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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왕이 헌터로 회귀했다-210화 (210/473)

210화. 닫히는 길

왜 쟤가 저런 표정을 짓고 있지.

물어보기 망설여지게.

사과를 잡고 쭈그려 앉은 채 노운을 돌아보고 있는 상태였다.

손에 남아있는 스파크를 보며 여전히 묘한 표정을 짓고 있는 노운.

마음 같아선 어떻게 한 거야! 묻고 싶었지만 무언가를 떠올리는 듯한 모습에 차마 그럴 수가 없었다.

“등가교환이 일어나지 않았어.”

먼저 입을 연 건 노운이었다.

등가교환의 법칙.

노운이 연금술에 대해서 설명할 때 절대적인 법칙이라고 설명했었다.

스윽.

그제야 몸을 일으켜 노운에게 걸어갔다.

딱히 말을 걸거나 하진 않았다.

노운은 계속해서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떠오르는 것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그런 노운을 바라보며 조금 전 상황을 다시 떠올렸다.

분명 사과가 멈췄었다.

시간이 정지하거나 한 건 아니었다.

그랬다면 사과를 향해 나아가던 나 역시 멈춰야 했을 테니까.

물체의 움직임을 멈추거나 제어할 수 있는 힘인가.

무언가를 자세히 파악하기엔 너무 찰나의 순간이었다.

“한 번 더 해볼게.”

고개를 끄덕이며 사과를 올려놓은 손바닥을 노운의 눈높이까지 들어 올렸다.

손을 들어 올린 노운이 사과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내가 어떻게 되는 건 아니겠지.

서서히 일어나는 붉은 스파크를 보고 있자니.

과거 화학 실험 중 일어났던 폭발 사고들이 떠올랐다.

폭발은 안 돼.

라고 속으로 외치면서도 노운의 집중을 깨지 않기 위해 입은 다물고 있었다.

파지… 파지직!!

노운의 손에서 일어난 스파크가 절정에 달하고.

오…!

… 아무 일도 없네.

손에 있던 사과는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노운도 왜 아무 일도 없지? 란 얼굴이었다.

음.

그러고 보니 대상은 같았지만 조금 전과 상황이 달랐다.

혹시 모르니.

노운과 한 번 눈을 마주친 후.

휙.

사과를 공중으로 던져 올렸다.

내 의도를 알아차린 노운이 곧장 사과를 향해 손을 들었다.

그리고.

콰아앙!

귀를 찢는 굉음이 들려왔다.

* * *

“뭐… 뭐야?”

데구르르.

그대로 떨어져 바닥을 굴러가는 사과와.

굉음과 함께 전달된 진동에 중심을 못 잡고 있는 노운까지.

쿠르릉… 콰앙!

얼마 떨어지지 않은 장소였다.

주변 지역 자체는 고요한데 유독 한 장소에만 번개가 내려치고 있었다.

맞으면 바로 통구이 되겠는데.

살면서 저런 번개는 처음이었다.

번개와 함께 장소를 가리는 소용돌이까지.

얼핏 보기만 해도 저기는 피해가야지란 생각이 절로 드는 광경이었다.

“토라소…!”

“!?”

물론 세상일이 다 마음처럼 되지는 않는 법.

노운의 외침을 들어보니 저곳을 피해가는 건 불가능했다.

정확히는 피해가는 게 아니라 저곳을 향해 가야 했다.

구워지는 게 무서워 지구로 돌아가는 걸 포기할 게 아니라면 말이다.

“이상해, 이렇게까지 불안정하지는 않았는데.”

노운이 눈살을 찌푸리며 점점 심해지는 폭풍우를 살폈다.

꼴깍.

무슨 말을 할지 심히 걱정되는 순간이었다.

망자의 세계에 대해 아는 건 없었지만.

미친 듯이 몰아치는 토라소의 폭풍우나 노운의 표정으로 미루어 보건대, 썩 달가운 상황은 아닌 것 같았다.

“달려야겠어.”

“뭐?”

“누군가 토라소로 들어가는 길을.”

몸을 일으킨 노운이 폭풍우 방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닫고 있어…!”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달리는 노운을 따라 몸을 일으켰다.

나름 날쎈데.

처음엔 노운을 들고 달릴까 했었다.

연구실 학자 스타일인 노운에게 달리기는 익숙지 않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생각과 달리 노운은 폭풍우를 향해 뒤쳐지지 않는 속도로 달려가고 있었다.

파직…! 파직…!

저거 때문인가.

달리는 와중에 무슨 연금술을 사용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노운은 본능적으로 발아래로 연금술을 사용하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서둘러야 돼!”

평소와 달리 다급한 노운의 목소리에 정면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 정도까지 오니 보였다.

번개와 바람을 동반한 폭풍우의 장막.

장막이 토라소로 향하는 길을 덮으며 내려오고 있었다.

[유탈라스 - 1단계 의태]

[도윤 - 비젼 수리검]

오른팔을 비늘로 감싸며 수리검을 꺼내 들었다.

조금만 여유가 있다면 비젼으로 다짜고짜 들어가는 것보단 폭풍우를 살피며 들어가고자 했었는데.

노운의 반응을 보니 그럴 여유까지는 주어지지 않은 모양이었다.

드드드득…!

오른팔에 최대의 힘을 준 후.

후우우웅--!!

수리검을 토라소 방향으로 내던졌다.

두 가지 무기로 증폭된 힘을 싣고 엄청난 속도로 날아가는 수리검.

덥썩.

장막 바로 근처까지 간 수리검을 확인한 후.

노운의 뒷덜미를 붙잡았다.

비…!?

비젼을 하려는 순간.

콰르르릉!

수리검의 진행 방향으로 수십 줄기의 번개가 내리쳤다.

그리고, 단순히 번개만 있는 게 아니었다.

카아아앙!!

수리검이 뚫을 수 없는 무언가와 부딪히며 엄청난 굉음을 뿜어냈다.

이미 1차적인 건 처져있다는 건가.

길을 막기 위해 하늘에서 내려오고 있는 거대한 장막.

저 장막 이전에 안쪽에 이미 무언가가 길을 틀어막고 있었다.

“이런… 이미 막혔어.”

수리검이 막히는 걸 봐서일까.

옆에 있는 노운의 얼굴이 낭패감으로 물들었다.

항상 천진난만 호기심만 가득하던 노운이 처음으로 보이는 표정이었다.

“아직이야.”

스륵.

함께 비젼하려고 잡았던 노운의 뒷덜미를 놓은 후.

아직 장막의 근처에 있는 수리검을 바라봤다.

“뭘 하려는 거야…?”

무언가 하려는 내 눈을 발견했는지 노운이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이미 차단된 곳이야, 다른 방법을 찾아야 돼.”

“차단 같은 건 없어.”

“…?”

“내가 들어가기 전까지는.”

여전히 의아해하는 노운을 남겨둔 채.

[비젼]

장막 바로 앞으로 몸을 옮겼다.

콰르르르!

멀리서 봤을 때보다 가까이서 보니 더 장관이었다.

미친 듯이 내려치며 다가오는 모든 걸 가루로 만들겠다는 폭풍우의 의지가 느껴졌다.

하지만.

비젼 이후 장막으로 날아가는 내 속도는 늦추어지지 않았다.

이게 옳은 선택인지 역시 굳이 고민하지 않았다.

“스으으….”

가까워져 오는 장막을 바라보며.

호흡을 가다듬었다.

[척준경 - 악귀참도]

콰아아아아!

수리검이 접근했을 때처럼 나를 향해 수십 줄기의 번개가 내리쳤지만.

악귀참도에서 풀어진 성해포에 막혀 내게 닿진 못했다.

내가 가고자 한다면.

스르릉.

악귀참도의 호흡을 느끼며.

간다.

사아아아아악--!

장막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 * *

째엥--!

“!!!”

해골마를 타고 이동 중이던 카사락.

카사락의 손에 들려있던 구슬이 파열음과 함께 가루가 되었다.

투둑.

아래로 떨어지는 구슬의 잔해를 보며 카사락이 눈썹을 꿈틀거렸다.

‘어떻게…?’

깨진 구슬에 놀란 건 카사락 뿐만이 아니었다.

주변에 있던 망자들의 시선도 깨어져 가루만 남은 구슬로 향해 있었다.

- 토라소로 향하고 있습니다.

조금 전의 일이었다.

추적자로부터 규율 위반자의 목적지를 듣게 된 카사락.

순간 카사락의 머리를 스치는 게 있었다.

- 길을 열려고 하는구나.

지금은 아니지만 한때 포식자의 탄생지로 알려졌었던 토라소.

토라소에서 포식자의 흔적을 지운 게 바로 카사락이었다.

당시 균형을 흔드는 포식자들을 쫓아내기 위해 다른 세계로의 길을 열었던 지역.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길의 흔적이 남아있을 게 분명했다.

- 어떻게 안 거냐.

우연히 토라소로 향한다고 보기는 힘들었다.

구덩이의 마지막 포식자를 제거한 후 곧장 토라소로 향하고 있는 규율 위반자.

마치 토라소에 길의 흔적이 있다는 걸 알고 가는 느낌이었다.

- 폭풍의 구슬을 가져와라.

어떻게 알았는지는 가서 물어보면 되는 일이었기에.

뭘 꾸밀지 모르는, 불안정한 존재인 위반자를 막기 위해 카사락은 구슬을 꺼내 들었다.

지정한 위치에 폭풍의 장막을 내리는 구슬.

구슬의 주인인 카사락을 제외하면 그 누구도 출입할 수도, 해제할 수도 없는 힘이었다.

‘….’

그런 구슬이었다.

조금 전 카사락의 손에서 깨어진 폭풍의 구슬은 말이다.

‘나의 세계이거늘.’

구슬이 깨졌다는 건 한 가지를 의미했다.

토라소를 중심으로 쳐지던 장막이 누군가에 의해 완전히 찢겨졌다는 것.

그리고 장막을 찢은 게 누구인지는 굳이 궁금해할 필요가 없었다.

이미 규율을 한 차례 위반한 자.

방법은 모르겠지만 분명 그자가 장막을 파괴한 범인이었다.

으드득.

카사락이 힘을 주어 주먹을 쥐자 뼈의 마찰음이 들려왔다.

‘인정할 수 없다.’

망자의 세계는 카사락의 손아귀에 있었다.

수십만의 망자가 받드는 왕이었으며 예상치 못한 일로 망자의 세계에 흘러든 찌꺼기들도 본능적으로 카사락을 두려워하게 되는 세계였다.

원래대로라면 규율 위반은커녕 망자에 대한 본능적인 두려움으로 해할 생각조차 못 했어야 했다.

‘당장 없애야 한다.’

스스로는 인지하지 못했지만.

구슬이 깨어지며 카사락의 마음은 급해지기 시작했다.

무언가 잘못 흘러가고 있었다.

망자의 세계에선 전지전능해야 하는 자신의 능력과 권위가 흔들리고 있었다.

“속도를 올린다.”

고오오오…!

카사락의 명령과 함께.

수십만 망자들의 푸른 안광이 무섭게 일렁였다.

어두운 망자의 세계를 밝힐 정도로 불타오르는 푸른빛.

“위반자를 죽인다.”

그아아아아아---!!

푸른빛과 함께 망자들의 포효가 울려 퍼졌다.

* * *

후우.

한숨을 돌리며 눈앞에 있는 지형을 둘러봤다.

여우의 말에 따르면 토라소는 칼데아를 포함한 포식자들의 고향이었다.

검은 연기로 이루어진 몸을 봤을 땐 애초에 어떻게 태어났을지 가늠도 안 되었지만.

온 김에 뭔가 좀 알아 갔으면 좋겠는데.

지구로 돌아가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였지만 이왕이면 알고 싶었다.

망자의 세계에서 태어난 칼데아는 어째서 이곳을 떠나게 된 것이며.

어쩌다 지구에서 이카로스에게 깃들어 다시 태어나게 된 것인지 말이다.

기다리다 보면 알게 되려나.

소화를 하고 있는 중인지 게이지가 다 찼음에도 다음 레벨을 개방하지 않고 있는 칼데아.

통상 무기가 다음 레벨로 넘어갈 땐 무기의 주인과 대화를 나눌 수 있었으니.

그때 이카로스를 통해 들어도 늦을 것 같진 않았다.

지직…지지…!

손에서 미세하게 느껴지는 전류에 고개를 내렸다.

음.

번개가 섞인 폭풍우를 베어버려서일까.

악귀참도에선 여전히 번개가 남긴 전류가 흐르고 있었다.

날이 갈수록 겁을 상실해가는 느낌이랄까.

예전엔 한두 번이라도 고민을 하고 뛰어들었었는데.

아까는 비젼을 하면서도 별다른 걱정이 들지 않았다.

알고 있어서겠지.

베지 못하는 걸 베는 검, 악귀참도.

무기를 모으면 모을수록 점점 더 선명해지고 있었다.

무기와 함께 하는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이 말이다.

음.

할 수 없는 건 없었지.

새삼스러운 깨달음에 고개를 끄덕이는 사이.

터벅.

짐과 함께 걸어온 노운이 내 앞에 멈춰 섰다.

“이제 알겠어.”

“응?”

도착하기 무섭게 노운이 입을 열었다.

“규율을 위반한 게 아니야.”

잠시 날 응시하던 노운이 말을 이어갔다.

“애초에 따를 필요가 없었던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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