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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왕이 헌터로 회귀했다-179화 (179/473)

179화. 격

푸화아아아!

진심을 다해 내지른 주먹에 주변으로 풍압이 일었다.

최신 나노 기술의 집결체로 사용자의 힘을 비약적으로 증폭시키는 비늘.

그런 비늘을 두르고 내질러진 주먹이었다.

‘…?’

그런데 토옥이라니.

서태혁이 들려올거라 예상했던 타격음이 아니었다.

힘이 가진 주먹이 부딪힌 게 아닌, 부드럽고 말랑한 고양이 발바닥이 부딪힌 소리였다.

꿀꺽.

서태혁이 마른침을 넘기며 자신의 주먹을 막은 것을 바라봤다.

자신이 두르고 있는 것보다 훨씬 영롱한 빛을 내고 있는 비늘.

푸른빛의 비늘이 둘러싸진 중지 손가락 하나였다.

‘말도 안 된다.’

막힌 것이었다.

서태혁이 가진 모든 것의 집결체라 불러도 부족함이 없는 나노 기술.

그런 기술을 집약해 재연해낸 비늘이 손가락 하나에 막혀버렸다.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이네.”

손가락 주인의 음성이 서태혁의 귓가로 들려왔다.

몹시 여유로운 음성이었다.

약간의 흔들림조차 없는 목소리.

모든 걸 걸고 내지른 누군가의 주먹을 막아낸 사람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자신 있었던 모양이야.”

두말하면 입이 아픈 소리였다.

서태혁은 자신 수준이 아니라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리볼버의 탄환은 어찌저찌 막혔지만 나노 기술로 만들어진 최고의 비늘만큼은 통할 거라 생각했다.

‘뭉개졌어야 하는데.’

주먹을 내지른 후 눈앞에 남은 건 다져진 고깃덩어리일 거라 확신했었다.

그리고 그 고기를 조금 전 무기왕이었던 것! 이라며 스트림에 들어와 있는 사람들에게 소개할 생각이었다.

‘내 최고의 발명품인데…! 저따위 비늘보다 훨씬 강해야 하는데…!’

2년 만에 등장했던 무기왕의 동영상.

붉은 갑주의 사로카라는 노네임드 데몬과의 전투였다.

무기왕은 그곳에서 비늘을 두른 주먹으로 사로카를 박살 냈었다.

‘나도 잡을 수 있다.’

점점 최신 기술이 깃들어 강력해지는 비늘을 바라보며.

서태혁은 확신했었다.

이미 자신의 비늘은 무기왕의 것을 뛰어넘었으며 사로카라는 데몬이 다시 나타나더라도 한 방에 보낼 수 있다는 확신을 말이다.

그런데 지금 눈앞에 드러난 결과는 대체 뭐란 말인가.

압도해서 박살내긴커녕 1cm조차 밀어내지 못했다.

콰지직!

충돌의 대가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멈춰있던 무기왕의 손가락에 닿은 서태혁의 오른팔.

오른팔에 둘러져 있던 나노 비늘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몇 시간 전 상대 거래처의 조직원들과 벽까지 부숴버렸던 비늘이었다.

파아앙!

“끄아아아악!”

강도를 가늠하기 힘든 무기왕의 중지.

중지에 부딪힌 리바운드가 서태혁을 덮쳐왔다.

나노 비늘이 터져나감과 동시에 서태혁의 오른팔로 전해지는 끔찍한 고통.

우드드득!

“아아아악!”

서태혁이 오른팔을 움켜잡으며 바닥으로 주저앉았다.

팔을 지탱하던 뼈가 모두 부숴져 흐물해진 상태.

뒤에 서 있던 부하들은 영문 모를 상황에 어쩔 줄 몰라하는 얼굴이었다.

“말도 안된다아아아!!”

고통에 차있으면서도 서태혁이 악과 함께 비명을 질렀다.

지금의 상황을 인정할 수 없었다.

정확히는 인정해선 안 됐다.

- 태… 태혁아!

부모까지 죽여가며 손에 넣은 것이었다.

개방과 함께 밑바닥까지 고꾸라졌던 자신을 다시 일으켜 세워준 것이었다.

다시 한번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살아갈 수 있게끔 해준 것이었다.

뒷세계의 사람들은 물론 내전이 일어나는 국가의 인사들까지 무기의 공급줄을 쥐고 있는 서태혁에게 몸을 굽씬거리게 만들어준 것이었다.

이것의 영향은 음지에서가 끝이 아니었다.

양지에서도 서태혁을 빛나게 해주었다.

수많은 뮤튜버들이 거주하고 있는 뮤튜버에서 1위를 찍으며 모든 이의 부러움과 선망의 시선을 받고 있는 게 바로 서태혁이었다.

“삼류.”

지금의 서태혁을 있게 해준 모든 것들이 저 중지에 하나에 부딪히며 깨부서졌고.

벌어져 있는 차이를 가늠조차 할 수 없는 눈앞의 남자는 서태혁을 향해 삼류라 부르며 내려다보고 있었다.

슥.

서태혁이 완벽하게 일그러진 얼굴로 가면을 쓴 무기왕을 올려다봤다.

“잘 기억해둬라.”

그런 서태혁을 향해 조용히 말을 건네는 무기왕.

“이게 너와 내게 어울리는 높이차이니까.”

“…!!”

자기도 모르는 사이 무릎을 꿇은 채 무기왕을 올려다보고 있는 서태혁이었다.

수많은 이들이 스트림을 통해 이 모습을 보고 있을 터였지만.

이제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았다.

“죽여버려!!”

서태혁이 뒤에 서 있는 부하들을 향해 절규에 찬 명령을 내렸다.

“그리고.”

그러든 말든 천천히 주먹을 쥔 오른팔을 들어 올리는 무기왕.

달빛을 받아 영롱한 푸른빛을 자아내는 팔이었다.

구구구구…!

‘아.’

들어 올려지는 주먹을 보며.

서태혁은 정체를 알 수 없는 공포를 느꼈다.

그리고 깨닫게 되었다.

‘죽는다.’

쿠아아아아아!

“도련님 구해!”

“이 새끼가!!”

열심히 달려오는 적들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엄청난 힘을 머금은 채 아래로 내려꽂히는 무기왕의 주먹.

저택의 지면과 주먹이 닿으려는 찰나, 무기왕의 마지막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게 격의 차이다.”

콰아아아앙!!!

* * *

펄럭.

칼데아를 펄럭이며 아래를 내려다봤다.

가짜 무기왕 서태혁의 저택.

정확히는 저택이었던 장소였다.

쿠구구구---!

지면부터 완전히 박살 나 폭삭 내려 앉아버린 저택.

정확하게 서태혁이 보유하고 있던 땅과 저택만이 완벽히 박살 나 있었다.

힘 조절 완벽하고.

흡족스러운 결과에 고개를 끄덕였다.

들고 있던 무기는 한 번 쏴보지도 못한 채 서태혁과 함께 지면 밑으로 빨려 들어간 녀석의 부하들.

서울 한복판 저택에서 저 정도 양의 무기를 들고 설치는 놈들이라니 보통 녀석들은 아닐 터였다.

삑.

열심히 돌아가던 액션 캠을 종료했다.

흠.

워낙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서태혁이 어째서 날 따라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지체 없이 날 향해 탄을 쏟아부은 것부터 비늘을 두른 주먹을 망설임 없이 내게 휘둘렀던 서태혁.

이것만 봐도 정신이 나가도 보통 나간 놈이 아니라는 건 알 수 있었다.

꼴깍.

잠시 무너져 내린 저택을 보고 있자니.

나도 모르는 사이 마른침이 삼켜졌다.

내가 주먹 한 방에 얼마를 해먹은 거지.

땅값이 비싼 청담동 중에서도 가장 큰 저택과 부지였다.

정원의 관리 정도만 봐도 어마무시한 돈이 들었을 터.

그런 저택과 정원이 완벽하게 박살나 버렸다.

다행이야.

새삼스레 가면을 쓰고 온 자신을 칭찬하고 싶었다.

서태혁 놈이 운 좋게 살아남았더라도 청구할 대상을 알 수 없으니까 말이다.

“정당방위였지.”

거기다 먼저 총을 갈겨댄 건 서태혁이었으니 정당방위 성립이었다.

“나의 찐팬 유빈 님을 납치한 것도 모자라 무기왕의 이름에 먹칠을 하려고 하다니.”

절로 고개가 내저어지는 서태혁의 잘못들.

“아무도 뭐라할 수 없지! 암! 그렇고말고.”

그렇게 백 억대의 재산을 가루로 만들어버린 자신을 합리화하며.

사악.

이청아가 있는 방향을 향해 몸을 돌렸다.

번쩍.

!?

그 순간.

무너져내린 서태혁의 저택 사이로 오랜만에 보는 반가운 보랏빛이 새어 나왔다.

* * *

# 스트림이 종료되었습니다.

화면에 떠오른 문장을 보며.

핸드폰 속으로 들어가기 직전이던 송유빈이 고개를 들었다.

쿠우우우우!

조금 전 굉음이 들렸던 서태혁의 저택 쪽.

그곳에선 엄청난 먼지가 하늘로 솟구치고 있었다.

“뭐야 진짜.”

스트림을 보고 있던 사람들의 반응도 마찬가지였다.

@ 진짜다.

@ 이게 진짜지.

송유빈과 마찬가지로 사람들도 아직 여운이 가시지 않은 탓인지 짤막한 채팅만이 올라오고 있었다.

@ 잠시나마 가짜 따위와 헷갈린 자신을 반성합니다.

@ 죄송합니다, 무기왕 님.

반성의 채팅도 함께였다.

@ 한국에 대형 무기상이 있다고 하더니 가짜가 그놈이었나 보네요.

송유빈도 기억하고 있었다.

이전에 봤던 추적 프로그램에서 나온 고래 무기상.

그놈이 공급한 무기 때문에 수많은 사람이 죽어 나간다는 내용이었다.

정재계에 긴밀한 커넥션을 가지고 있어 절대 잡히지 않을 거라 예상되었던 무기상.

내용을 봤을 때 모든 정황이 서태혁을 가리키고 있었다.

띠링.

@ 송유빈 님은 꿈 이뤘겠네요.

@ 부러워요, 실제로 만나다니.

이어서 거론되는 자신의 이름을 보며.

스윽.

송유빈이 깊은 한숨과 함께 하늘을 올려다봤다.

조금 전 납치를 당하고 무기왕에게 구해졌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 고요한 하늘이었다.

왜에에에엥--!

곧이어 들려오는 사이렌 소리와 불빛들.

사이렌은 두 갈래로 나뉘어 저택과 송유빈 쪽으로 가까워져 오고 있었다.

“흐음.”

살랑 불어와 송유빈의 뺨을 간지럽히는 밤바람까지.

짧은 시간동안 별일을 다 겪었지만 꽤 상쾌하게 느껴지는 바람이었다.

싱긋.

묘한 기분 좋음을 느끼며.

송유빈의 입가로 미소가 그려졌다.

“무기왕.”

미소와 함께 떠오르는 무기왕의 모습과 그런 무기왕과 함께 했던 한밤중의 비행.

보는 사람 한 명 없는 고요함 속에서 송유빈의 입으로 진심이 담긴 말이 흘러나왔다.

“진짜 멋있네.”

* * *

휙! 쿵!

앞에 놓인 돌무더기를 헤쳐나갔다.

조금씩 가까워져 오는 사이렌 소리.

아니 어디까지 묻힌 거야.

날아가려던 중 새어 나온 보랏빛에 곧장 아래로 내려왔다.

저택을 무너뜨리기 전까지 안 보였던 걸 보면 어디 저택 깊숙한 곳에 꽁꽁 숨겨져 있었던 것 같았다.

“으… 으.”

돌에 파묻혔지만 직접 타격을 받은 건 아니기에.

목숨줄은 붙어 있는 서태혁의 부하들.

살려달라고 뻗어오는 손들을 툭툭 쳐내며 계속해서 땅을 파나갔다.

“기다려, 구급차 오잖아. 마음도 급한데 말이야.”

어차피 살 녀석들이었기에 크게 신경쓰지 않고 발굴을 계속했다.

다가오고 있는 경찰차와 구급차가 도착하기 전 빠르게 공명을 하고 자리를 벗어나야 했다.

그나저나 왜 보랏빛이 이놈 저택에서 나오는 거지.

땅을 파면서도 이해가 안 가는 상황이었다.

무기상이라 해도 서태혁이 가지고 있는 건 어디까지나 최신식 화기들이었다.

다른 화기와 다른 게 있다면 서태혁과 부하들이 개발한 기술들이 적용되어 있다는 것.

어쨌든 내 무기고에 넣을만한 무기가 있을 만한 곳은 아니었다.

수집한 것들 중에 뭐가 있었던 건가.

돈이 많았던 녀석인 만큼 하고 싶은 건 다 하고 살았을 터.

유물 수집이나 각종 취미를 하다 우연히 손에 넣은 것일 수도 있었다.

콱!

빛을 막고 있던 돌멩이를 치워내자.

무언가를 둘둘 싸매고 있는 천이 나타났다.

그 속에서 보랏빛을 뿜어내고 있는 무언가.

스륵.

검… 조각?

천이 싸고 있던 건 손바닥만 한 검날이었다.

무언가에 녹아내린 건지 양 끝은 심각하게 훼손되어있는 상태.

멀쩡한 건 가운데 부분의 날뿐이었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너무 예상치 못한 곳에서 만난 보랏빛.

무엇에 대한 빛일지 감이 오지 않았지만, 상관없었다.

슥.

생각해봐야 알 수 없는 의문들을 뒤로하고.

빛을 뿜어내고 있는 검날로 손을 가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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