆에 앉아 있던 여자가 뒤늦게 소리를 질렀다.

지르려면 처음에 지르지 내 얼굴과 목소리를 확인하고 괴물이라 하니 약간 상처가 되는 느낌이었다.

“당신 뭐야!”

“저는 뭐랄까… 조난자…?”

조난 당한 건 아니었지만 지금 상항에서는 배에 올라온 가장 합리적인 이유일 듯했다.

“조난자요?!”

조난자라 소개한 게 효과적이었던 건지 앉아 있던 사람 중 책임자로 보이는 여자가 심각한 얼굴로 몸을 일으켰다.

알이 커다란 둥근 안경에 목까지 올듯한 갈색 머리를 포니테일로 편하게 묶은 여자.

즐겨봤던 모험 영화인 인디아나존손에서 나올 법한 사람이었다.

“사고가 난 건가요!?”

여자의 반응 때문인지 앉아서 음식을 즐기던 사람들이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다들 심각한 얼굴이 된 걸 보니 멀지 않은 곳에서 사고가 났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바쁘게 움직이지 마!

괜한 거짓말로 일을 키우는 것 같아 등 뒤로 식은땀이 흘렀다.

“저… 저기요!”

수습을 위해 입을 열었다.

* * *

“더 어이없네요.”

“그러게요…. 거짓말 아니죠? 간첩 이런 거 아닌가?”

사람들은 날 취조하듯 둘러싼 뒤 한 마디씩 던지고 있었다.

- 조난자가 아니라 이집트 가던 길이었어요.

하긴 내가 들어도 안 믿기겠네.

21세기에 비행기 안 타고 헤엄쳐서 이집트 가겠다는 새기가 나타났으니.

“무슨 기네스 도전 그런 건 아니죠?”

“하하… 네. 그런 건 아니고 그냥 찾을 것도 있고 관광도 할 겸 가고 있었어요.”

“이 시간에 헤엄쳐서요…?”

“네… 넵.”

조금 전 자신을 배의 책임자이자 학자라고 소개한 셀린이 혀를 내둘렀다.

“어디서 사고난 줄 알고 깜짝 놀랐잖아요.”

“죄송합니다! 순간 뭐라고 소개해야 할지 떠오르지 않아서요.”

“여기 좀 앉으세요, 물기 좀 말리게.”

셀린의 안내를 받아 갑판의 불가로 몸을 앉혔다.

최신식 배 위에 캠프 파이어라니 신기한 사람들이었다.

“좋은 배네요. 헤엄치다가 이런 큰 배를 만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부러운 눈으로 셀린을 바라봤다.

흔히 돈 많은 이를 바라볼 때 나오는 부러움의 눈빛이 가득한 상태로 말이다.

“부러워하실 필요 없어요. 제 배가 아니라 이집트 정부 소속이니까요.”

“정부요? 정부에서 일하시는 건가요?”

슥.

“오 감사합니다.”

내민 차를 받아 들어 호다닥 입으로 가져갔다.

호록.

“크으.”

“브랜디를 넣은 홍차에요, 몸을 녹여 줄 거예요.”

어쩐지 겁나 맛있더라.

홍차를 끓일 줄 아는 사람들이구먼.

흡족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조금 전 질문에 대한 셀린의 대답을 기다렸다.

“저는 카이로 대학교에서 일하고 있는 학자에요. 나머지 분들은 정부에서 절 지원해주기 위해 나온 헌터, 기관사 분들이고요.”

셀린의 말에 옆에 있던 사람들이 고개를 한 번씩 숙여 보인 뒤 각자의 자리로 떠났다.

한창 무르익을 때 내가 올라와 흥을 깬 모양이었다.

“백운 님이라고 하셨죠? 엄청 용감하시네요, 관리되는 구역이 아닌 곳엔 데몬이 있을 확률이 높은데 수영이라니.”

용감하다고 말하고 있지만 왠지 모르게 이 무식한쉨이라고 하는 듯한 눈빛이었다.

“하하… 제가 너무 무모했죠. 셀린 님의 배를 안 만났으면 큰일 날 뻔했어요.”

“안 만나는 게 더 안전할 수도 있었을걸요?”

“!?”

갑자기 등장한 의미심장한 말에 놀라는 표정을 짓자 셀린이 손으로 선장실 쪽을 가리켰다.

“저희가 찾고 있는 게 좀 위험할 수도 있거든요. 그래서 국가 소속 헌터들도 동행을 한 거고요.”

“뭘 찾으시는데요?”

인다아나존손에 나올 법한 생김새였는데 역시.

“요새 이집트 영해에서 정체불명의 데몬이 나온다는 제보가 있어서요. 그걸 찾으러 나왔어요. 밤 중에만 등장한다고 해서 지금 찾고 있는 거고요.”

영해에서 어업을 하거나 할 테니 정부에서 데몬을 찾는 것까지는 오케이.

그런데 왜 헌터만 와도 되는 일에 대학교의 학자까지 동반하고 있는 걸까?

이런 내 의아함을 읽은 건지 셀린이 다시 입을 열었다.

“전투에 아무 도움 안 되는 제가 타고 있는 건….”

웨에에에에엥!

셀린이 무언가 말하려는 순간.

배에 장착된 사이렌이 울리기 시작했다.

“나타났다!!”

“공격 준비해!”

분주해진 헌터들에 몸을 일으켰다.

경보를 들은 셀린도 사뭇 긴장한 얼굴이었다.

“부딪힌다!!”

쿵!!

“우왁!”

뭘 붙잡을 새도 없이 흔들리는 배에 데굴데굴 굴러가는 몸.

셀린은 다행히 옆에 있는 난간을 붙잡아 충격을 견디는 중이었다.

뭐가 부딪혔길래 배가 이렇게 흔들려.

빠르게 몸을 일으켜 헌터들이 모여 있는 뱃머리로 달려갔다.

“뭐가 부딪힌 거예… 허?”

저것들을 뭐라 불러야 할까.

샥스핀 하나가 웬만한 고래 크기인 샤킨들이 배를 향해 부딪혀 오고 있었다.

기둥 앞에서 봤던 놈과 비슷하거나 조금 더 커 보이는 크기.

쩌적.

“옆에도 있습니다!”

옆이란 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말도 안 되게 큰 빨판이 배를 휘감는 게 보였다.

뭐야 이 문어쉨은 또.

해물 모듬이야 뭐야!

거대 상어에 이어 거대 문어라니.

옛날 신화 속 바다 이야기에나 나올 법한 놈들이 배를 둘러싸고 있었다.

- 안 만나는 게 더 안전할 수도 있었을걸요?

조금 전 셀린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이래서 그런 말을 했던 건가.

촤르르륵!

가장 앞에 서 있던 헌터가 품으로 손을 넣어 수십 개의 구슬을 꺼내 들었다.

구… 구슬 놀이!?

꺼낸 구슬을 배로 돌진하는 상어들에게 뿌리는 헌터.

콰가아아앙!!

구슬이 바다와 닿기 무섭게 수십 발의 폭발을 일으켰다.

오… 가 아니지.

감탄만 하고 있으면 안 되지.

나도 모르게 이집트 헌터들의 활약을 구경하느라 정신줄을 놔버리고 말았다.

브랜디 홍차 값은 해야지.

[비젼 수리검]

상어들은 대충 잘 대응하고 있는 것 같으니 달라붙고 있는 문어 다리를 정리할 생각.

쩌적…!

응?

이제 가서 좀 잘라볼까 하는 순간.

배에 들러붙던 문어쉨이 빨판을 거둬들이기 시작했다.

나의 살기를 느낀 건가.

“샤킨도 물러갑니다!”

생각보다 허무하게 상황이 끝나는 건가.

멋쩍게 꺼내 들었던 수리검을 조용히 집어넣었다.

“선장님…! 전방요!!”

뒤에서 다급하게 들려오는 셀린의 목소리.

그제야 샤킨이 몰려오던 곳에서 헌터들이 고개를 돌렸다.

“허.”

“…!!”

조금 전까진 기민하게 움직였던 헌터들의 얼굴이 사색으로 변하고.

배의 갑판이 드리워지고 있는 그림자로 어두워지고 있었다.

이집트 쪽 바다는 따듯하다고 들었는데.

헌터들과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갑자기 나타난 슈퍼 샤킨과 대형 문어쉨까지.

작정하고 해물 모듬 파티를 벌이는 건가 했는데 그 정도가 아니었다.

아니 왜.

왜 저딴 게 있냐고오!!

고오오오…!

배에 그림자를 만들며 다가오고 있는 건 거대한.

거대하단 말로는 30% 부족할 정도로 더럽게 큰, 북극에서나 볼 법한 빙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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