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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왕이 헌터로 회귀했다-126화 (126/473)

126화. 다크메타를 쫓아서

“이쯤일 거예요.”

셀린의 말에 뒤에 있던 헌터들이 장비를 들고 앞으로 나섰다.

빙하 전체에서 느껴지는 한기가 가장 짙게 올라오는 곳.

다크메타는 빙하의 가장 안쪽에 자리를 잡고 있는 모양이었다.

드드드드드!

헌터들이 기계를 이용해 셀린이 가리킨 곳을 발굴하기 시작했다.

초조한 얼굴로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셀린.

“저 다크메타를 꺼내면 무언가 알아낼 수 있는 건가요?”

“그럴 거예요. 제 능력이 제대로 발동하기 위해선 다크메타에 흔적이 많이 묻어 있어야 하거든요. 사막의 빙하에서 발견한 다크메타엔 그 흔적이 적어서 많은 걸 알아내지 못했어요. 단지 탐구로 타겟팅을 했으니 근처에 다른 다크메타가 있을 때 알아낼 수 있다 정도를 얻은 거죠.”

설명을 마친 셀린이 날 바라봤다.

“백운 님은 이집트로 가시던 중 아니었나요? 괜히 배에 타셔서 고생만 하시네요. 저희야 백운 님 덕에 위기를 넘겼지만요.”

“아니에요, 힘들게 헤엄치던 절 태워주셨으니까요.”

태워줬다기보단 내가 알아서 탔지만, 어쨌든.

“혹시 여기서 이집트까지 거리가 얼마나 되나요?”

“음… 얼마 안 될 거예요. 애초에 그리스부터 이집트 카이로까지는 2시간 정도 거리니까요.”

2시간이라.

처음에 칼데아로 날아온 것과 헤엄친 거까지 합치면 한 시간 거리 정도는 넉넉하게 왔을 듯했다.

좀 있다가 연기 차면 가야겠다.

어차피 젖은 김에 다시 헤엄치나 칠까 했지만, 아까 득실거리던 상어와 문어를 봤더니 몹시 꺼려졌다.

편하게 배에 좀 있다가 칼데아 쿨타임이 돌면 여유롭게 날아갈 생각.

“전 신경 쓰지 않으셔도 돼요. 조금만 있다가 사라질 예정이라, 하하!”

“그렇군요.”

멋쩍게 웃는 날 바라보며 미소 짓는 셀린.

이 인간이 또 어떻게 사라지려는 건가 궁금해하는 눈치였지만, 잠시 머뭇거리던 셀린은 사라지는 방법 대신 다른 걸 물어왔다.

조금 전과 달리 무척이나 조심스러운 표정.

“혹시 백운 님만 괜찮으시다면… 저를 더 도와주실 수 있을까요? 다크메타를 쫓다 보면 오늘처럼 위험한 일이 더 생길 거 같은데… 정부에서의 지원은 한계가 있거든요. 보상은 충분히 하겠습니다.”

정확하십니다, 이거 쫓아가다 보면 엄청 위험해질 거예요.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는 바였다.

하지만 위험해 보인다고 쫓아가지 말라 경고해 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곳곳에서 다크메타에 의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으니 어쨌든 이집트 입장에선 해결해야 하는 문제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하… 이거 어쩌죠, 죄송합니다!”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었다.

누군가 보면 매정한 새끼! 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미 본능으로 느껴지는 확정적인 위험으로 걸어 들어가 시간을 보내고 싶지 않았다.

무기 찾아야 된단 말이야.

촉박은 아니어도 멀지 않은 시일 내에 한국으로 돌아가야 했다.

그전까지는 최대한 사방팔방을 뒤지며 무기를 찾아야 하는 상황.

이런 상황에 관련 없는 다크메타에 많은 시간을 쏟을 순 없었다.

꾸벅.

대답을 기다리고 있는 셀린에게 고개를 꾸벅 숙였다.

싱긋.

“아니에요, 제가 무리한 부탁을 드렸습니다. 이건 이집트에서 해결해야 할 일인데 저도 모르게 그만.”

살짝 목례를 한 셀린이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

“조금 전 이야기는 못 들은 걸로 해주세요.”

덩달아 고개를 끄덕이며 셀린의 눈을 따라 시선을 옮겼다.

도시의 건설 현장을 방불케 하는 드릴 시공 현장.

한참을 파 내려가던 헌터가 고개를 들어 셀린을 쳐다봤다.

“보입니다!”

“!!”

헌터의 말에 셀린이 안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곧 탈주하겠지만 한 번 보기나 하자.

회귀 전에도 못 봤던 물체라 그런지 호기심이 들었다.

저벅.

그렇게 셀린을 따라 다크메타로 다가갔다.

보자보자, 다크메타 보…?

번쩍.

셀린을 따라 도착한 얼음 구멍 위.

열심히 드릴로 파놓긴 했지만 다크메타에 닿으려면 아직 조금 더 시간을 들여야 할 것 같았는데,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다가올 때까지만 해도 빙하가 달빛에 반사된 건가 했었는데.

저 아래 얼음에 묻혀 있는 다크메타는 선명한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될 놈은 뒤로 자빠져도 뒤통수가 멀쩡하다.

무기가 있을 장소를 가리키는 보라색빛이 말이다.

* * *

드드드드…!

셀린의 1차 확인 후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는 발굴 작업.

기웃기웃.

“…?”

“크흠!”

발굴을 하면 할수록 선명하게 뿜어지고 있는 보랏빛.

내 손길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을 보랏빛에 나도 모르는 사이 주변을 기웃거리고 말았다.

“백운 님…? 곧 가신다고 하지 않았었나요?”

뜨끔.

의아한 눈으로 물어오는 셀린에 등 뒤로 식은땀이 흘렀다.

그냥 안 가고 조용히 뭉개고 있다 보면 자연스럽게 묻힐까 싶었는데.

셀린의 얼굴을 보니 그러기는 힘들 것 같았다.

“혹시 모르잖아요. 다크메타를 꺼냈을 때 강력한 데몬이 나타날 수도 있고요.”

“…!”

뜻밖의 대답에 놀란 모양인 셀린.

눈망울이 촉촉해진 걸 봐선 조금 전 내 말에 살짝 감동을 받은 듯했다.

감동 받지마!

살짝 찔리는 양심을 뒤로하고 머리를 긁적여 보였다.

부끄럽지만 지금 생각하고 계신 게 맞다는 무언의 제스쳐였다.

피식.

살짝 웃음을 터뜨린 셀린이 눈을 가늘게 뜨며 날 바라봤다.

“백운 님 츤데레셨군요.”

“하하… 제가 그런 말을 많이 듣습니다.”

졸지에 매정한 놈에서 츤데레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빨리 짱구 좀 굴려보자.

서서히 드러나는 다크메타와 엄청난 오해 중인 셀린을 번갈아 보며 빠르게 머리를 회전시켰다.

일단 보랏빛에 손을 대 흔적을 봐야 확실해지겠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혼자 움직이는 것보다 탐구 능력을 가진 셀린과 함께 하는 게 더 나을 수도 있었다.

저 다크메타가 가지고 있는 흔적에서 명확한 장소가 나오면 이야기는 달라지겠지만.

아직까지 보랏빛이 무기가 있는 장소를 여기입니다! 하고 명확하게 찝어준 적은 없었다.

이것저것 유추하며 쫓다 보니 만났거나 상황에 흘러가다 보니 운명처럼 만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일단 좀 비벼놓자.

다크메타를 함께 찾지 않겠냐는 셀린의 부탁을 거절한 게 불과 10분 전이었다.

아무리 태세변환을 패시브로 가지고 있는 생존형 인간이라 할지라도 약간은 뻐쩍지근한 고런 짧은 시간.

사삭.

스리슬쩍 발굴을 지켜보고 있는 셀린 옆으로 다가갔다.

“다행히 다른 데몬이 나타나거나 하진 않는 모양이네요.”

“아… 네. 다행이에요. 아까 빙하까지 만났을 땐 정말 아차 싶었거든요.”

“셀린 님은 안 무서우세요? 다크메타를 쫓다 보면 아까 같은 위험이 더 있을 텐데요.”

셀린이 음 소리를 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돌아가면 정부에 헌터의 지원을 조금 더 요청해볼 생각이에요. 쉽진 않겠지만요.”

“지원받는 게 쉽진 않은가 보네요.”

“그렇죠. 저한테 의뢰한 게 정부긴 하지만, 정부에선 다크메타 상황이 해프닝으로 끝날 거라 생각하고 있거든요. 그렇다 보니 소중한 자원인 높은 급수의 헌터까진 지원해주지 않는 거죠.”

어느 국가나 상위 급수의 헌터는 귀하구먼.

정부는 아직 다크메타에 의해 일어나는 사건들을 그저 이상기후와 이벤트적인 현상 정도로만 생각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제 생각은 조금 다르거든요.”

말을 이어가며 셀린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다크메타에 의한 이상 현상이 일어나는 빈도가 점점 늘고 있어요. 정부에선 다크메타에 의한 것이라는 확증이 없다며 쉬쉬하고 있지만요. 아마 인정해버리는 순간 여론에서 난리가 날 테니 정부의 입장도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에요.”

셀린의 이야기를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나한테 동행해달라고 한 거구만.

앞으로 위험해질 게 예상되는데도 정부의 입장이 저렇다 보니 빵빵한 헌터 지원을 받을 순 없는 상황.

셀린은 다크메타의 조사와 연구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서라도 보다 강한 전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저도 아직 모든 걸 알아낸 게 아니다 보니 이런 말은 조심스럽지만.”

스윽.

고개를 돌린 셀린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늘어나는 다크메타를 이대로 뒀다간 이상 기후 수준이 아니라 이집트 전체가 위험해질 거라고… 전 생각하고 있습니다.”

“…!!”

사실 놀라진 않았지만, 조심스레 말한 셀린의 말에 맞춰 나도 최대한 심각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예부터 나라를 지켜온 건 남들보다 먼저 의심하고 대비를 한 사람들 덕분이었죠.”

비장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셀린의 말에 힘을 실어주기까지.

이 정도면 충분하겠어.

“셀린 님이 그런 분이군요!”

“네…? 그 정도까지는…!?”

저벅!

한 발자국 크게 다가가자 화들짝 놀라는 셀린.

셀린을 바라보며 비장한 눈빛을 마구 뿜어줬다.

“국가를 위해 목숨까지 거시는 셀린 님을 그냥 둘 순 없겠네요!”

“아니 아직 목숨까지는….”

“제가 동행하겠습니다! 확실히 지켜드릴게요.”

“…! 정말인가요?”

말도 안 되는 태세변환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던 셀린이 지켜준다는 말에 눈을 반짝였다.

진행이 이상하긴 했지만 어찌 됐든 자신의 원하는 바였어서 그런지 반가운 얼굴이었다.

“다 팠습니다! 이제 꺼내겠습니다!”

타이밍 좋게 헌터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가볼까요?”

셀린에게 엄지를 치켜세워 보인 후 조용히 뒤를 따라나섰다.

“말씀하셨던 보상에 대해선 조금 있다가 들어보겠습니다.”

처음에 약속했던 보상에 대한 속삭임과 함께 말이다.

* * *

투둑… 투둑.

땅을 팠던 헌터들이 장비를 집어넣어 조심스럽게 다크메타를 끌어 올렸다.

보랏빛이 꺼려지긴 처음이네.

예전엔 보랏빛만 보면 눈이 뒤집혀 손을 뻗었었지만, 이번엔 본능적인 꺼림직함이 느껴졌다.

다크메타가 올라옴과 동시에 보랏빛이 강렬해진 만큼, 다크메타가 갖고 있는 한기와 불길함 역시 커졌기 때문이다.

처음으로 이걸 손대도 되는 건가 망설여지는 순간이었다.

그나저나.

어떻게 만져야 되나.

올라오고 있는 다크메타 주변엔 특수한 케이스를 가진 사람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저 잠시만요!

하고 뚫고 가서 다크메타를 슥 만지기엔 무리가 있었다.

보랏빛이라 본체가 바로 사라지진 않는 게 그나마 다행인 것.

황금빛이었으면 만진 후에 칼데아로 호다닥 째야 할 뻔했어.

첫 국가 범죄를 남길 뻔한 위기였는데 다행이었다.

쯧.

올라오는 다크메타를 보며 혀를 찼다.

하도 불길한 한기가 느껴져서 만지기는 꺼려졌지만, 어쩌겠는가.

눈앞에 있는 무기의 흔적을 못 본 척할 수도 없는 것.

샤샥.

모두가 다크메타에 눈이 쏠려있는 지금.

빠르게 움직여 다크메타를 끌어 올리고 있는 헌터 뒤로 접근했다.

충분한 넓이로 드릴질을 했다 보니 사람 한 명쯤은 쏙 들어갈 수 있는 구멍이 파져 있었다.

“거의 다 올라왔습니다! 케이스 준비해주세요!”

땀을 뚝뚝 흘리며 거의 밖으로 나온 다크메타를 들어 올리는 헌터.

헌터는 들어 올려지는 다크메타에 집중하느라 앞쪽으로 무게가 쏠려있었다.

툭 건드리기만 해도 앞으로 고꾸라질 듯한, 몹시 위태로운 자세였다.

툭.

“어!!”

무릎으로 등을 슬쩍 밀자 다크메타를 올리던 헌터가 균형을 잃고 휘청이기 시작했다.

올리고 있던 다크메타마저 덩달아 흔들리고 떨어지려는 순간.

“제가 잡을게요!”

혼신의 연기를 뿜어내며 다크메타로 손을 뻗었다.

* * *

이건 또 뭐냐.

다크메타로 손이 닿기 무섭게 빨려 들어온 공간.

공간이 아직 제대로 형성이 안 된건가 싶었지만.

잠시 후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됐다.

하.

등 뒤로 식은땀이 한줄기 흘러내렸다.

이번엔 진짜… 쉽지 않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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