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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왕이 헌터로 회귀했다-173화 (173/473)

173화. 업로드

조금 당황스러웠다.

TV에서 자주 보긴 했지만 장관 강태황과는 처음 만나는 사이였다.

내 이름이야 태랑 님이나 비광 님한테 들었을 수 있다 치고.

검이 필요하냐니?

순간 잘못 들었나 싶지만 아니었다.

강태황은 분명 검이 필요하냐고 물어왔다.

끄덕.

지체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갑작스러운 질문에 당황스러웠고 강태황이 내게 왜 이런 걸 묻는지 의도 역시 알 수 없었지만.

상관없었다.

난 지금 앞에 있는 칸의 검이 필요했고 의도야 어떻든 강태황이 저 검을 내게 줄 수만 있다면 만사 오케이였다.

싱긋.

“대답이 빨라서 좋군.”

순간 장관님한테 고개만 끄덕였는데 괜찮나 의구심이 들었지만.

강태황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숙였던 몸을 들어 올렸다.

스륵.

동시에 어깨를 잡고 있던 이태인의 손에도 힘이 빠졌다.

만나자마자 바짝 얼어야 하는 존재인 헌터부의 장관.

그런 장관이 조금 전까지 무시하던 10급 헌터와 친근한 듯 귓속말을 주고받았기 때문이었다.

저벅.

내게 질문을 마친 강태황이 데몬 연구소 직원들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검이 필요하냔 질문에 묻어있던 장난기는 어느새 사라져 있었다.

등장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장관의 위압감을 힘껏 뿜어내는 걸음걸이였다.

권력이 좋긴 좋아.

내가 말을 걸었을 때와는 달리 바짝 얼어있는 연구소 직원들.

직원들은 어째서 헌터부 장관씩이나 되는 사람이 자기들을 향해 다가오고 있는지 영문을 모르겠단 표정이었다.

“검 이송의 결제는 누구한테 받은 겐가?”

“조금 전 차관님께 받았습니다!”

우렁차게 대답하는 직원에 강태황이 고개를 끄덕였다.

“헌터부에 속해 있던 물건 이송은 전적으로 내 결제를 받아야 하네. 차관에게 잠시 대리 권한을 준 상태긴 하지만 말이야.”

원래는 신경 안 쓰셨겠구먼.

잠시라고 말했지만 강태황이 차관에게 대리 권한을 준 건 꽤 오래됐으리란 확신이 들었다.

어디 회사에 가서 제대로 일해본 적은 없으나 끝도 없이 밀려오는 안건의 결제는 장관이 하기엔 너무 잦고 귀찮은 일이 분명할 테니 말이다.

슥.

어느새 직원으로부터 차관에게 싸인 받은 명령서를 건네받는 강태황.

긴장한 직원들 앞에서 여유롭게 명령서를 살피던 강태황이 입을 열었다.

“이송을 위해 여기까지 와줬는데 미안하게 됐군. 이번 명령서에 대해선 내가 검토를 좀 해야 할 거 같은데.”

말과 동시에 강태황이 검이 들어있는 박스를 응시했다.

“저 검의 이송도 잠시 미뤄줬으면 하고 말이야.”

“…!”

강태황의 말에 직원들의 얼굴로 당혹스러움이 번져나갔다.

연구소가 어디에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꽤 먼 거리를 왔을 터.

강태황은 그런 직원들을 향해 빈손으로 돌아가라 말하고 있었다.

당혹스럽지 않은 게 이상한 일이었다.

“아… 알겠습니다! 바로 연구소 쪽에 보고 올리겠습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당혹스러울 순 있지만 입 밖으로 무언가 의견을 낼 순 없었다.

연구소 측 직원들도 어디까지나 국가에 속한 공무원이었고 눈앞에 있는 건 기관의 정점에 있는 장관이었다.

“천천히 하게나.”

강태황에게 고개를 숙인 채 다급히 전화를 거는 직원.

“예… 예. 오늘 이송은 어려울 것 같습니다.”

굽신거리며 대답하는 직원이 든 전화기.

전화기 너머로 화가 난 듯한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 이송을 막는 게 누군데!?

“강… 강태황 장관님이십니다.”

# ….

조금 전 소리 지르던 기세는 온데간데없이 침묵이 찾아왔다.

더 이상 소리가 새어 나오질 않는 걸 보아 전화 너머의 사람도 강태황이란 이름에 진정이 된 모양이었다.

“보고 마쳤습니다. 검은 다시 돌려드리겠습니다. 추후 이송은 헌터부에서 연락이 오면 다시 오도록 하겠습니다.”

“고맙네, 검은 내가 직접 가져가겠네.”

흡족스러운 얼굴로 검을 넘겨받은 강태황이 내 쪽으로 몸을 돌렸다.

뚜벅. 뚜벅.

무슨 일 있었냐는 듯 태연스럽게 내 쪽으로 걸어오는 강태황.

연구소 직원들이 멍한 표정으로 멀어져가는 검과 강태황을 바라봤다.

척.

내 바로 앞까지 다가온 강태황의 입가로 미소가 그려졌다.

“그럼 자네는 차 한 잔 어떤가?”

“네… 넵!”

하마터면 거수경례까지 박아버릴 뻔했다.

이등병이 사단장을 만난다면 이런 기분일까 싶었다.

“그럼 가지.”

저벅.

날 지나쳐 앞서가는 강태황.

그런 강태황을 따라가기 위해 몸을 돌렸다.

“….”

이태인은 여전히 바짝 얼은 채 갈 곳 잃은 눈으로 바닥을 보고 쳐다보고 있었다.

툭툭.

그런 이태인의 어깨를 두어 번 두들겨 준 후.

꽈아악.

“끄억…!”

기죽지 말라는 뜻에서 손아귀에 한차례 힘을 줬다.

“그럼 수고하시고.”

* * *

끼익.

“들어오게.”

“옙!”

안으로 들어가는 강태황의 뒤를 따랐다.

문이 열리기 무섭게 구수한 커피 향기가 풍겨오는 방이었다.

여기가 장관실인가.

예상과는 많이 다른 방이었다.

머무는 사람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장관이란 자리는 한국에서도 손에 꼽히는 고위직.

왠지 그런 사람의 방은 모든 게 질서정연하고 먼지 한 톨 없는, 인간미라곤 찾아볼 수 없는 방일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여기 앉게.”

“예.”

안내해준 자리에 몸을 앉힌 채 차를 준비하는 강태황을 바라봤다.

장관실에 들어온 강태황의 손에 칸의 검은 들려있지 않았다.

- 이삼일이면 가져갈 수 있을 걸세.

아무리 장관이라 해도 이미 헌터부에 속한 검을 마음대로 이관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설명한 강태황.

최대한 빠르게 이관 절차를 거쳐 검을 건네주겠다고 강태황은 말했었다.

이렇게 꽁으로 들어오는 게 어디냐.

강태황이 아니었다면 연구소로 향하는 직원들을 털었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걸렸을 거라 생각하진 않지만 국가를 상대로 첫 범죄를 저지르게 되는 거다 보니 최대한 지양하고 싶은 일이었다.

탁.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중.

앞 테이블로 하얀 김이 올라오는 커피가 놓였다.

으음.

믹스커피 스멜.

익숙한 향기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이게 제일 고급스러운 거라서 말이야.”

“하하… 재료가 중요하겠습니까, 누가 탔느냐가 중요하죠! 허허!”

“그런가! 하하하!!”

분위기를 밝혀 주는 웃음이 오가고.

강태황이 자리에 앉아 커피를 한 모금 들이켰다.

“얘기 들었네, 이번에 기태랑과 비광이랑 함께 싸웠다고.”

“네 하하… 그냥 옆에서 조금 거들었습니다.”

거들었다는 말에 묘한 미소를 머금는 강태황.

“겸손 차릴 필요 없네. 데몬들을 갈아버린 수리검의 주인이 자네인 건 다 알고 있으니까.”

강태황을 따라 나 또한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나 역시 강태황이 모를 거라 생각해서 한 말은 아니었다.

그저 어떤 말이 이어질지 짐작이 갔기에 방향을 조금 틀어볼까 싶어 건넨 말이었다.

정작 강태황은 그럴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이기에 실패했지만 말이다.

“자네가 아니었다면 기태랑이 죽었을 거라고 하더군.”

“….”

이번 말에 대해선 굳이 대답하지 않았다.

이미 모든 걸 다 알고 있는 강태황에게 구태여 겸손을 차리거나 할 필요는 없었기 때문이다.

탁.

잔을 내려놓은 강태황이 작은 한숨과 함께 날 응시했다.

“헌터부의 장관으로써 모든 헌터 한 명 한 명이 소중하지만… 특히 기태랑과 비광, 그 두 녀석은 내게 있어 무척이나 특별하다네.”

들은 적이 있었다.

강태황과 기태랑, 비광은 국가 헌터부로 맺어지기 전부터 인연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말이다.

“데몬과 처음 싸우기 시작했을 때부터 함께였지. 그러던 게 어쩌다 보니 1급 헌터와 장관인 사이가 됐고.”

한 템포 쉰 강태황이 말을 이어나갔다.

“기태랑과 비광은 대한민국을 지탱하는 기둥이지만, 동시에 강태황이라는 인간의 버팀목이기도 하네.”

이거 또 머쓱해지겠구만.

왠지 모르겠지만 짐작가는 강태황의 다음 행동에 미리 뒷머리를 긁적였다.

“자네가 기둥을 지켜줬기에 내가 무너지지 않을 수 있었네.”

스윽.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싶었네.”

나를 향해 고개를 숙이는 거구의 강태황.

그런 강태황을 향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태랑 님은 제게도 소중한 분입니다.”

슥.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이에요.”

진심을 전달함과 동시에 머쓱한 미소로 고개를 숙였다.

* * *

그날 밤 저녁.

백운이 강태황과 덕담을 나누고 있을 시간.

인터넷은 어제 올라온 한 동영상으로 치열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었다.

- 콰가가가가가!

믹서기 마냥 하늘과 지상을 날며 데몬을 쓸어버리는 청색의 수리검.

갑론을박의 중심엔 익숙한 이름이 거론되고 있었다.

@ 저거 무기왕입니다.

갑의 주장이었다.

말도 안 되는 화력으로 데몬을 갈아버리는 수리검이 무기왕의 것이라는 주장.

@ 뭘 봐서 무기왕이에요? 새로운 헌터 같은데. 뭐만 나오면 무기왕이라고 하네.

을의 주장.

을에 속한 사람들은 항상 불만이었다.

무기왕의 등장 이후 자신들이 응원하는 헌터들이 완전 찬밥 신세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 무기왕이다!

꾸준히 영상을 올리지 않으면 묻혀버리는 다른 헌터들과는 달리.

무기왕의 영상은 올라왔다 하면 한바탕 난리가 나버렸다.

국가 기관에서 관리하는 한튜브에 올라오는 만큼 별다른 편집이 들어가지도 않았다.

그저 쭉 녹화한 영상이 올라왔을 뿐인데도 항상 이슈 몰이와 함께 엄청난 조회수를 기록해버리는 무기왕.

@ 또 다른 튜브 헌터들한테 피해주지 말고 괜한 주장 펼치지 마세요.

@ 뭐라는 거야. 피해는 무슨 피해? 영상이 딸리니까 인기가 없는 거지. 죄 없는 무기왕 탓을 하네.

“음.”

무기왕이라면 빠질 수 없는 찐팬.

집에서 싸움을 지켜보고 있던 송유빈이 키보드에 손을 올렸다.

@ 저거 무기왕 확실합니다.

무기왕을 옹호하기 위해 막무가내 채팅을 친 건 아니었다.

지금까지 무기왕의 영상을 빠짐없이 수십 번 봐왔던 송유빈인 만큼.

무기왕이 영상에서 사용했던 기술들엔 누구보다 빠삭했다.

@ songsong? 저건 또 뭐야.

@ 지난 영상들 봐보세요. 무기왕이 사용했던 푸른색 비늘과 수리검. 그게 합쳐진 거잖아요. 그것도 모르나.

송유빈이 을 쪽 사람들의 신경을 살살 긁으며 코웃음을 쳤다.

누가 보든 무기왕의 능력이었다.

처음 무기왕을 세상에 알렸던 빛의 탄환은 보이지 않았지만.

사로카를 보내버렸던 푸른 비늘과 수리검만으로도 강력하게 확신할 수 있었다.

‘그것도 몰라. 바보들이.’

# 콰가가가가---!

‘그런데 진짜 미쳤네.’

동영상을 다시 돌려보며 송유빈이 혀를 내둘렀다.

무기왕이 강하다는 건 익히 알고 있었지만.

눈앞에 보이는 믹서기는 또 다른 이야기였다.

엄청난 범위로 지나가는 길을 깨끗하게 만들어버린 청색의 수리검.

주인이 보이지 않는 수리검은 그 많던 데몬이 순식간에 사라져버리는 마술을 만들어냈다.

‘어디까지 강해지려는 거야, 대체.’

송유빈이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만족스러운 고갯짓을 하는 사이.

띠링.

송유빈의 핸드폰으로 메시지가 하나 도착했다.

# 선배! 무기왕 동영상요!

‘응? 무기왕?’

뜬금없는 타이밍이었다.

무기왕은 낮에 있었던 전투에 참여한 상태.

이렇게 짧은 텀을 두고 동영상이 올라온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무기왕이 촬영한 게 따로 있는 건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한튜브로 접속한 송유빈.

‘…?’

한튜브 메인엔 아무런 영상도 올라와 있지 않은 상태.

무기왕의 동영상이 올라오면 언제나 메인 배너였다.

배너에 없다면 안 올라왔다는 것.

# 한튜브에 없는데?

# 한튜브 말고 뮤튜브요!

‘잉?’

갈수록 의아해지는 소식에.

송유빈이 뮤튜브로 장소를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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