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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왕이 헌터로 회귀했다-159화 (159/473)

159화. 여행자 로튼

완벽한 사람의 생김새이었다.

오히려 너무 완벽하게 생겨서 사람 같지 않은 묘한 느낌이 들 정도.

지금 느끼고 있는 걸 뭐라 설명해야 할지 나조차도 헷갈렸다.

신에게 선택받은 건가.

신은 정녕 존재했던 것인가에 대한 찰나의 고민을 마치고.

반갑다고 인사를 건넸던 로튼을 향해 입을 열었다.

“백운이라고 합니다.”

소개를 하며 로튼의 옆에 있는 남자를 바라봤다.

둘의 통성명에도 여전히 망토를 뒤집어쓰고 있는 남자.

남자는 조금 전과 같이 낯선 분위기를 물씬 풍겨대고 있었다.

“칸은 말을 하지 못합니다. 보지도, 듣지도 못하죠.”

칸을 바라보는 내 시선을 눈치챈 건지 로튼이 대신 칸의 소개를 했다.

그래서였나.

저런 걸 쓰고 있는 이유가.

바람이 불 때마다 망토 안으로 보이는 거대한 마스크와 안대.

얼핏얼핏 보이던 터라 제대로 본 게 맞나 헷갈리던 순간이었다.

포스가 장난이 아닌데.

칸의 몸 자체가 엄청 근육질이라거나 한 건 아니었다.

단지 칸의 몸에서는 위험한 향기가 짙게 풍기고 있었다.

명확히 설명할 순 없지만 오랜 세월을 싸움터에서 보내왔을 듯한.

무협으로 치면 본능적으로 느껴지는 싸움꾼의 기 같은 게 느껴졌다.

“샤마크라를 보고 계셨습니까?”

샤마크라…?

의아하다는 얼굴을 하자 로튼이 눈을 돌려 부락을 바라봤다.

“아, 저 부락의 이름이 샤마크라인 모양이군요.”

“맞습니다.”

맞다고 대답하는 로튼의 눈은 여전히 샤마크라에 고정되어 있었다.

다르네.

부락을 바라보고 있는 로튼의 눈.

내가 샤마크라와 노인을 바라보던 눈과는 사뭇 다른 눈이었다.

난 회귀 전을 떠올리며 묘한 동질감을 느꼈었다면.

로튼은 높은 곳에서 무언가를 굽어살피는 듯한, 자비로움과 동정으로 따듯하게 바라보는 듯한 눈이었다.

“아름다운 마을이라고 생각합니다.”

“네?”

뜻밖의 말이었다.

모두가 안 좋은 상태로 죽음을 기다리고 있는 마을인데 아름답다니.

예루살렘에서만 하는 색다른 표현인가 싶었다.

“샤마크라는 이곳에서… 아니, 어쩌면 세상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곳일 수도 있겠군요.”

계속되는 의미심장한 말에 로튼을 멍하니 바라보자.

로튼이 입가로 옅은 미소를 그려 보였다.

“개방이 나타나기 전과 이후, 인간에게 가장 달라진 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아무래도… 수명의 차이 아닐까요?”

회귀 전에 가장 좌절했던 것, 수명.

다른 이들과 달리 개방을 하지 못했었기에 속절없이 나이를 먹었었다.

그에 따른 몸의 노쇠화 역시 자동으로 따라왔고 말이다.

우울했지.

절망스러웠고.

유물관의 골방이 아니라 더 좋은 환경에 놓였었더라도.

수명을 극복하지 못했다는 사실 때문에 내 패배감과 좌절감은 계속되었을 터였다.

스윽.

살며시 고개를 끄덕인 로튼이 말을 이어갔다.

“개방 전의 인간은 수명에 의한 죽음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습니다. 오히려 축복이라고 느꼈었죠. 사고나 병 없이 온전한 수명을 누렸다고 생각했으니까요.”

얼굴에서 미소를 지우는 로튼.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개방이 나타난 게 불과 10년 남짓한 시간임에도, 이제는 모든 인간이 영생을 당연한 것이라 여기고 있죠. 병이나 사고에 대한 죽음은 이전보다 더 안타까워하게 됐고요. 원래라면 영원히 살았을 텐데 죽어버렸으니까요.”

왠지 모르겠지만 조금 전과는 달리 로튼은 약간 화가 난 듯한 얼굴이었다.

“어쩔 수 없는 거 아닐까요? 일반적인 케이스라 치면 영원히 살 수 있으니까요.”

“… 그것이 바로 오만입니다.”

잠시 뜸을 들이다 지금 세계 사람들을 한마디로 정의 내리는 로튼.

로튼이 말을 이어갔다.

“데몬이라는 죽음이 항상 곁에 도사리고 있음에도, 스스로는 영생을 누릴 거라 착각하며 살아가고 있으니까요. 데몬에게 죽임이라도 당하는 순간엔 마치 자신의 영생을 미개한 존재가 뺏어갔다며 억울해하고 한탄하면서 죽어 가죠. 그에 반해.”

샤마크라를 응시하는 로튼의 얼굴에 다시 한번 웃음이 번졌다.

“다른 이들과 달리 저 마을의 사람들은 죽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태어났으면 죽는다. 태고부터 존재해온 법칙을 이해하고 자연스러운 것이라 받아들이고 있죠.”

서… 설마 전도 당하고 있는 건가.

점점 심오해지는 로튼의 말에 도망가야 하나 잠시 고민이 되었다.

태어났으면 죽는다는 게 불변의 법칙이었던 건 개방 전 과거였다.

이제는 아님에도 그때를 그리워하며 병들어 죽음을 기다리고 있는 마을을 아름답다고 말하다니.

살짝 오한이 들려는 참이었다.

슥.

도망가려는 내 마음을 알아차린 걸까.

고개를 돌린 로튼이 내 눈을 응시했다.

역시 바라보고 있으면 빨려 들어갈 것 같은 묘한 눈이었다.

“백운 님은 어떠신가요? 인간이 개방 후에 영생을 얻은 것이 신의 축복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음.”

도망가려다 갑작스럽게 받은 질문에 잠시 고민이 되었다.

신의 축복이라.

난 영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솔직하게 말하면, 좋았다.

만약 생의 길이가 제한되었다면 무기를 모으거나 무언가를 행하는데 있어 항상 쫓겼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스스로를 기준으로 했을 때였다.

- 이 무능력자야!

회귀 전의 삶이 떠올랐다.

시스템에 속하지 못하고 바닥에서 기생을 하던 시절.

- 이걸 주는 것만 해도 감사히 여겨야지!

영생을 얻었지만.

사람들은 동시에 많은 걸 잃었다.

“개인만 봤을 땐 축복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넓게 본다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계속 말해보라는 듯 말없이 기다리고 있는 로튼.

“평생 살 수 있다는 확신. 영생에 대한 확신이 생기자 사람들의 욕심은 늘어만 갔고, 타인에게 행해왔던 모든 게 사라져버렸죠.”

스스로의 수명이 영원하지 않다는 걸 알았기에 베풀어 왔던 것들.

인간이 영생을 얻으며 가장 먼저 거둬 간 것이었다.

평생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욕심과 탐욕을 채우기 위해 행하여진 자연스러운 회수였다.

그리고.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계급을 나누고 시스템을 만들었으며 자신 아래의 것들을 같은 존재라고 여기지 않게 되었다.

회귀 전엔 종말의 날까지 겪으며 자원이 제한되자 더욱더 각박해지며 고삐를 조였던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이치.

물론.

그렇지 않은 이들도 있었지만 말이다.

“전 인간이 앞으로도 더욱더 추악해질 거라 확신합니다.”

가만히 듣고 있던 로튼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해야 할 게 사라진 인간은, 해선 안 되는 짓을 시작하는 법이니까요. 전 인간의 오만이 어디까지 도달할지 두렵습니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으니까.

나 역시 인간이 추악해지는데 끝은 없다고 생각하는 주의였다.

“백운 님은 어떠신가요?”

“…?”

질문과 함께 다시 한번 오묘한 미소를 띠는 로튼.

뜻을 단번에 알아차리기 힘든 미소였다.

“스스로가 절대 죽지 않을 거라 생각하시나요? 다른 인간들처럼요.”

“아뇨.”

나도 놀랄 정도의 속도로 답이 바로 튀어나왔다.

깊은 생각을 마치고 한 대답은 아니었다.

그저 평소에 느끼고 있던 그대로를 대답했다.

이제까지 살아있는 게 신기할 정도니까.

당장 지난번 이집트에서의 싸움만을 떠올려도 그렇다.

라의 불꽃을 구하기 위해 다크메타로 뛰어들었던 순간.

만약 그 안에 있던 불꽃이 꺼져 있었다면 난 꼼짝없이 죽은 목숨이었다.

그야말로 죽음이 코앞까지 다가왔던 상황.

“제가 죽지 않을 거라 생각하진 않아요. 오히려 언제든 죽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멈춤 없이 위로 올라가는 것.

내가 바라보고 있는 곳은 지금 있는 곳보다 항상 위이기에.

앞으로도 무기를 모을 것이고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계속해서 사선을 넘어야 할 게 분명했다.

“그래서 더 발버둥 치는 거죠. 죽지 않기 위해서, 조금이라도 살 수 있는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요.”

살기 위해서 항상 죽음을 곁에 둬야 하는 아이러니함.

어찌 보면 참으로 묘한 상황이었지만.

어쩌겠는가.

위로 올라가는 걸 멈출 게 아니라면 어쩔 수 없는 것인데.

“그렇군요.”

아무렇게나 뱉은 대답이 만족스러워서일까.

로튼이 밝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인간의 오만을 혐오하는 로튼에게 나는 오만하게 보이지 않은 모양이었다.

역시 난 겸손한 사람이야.

스스로도 만족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사이.

“백운 님은 다른 인간들과 달리 오만하지 않으시군요.”

로튼의 칭찬까지 더해지자 뜬금없는 타이밍에 어깨가 솟을 것 같았다.

그나저나 다른 인간들이라.

아까부터 느껴지는 이질감이 어디에서 오는 건가 했는데.

아마 인간이란 단어인 듯했다.

물론 나도 가끔 이 인간아 저 인간이 하면서 자주 사용하긴 했지만.

로튼이 사용하고 있는 인간이란 단어는 무언가 달랐다.

마치 자신과는 다른 존재를 부르는 듯한 이질감.

… 두… 두두… 두.

응?

로튼에게서 느껴지는 이질감에 조금 더 고민하려는 찰나.

발아래로 미세한 진동이 느껴졌다.

거리는 꽤 있지만 많은 수의 무언가가 이쪽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슥.

…!

진동을 느낀 건 나만이 아니었다.

지금까지 한마디도 없이 고개를 숙이고 있던 칸.

칸이 고개를 돌려 진동의 방향을 응시하고 있었다.

“이런… 불청객인가 보군요.”

잠시지만 로튼을 응시했던 칸.

칸에게서 무언가 들은 건지 로튼이 난처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구구구구구…!

잠시 후.

진동이 느껴졌던 방향에서 많은 수의 데몬이 모습을 드러냈다.

못해도 백 마리는 되어 보이는 숫자였다.

“다른 곳이었다면 자연의 섭리라 여겼겠지만.”

스릉.

로튼의 말에 맞춰 칸이 차고 있던 무기를 꺼내 들었다.

검.

그다지 특별해 보이지 않는.

너무 오랜 시간을 사용해와서인지 이가 다 빠져 낡은 검이었다.

“법칙에 순응하여 죽음을 기다리는 샤마크라는 제가 좋아하는 마을이니까요.”

[앤 보니&메리 리드]

어느 정도 거리가 되자 나도 리볼버를 꺼내 들었다.

칸이 검을 사용한 근접 전투를 벌이는 듯하니 그전에 숫자를 줄여둘 생각이었다.

쿵!

!?

리볼버를 들어 방아쇠를 당기려는 순간.

칸이 먼저 데몬을 향해 달려나갔다.

“쏘셔도 됩니다.”

“네…?”

칸이 앞으로 나갔음에도 아무렇지도 않게 쏴도 된다고 말하는 로튼.

의아한 눈으로 바라보자 로튼이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칸은 상처 입지 않을 테니까요.”

휘릭!

순식간에 손을 뻗어 달려오는 데몬과 근접해 있는 칸을 향해 희미한 빛을 뿌리는 로튼.

콰앙!

빛이 도달하기 무섭게 커다란 폭발이 일어났다.

분명 칸도 휩쓸렸을 폭발이었다.

그럼에도.

서걱! 서걱--!

아무렇지도 않게 데몬을 베어나가고 있는 칸.

조금 전의 폭발에 영향을 받은 건 몇 마리의 데몬 뿐이었다.

“…!”

로튼의 공격을 직격으로 맞았음에도.

칸의 몸엔 작은 생채기조차 생기지 않은 듯했다.

마치.

방금 날아온 공격을 어떠한 법칙으로 인해 완벽히 거부한 것처럼 말이다.

* * *

데몬이 나타나고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강하다.

눈앞에는 더 이상 데몬이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

그저 데몬의 피를 흠뻑 뒤집어쓴 칸이 유유히 서 있을 뿐이었다.

“검귀… 칸을 부르는 또 다른 이름이죠.”

무척 잘 어울리는 단어였다.

특수한 능력이나 타고난 괴력을 사용하는 게 아닌, 순수하게 검 하나만을 이용해 벌이는 학살.

검귀란 단어만큼 지금의 칸을 잘 설명할 수 있는 단어가 있을까 싶었다.

그리고.

….

꽈악.

꺼냈지만 아직 한 발도 쏘지 않은 리볼버.

난 아직까지 리볼버를 집어넣지 않고 있었다.

데몬이 더 나타날 거라 생각해서는 아니었다.

“로튼 님.”

의아한 표정을 짓는 로튼을 향해.

천천히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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