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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왕이 헌터로 회귀했다-129화 (129/473)

129화. 헬리오폴리스

탕!

“뭐야!!”

갑자기 들려온 소리에 스프링처럼 몸을 일으켰다.

책을 읽으며 시간을 때우고 있던 찰나에 발견한 소파.

잠깐만 누워볼까 하는 마음으로 소파에 몸을 뉘었다.

솔솔.

그리스에서부터 수영을 해서인지 조금씩 밀려오기 시작한 노곤함.

눈 잠깐만 감아볼까… 했던 게 내 마지막 기억이었다.

얼마나 잔 건지 뺨에는 침이 줄줄 흘러 있는 상태.

그러던 와중에 들려온 소리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찾았어요!”

소리의 정체는 셀린이 책상을 내려친 것이었다.

“뭐… 뭘 찾아요?”

여전히 잠이 안 깨서인지 지금이 몇 시인지, 셀린이 뭘 알아냈다고 하는 건지 도통 감이 안 잡혔다.

셀린의 시선을 따라 사각형의 투명 봉인함에 든 다크메타를 바라봤다.

여러 도구로 이리저리 분해 당해서인지 처음보다 여러 조각으로 갈라진 모습이었다.

“다크메타가 온 곳이요!”

“!!”

소파에서 일어나 셀린에게로 호다닥 달려갔다.

다크메타가 온 곳이라 하면 공명으로 봤던 공간일 터였다.

“다크메타의 흔적을 역추적해봤어요. 바다로 들어가서 빙하로 변하기까지 여정이 길어서 시간이 좀 걸렸지만요.”

내가 다가오자 펜을 집어 들고 지도로 걸어가는 셀린.

셀린이 빙하가 발견됐던 바다를 시작으로 선을 죽죽 그어나갔다.

대단한데…?

두어줄 그어지고 말려나 했는데 그런 수준이 아니었다.

다크메타는 먼 길을 왔는지 바다에서 도시로, 도시에서 강으로, 강에서 다시 도시로 가는 등 꽤 많은 길을 거쳐 있었다.

콕!

여기저기 선을 긋던 셀린이 어느 도시 위에 점 하나를 찍었다.

“여기에요.”

여기라는 셀린의 말에 고개를 들이대 지도를 살폈다.

“헬리오폴리스?”

“여기에서 얼마 안 떨어진 도시에요. 다크메타는 여기에서 왔어요.”

의외의 장소였다.

어디 구석진 지하나 사막에서 왔을 거라 생각했는데 도시라니.

“여기 사람 사는 곳 아니에요?”

“맞아요. 그래서 이상해요.”

셀린이 화면으로 도시의 모습을 띄웠다.

관광객과 주민 등 인구가 꽤 많은 도시였다.

“헬리오폴리스에서 다크메타에 의한 이상 현상이 발생했다는 소식은 못 들었었거든요.”

“도시 안에서의 구체적인 위치까지 알 수 있는 건가요?”

“지금 당장은 알 수 없지만, 이 다크메타를 데리고 가면 반응이 있을 거예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화면으로 눈을 돌렸다.

이집트의 도시들 중에서도 태양의 신 라에 대한 숭배가 가장 강했던 도시, 헬리오폴리스.

무슨 의미라도 있는 걸까.

직접 가보는 방법 밖엔 없을 것 같았다.

* * *

연구실에서 하룻밤을 보낸 후.

날이 밝기 무섭게 셀린, 헤리아, 무하타와 함께 대학교를 나섰다.

셀린의 말대로 얼마 걸리지 않아 도착한 헬리오폴리스.

“얼레.”

헬리오폴리스의 사방을 둘러싸고 있는 바리게이트가 눈에 들어왔다.

급하게 쳐진 모양을 보니 한밤중에 무슨 일이 생긴 것 같았다.

“무슨 일이 있나요?”

바리게이트를 지키고 있는 헌터에게 다가간 헤리아.

헤리아가 신분증을 보여주자 헌터가 어깨를 으쓱 올려 보였다.

“도시 안에서 데몬이 나타났다고 해요.”

“데몬요…?”

“도심지 한가운데서 갑자기 튀어나오는 바람에 피해자가 꽤 많이 생겼어요.”

“도심지 한가운데라니 그게 가능한가요?”

설명해주는 헌터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도시를 담당하고 있던 헌터들도 전부 외곽에 배치되어 있었거든요. 그래서 빠르게 대처하지 못했고요.”

갑자기 튀어나왔다 하니 헤리아가 들고 있는 케이스로 눈이 갔다.

셀린이 역추적한대로 다크메타의 발생지가 헬리오폴리스라면.

도시 안에 뭐가 있든 이상할 게 없었다.

“데몬이 꽤 많이 발생해서 비칼 님이 오셨어요.”

“네!? 비칼 님이요?”

누구길래 저리 놀라지.

깜짝 놀라는 헤리아에 사사삭 무하타에게 다가갔다.

“비칼 님이 누구에요?”

“아! 어제 말씀드렸던 1급 헌터요. 이집트의 수호신이라는 분.”

“아.”

무하타가 눈을 반짝이며 설명했던 헌터였다.

이렇게까지 유명한 걸 보니 대한민국으로 치면 기태랑과 같은 포지션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저벅.

헤리아와 헌터의 대화를 듣던 셀린이 바리게이트로 다가갔다.

“혹시 안으로 들어갈 수 있을까요? 다크메타의 흔적이 언제 사라질지 몰라서요.”

“도시 안은 위험한 상태입니다. 비칼 님이 계시다곤 하나 언제 어디서 데몬이 튀어나올지 몰라서요.”

슥.

헌터의 설명에 셀린이 조심스럽게 날 바라봤다.

어떻게, 가능하겠냐는 듯한 눈빛이었다.

가능하고 말고요.

스리슬쩍 엄지를 세우자 셀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습니다. 정부의 의뢰를 받은 상태이니 허락을 구해 주실 수 있을까요?”

정부 의뢰라는 말이 통한 건지 난처한 얼굴이던 헌터가 전화기를 꺼냈다.

어딘가로 전화해 현재 상황을 설명하는 헌터.

아마 안쪽에 있는 비칼이란 헌터한테 전화를 한 것 같았다.

“젊은이.”

멍하니 통화하는 모습을 바라보던 중.

“와씨!”

갑자기 옆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버렸다.

인자한 얼굴로 홀홀 웃고 있는 할머니.

“돌아가게나.”

“네?”

다짜고짜 돌아가라는 할머니.

“돌아가라니… 왜 그런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평소라면 에이 머선 말씀이세요 하면서 넘겼을 테지만.

할머니의 말엔 알 수 없는 묘한 무게가 담겨 있었다.

밑도 끝도 없는 햇소리가 아닌 무언가를 알고 말하는 듯한 느낌.

“자네는 원래 여기 올 사람이 아니었으니까.”

“…!”

거울은 없지만 아마 내 눈은 몹시 커진 상태일 것이다.

뭐지.

그럴 리는 없겠지만 마치 내가 회귀했다는 걸 아는 듯한 말투였다.

회귀 전의 나였다면 이 시기쯤 헬리오폴리스는커녕 작은 자취방에서 찌질대고 있었을 테니까 말이다.

“아직 더 살아야지.”

들으면 들을수록 뒷골이 쭈뼛해지는 말이었다.

인자한 얼굴로 저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다니.

마지막 기회인가.

공포 영화에서 주인공이 지옥 같은 상황에 봉착하기 전.

항상 그 상황을 피할 수 있는 천금 같은 기회가 주어지는 게 보통이었다.

마을 주민의 경고라던가 길 가던 중 만난 할아버지의 조언이라던가 하는 것들.

주인공들은 그거 무시하고 갔다가 개고생하지.

그런 장면을 볼 때마다 저 새끼 저거 또 무시하고 가네라며 답답해했었는데.

막상 그 입장이 되니 쉽사리 발길을 돌릴 수가 없었다.

욕해서 죄송합니다, 이름 모를 주인공 여러분.

“혼돈이 불꽃을 집어삼키는 건 정해진 순리이니.”

“…!”

“불꽃이 사라지는 순간, 이집트엔 빛이 사라지고 혼돈으로 가득해질 것이야.”

공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그대로 읊어 주는 할머니.

“백운 님, 들어갈까요? 허락해주셨다고 하네요.”

“아, 네!”

셀린에게 대답을 한 후 홀홀 웃고 있는 할머니를 바라봤다.

“아직 불꽃은 살아있나요?”

“홀홀, 그렇긴 하지. 아직 이집트가 살아있지 않은가.”

내가 봤던 공간은 현재 진행형이었나 보네.

집어 삼켜지고 있던 불꽃은 아주 작았지만 여전히 뜨거운 열기를 내고 있었다.

[지켜라]

누구의 목소린지는 알지 못했다.

나를 향해 지키라고 말했던 목소리.

싱긋.

“그럼 됐네요.”

할머니를 향해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 불꽃, 제가 살릴 거거든요.”

* * *

조금 쫄리네.

할머니를 향해선 멋진 대사를 뱉고 왔지만.

막상 들어오니 살짝 쫄리는 감이 있었다.

공포 영화의 주인공처럼 귀인의 경고를 무시하고 들어온 거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별일 있겄어.

1급 헌터도 와있다는데.

옆에 딱 달라붙어 있으면 되겠지.

“비칼이란 분한테 가는 건가요?”

“아뇨? 비칼 님은 하시는 일이 있다고 하셨어요. 들어오는 건 자유지만 자기는 못 지켜준다고 하셨거든요.”

“그… 그렇군요.”

마음을 든든하게 받쳐주고 있던 1급 헌터가 사라졌다.

그래도 무하타와 헤리아가 있어서인지 마음이 그리 외롭지만은 않았다.

“셀린 님, 다크메타는 어떤가요?”

“반응하고 있어요. 확실히 헬리오폴리스와 연관이 있나 봐요.”

제대로 찾아왔구만.

고개를 끄덕이며 뒤를 따라갔다.

따라가다 보니 전투의 흔적이 하나둘 눈에 들어왔다.

더럽게 크네.

다크메타의 영향인지 바다에서 봤던 샤킨이나 문어쉨 만큼 커다란 크기의 데몬들.

하지만, 놀라운 건 데몬들의 크기가 아니었다.

그런 크기의 데몬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찍어 죽여 놓은 모래들.

어딜 가나 1급 헌터는 다 괴물인건가.

직접 본 건 아니지만 처리된 데몬들을 보니 비칼이 얼마나 강한지 짐작이 가는 바였다.

“여기에요.”

탐구 능력을 사용하며 걷던 셀린이 고개를 들었다.

셀린이 걸음을 멈춘 곳은 제단처럼 생긴 장소였다.

“모스크에요. 태양 신 라를 숭배했던 장소.”

라를 숭배했던 장소에서 다크메타가 기어 나왔다?

뭔가 잘못돼도 단단히 잘못된 느낌인데.

“입구가 참… 캄캄하네요.”

모스크를 바라보고 있는 한국인의 간단 한줄평이었다.

- 아직 더 살아야지.

갑자기 조금 전 만났던 할머니의 말씀이 떠오르는 건 왜일까.

“들어가죠.”

“네… 넵.”

물론 이곳을 찾기 위해 온 것이기에 셀린에게 돌아갈 생각따위는 전혀 없는 듯했다.

저벅.

발을 들이기 무섭게 시원한 공기가 몸을 반겼다.

시원하다기보다는 왠지 모르게 오싹한 한기에 가까운 느낌.

태양의 신이시여 우매한 양 한 마리를 굽어살피소서.

평소 믿지도 않는 라를 향해 기도하며 셀린을 따라갔다.

점점 어두워지기 시작하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어둠이 펼쳐졌다.

“이거 하나씩 받으세요.”

우웅…!

옆에 있던 무하타가 품에서 구슬을 꺼내 하나씩 나눠주었다.

밝은 빛을 내고 있는 구슬.

폭탄으로 사용될 뿐만이 아니라 다른 용도로도 활용이 가능한 듯했다.

“뭔가 공간이 있네요.”

구슬의 빛에 의존해 어느 정도 걷자 좁은 통로가 끝나고 넓은 공간이 나타났다.

여긴 또 뭐 하는 곳이야.

슥.

“…!!”

머선 공간인가 구슬을 비추자 뜻밖의 물체가 눈에 들어왔다.

무언가의 거대한 알.

“알…?”

“무슨 알일까요?”

누구 건지는 몰라도 불길한 알임에는 분명했다.

일정한 박자에 맞춰 움찔거리는 걸 보니 아직 살아있는 알이었다.

- 돌아가게나.

왜 자꾸 할머니의 말씀이 떠오르지.

“뭔가 이상해요, 모스크 안에 이 정도 크기의 공간이 있을 수가 없는데.”

“지하로 이어진 거 아닐까요? 통로로 내려올 때 경사감을 느꼈었거든요.”

“이 알은 또 누구의 알인 걸까요?”

대화를 나누고 있는 세 사람.

일단 나가는 게 좋을 거 같은데.

도심지에 있는 모스크 안에 왜 이런 공간이 있는 건지, 그리고 그 공간 안에는 왜 이런 알들이 있는지는 알 길이 없었다.

단지, 여기까지 발견했으니 일단 나가서 지원을 받아 들어오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할머니의 말씀도 말씀이지만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는 알이 부화하는 순간 위험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여러분, 일단 밖으로 나… 허.”

“백운 님…?”

“왜 그러세요?”

의아한 얼굴로 날 향해 고개를 돌린 세 사람.

그런 세 사람의 야광 빛으로 무언가가 날름거리고 있는 혓바닥이 비추어졌다.

말이 혓바닥이지 웬만한 성인 남성보다도 거대한 크기.

“여러분.”

낮은 목소리로 세 사람을 부른 후.

[비젼 수리검]

수리검을 꺼내 들었다.

“뛰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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