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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왕이 헌터로 회귀했다-141화 (141/473)

141화. 무기고의 변화

“백운 님, 정말 죽은 줄 알았잖아요.”

이집트 카이로의 병원.

셀린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날 내려다봤다.

나도 깜짝 놀랐네.

정신없이 공간에서 빠져나와서일까.

굴러떨어지는 순간까지도 잠시 잊고 있었다.

라의 공간으로 들어가기 전 세트에게 꿰뚫렸었던 상처.

그 상처에서 계속해서 피가 흘러나오고 있단 사실을 말이다.

유탈라스 덕분에 싸우는 동안에는 몰랐었네.

비늘이 피부와 완전 밀착되어 있었기에 지혈의 역할까지 동시에 해준 듯했다.

“하하… 저도 놀랐네요.”

굴러떨어진 날 애타게 부르며 달려왔던 사람들.

사람들이 도착해서 다급하게 날 부른 원인이었다.

떨어진 것도 모자라 온몸에 구멍이 숭숭 난 채 피칠갑을 하고 있었으니.

발을 헛디뎌서 떨어진 게 아니라 정신을 잃어 떨어졌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그래도 정말 튼튼한 몸이네요. 거기서 굴러떨어졌는데 어디 하나 부러지거나 금 간 곳도 없다니.”

셀린이 고개를 저으며 혀를 내둘렀다.

나도 놀라울 정도의 튼튼함이야.

병원으로 와 검사한 결과.

내게 있는 상처는 세트의 다크메타에 의해 꿰뚫린 상처뿐이었다.

피라미드의 꼭대기부터 구르며 생긴 상처는 없었다.

“조금 전에 의사 선생님이 놀라면서 나가셨어요. 별 치료를 안 했는데도 꿰뚫린 상처에서 피가 멈추고 있다고요.”

날 바라보고 있는 셀린의 눈엔 여전히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경외감이 서려 있었다.

사람으로서는 불가능한 회복력이니 어쩔 수 없는 반응이란 생각이 들었다.

카이안 님, 당신은 대체…!

카이안을 만났을 당시 공간에 있던 무기는 정말 셀 수 없이 많았었다.

지금 내가 모은 것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 숫자.

그런데도 이 정도의 육체라니, 그 정도 수의 무기를 모은 카이안은 얼마나 강했을지 상상이 되지 않았다.

“상황은 좀 정리되고 있나요?”

주변을 살필 새도 없이 병원으로 끌려왔기에.

세트가 사라진 후 어떻게 상황이 흘러가고 있는지가 궁금했다.

“이집트 각지에서 나타나던 다크메타는 전부 사라졌어요. 다크메타 때문에 생겼던 데몬이나 이상 현상도 마찬가지고요.”

“다행이네요.”

대답이 너무 간단해서였을까.

날 멍하니 바라보던 셀린이 웃음을 터뜨렸다.

“왜… 왜요?”

“그냥 백운 님 반응이 웃겨서요.”

어느 정도 웃음이 잦아들자 작은 한숨을 내쉰 셀린이 입을 열었다.

“다크메타를 직접 마주하지 않았던 정부는 그렇게까지 생각하지 않는 듯하지만, 전 백운 님이 이집트를 구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엄청난 일을 한 사람의 감상이 다행이네요, 한 마디라는 게 놀라워서요.”

“하하… 이집트를 구하다니 너무 과분하네요.”

공간에 있던 다크메타가 뻗어 나갔다면 셀린의 말대로 이집트가 위험할 수도 있었다.

세트와 다크메타를 마주하며 싸웠었기에 누구보다 잘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것에 대해 크게 생각하고 있진 않았다.

이미 충분히 만족하니까.

애초에 이집트로 온 건 혹시나 있을지 모르는 라의 불꽃을 찾는 것이었고,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기대 이상으로 빠르게 불꽃을 찾아내 무기고에 넣을 수 있었다.

사전의 목표를 미리 달성한 것에 몹시 만족하기에, 이에 파생되어 해결된 것들에 대해선 크게 염두해두지 않았다.

“과분하다뇨. 아마 다크메타를 상대했던 이들은 모두 알고 있을 거예요. 백운 님이 아니었으면 필패였다는 걸요.”

“하하… 아 맞다. 비칼 님은 어떻게 됐나요?”

내가 공간으로 향하기 전 정부에서 쏜 미사일을 격추해버렸던 비칼.

비칼이 한 행동은 명백히 상위권자의 결정을 정면 반박한 행동이었다.

비칼 님이 안 했다면 내가 했겠지만.

비칼이 날 대신해 이집트 정부에 반하는 행동을 해준 것이었다.

“아무 일도 없을 테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오…?”

“공식적으론 국방부 장관인 모함자 님이 비칼 님보다 상위권자이지만. 이집트 내에서 비칼 님의 역할과 위치는 절대적이거든요.”

지금까지 수없이 많은 데몬을 잡으며 이집트를 지켜냈을 1급 헌터, 비칼.

한국에서의 기태랑을 생각하면 충분히 이해가 되는 말이었다.

국가적 영웅에 가까운 존재를 누가 감히 탓할 수 있겠는가.

“또 백운 님이 검증해주신 것과 마찬가지니까요. 비칼 님이 한 행동이 옳았다는 거를요.”

셀린의 말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놀랐었지.

피라미드로 미사일이 날아들던 순간.

당연히 비칼은 내 행동을 막으려 할 거라 생각했었다.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으니까.

하지만 찰나의 순간 비칼은 날 믿어줬고, 상부에 반하는 행동을 하면서도 날 도왔다.

묘한 사람이야.

만나자마자 반말을 박은 건 둘째 치고 작은 표정의 변화도 보여주지 않았던 비칼.

몹시 무뚝뚝하고 냉정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또 이런 걸 보면 아닌 거 같기도 하고, 보이는 이미지와 행동이 쉽게 매칭이 되지 않는 사람이었다.

빠아아안.

응…?

잠시 비칼에 대해 생각하던 중.

옆에서 느껴지는 시선에 고개를 돌렸다.

부담스러울 정도로 가까운 곳에서 날 응시하고 있는 셀린.

“왜… 왜 그러세요?”

찐특인지 나도 모르게 말이 더듬어졌다.

그런 나를 보며 셀린이 입을 열었다.

“빙하랑 부딪히기 전, 백운 님을 만나서.”

싱긋.

보는 사람의 기분마저 좋게 만드는 맑은 미소가 셀린의 입가로 그려졌다.

“정말 다행이에요.”

* * *

모두가 잠에 든 늦은 시각.

조용히 병실을 빠져나왔다.

드디어 자유구만.

병실에 도착한 이후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계속 옆에서 날 돌봐주던 셀린은 고사하고 끊임없이 사람들이 병실을 찾았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이집트를 구했다는 것에 대한 감사를, 누군가는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를 물어왔었다.

“후으읍!”

호다닥 빠져나온 병원.

깊게 숨을 들이마시자 상쾌한 밤공기가 코를 통해 흘러들어왔다.

아따 상쾌하다.

고개를 들어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을 바라봤다.

쪄죽을 것 같은 낮에는 상상하기 힘든, 촘촘한 별이 박혀 있는 아름다운 하늘이었다.

[이카로스 - 칼데아 윙]

날개를 꺼내 하늘로 날아올랐다.

바다에서 셀린 일행을 만난 이후부터는 굳이 비행을 할 필요가 없었기에 세트와의 전투 때를 제외하곤 꺼내지 않았었다.

사막의 달이라.

천천히 날개를 움직여 달과 가까운 곳을 향해 올라갔다.

여기가 좋겠구만.

어느 정도의 높이까지 올라온 후.

달구경을 하던 두 눈을 천천히 감았다.

* * *

오, 안 뜨겁네.

사막의 하늘에서 들어온 무기고의 공간.

이번에 찾은 라의 문양이 밝은 빛을 내며 불을 뿜어내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면 타는 거 아닌가 걱정했지만 다행히 열기는 느껴지지 않았다.

나중에 유탈라스 없이 꺼내보긴 해야 하는데… 무섭다.

게이지가 쌓여 있던 유탈라스의 비늘.

적절한 시점에 동기화가 되며 불꽃에 의한 상처를 입지 않을 수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도 항상 두 무기를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여건이 주어질지는 미지수였기에, 어느 정도의 고통이 올지 한 번쯤은 맨몸으로 꺼내볼 필요가 있었다.

음… 이건 나중에 하기로 하고.

쫄보답게 어려운 일은 뒤로 미룬 후.

공간에서 사용했던 유탈라스와의 동기화를 떠올렸다.

신기한 감각이었다.

이전보다 비늘의 수가 늘어난 것은 물론 비늘 하나하나에 내 신경이 연결된 듯한 감각.

이제 내가 원하는 대로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이전엔 이 정도의 디테일한 연결이 아니었기에, 오른팔에 둘러 사용하는 게 최대였었다.

하지만, 이제부턴 비늘의 개체를 내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게 됐으니 다양한 활용이 가능해졌다.

흠.

비늘에서 눈을 돌려 무기고를 둘러봤다.

공간 자체에서의 느껴지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져 있었다.

가장 큰 변화는 하늘이었다.

라의 불꽃을 찾기 전까지만 해도 하나의 달만이 떠 있었는데, 지금은 파란색의 달이 하나 더 추가되어 있었다.

평범했던 노란색 달과 시린 빛을 뿜어내는 파란 달.

마치 레벨 1에서 레벨 2가 되었음을 명시적으로 알려주는 느낌이었다.

카이안 님은 굳이 드러내지 않았던 건가.

카이안을 만났던 공간엔 단 한 개의 달만이 떠 있었다.

하지만, 공간 자체가 레벨 1의 느낌이었던 건 절대 아니었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했지.

내가 맨 처음 나의 무기고로 들어왔을 때 의아했던 점이었다.

카이안의 공간에서 느껴졌던 강력함.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충만함과 강력함이 내 공간에선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튜닝의 끝은 순정이라더니.

그때의 기운만 떠올려 봐도 카이안의 공간은 두 개의 달이 뜬 지금의 내 공간보다 압도적으로 강했었다.

카이안이 있는 그대로 공간을 나타냈다면, 카이안의 무기고엔 서너 개의 달이 아니라 수십 개의 달이 떠 있었을 것이다.

격차 실홥니까, 이거.

두 개의 달이 떠올라 기쁘면서도 동시에 카이안과의 격차에 아득함이 느껴졌다.

그리고, 까마득한 아득함에 정신이 아찔해지려는 순간.

두근.

심장이 두근거렸다.

이상한 일이었다.

보통 이 정도의 아득함을 느끼면 막막하다거나 좌절하는 게 보통인데 말이다.

하하.

내 몸이여서 일까.

금방 두근거림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 난 계속해서 강해질 수 있다.

두근거림의 이유였다.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아득한 격차.

이 격차는 곧 그만큼 내가 강해질 수 있다는 증거였다.

어느 정도 더 강해진다고 해서 끝나는 게 아닌, 성장을 제한하는 천장 없이 무한히 강해질 수 있다는 것.

그것이 날 미친 듯이 두근거리게 만들고 있었다.

“후우…!”

심장을 진정시키기 위해 손을 올린 뒤 심호흡을 했다.

….

어느 정도 진정이 되자 눈을 떠 무기들을 바라봤다.

무기고에 두 개의 달이 뜨며 생긴 가장 큰 변화는 단연 무기 두 개를 동시에 사용할 수 있단 것이었다.

“좋네.”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단순히 개수가 두 개로 늘어난 게 아니었다.

두 개를 사용할 수 있다는 건 곧 세트 때와 마찬가지로 무기 간의 여러 조합이 가능하단 것이었다.

해보고 싶은 게 많았었는데.

무기를 하나씩만 사용하며 수도 없이 생각했었다.

두 개 사용이 되면 가능해질 다양한 전략들을 말이다.

물론 단점도 존재하지만.

단점이라고 할 정도인지는 헷갈렸지만.

무기의 사용엔 한 가지 개념이 더 생겨났다.

글로벌 쿨타임.

두 개의 무기가 각각 얼마만큼의 사용 시간과 쿨타임을 가지고 있던 간에, 동시에 사용하는 순간 그 중 사용이 빨리 끝나버리는 무기의 쿨타임이 두 무기에 동시에 걸려버렸다.

쿨타임과 사용 시간에 제약이 사라진 면도칼을 사용하더라도, 리볼버와 함께 사용하는 순간 리볼버의 사용 시간이 끝날 때 함께 사라졌고.

심지어는 리볼버의 쿨타임을 면도칼에도 적용받게 되는 것이었다.

두 개의 동시 사용… 듀얼은 잘 생각해서 써야겠어.

생각 없이 듀얼을 난발했다가는 초기와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었다.

모든 무기가 쿨타임에 걸려 아무것도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 말이다.

“흐음.”

생각의 정리를 마친 뒤 다시 한번 두 개의 달을 올려다봤다.

두 개의 달이 뜨며 많은 변화가 일어난 무기고.

나와 무기고의 무기들을 비추고 있는 달님들을 향해 두 손을 모았다.

“빨리 세 개 되게 해주세요.”

반짝.

내 기도에 대한 화답일까.

두 개의 달이 유난히 더 밝은 빛을 무기고로 뿜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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