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기왕이 헌터로 회귀했다-175화 (175/473)

175화. 선을 넘다

집으로 향하는 호수길.

가던 걸음을 멈추고 한참동안 뮤튜브에 올라온 동영상을 감상했다.

대단한 새끼네 이거.

날 따라하다니 때려죽일 년! 이라던가.

당장 목을 치러간다 이 따라쟁이 새끼! 라는 마음은 들지 않았다.

당장은 그저 놀라웠다.

보니와 리드의 리볼버, 그리고 유탈라스의 비늘을 이 정도로까지 재연해내다니.

따라하기 능력이라도 개방한 건가.

머리를 망치로 얻어맞은 후 봤다면 내가 올리고 까먹은 건가 싶었을 정도였다.

물론 실사용자의 눈이다 보니 어색한 부분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지만 말이다.

닉네임까지 따라한 건 좀 그렇네.

조회수가 터진 뮤튜버를 따라 하는 건 흔한 일이었다.

자신이 올리는 컨텐츠에 대한 특허 같은 게 존재할 리 없었기에.

기존 컨텐츠에서 약간만 바꾸어 새로운 컨텐츠인 것 마냥 방송하는 게 암묵적으로는 허용되고 있었다.

기존 뮤튜버의 팬들이 가만 놔두지 않겠지만.

그런 팬들의 매질마저 자신은 벤치마킹 한 거라며 버텨내는 이들이 많았다.

그렇게 매질을 버텨내면 많은 조회수와 그에 따른 이익이 따르니 어찌 보면 버티는 게 당연한 일이었다.

왜 당신들까지 헷갈리냐고오.

물론 무기왕의 경우는 조금 달랐다.

닉네임이 똑같은 걸 떠나서 벤치마킹 수준이 아니었다.

완벽히 무기왕인 척하기 위해 기술까지 카피해내고 있었다.

기존 독자들까지 헷갈릴 정도로 말이다.

괘씸한데.

날 따라하고 있다는 게 몹시 괘씸했지만 당장 무언가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당장 동영상이 올라오고 있는 건 뮤튜브였다.

내가 속해 있는 한튜브와는 엄연히 다른 매체.

그렇다 보니 닉네임을 무기왕이라 한 것 역시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만든 이의 자유였다.

한튜브의 무기왕과 뮤튜브의 무기왕.

각기 다른 매체 소속의 무기왕이 존재하는 것일 뿐이었다.

“흠.”

당장 뮤튜브의 무기왕이 무언가를 한 것도 아니었다.

무기왕의 이름을 걸고 이미지를 갉아먹는 짓이라도 하면 문제겠지만.

지금은 그저 내 기술을 따라하며 데몬을 잡고 있는 게 다였기 때문이다.

데몬을 잡는 건 이러니저러니 해도 좋은 일이니까.

빠득.

좋은 일이지만.

그렇다고 이 따라쟁이를 가만히 놔둘 생각은 아니었다.

무기왕은 이미 한국을 넘어 다른 국가에까지 알려진 이름.

지금 당장은 그럴 일이 없겠지만 추후 이름값이 필요할 땐 무기왕의 이름을 사용해야 했다.

어디서 굴러먹다 온지도 모르는 놈이 계속해서 무기왕을 사칭하며 활개치게 둘 수는 없었다.

최소한 닉네임은 바꾸게 해야지.

암! 그렇고말고.

무기왕바라기 정도라면 납득해 줄 수 있겠지만.

완벽히 나인 척하는 건 몽댕이질이 필요했다.

이 쉨… 조금만 기다려라.

괘씸함을 억누르며 재생 중이던 동영상을 껐다.

어디에 사는 놈인지 알았다면 오늘 밤에 찾아갔을 테지만.

가짜 역시 나처럼 사는 곳이나 실제 정체를 드러내지 않고 있었다.

당장 찾아가고 싶다 해도 찾아갈 수 없는 상황.

악귀참도 찾아서 도윤부터 꺼내고.

다음에 조져주마!

물론 데몬처럼 묵사발 내겠다는 건 아니었다.

단지 찾아가서 왜 따라했냐고 귓방맹이 몇 대 날려준 후 닉네임을 바꾸게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할 일이 있었고 따라쟁이 놈이 무언가 엄한 짓을 하고 있는 건 아니었기에 약간 후순위로 미뤄둘 생각이었다.

“후우!”

깊은 한숨을 내쉬며 집으로 가기 위해 걸음을 내디뎠다.

일단은 대산에게서 받은 문서부터 읽어볼 생각이었다.

띠링.

응?

그때 꺼지지 않은 뮤튜브 어플로부터 알람이 울리고.

띠링!

동시에 국가직 헌터 어플에서 알람이 울렸다.

두 가지 알람이 뜻하는 건 각기 다른 의미였다.

뮤튜브는 새로운 무기왕의 동영상이 올라왔다는 알람이었고.

# 새로운 전달 메시지.

헌터 어플에선 예전 김희연이 보냈던 것과 같은 메시지가 도착해 있었다.

삑.

먼저 헌터 어플에서 온 메시지를 확인했다.

# 안녕하세요, 무기왕 백운 님.

국가직 헌터를 관리하는 부서에선 내가 무기왕이란 걸 알고 있었다.

기밀정보인 만큼 부서의 소수를 제외하곤 접근할 수 없는 정보지만 말이다.

# CBC 방송국으로부터 백운 님, 정확히는 무기왕님께 전달해달라는 메시지가 있습니다.

응…? CBC에서 왜?

CBC에선 무기왕이 누군지 모르는 만큼 연락을 할 수 없는 상태.

그렇기에 국가 부서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었다.

# 보낸이는 CBC 방송국의 카메라 담당인 진유석 님입니다. 리포터인 송유빈 님의 요청으로 뮤튜브의 가짜 무기왕에 대한 방송을 준비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유빈 님…!

동영상을 찍어 부서로 보내기만 할 뿐.

실제로 한튜브에 가서 내 동영상을 보는 일은 드물었지만, 나 또한 알고 있었다.

CBC의 리포터인 송유빈이 내 찐팬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모를래야 모를 수가 없지.

당장 유연경과 배인슬이 나와 만날 때마다 이야기해줬었다.

국민 리포터로 통하는 송유빈이 대놓고 내 팬이라 부럽다는 말과 함께.

흐뭇.

유명인이 내 팬이란 생각을 하니 나도 모르게 흐뭇한 미소가 지어졌다.

그렇게 바보 같은 표정으로 메시지를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우리 유빈 님한테 머선 일이 생겼…!?

메시지의 마지막 줄.

그 라인을 읽으며 입가에 번져 있던 미소는 완벽히 지워졌다.

# 송유빈 님이 만나기로 약속한 장소에 나타나지 않았으며 진유석 님은 현상황을 심각하다고 판단, 무기왕인 백운 님께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 * *

몇 시간 전.

‘안 되겠어, 이 가짜 새끼.’

송유빈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조금 전 송유빈은 뮤튜브에 동영상을 올린 가짜 무기왕에게 쪽지를 보냈었다.

당신이 가짜라는 걸 알고 있다는 내용과 함께 몇 가지의 증거를 분석한 내용이었다.

띠링.

그리고 도착한 가짜 무기왕의 메시지.

# 죄송하지만 제가 진짜 무기왕입니다.

간략한 메시지와 함께 동영상 하나가 도착해 있었다.

이제 곧 업로드될 거라는 새로운 짜가 무기왕의 영상이었다.

# 두두두두두두--!

새로운 영상에서도 이전과 마찬가지로 진짜 무기왕인 것 마냥 기술을 사용하고 있었다.

이전보다 더 정교해진 수준이었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 이… 이 미친놈이!!

육성으로 욕이 터져 나왔다.

동영상에서 가짜놈이 총알을 갈겨대고 있는 곳.

그곳에 있는 건 데몬이 아니었다.

몹시 수상스럽게 생겼지만 분명 사람이었다.

# 사실 제가 진짜 무기왕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진짜라고 생각하면 제가 무기왕인거죠. 이제 나타날지 안 나타날지 모르는 짭퉁이 아니라요.

마치 송유빈을 도발하듯.

가짜는 계속해서 송유빈에게 메시지를 보내왔다.

# 콰앙--! 끄아아악!

동영상이 재생될수록 더 끔찍한 장면이 흘러나왔다.

비늘을 감싼 채 벽을 부수는 가짜 무기왕.

동영상을 찍은 장소는 사람이 적은 장소가 아니었다.

퇴근 시간대인 조금 전.

유동 인구가 많은 곳에서 벌어진 일이었고 가짜 무기왕에 의해 무너진 벽은 속절없이 퇴근 중인 민간인들을 덮쳤다.

삑.

송유빈이 리모컨을 들어 티비를 틀었다.

잠시 후 속보로 흘러나오는 CBC 방송의 속보.

# 뉴스 속보입니다. 서울 상암동 부근에서 건물이 무너져 퇴근 중이던 민간인이 깔리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목격담에 따르면 벽을 무너뜨린 건 인기몰이 중인 헌터, 무기왕의 기술과 비슷하다고 하여 진상 파악 중입니다.

그래서였다.

송유빈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것은 말이다.

이 상태에서 조금 전 놈이 보내온 동영상이 뮤튜브에 올라온다면?

‘안돼.’

이미 긴가민가하면서도 사람들은 뮤튜브에 올라온 가짜를 무기왕이라 믿고 있었다.

더군다나 자극적인 기사에 쉽게 휩쓸리는 사람들을 생각했을 때 동영상이 올라오는 순간 한바탕 난리가 날 터.

‘이 가짜 새끼가 기어이.’

송유빈이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조금 전 나눈 메시지와 미리 받아본 동영상, 그리고 자신이 분석한 증거를 토대로 먼저 방송을 할 생각이었다.

CBC 방송국의 허락은 받아야겠지만 걱정할 건 없었다.

이런 사건에 대한 방송이라면 시청률은 따놓은 당상이었기에 상부에서 거절할 리가 없었다.

# 진유석이! 당장 방송국 앞으로 와!

담당 카메라맨인 후배에게도 문자를 보낸 후.

송유빈이 빠르게 옷을 챙겨 입었다.

‘짭퉁이 감히 이 송유빈 님을 도발해?’

몇 가지 정리해둔 자료를 마저 챙긴 다음.

송유빈이 문을 열어젖혔다.

‘죽었어! 이 짭퉁…!?’

“안녕하세요, 닉네임 songsong을 쓰시는 송유빈 리포터님.”

열린 송유빈의 집 문 앞.

무기왕과 똑같은 가면을 쓴 남자, 서태혁이 서 있었다.

갑작스러운 등장에 놀랐지만 이내 평정을 되찾은 송유빈.

송유빈이 조소를 머금으며 입을 열었다.

“너구나, 이 가짜 새끼.”

동시에 풍기는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송유빈이 핸드폰 비상 버튼으로 손을 가져갔다.

덥썩.

“…!”

어느새 뒤에서 나타나 송유빈의 핸드폰을 뺏는 복면의 남자들.

그런 송유빈을 보며 서태혁이 조소를 머금었다.

“저랑 같이 좀 가주셔야겠습니다.”

* * *

@ 뭐야? 진짜 무기왕인데.

@ 국가직 헌터 그만두더니 범죄 조직이라도 들어간 거냐?

뮤튜브에 새로 업로드된 영상의 댓글.

댓글창은 그야말로 난리가 나 있었다.

난리가 안 나는 게 이상하지.

조금 전 업로드 된 동영상.

동영상에 나온 것 역시 분명 나의 기술들이었다.

처음 올라왔던 동영상보다 더 그럴싸하게 만들어진 기술들이었지만.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 콰쾅!

미치광이처럼 리볼버를 쏴대고 비늘을 두른 주먹을 꽂아버리는 가짜 녀석.

녀석의 타겟은 무언가 범죄 스멜 물씬 나는 놈들이었다.

# 끄아악!

일방적으로 공격당하고 있는 게 뭐 하는 놈들인진 알 수 없었고, 댓글이 난리가 난 것도 그것 때문은 아니었다.

난리가 난 이유는 그다음 장면 때문이었다.

의도한 거 같진 않지만 뒤 없이 휘두른 공격의 여파로 건물들이 무너져 내렸고.

퇴근 중이던 민간인들 중에 사상자가 생겨버렸다.

# 뉴스 속보입니다.

지금 뉴스에서도 흘러나오는 걸 보아 두 번째 영상이 찍힌 건 얼마 되지 않은 일이었다.

거기다 가짜 무기왕에 대한 방송을 준비하던 송유빈이 사라졌다.

후배인 진유석은 무슨 일이 생긴 게 분명하다고 도움을 요청한 상태.

씁.

솔직히 무기왕의 이미지를 생각하며 동영상을 찍은 적은 없었다.

목적이 돈이긴 했지만 조회수를 신경쓰며 상황을 작위적으로 만들지도 않았고 말이다.

발생하는 상황과 상황에 따른 순간적인 나의 판단.

그것들을 그대로 솔직하게 찍어 올렸었다.

그렇기에 지금까지 올라왔던 무기왕의 동영상엔 백운이란 인간의 판단과 성향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었다.

바빠죽겠는데 쌍놈에 새끼가.

처음 동영상까진 괘씸하지만 잠시 놔두려고 했었다.

지금 당장 따라쟁이 놈에게 신경을 쏟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번째 동영상을 보며 생각이 달라졌다.

자연스럽게 형성되어 있던 무기왕의 이미지에 재를 떠나 똥물을 끼얹고 있는 녀석.

빠득.

거기다 나의 열렬할 팬인 송유빈까지 건드리다니.

선을 넘어도 단단히 넘었다.

스윽.

집으로 향하던 걸음을 돌렸다.

“이 가짜 새끼 딱 기다려라.”

우드득.

“넌 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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