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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왕이 헌터로 회귀했다-145화 (145/473)

145화. 기묘한 동행

“어 뭐지?”

“불 왜 나가냐.”

대산 본사의 1층.

대산 소속 시큐리티 헌터들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건물 전체 전기가 나간 것 같습니다.”

“얼른 알아보고 복구하자. 건물에 남은 사람이야 없겠지만.”

그나마 다행이라면 모두가 퇴근한 시간이라 건물에 남아있는 사람이 몇 안 된다는 것.

“다른 건물은 어때?”

“제가 나가보겠습니다.”

“그래, 유성이 네가 나갔다 와봐.”

별일 아닐 거라 생각했기에 선임 시큐리티들이 막내인 김유성을 향해 손을 휘휘 저었다.

1층을 담당하는 열 명의 시큐리티 중 막내인 김유성.

김유성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입구로 향했다.

끼익.

“어…?”

문밖으로 나간 김유성이 눈살을 찌푸렸다.

눈앞에 무언가 있었다.

“뭐지…?”

자기도 모르는 사이 잠에 취한 걸까 눈을 비벼보는 김유성.

눈을 비벼도 그대로인 걸 보니 잠에 취한 건 아니었다.

김유성이 좀 더 자세히 보기 위해 앞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장막…?”

정체불명의 희미한 장막이 대산 본사 주변을 빼곡하게 감싸고 있었다.

“이게 뭐야?”

장막을 향해 김유성이 손을 뻗었다.

투웅…!

만지기 무섭게 다시 튀어나오는 김유성의 손.

이상한 일이었다.

도시에서도 대산의 건물 크기는 손에 꼽았다.

그런 건물의 전기가 완전히 나가버렸음에도 장막 밖의 사람들은 건물에 눈길조차 한번 안 주고 있었다.

“저기요!!”

팔을 휙휙 저으며 소리를 질러봐도 마찬가지였다.

바로 앞을 지나가면서도 김유성에게 눈길 한번 안 주고 지나치는 사람들.

마치 눈앞에 있는 장막이 대산 건물과 외부를 완전히 다른 공간으로 나눠버린 듯한 느낌이었다.

“….”

꼴깍.

상황을 인지하기 시작하자 목이 빳빳해지며 긴장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앞에 펼쳐진 장막이 뭔지는 몰랐다.

단지 이 정도 기능을 하는 장막이라면 천문학적인 액수를 들인 기계이거나 몹시 뛰어난 능력자의 짓일 터.

‘뭔가 잘못됐어.’

타닥!

곧바로 몸을 돌린 김유성이 건물 안으로 달려갔다.

다른 시큐리티들에게 현 상황을 공유하고 경계 레벨을 올린 뒤 지원을 요청할 생각이었다.

끼익!

“이상합니다! 밖이 전부…!?”

그렇게 조금 전까지 있던 1층으로 뛰어들어간 김유성.

선임들을 향해 달려가던 김유성의 속도가 천천히 줄어들었다.

줄줄.

1층 로비를 타고 흘러내리는 끈적한 액체.

불이 나가 그 액체가 무슨 색인지는 정확히 보이지 않았다.

단지 액체가 시작된 장소에 쓰러져 있는 것으로 액체의 정체가 무엇인지 유추해볼 뿐이었다.

“일루 와, 유성아. 놀랄 필요 없어.”

본사 1층 로비에는 김유성을 제외하고 아홉 명의 시큐리티 헌터가 있었다.

지금 로비에 서 있는 건 모두 다섯 명.

나머지 네 명은 바닥에 누워 싸늘하게 식어가고 있었다.

“이… 이게 뭡니까?”

주춤.

뒤로 물러서며 김유성이 주머니에 있는 비상 신호기를 눌렀다.

실질적으로 대산의 안보를 책임지는 용병단.

비상시에 한해서 그들을 호출할 수 있게끔 나눠준 신호기였다.

삐빅--! 삐빅--!

“…?”

등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김유성이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어느새 김유성 뒤에 도착해 도열해 있는 대산의 용병단.

그 중엔 익숙한 얼굴도 있었다.

“김… 김대석 팀장님!”

한때는 대산에서 내세우는 간판스타였던 김대석.

‘어…?’

하지만 이상했다.

김대석은 저번 광산 사건 이후로 대산에서 사라졌을 텐데.

‘그게 무슨 상관이야.’

현재 1층 로비는 머리가 따라가지 못하는 비현실적인 일이 벌어진 상황.

그런 상황에 등장한 게 김대석이든 아니든 상관없었다.

중요한 건 대산의 용병단이 도착해 있다는 것이었다.

“팀장님 지금…!”

얼굴에 반가운 빛이 돈 김유성이 무언가를 말하려는 순간.

푹.

김대석의 팔이 움직이는가 싶더니 대검이 김유성의 몸을 파고들었다.

“꺼… 꺼억!”

김유성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김대석을 쳐다봤지만.

“1층 정리됐습니다.”

김대석의 눈은 김유성을 바라보고 있지 않았다.

작은 눈길조차 아깝다는 듯한 모습이었다.

대신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입을 여는 김대석.

잠시 후.

끼익.

본사의 입구를 통해 스무 남짓한 헌터가 들어왔다.

“마천 기업 특수대 헌터 20명 도착했습니다.”

끼익.

그 뒤를 이어 속속 들어오는 비슷한 규모의 헌터들.

“정국 기업 특수대 헌터 30명 도착했습니다.”

“세강 기업 특수대 헌터 20명 도착했습니다.”

각 기업에서 보내온 헌터 부대였다.

몇 팀이 더 도착하고 나자 거의 가득 찬 대산의 로비.

그런 헌터들을 보는 김대석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지어졌다.

- 대석이, 복귀해야지?

얼마 전, 광산 사건으로 폐인처럼 살고 있던 김대석을 찾아온 이가 있었다.

대산의 용병단을 맡고 있는.

부서로 친다면 거의 1개 본부를 맡고 있는 단장 이천호였다.

- 대산을 접수할 거야.

이천호가 건넨 말은 파격적이었다.

이미 대부분의 대기업이 보이지 않는 동맹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하나 남은 대산까지 손에 넣어 한국을 주무를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거란 계획이었다.

- 이런 원대한 계획에 대산도 참가해야 하지 않겠나?

이천호가 말하는 요지는 간단했다.

회장인 소피아와 그녀의 측근들을 숙청하고 새로운 질서를 확립하자는 것.

그럼으로써 바꿀 수 없는 큰 흐름에 대산도 동참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으득.

김대석은 이천호가 하는 말이 진짜인지 아닌지, 실현 가능한 문제인지 아닌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단 한 번의 실수로 자신을 내쳐버린 지금의 대산.

대산에 복수를 하고 싶었다.

특히 자신을 토벌전으로 밀어 넣었던 최리아에게 말이다.

‘기다려라 이 여우년.’

푸확!

어느새 목숨이 끊어진 김유성을 옆으로 치워버리며.

김대석이 대산의 꼭대기를 바라봤다.

스윽.

곧이어 귀에 있는 인이어를 이용해 누군가에 말을 거는 김대석.

“전부 도착했습니다.”

인이어 너머에서 김대석의 보고를 기다리고 있던 이천호.

그에 대한 대답으로 이천호 특유의 눅눅하고 끈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 대산 사냥을 시작한다.

* * *

신기한 장소였다.

공기 자체는 음산하지만 피부로 느껴지는 온도는 무척이나 높은.

기상청에서 말하는 불쾌지수가 하늘 꼭대기까지 치솟은 듯한 장소였다.

지옥인가.

눈으로 보이는 분위기도 마찬가지였다.

황무지 배경에 붉은 모래가 둥둥 떠다니는 망자의 길.

쉴새 없이 불어오는 모래 먼지에 눈을 제대로 뜨고 있기조차 힘들었다.

스으윽.

조심스럽게 고개를 돌려 옆에서 걷고 있는 로인을 바라봤다.

가까워도 너무 가까웠다.

그리 가까운 사이가 아닌데도 이렇게 가까이서 걸어야 한다니.

아이러니한 상황이었다.

- 저와 떨어지면 안 됩니다.

망자의 길은 망자만이 다닐 수 있는 길.

- 저 또한 비용을 지불합니다.

사신화를 개방한 로인조차 비용을 지불하지 않으면 사용할 수 없다고 했다.

- 제 범위에서 벗어나는 순간 망자들이 눈치챌 겁니다.

꼴깍.

처음엔 망자라는 개념이 잘 안 와닿아 단순히 겁을 주나 했는데.

망자의 길에 들어오자 단숨에 어떤 존재인지 알게 되었다.

우리가 걷고 있는 길 외에도 사방에 널려 있는 무언가들.

뭐라고 말로 설명하긴 힘든 생김새였다.

저건 구울인가.

영화에서 본 것 같았던 구울도 있었다.

피부가 썩고 눈이 빠져 있는 망자.

문제가 있다면 망자라는 놈들은 하나 같이 더럽게 크다는 것이었다.

대충 봐도 수천이야.

저것들이 다 날 알아본다고?

안될 말이었다.

슬금슬금.

조금 더 로인의 옆으로 몸을 밀착시킨 후.

혹시나 서로의 발이 꼬일까 싶어 군대 시절처럼 발을 맞추었다.

그나저나 얘가 지불한다는 비용은 뭘까.

사신화를 개방했다고는 하나 로인이 망자는 아니었기에.

로인이 지불하는 비용이 뭘지 궁금했다.

“로인 지불해야 한다는 비용은 뭐야?”

“….”

잠시 몇 발자국 더 걷던 로인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목숨입니다.”

!?

괜히 물어봐서 마음만 무거워져 다시 입을 다물려는 찰나.

“제 목숨은 아닙니다. 제가 거둔 목숨들이죠.”

“하하… 그렇구만.”

다시 마음이 가벼워졌다.

누군가의 목숨을 이용해 걷고 있다는 게 조금 찜찜하긴 했지만.

로인은 죽기 직전의 목숨만 거두니 별 상관이 없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흠.

말을 걸기 전까지는 먼저 입을 열지 않는 로인.

말수가 참 적은 친구야.

말수가 적은 걸 넘어서 표정도 몹시 무미건조한 로인이었다.

자신이 해야 하는 일을 제외하곤 아무것에도 관심이 없어 보이는 얼굴.

같이 걷고 있으면서도 대체 왜? 라는 물음표가 뜨는 상황이었다.

- 궁금한 게 있습니다. 그것에 대한 답을 주시죠.

음.

질문이 아직 뭔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한 건 한 가지 있었다.

조졌어.

로인이 뭘 궁금해하던 난 대답할 수 없을 거란 확신이 들었다.

로인이 풍기는 신비로움과 음울함을 봤을 때 내가 대답할 수 있을 만한 질문이 아닐 게 분명한 상황.

난 이제 거짓말을 한 죄로 평생 사신에게 쫓기게 되는 건가.

앞으로 닥칠 암울한 미래에 고개를 끄덕이며.

어색한 분위기를 깨기 위해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

“그럼 죽은 사람이 아닌데 이 길을 이용할 수 있는 건 너뿐이야?”

“아닙니다. 실제로 만난 적은 없지만 비슷한 힘을 개방한 이들이 있습니다.”

로인의 말에 잠시 동공이 흔들렸다.

이전에 봤던 일본의 사신 만화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멋있는데…?

“망자의 개념 또한 복잡합니다. 단순히 죽은 존재가 아닐 수 있습니다. 어떠한 이유 때문에 망자와 비슷한 존재가 된 이들도 존재합니다.”

“예를 들면?”

“모든 케이스를 알진 못하지만. 무언가에 의해 봉인이 당한 존재들도 망자의 세계에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다 봉인이 풀리면 다시 나갈 수도 있고요.”

봉인이라 하니 광산의 피렌조가 떠올랐다.

이제 보니 고놈 생긴 게 딱 망자였어.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생김새였다.

망자가 아니면 이상할 것 같은 얼굴.

“사신인 저도 망자의 세계에서 사용하는 곳은 오직 이 길뿐입니다. 길을 벗어나면 아무리 사신이라 해도 무슨 일이 벌어질지 장담할 수 없죠.”

여전히 무미건조하고 딱딱했지만.

물어본 것에 있어서는 무척 자세히 설명해주는 로인이었다.

묘한 녀석이야.

마치 감정이 없이 딱딱한 사신 그 자체인 것처럼 보이다가도.

말하고 있는 걸 보고 있자면 그냥 나이에 맞는 청소년 같기도 하고 말이다.

죽이려고 걷어찼던 애한테 도움을 받고 있으니.

아이러니 하구만 아이러니해.

세상일 한 치 앞도 알 수 없다.

당시 진짜 죽일 생각으로 했던 발차기.

그런 거에 걷어차인 사람이 도와준다는 말에 신나게 달려온 나도 염치가 없지만.

한 방에 자신을 죽이려던 사람을 도와주는 로인도 이상한 놈이란 생각이 들었다.

염치없는 놈과 이상한 놈이라.

비슷비슷하구먼.

그렇게 자기합리화를 시전하며 걸어가던 중.

딸랑.

응?

어디선가 묘한 방울 소리가 들려왔다.

처음 들어오는 망자의 땅인 만큼 처음 듣는 소리가 분명할 터인데.

왜 익숙하지?

딸랑.

걸음을 멈추고 방울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바라봤다.

무언가 낯이 익은 문양의 문이 거대한 망자들에게 들려 이동하고 있었다.

그리고.

우웅.

…!?

방울 소리와 문에 반응하고 있는 건 나뿐만이 아니었다.

…?

단 한 번도 이런 적은 없었다.

내가 무기를 꺼내기도 전에 무기가 먼저 반응을 하다니.

스륵.

눈을 감고 들어간 무기고의 공간.

공간에선 무기 중 하나가 진동하고 있었다.

마치 오래도록 떨어져 있던, 영원히 만나지 못할 것 같았던 소중한 이를 마주친 듯한 반응.

왜 그러는 거냐.

무기 중 유일하게 주인의 영혼이 없던 녀석.

비젼 수리검이 강한 빛을 뿜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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