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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왕이 헌터로 회귀했다-139화 (139/473)

139화. 어둠이 걷히다

몸을 감싸고 있는 비늘 위로 문양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라의 몸을 빼곡히 채우고 있었던 문양.

불꽃을 일으키는 원천이 되는 문양이었다.

화륵.

서서히 흘러나오기 시작한 라의 불꽃.

불꽃의 감각을 익힌 뒤 고개를 들어 올렸다.

터져라.

콰아아아아아아아!!

문양에서 불꽃이 터져 나왔다.

닿는 모든 걸 태우는 불꽃이었다.

리볼버의 탄환을 뿌려도 소멸하지 않고 물러나게 하는 게 최선이었던 다크메타.

그랬던 다크메타가 라의 불꽃에는 닿기 무섭게 깨끗하게 소멸해버렸다.

후우.

주변을 감싸고 있던 다크메타가 소멸하자 트이는 시야.

확보된 시야로 날 응시하고 있는 세트와 서서히 밀려오는 다크메타의 파도가 보였다.

속전속결.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이었기에 망설임 없이 세트가 있는 곳을 향해 걸음을 내디디며, 공간을 빠져나오기 직전 라가 해줬던 말을 떠올렸다.

- 너의 몸은 불꽃을 견디지 못할 거다.

불꽃을 건네주기 직전 라가 한 말이었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었다.

기억 속에서 봤던 라 역시 불꽃을 사용한 뒤에는 끔찍한 통증을 느꼈으니까 말이다.

- 네가 기억에서 봤던 나의 몸은 지금 이 순간의 네 몸보다 뛰어났다. 신의 육체라 부를 순 없지만, 인간보다는 훨씬 강했지.

지금의 나보다 뛰어난 신체를 가지고 있었음에도 라는 끔찍한 통증을 겪었었다.

그렇다면 그보다 약한 몸을 가진 내가 불꽃을 사용한다면?

통증을 넘어 잿가루가 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 다행이라면 너 역시 보통 인간의 몸이 아니라는 것. 조금은 버틸 수 있을 거다.

조금이면 곤란했다.

사방을 가득 채우고 있을 다크메타와 세트까지.

라의 불꽃을 얻어 빠르게 처치가 가능하다 하더라도 최소한의 시간은 필요할 터였다.

- 별다른 방법이 있는 게 아니라면, 전 항상 불꽃을 최소한으로밖에 사용하지 못하는 건가요?

라를 향해 물었던 질문.

궁금했었다.

불꽃을 이어받더라도 애초에 내 몸이 이 정도라면, 영원히 불꽃의 사용에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내 걱정과 다르게 라는 고개를 저었었다.

- 조금 전에 말했듯이 지금 이 순간의 몸 기준이다.

의아한 말이었다.

이 순간의 기준이라니.

지금이 지나면 무언가 달라질 거란 말일까?

- 네가 정확히 어떤 존재인지는 알지 못하지만, 넌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강해질 거다.

시간이 흐르며 증가할 무기의 숫자.

무기를 모을수록 강해지는 무기왕의 능력을 말하는 듯했다.

- 단순히 네가 사용할 수 있는 힘의 종류가 늘어나는 것과는 다르다. 그에 비례해 네 원천적인 힘 역시 강해질 거다.

무기를 모을수록 내 원천적인 힘이 강해진다라.

조금 전까진 무기를 모으는 것과 내 몸이 불꽃을 못 버티는 것 사이에 어떤 연관이 있는지 의아했었는데.

이쯤 되니 조금은 이해가 될 것 같았다.

이미 내 몸의 회복력은 비정상이지.

원래부터 회복력이 이랬던 건 절대 아니었다.

어느 순간 돌아보니 사기적인 회복력을 가지고 있었던 몸.

단순히 돌산에서의 수련 때문인가 했었는데, 돌이켜보면 그것 외에도 계속해서 모아온 무기가 있었다.

무기를 모을수록 내 본연의 신체 역시 강해진다는 건가.

- 오래 걸리지 않을 거다.

날 내려다보며 라는 확신하는 듯 말했었다.

- 멀지 않은 시기에 넌 나의 육체를 뛰어넘을 거다.

이 말을 마지막으로 라가 내 머리를 향해 손을 뻗었다.

- 그러니, 그 전까지만 조심해서 다뤄라.

귓가에 흘러들어온 라의 목소리를 끝으로 공간에서 빠져나왔었다.

쐐에에에엑!

눈앞으로 수백 발의 바늘이 날아들었다.

처음 공간으로 들어오자마자 받았던 공격이었다.

면도칼을 이용해 간신히 쳐내면서도 몸의 잔상처까지는 모두 막을 수 없었던 공격.

화르륵!

팔에서 불을 일으켜 바늘을 향해 휘둘렀다.

콰아아아!

불꽃에 닿기 무섭게 빠르게 소멸하는 다크메타.

뻗어진 팔을 감싸고 있는 유탈라스의 비늘을 바라봤다.

화륵.

흐트러짐 없이 불꽃을 이겨내고 있는 유탈라스의 비늘.

공간에서 빠져나온 후, 정확히는 라의 문양이 내 무기고에 들어온 직후였다.

무기고가 달라졌다.

무기고의 다음 단계까지 단 하나의 무기만이 남아있던 상황.

불꽃이 추가되며 무기고는 즉각적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정확히 어떤 것들이 변했는지는 이곳에서 빠져나간 뒤에 자세히 살펴봐야겠지만, 한 가지 만큼은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두 가지 무기의 사용.

지금까진 한 번에 하나의 무기만이 사용 가능했었지만, 이젠 아니었다.

한순간에 꺼낼 수 있는 무기는 두 가지가 되었고, 그렇기에 생각해낼 수 있었던 응용 방법이었다.

비늘과 문양의 동시 사용.

무기를 더 모은 후엔 몸 자체가 강해져 불꽃을 마음껏 사용할 수 있게 되겠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순전히 내 몸으로만 불꽃을 사용하면 라가 느꼈던 통증을 그대로 감당해야 할 터.

전투에 필요한 충분한 시간을 버티지 못할 게 분명했다.

그렇기에, 내 몸을 불꽃으로부터 보호해 줄 무기가 필요했다.

유탈라스.

오래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내 몸을 보호해줄 수 있는 최선의 무기는 유탈라스 뿐이었기 때문이다.

유탈라스의 게이지가 차 있던 것도 행운이었어.

두 가지 무기의 동시 사용을 떠올리기 무섭게 유탈라스와의 동기화가 시작되었다.

- 이제 비늘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을 거다.

이전에도 비늘의 사용량을 조절할 순 있었지만, 자유자재로 비늘을 이용해 무언가를 하진 못했었다.

정해진 의태에 따라 오른팔에 비늘을 둘렀을 뿐이었다.

이젠 아니야.

피부를 통해 비늘 하나하나의 감각이 느껴졌다.

마치 흩어져 있는 모든 비늘에 나의 신경이 연결되어있는 듯한 감각이었다.

쾅!!

다시 한번 다가온 다크메타를 쳐내며 가까워지고 있는 세트를 바라봤다.

비늘의 사용 시간 혹은 사용량이 바닥나기 전.

내 몸에 직접적으로 불꽃이 닿기 전에 끝내야 했다.

“….”

세트는 여전히 무미건조한 표정이었다.

나의 불꽃을 보며 당황하지도, 되살아난 불씨에 분노하지도 않았다.

그저 덤덤하게 쉴새 없이 다크메타를 날릴 뿐이었다.

진짜 더럽게 많네.

몸에 그려진 문양을 통해 남은 불꽃의 양을 느꼈다.

유탈라스의 비늘과 마찬가지로 문양의 불꽃 양엔 한계가 있었다.

내가 불꽃을 버틸 수 있는 것과는 별도로 말이다.

몸이 나약하니 제약이 두 가지나 있네.

어느새 가까워진 세트를 향해 몸을 날렸다.

쿠아아아아!

나의 접근을 막으려는 듯 사방에서 덮쳐오는 다크메타들.

무덤덤한 표정과는 달리 불꽃을 얻기 전과 상반되는 반응이었다.

불꽃을 두르기 전까지만 해도 내가 다가가던 말던 개의치 않았었던 세트.

그랬던 세트가 지금은 나의 접근을 막기 위해 필사적으로 다크메타를 뿌리고 있었다.

푸화아아아악!

불을 뿜어내 길을 막는 다크메타를 제거한 뒤.

꽈악.

힘을 준 주먹을 세트에게 휘둘렀다.

쾅!!

본체라 그런지 바로 불꽃에 사그라든 건 아니었지만.

아무리 베어도 금방 회복했던 때와는 달랐다.

여전히 피 대신 다크메타가 터져 나오는 건 똑같았지만, 아까와는 달리 불꽃에 닿은 부분이 회복되지 않고 있었다.

휘릭.

위기를 느껴서일까.

세트 역시 몸을 더 이상 가만히 두지 않았다.

손을 빠르게 휘둘러 아까보다 더 맹렬히 다크메타를 쏘아내기 시작했다.

쾅! 쾅! 쾅! 쾅!

모든 곳을 주시해야 했다.

지금 싸우고 있는 곳은 세트의 공간.

다크메타가 가득했기에 어디서 공격이 날아오든 이상할 것이 없었다.

최소한의 불꽃만을 담는다.

공격을 쳐낼 땐 불필요하게 많은 불꽃을 일으키지 않았다.

주먹과 발끝에 불꽃을 담아 날아드는 다크메타만을 처리했다.

쐐엑… 콰앙!

거리를 벌리려 뒤를 돈 세트의 뒤통수를 세게 찍어 눌렀다.

엄청난 굉음과 함께 세트의 몸에서 터져 나오는 다크메타.

쿠웅!!

바닥으로 처박힌 세트가 몸을 일으키기도 전.

쉬지 않고 달려들어 주먹을 휘둘렀다.

쾅!! 쾅!! 쾅!!

화르륵!

주변에서 날아드는 다크메타를 신경쓰지 않기 위해 전신의 문양에서 불을 뿜어냈다.

불꽃을 뚫고는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다크메타.

세트의 몸속에 있는 다크메타가 무한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기에 계속해서 두들겨나갔다.

세트가 그릇이라면.

쉬지 않고 몸속에 있던 다크메타를 뿜어내는 세트를 응시했다.

그릇과 다크메타를 각각의 존재로 봤었던 라.

나 역시 다크메타 안에서 느낀 감정으로 인해 라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다크메타를 다 뿜어내게 하면… 어쩌먼.

몸을 침식하고 있는 다크메타가 원인이라면, 다크메타를 다 뿜어낸 세트는 자의를 찾고 다크메타를 제어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라가 부탁한 건 이게 아니지만.

해볼 수 있을 때까지만 해보자.

드드드득!!

한참동안 다크메타를 뿜어내던 세트의 몸에서 수많은 줄기가 뻗어 나왔다.

불꽃으로 향하기 직전 내 몸을 꿰뚫었던 공격이었지만, 지금은 비늘과 둘러져 있는 불꽃으로 인해 내 몸에 닿지 않게 되었다.

쾅!!

“얌전히 맞아라!”

다시 한번 세트의 얼굴을 찍어 누르며 속도를 올렸다.

* * *

얼마나 많은 공격을 날렸을까.

더 이상 세트의 몸에선 다크메타가 뿜어지지 않고 있었다.

“하아.”

마치 몸 안에 가득 담아뒀던 다크메타를 모조리 뱉어낸 느낌이었다.

….

주먹질을 멈추고 바닥에 있는 세트를 내려다봤다.

사방에서 날 덮쳐오던 다크메타도 멈춘 상태였다.

돌아와라.

작은 바람이었다.

마지막 시도였기 때문이다.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세트가 혼돈으로부터 자유로워지지 않는다면 더 이상 방법이 없었다.

사아아…!

주먹을 휘두르느라 일어났던 먼지가 걷혀갔다.

…!

먼지가 걷히자 드러난 세트의 얼굴.

세트는 여전히 무표정으로 날 올려다보고 있었다.

달라진 게 있다면, 날 올려다보고 있는 세트의 눈동자였다.

조금 전까지 무미건조하기만 했던 눈동자가 아니었다.

라가 봤던 눈동자.

정말 맑은 눈동자였다.

마주친 순간 지금까지 생각했던 모든 걸 잊게 만드는 반짝임.

악의 같은 건 전혀 존재하지 않는 맑은 눈이었다.

그저 순수한 깨끗함만이 느껴지는 신비로운 느낌.

….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눈을 마주치고 있는 세트와 나 사이로 정적이 찾아왔다.

마치 기억에서 봤던 세트와 라의 마지막 같았다.

“….”

아무 말 없이 날 올려다보고 있는 세트.

슥.

세트가 천천히 팔을 들어 올려 불꽃이 일렁이고 있는 문양으로 손을 얹었다.

치이익!

자신의 손이 불태워지는데도 세트는 손을 떼지 않았다.

몹시 그리웠던 것을 만났기에 고통 따위는 어찌 되든 상관없다는 눈이었다.

꿀렁.

…!

그리고, 순간이지만 세트의 몸에서 꿀렁이는 다크메타가 눈에 들어왔다.

콰아아아아아아아!!

동시에 공간을 채우고 있는 다크메타가 세트를 향해 쏟아지기 시작했다.

잠시지만 혼돈의 제어를 벗어났던 세트를 다시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 하고 있었다.

- 세트는 그릇이지만, 그릇이기에 혼돈과는 떨어질 수 없다.

라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릇이기에 혼돈으로 채워지지 않으면 존재할 수 없는 존재.

혹시나 싶어 시도해봤지만, 그릇과 혼돈의 관계를 끊는 건 불가능해 보였다.

스윽.

사방에서 밀려드는 다크메타를 느끼며.

오른손을 세트의 심장 부근으로 가져갔다.

“….”

여전히 맑은 눈을 빛내고 있는 세트.

[괜찮아.]

…!!

오른팔에 얹어져 있는 세트의 손을 통해 들려온 감각.

과거의 라처럼 내가 망설이고 있을까 걱정하는 듯했다.

….

그런 세트를 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난.”

화륵…!

“망설이지 않으마.”

덮쳐온 다크메타가 세트에게 떨어지기 직전.

세트의 심장에 얹은 손으로 남아있는 모든 불꽃을 모아갔다.

드드드드…!

불꽃을 터뜨리기 직전.

세트의 입가로 작은 미소가 그려졌다.

….

찰나의 순간, 그 미소를 확인한 후.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정화.”

푸화아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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