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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왕이 헌터로 회귀했다-125화 (125/473)

125화. 다크메타

이 해물 모듬 새끼들, 이래서 도망쳤구만.

애들이 끈기가 부족한가 생각했었는데.

끈기가 부족한 게 아니라 지능이 넘치는 것이었다.

“우현으로 최대한 꺾어! 부딪히면 못 견딘다!”

“예!”

조금 전 데몬들에게는 재빨리 대응하는 듯 보였지만.

눈앞에 나타난 빙하는 대응의 범주를 벗어나 있는 듯했다.

배의 속도를 줄이며 우측으로 꺾는 것 말고는 모두가 충격에 대비하고 있는 모습.

“쉴드 게이지 최대한 채워! 쉴드 양 어때!?”

“방금 있었던 데몬들 공격으로 30% 날아갔습니다!”

인상을 찡그리고 있는 선장 아저씨의 얼굴이 보였다.

말로 한 건 아니지만 다가오고 있는 빙하를 보며 쉴드가 못 견딜 거란 걸 직감하고 있는 얼굴이었다.

우현이라.

배나 항해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는 건 아니었다.

단지, 아무것도 모르는 내가 봐도 앞에서 다가오고 있는 빙하를 완벽히 피한다는 건 불가능했다.

“백운 님! 이쪽으로 오세요!”

선장실에선 나머지 사람들이 모여 각종 방어 도구와 배리어를 펼치고 있었다.

설령 배가 버티지 못할지언정 부상이라도 최대한 줄이려는 것 같았다.

여기서 배 침몰하면 멸망인데.

아까 쫓아오던 해물 모듬이 아예 사라졌을 것 같지 않았다.

빙하의 등장으로 잠시 물러난 것일 뿐.

배가 침몰하고 사람들이 물에 빠지면 뷔페 식사를 하듯 하나씩 골라잡을 게 분명했다.

물에 빠진 다음에 내가 다 지키는 건 불가능이고.

이집트 헌터들이 바닷속에서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가 관건인 셈.

“백운 님!”

“빨리 이쪽으로 오세요!”

잠시 빙하와 아늑한 선장실을 고민하던 중.

빙하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

배는 최대한 우측으로 꺾고 있기에 완전 정면으로 부딪히는 건 피할 수 있을 듯했다.

문제는 정면충돌만 피할 뿐 얼마 안 가 배의 측면에 빙하가 닿을 거라는 점이었다.

좀 깎아주면 되려나.

저벅.

빠르게 달려가 배의 난간에 발을 걸어 몸을 고정 시켰다.

뒤에 있던 사람들은 내 기행에 할말을 잃은 건지 조용해진 상태였다.

잘 깎아야 된다.

괜히 정면으로 뿌갰다간 빙하가 배로 무너질 테니.

배와 스쳐 지나갈 빙하의 위치를 파악한 뒤.

[앤 보니&메리 리드]

리볼버를 꺼내 봐뒀던 위치로 조준했다.

빙하의 가생이 부분.

저 부분을 깎아 우측으로 꺾이는 배가 닿지 않게 할 셈이었다.

[빛의 구원]

두두두두두두두두!

양손의 리볼버에서 탄환이 뿜어져 빙하로 날아들었다.

콰가가가가가가!!

팥빙수가 갈리듯 사방으로 얼음조각을 뿌려대는 빙하.

시원하게 박살내진 못하지만 원했던 대로 가장자리 부분이 깎이고 있었다.

얼음 깎기 장인처럼…!

그렇게 마이크로 컨트롤을 하며 탄환을 뿌리고 뒤를 돌아봤다.

“어때요!? 이 정도면 가능?!”

잠시 내 행동에 정신이 팔려있던 선장이 빠르게 배의 각도와 빙하를 살폈다.

“가능합니다! 됐어요! 지나갈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오우케이, 가능!

이젠 나도 아늑한 공간으로 들어가기 위해 사람들이 있는 쪽으로 호다닥 달려갔다.

보셨습니까.

이게 한국산 얼음 깎기 장인의 실력입니…!?

쩌적!

휘청!

뿌듯한 얼굴로 신나게 달려가는 중, 아까 봤던 해물 모듬 중 문어쉨이 다시 한번 모습을 드러냈다.

직접적으로 배 위를 공격하진 않지만, 빨판을 붙여 우측으로 꺾이던 배를 왼쪽으로 다시 몰아붙이는 녀석.

마치 배가 빙하를 피하는 걸 방해하려는 듯한 행동이었다.

여기 바다 데몬들 아이큐 머선 일…?

하는 행동이 진짜 데몬이 맞나 의심이 드는 순간이었다.

[비젼 수리검]

가장 가까이 있는 다리를 향해 수리검을 날렸다.

콰득!

아무리 두꺼워도 문어는 문어인지 가볍게 수리검에 썰리는 문어발.

[비젼]

그렇게 수리검으로 몸을 옮겨가며 배에 달라붙어 있는 다리들을 잘라냈다.

순식간에 잘라내진 문어의 다리들.

풍덩!

잡으러 가는 건 오바겠지.

물속으로 사라지는 문어쉨을 향해 입맛을 다신 후 사람들이 무사한가 아래로 고개를 돌렸다.

“….”

문어 발을 제거하기 위해 나오던 중 상황이 종료되자 입을 벌린 채 날 바라보고 있는 헌터들.

허공에서 헌터들을 향해 살인 미소를 한 번 날려 준 후 입을 열었다.

“다시 배리어 안으로 들어가세요!”

“네… 네!”

고개를 들어 다가오는 빙하를 바라봤다.

흠… 남은 건 저건데.

거의 도달한 빙하와 배의 사이 거리를 가늠했다.

굳이 선장에게 물어보지 않아도 부딪히는 건 100%일 듯했다.

되려나.

짤막한 고민을 마친 후.

후웅.

착지하지 않은 채 배와 빙하 사이로 수리검을 던졌다.

잠시 후면 제대로 키스각이 나올 배와 빙하.

눌려서 터지는 거 아니겠지.

보통 사람이면 터지겠지만.

이 정도로는 터지지 않겠다는 확신이 들기에.

배가 부딪힐 지점인 빙하로 날아가 수리검을 박아 넣었다.

쿠구구구…!!

오우야.

나를 향해 정면으로 다가오는 거대한 배를 보니 마른침이 절로 삼켜졌다.

짤막한 고민만 하고 와서인지 이거 맞나 하는 생각도 잠시 들었지만.

간다.

살아있는 충돌 방지 쿠션!

[유탈라스 - 2단계 의태]

유탈라스의 비늘로 몸 주변을 감싼 후.

대부분의 비늘이 둘러싸인 오른손으로 배를 맞이할 준비를 했다.

와라, 돛단배쉨!

드드드득!

* * *

“….”

난리가 났던 배 안으로 정적이 찾아왔다.

빙하를 무사히 지나쳤음에도 조금 전과 마찬가지로 선장실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셀린과 선원들.

아직 위험이 남아있다고 생각해서는 아니었다.

단지 눈앞에서 벌어진 일에 잠시 패닉이 와 다음 행동으로 몸이 나아가지 않을 뿐이었다.

‘뭐… 뭐야.’

안경알만큼이나 커진 셀린의 눈이 비껴나간 빙하를 바라봤다.

백운이 배에 나타난 건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았었다.

비에 쫄딱 젖은 채 나타나 뭐 하는 사람인가 했었는데.

- 두두두두두!

엄청난 화력으로 빙하를 깎아냈던 백운.

원거리 공격에 제대로 특화된 능력자구나 생각한 사이, 이번엔 수리검으로 순간이동을 해가며 배에 달라붙은 빨판을 잘라냈다.

이것만으로도 이미 말을 잃기엔 충분했지만, 마지막으로 빙하와 배의 충돌 지점으로 몸을 날린 백운.

- 드드드드득!

엄청난 굉음이 들렸지만 배가 빙하와 부딪히며 나는 소리는 아니었다.

무언가 엄청난 힘이 빙하와 배 사이에서 둘이 충돌하지 않도록 배를 밀어내고 있었다.

- 죽고 말 거야…!

무모하다고 생각했었다.

아무리 강해도 사람인 이상, 거대한 빙하와 배 사이에서 압력을 버텨낸다는 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형체도 안 남고 죽었을 백운을 떠올리며 곧 있을 충격에 눈을 질끈 감았지만.

- ….

우려했던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어떻게 인지는 모르겠지만 배는 빙하를 무사히 비껴갔고.

충돌할 거라 생각했던 빙하는 배를 지나쳐 조금씩 멀어지고 있었다.

사사삭!

그리고 잠시 후.

조금 전 등장했던 것처럼 다시 물미역이 된 백운이 모습을 드러냈다.

* * *

“휴! 쥐포 될 뻔했네.”

이마에 물기를 훔치며 멀어지는 빙하를 바라봤다.

대충 계산하긴 했지만 비늘이 다 사라지기 전에 빙하를 못 비껴갈까 잠시 쫄았었다.

“쥐포 먹고 싶네.”

의식의 흐름대로 떠오르는 말을 내뱉은 후.

여전히 선장실 쪽에 멈춰 있는 사람들을 바라봤다.

… 뭐하지?

빙하가 나타났을 때보다 더 놀란 눈으로 일제히 날 응시하고 있는 사람들.

요즘 들어 이렇게 주목받는 일이 부쩍 늘어난 것 같았다.

“괘… 괜찮으시죠!?”

내가 먼저 물어봐야 하는 게 맞나 잠시 고민이 됐지만.

이런 정적이 싫기에 먼저 손을 흔들어 보였다.

“배… 백운 님! 괜찮아요!?”

그제야 정신을 차린 건지 호다닥 달려오는 셀린과 선원들.

10분 전까지만 해도 이건 웬 물미역이누 하는 눈이었는데, 지금은 초롱초롱 빛나는 눈으로 마치 21세기 구세주를 바라보듯이 날 우러러보고 있었다.

“괜찮습니다, 하하! 뭐 이 정도야.”

쥐포가 될까 잠시 쫄았었지만, 잊고 태연한 척을 시전했다.

“그런데 이집트 바다 원래 이런가요? 아니 무슨 대형 상어랑 문어까지는 그렇다 쳐도 빙하가 나와요.”

난처하게 웃어 보이는 셀린.

셀린이 데몬이 나타나기 전 하려던 이야기를 시작했다.

* * *

“다크메타요?”

셀린에게 들은 건 무척이나 낯선 이야기였다.

나름 회귀를 한 입장으로써 남들보다 훨씬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데도 생전 처음 듣는 이야기.

“네, 아직 진짜 정체는 밝히지 못했어요. 그냥 이집트 정부에서 다크메타라고 명칭을 정한 것뿐이죠.”

다크메타라는 물질에 의해 평소에 잠잠했던 데몬들이 날뛰고 있단 것이었다.

심지어는 아까 봤던 해물 모듬처럼 크기와 모습까지 변형되어서 말이다.

“데몬만 변한 게 아니에요. 멀쩡히 있던 나무가 갑자기 데몬으로 변한다던가, 사막 한가운데서 아까 같은 얼음덩이가 나타나는 이상 현상까지 발생했어요.”

이상 기후야 개방과 데몬이 등장한 후 세계 각지에서도 종종 나타나는 현상이긴 했지만.

사막 한가운데서 얼음덩이가 나타나는 것 같은 극단적인 수준은 아니었다.

“그런 이상 변화가 일어났던 것들에는 공통점이 있었어요.”

셀린이 핸드폰에서 사진 한 장을 보여주었다.

검은색 슬라임처럼 생긴 묘한 생김새의 물체였다.

“이게 다크메타군요.”

고개를 끄덕인 셀린이 말을 이어나갔다.

“데몬 같은 생명체에 들어있던 다크메타는 숙주가 죽음과 동시에 사라졌어요. 그나마 남은 게 사막 얼음덩이에서 채취했던 거죠.”

“조사를 통해 밝혀진 게 있나요?”

“하나 있죠.”

한숨을 내쉰 셀린이 텅텅 비어있는 보고서를 보여줬다.

“지금까지 발견된 적이 없던 물체라는 것. 이것뿐이에요. 그래서 다른 케이스와의 비교 분석을 위해 다크메타가 깃들어 있을 데몬이나 이상 현상을 찾아 바다로 나온 거고요.”

다크메타 채집단이었구먼.

“그나마 알아낸 게 있다면 데몬에 있는 다크메타도 순식간에 냉동시키면 보존할 수 있다는 거였거든요.”

아까 그 상어랑 문어 새끼를 산 채로 잡아서 다크메타를 끄집어낸 다라.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더 가까이! 가까이!”

선장이 조금 전 피했던 빙하에 천천히 배를 댔다.

따듯한 수온을 자랑하는 이집트 한가운데 있는 빙하이니 다크메타가 있을 거란 것.

“저희도 내리죠.”

먼저 몸을 일으킨 셀린을 따라 배 밑으로 향했다.

마치 북극 한가운데 있는 듯한 냉기를 뿜어내고 있는 빙하.

“제가 개방한 능력은 탐구. 타겟팅으로 잡은 물체를 연구할수록 물체에 깃든 성질과 성분을 알아낼 수 있어요. 같은 성분이 있다면 대략적이지만 위치도 추적할 수 있고요.”

앞장선 셀린을 따라 걸음을 옮겼다.

탐구란 능력을 통해 다크메타의 방향을 잡고 있는 듯했다.

사아아!

…!!

몇 걸음이나 걸었을까.

발밑에서부터 올라오는 엄청난 한기.

빙하에서 뿜어지고 있는 단순한 냉기 때문이 아니었다.

미세하지만 몸을 저릿하게 만드는 다른 기운이 함께 섞여 있었다.

꿀꺽.

나도 모르게 마른침이 삼켜졌다.

저벅.

셀린을 따라가면 따라갈수록 점점 커지는 한기에 절로 미간이 찌푸려졌다.

아직 모습을 드러낸 건 아무것도 없었지만, 본능적인 확신이 들었다.

정체불명의 물체를 따라 도달할 수 있는 곳.

다크메타가 탄생했을 근원지에는 위험한 게 있다는 확신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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