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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왕이 헌터로 회귀했다-134화 (134/473)

134화. 비켜

당황스러운 눈으로 길을 막고 있는 비칼을 바라봤다.

출입금지라니.

한시라도 빨리 피라미드로 가야 하는 상황에 무슨 말일까.

“곧 피라미드로 폭격이 떨어질 거다. 물러나라.”

다급해진 셀린이 입을 열었다.

“폭격이라뇨…? 모함자 장관님께 저희가 들어간다고 보고를 올렸습니다.”

모함자 장관.

셀린이 오는 길에 계속해서 보고를 하던 사람인 것 같았다.

보고의 마지막엔 반응하는 다크메타를 보며 근원지가 있는 곳으로 피라미드를 찍어줬던 셀린.

“내려온 명령이 변경됐다. 기다려 줄 여유가 없다더군.”

“무슨…!”

셀린이 근원지를 찍어주기 무섭게 모함자는 인원 투입에서 폭격으로 계획을 변경한 듯했다.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지만.

이집트 사방에서 다크메타로 인한 피해가 속출하고 있었다.

이집트 국가 입장에선 대학 교수와 정체불명의 헌터한테 맡기기보다는 시원하게 근원지를 날려버리려는 것이었다.

하지만, 모함자가 간과하고 있는 게 있었다.

“다크메타는 폭격에 사라지지 않아요! 오히려 피라미드 안에 갇혀 있을 다크메타들에게 자유를 주는 꼴이 될 겁니다!”

수많은 실험 속에서도 다크메타는 파괴되지 않았다는 것.

마음이 급해 이 사실은 생각지도 못하고 일단 미사일부터 꽂고 보려는 결정이었다.

회귀 전에 본 게 없으니 답답하네.

애초에 현재까지 흘러온 흐름도 회귀 전과는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애초에 내가 개입하지 않았다면 셀린이 타고 있던 배는 바다의 빙하에 부딪혀 침몰했을 터.

그 뒤에 제2의 셀린이 나타나 근원지를 밝혀냈을 수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작은 가능성이었다.

기억 속엔 이집트에 관련된 기사가 없다.

유물관에 박혀 여러 역사는 읽었어도 정말 큰 사건이 아닌 이상 다른 나라의 기사까지 챙겨보진 않았었다.

그럴만한 마음의 여유가 없었기도 하고 굳이 찾아볼 관심 역시 없었기 때문이다.

다크메타의 증식하는 특성을 봤을 땐 아마 세계가 떠들썩했을 텐데…. 모르겠네.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기억이 나지 않는 건 어쩔 수 없는 일.

지금 활용할 수 없는 회귀 전의 정보가 없으니 현재 내가 가지고 있는 것에 집중해야 했다.

“미사일이 떨어지는 순간 마지막으로 다크메타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사라질 거라고요!”

“….”

무하타와 헤리아는 비칼과의 아득한 급수 차이로 이미 고개를 숙이고 있는 상황.

셀린만이 간절한 얼굴로 말하고 있었지만, 비칼의 표정엔 어떠한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다.

“어쩔 수 없다. 명령이니.”

“!!”

꿈쩍도 하지 않는 비칼에 셀린의 얼굴로 절망감이 드리웠다.

“지금 나와있는 다크메타는 아주 극히 일부분이에요.”

“…?”

그런 셀린을 뒤로하고 비칼에게 다가가 입을 열었다.

“솔직히 피라미드 안으로 들어간다고 해서 막을 수 있을지 없을지는 정확하지 않지만. 셀린 님 말씀대로 적어도 무언가를 해볼 수 있는 기회는 있을 겁니다.”

빨리 비켜주세요.

급하단 말이야.

지금으로부터 딱 세 마디.

세 마디 후에도 비칼이 비키지 않는다면 강행돌파 할 생각이었다.

지금 내 무기가 몹쓸 것들에게 삼켜지고 있다고!

아마 비칼이 아니었다면 길을 막는 순간 기절시킨 뒤 나아갔을 터였다.

그럴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니 세 마디는 해보기로 한 것.

충분히 따돌릴 수 있다.

비칼이 가지고 있는 모래가 강력하단 건 알지만, 나 혼자라면 면도칼을 들고 냅다 뛰거나 수리검을 던져 비칼의 모래를 따돌리는 게 가능했다.

“뭔가 아는 건가?”

잠시 날 응시하다 물어오는 비칼.

셀린이 말했을 때완 또 다른 반응이었다.

“처음 빙하에서 다크메타를 발견했을 때 본 게 있어요. 지금 기어 나온 건 애교 수준인 엄청난 양의 다크메타죠. 아주 짙고 찐한 녀석들요. 아마 조금만 더 지체되거나 미사일이 떨어져 피라미드를 날리면, 갇혀 있던 것들이 튀어나올 거예요. 그땐 돌이킬 수 없을 겁니다.”

처음 듣는 이야기에 옆에서 셀린이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지금은 시간이 없기에 나중에 애둘러서 잘 설명할 생각이었다.

“네가 가면 막을 수 있단 건가?”

무미건조한 비칼의 질문에 지체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100% 수준의 확신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무조건 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가서 어떻게든 꺼져가는 라의 불을 지켜내면 충분히 막을 수 있을 거란 생각.

할 수 있냐 없냐 보단 어쨌든 가서 지켜내야 했다.

“아주 높은 확률로 막을 수 있습니다. 한 99%…?”

한 번만 더 물어보면 달린다.

수리검을 꺼낼 준비를 했다.

더 대화가 길어지면 끝도 없을 것 같았다.

“….”

아무 말 없이 날 바라보고 있는 비칼.

여전히 무미건조한 얼굴이었다.

안되겠구만.

그렇게 설득을 포기하고 수리검을 꺼내려는 순간.

우우우우우---!

피라미드를 향해 날아드는 수십 발의 미사일이 눈에 들어왔다.

이런 샹.

솔직히 미사일이 떨어진다고 해서 내가 봤던 공간이 무너진다거나 불꽃이 한 방에 꺼진다거나 할지 여부는 정확히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이미 난리가 난 상황에서 굳이 더 변수를 만드는 건 사양이었다.

이렇게 이집트 정부의 적이 되는구나!

스윽.

응…?

리볼버를 꺼내 피라미드로 날아드는 미사일을 격추시키려는 중이었다.

나보다 먼저 손을 들어 올리는 비칼.

곧이어 모여든 모래가 피라미드로 날아가고 있는 미사일을 덮쳤다.

콰가가가가아아아아!!

“!!”

아무런 표정의 변화도 없이 조용히 미사일을 격추시킨 비칼.

비칼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너만 가라.”

“그건…!”

옆에서 나서려는 셀린을 향해 손을 뻗었다.

“셀린 님, 제가 송곳니 가지고 갈게요. 아마 다크메타가 넘칠 거라 안쪽은 아수라장일 테니까요.”

다크메타의 근원지를 찍어 준 이상 셀린이 저기까지 굳이 들어가 위험을 질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백운 님은 이집트와 아무런 관련도 없잖아요. 제 의뢰를 위해 이렇게까지…!”

“….”

할 말이 없었다.

라의 불꽃 아니었으면 옛날에 토꼈지.

최소한의 양심의 가책이 남아 있는지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는 상황.

척.

대신 셀린에게 엄지를 치켜세워준 뒤 괜찮다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위… 위 아더 월드 아니겠어요, 어쨌든.”

[비젼 수리검]

수리검을 꺼내 몸을 한 바퀴 회전시켰다.

후웅!

강한 바람을 일으키며 피라미드로 날아가는 수리검.

수리검이 시야의 끝에 도달하길 기다린 뒤 입을 열었다.

“좀 있다 봬요!”

[비젼]

* * *

비칼이 조금 전까지 백운이 있던 자리를 바라봤다.

금색 빛이 일렁이는가 싶더니 사라져버린 백운.

아포피스를 잡을 때 하늘로 몸을 옮겼던 기술이었다.

‘무슨 능력을 개방한 거지.’

평소 남에게 관심을 갖는 비칼이 아니었지만, 백운에게 만큼은 달랐다.

아포피스와의 전투에서 본 능력의 종류만 해도 네 가지였다.

마치 네 가지 각각의 능력을 한 사람이 개방한 듯한 느낌.

# 비칼 님! 어떻게 된 겁니까! 어째서 미사일을!

귓가에 꽂힌 인이어로 모함자 장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자신들이 쏜 미사일을 비칼이 막아 무척이나 당황하고 있는 목소리였다.

“30분만 기다리지.”

“…!”

국방부 장관에게도 노빠꾸로 반말을 날리는 비칼에 헤리아와 무하타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 무슨 소립니까! 한시가 급한데! 지금 다시 발사하겠습니다!

“30분이 안 지나면 다시 막을 뿐이다.”

# 비칼 님!!

“29분 남았다.”

틱.

인이어를 뽑아 던진 비칼이 피라미드 방향을 바라봤다.

어느새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져버린 백운.

“쯧.”

비칼이 한숨을 쉬며 혀를 찼다.

‘이게 옳은 선택인가.’

백운과 만난 시간은 아주 짧았다.

아포피스의 전투에서 10분 정도를 같이 싸웠을 뿐, 그 전까지는 대화조차 나눠본 적 없는 사이였다.

그럼에도 비칼은 백운에 대해 자신조차 납득하기 힘든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상황이 어떻든… 해낼 거 같다.’

저벅.

생각해봐야 본인 스스로도 납득되지 않는 선택을 한 비칼.

비칼이 생각하는 걸 멈추고 쏟아져 나오고 있는 데몬들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 * *

와우.

멀리서 봤을 땐 몰랐는데 가까이 오니 정말 더럽게 많았다.

피라미드 근처를 가득 채우고 있는 데몬들.

데몬들 안에선 조금 전 봤던 다크메타가 일렁거리고 있었다.

“크아아아!”

“쿠우우우!”

달려가는 날 발견한 건지 가지각색의 데몬이 내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마음 같아선 놀아주고 싶지만.

[잭 더 리퍼]

하늘 땅 가리지 않고 그득한 데몬들로 인해 수리검을 사용하긴 쉽지 않은 상황.

면도칼을 꺼내 달려드는 데몬들을 회피하며 피라미드로 속도를 올렸다.

“크어어어어!!”

무시하고 지나쳐서인지 더 맹렬하게 쫓아오는 녀석들.

고개를 돌려 우루루 몰려오는 데몬들을 바라봤다.

꿀꺽.

우루루 몰려있는 걸 보니 시원하게 쓸어버리고 욕구가 샘솟았지만, 불꽃이 꺼져가고 있기에 참아야 했다.

우웅.

오?

거의 피라미드의 입구까지 도달한 시점.

뒤에 메고 있던 송곳니에서 녹진한 초록색 빛이 솟아났다.

독 터지는 거 아니겠지.

아포피스의 이빨인 만큼 무척이나 걱정되었지만, 다행히 송곳니는 터지지 않았다.

대신 뿜어낸 빛으로 바닥에 선을 긋고 있는 송곳니.

길… 인가?

선은 계속해서 확장되어 피라미드의 한쪽 면을 가리키고 있었다.

사람들이 드나드는 입구가 아닌 막힌 벽을 가리키는 초록빛.

[비젼 수리검]

벽에 거의 도달했을 쯤 수리검을 꺼내 망설이지 않고 휘둘렀다.

뭔지는 몰라도 일단 이쪽으로 가라고 하니 부숴 볼 생각이었다.

콰앙!!

후두둑!!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무너지는 벽면을 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난 나쁜 놈이야.

세계의 문화 유산을 아무렇지도 않게 뿌개버리다니.

아주 미량의 죄책감을 느끼기도 잠시.

무너진 벽으로 통로가 나타났다.

통로를 따라 쭉 뻗어 나가는 초록빛.

예쓰!

호다닥.

….

빛을 따라 얼마나 달렸을까.

거대한 공당이 나타나며 송곳니의 빛이 거대한 사각형의 벽면으로 향했다.

거대한 벽면에 새겨진 수많은 문양들.

문양의 사이에는 빈 공간이 있었다.

딱 맞겠는데.

송곳니를 꽂아 넣으면 왠지 벽이 열릴 듯한 느낌.

일단 꽂자.

그렇게 벽으로 달려가려는 순간이었다.

우루룽… 쿵! 쿵! 쿵!

갑자기 벽 앞으로 나타난 사족보행의 데몬.

스… 스핑크스?

어디서 나타난 건지 거대한 크기의 스핑크스가 송곳니의 공간을 가린 채 우뚝 서 있었다.

“이곳을 지나가려거든 나의 수수께끼에 답하라.”

“!?”

귓가로 스핑크스의 음성이 울려왔다.

사로카와 페샨을 만났었기에 데몬이 말하는 게 그리 놀랍진 않지만, 들을 때마다 당황스러운 건 어쩔 수 없었다.

수수께끼?

스핑크스 하면 떠오르는 게 있었다.

문지기와 수수께끼.

수수께끼를 맞추면 보내주고 못 맞추면 영원히 돌로 만들어버린다는 게 피라미드의 문지기, 스핑크스였다.

“묻겠다.”

노빠꾸로 질문을 시작하는 스핑크스를 향해 빠르게 달려갔다.

“밤에는…?”

근엄한 목소리로 질문을 읊던 스핑크스.

스핑크스가 의아한 눈으로 달려오는 날 바라봤다.

[유탈라스 - 1단계 의태]

“바빠 죽겠으니까.”

탓!

스핑크스의 얼굴로 날아올라 팔을 젖혔다.

“좀 꺼져!!”

콰아아앙!!!

“그어어…!!”

단말마와 함께 산산조각이 나 모래로 돌아가는 스핑크스.

그런 스핑크스를 뒤로하고 송곳니를 들어 봐뒀던 공간에 냅다 꽂아 넣었다.

키이잉…!!

문양에 맞춰진 송곳니를 출발점으로 문 전체에 빛이 퍼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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