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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왕이 헌터로 회귀했다-214화 (214/473)

214화. 떨어지다

갑자기 벌어진 일이었으나 놀라진 않았다.

날 감싸며 사방을 어둠으로 물들이고 있는 건 익숙한 연기였다.

“항상 전장 한가운데 있구나.”

연기의 어둠 속.

목소리와 함께 이카로스가 모습을 나타냈다.

전에 만났을 때와는 약간 달라져 있었다.

단순히 칼데아 윙을 달고 있는 게 아닌, 온몸이 연기로 이루어져 일렁이고 있는 생김새.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네요, 항상.”

다가오는 이카로스를 향해 미소를 그려 보였다.

어찌 웃지 않을 수 있겠는가.

방금까지 애타게 기다리고 있던 존재의 등장인데.

“나도 실물로 보는 건 처음이네.”

이카로스의 말과 함께 연기의 일부분이 걷혔다.

연기 사이로 보이는 카사락의 모습.

카사락은 책을 들어 올린 그 상태로 멈춰있었다.

새삼스럽지만… 놀랍네.

황금빛이든 보라빛이든.

무기와 관련된 공간으로 들어올 땐 시간이 멈추었다.

지금까지는 그냥 시간이 멈추는구나 하면서 넘겨왔었는데.

망자의 세계를 다스리는 카사락까지 멈춰있는 걸 보니 묘한 느낌이었다.

더 상위라는 건가.

“네 힘의 끝은 어딜 지 궁금하네. 다른 세계마저 통째로 멈추는 법칙이라니.”

나만 느끼는 게 아닌 모양이었다.

카사락을 보더니 웃으며 말을 건네는 이카로스.

무기의 주인이면서 무기이기도 한 이카로스도 혀를 내두르고 있었다.

망자의 세계를 멈춘 절대적인 힘을 보면서 말이다.

저벅.

한 발자국 더 다가온 이카로스가 날 응시했다.

“날개가 필요했지?”

“절실했죠.”

대답하며 일렁이는 날개를 바라봤다.

날개를 꺼낼 수 있게 되는 순간 지금의 난감한 상황을 파훼할 수 있을 터였다.

동시에 사용하는 건 불가능하겠지만.

악귀참도는 망자를 벨 수 있는 유일한 무기였다.

다른 무기처럼 쿨타임은 없지만 날개 역시 연기가 소진되는 순간 해제되는 건 같았고.

이는 다른 무기의 쿨타임과 비슷하게 듀얼로 사용하던 무기까지 해제시켰었다.

번갈아 가면서 써야 돼.

고속 이동이 필요할 때만 악귀참도를 해제하고 날개를 꺼낼 생각이었다.

계속 차례를 신경 써야 한다는 게 조금 불편하긴 하지만 말이다.

“연기의 양은 걱정할 필요 없어.”

“…?”

날 바라보던 이카로스가 여유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의아한 얼굴로 바라보자 이카로스가 말을 이었다.

“이곳은 칼데아의 고향, 토라소. 고향에서 칼데아의 연기는.”

싱긋.

“무한이니까.”

“…!”

날개를 꺼낼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나이스를 외쳤었는데 연기까지 무한이라니.

악귀참도와 날개를 동시에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에.

씨익.

이카로스와 마찬가지로 미소가 그려졌다.

“소화를 끝낸 칼데아는 조금 흉폭할 거야.”

이카로스가 천천히 손을 들어 올렸다.

“또 보자.”

화악!

* * *

쿠르르르릉!

주변을 감쌌던 연기가 사라지며.

멈췄던 시간이 흐르기 시작했다.

발사 준비를 마친 건지 카사락의 마법 구체는 미친 듯이 요동치고 있었다.

깨끗하게 비워졌네.

소화를 완료하며 칼데아 윙에 채워져 있던 게이지도 사라지고 없었다.

꽈악.

손에 들린 악귀참도에 힘을 주며.

[이카로스 - 칼데아 윙]

날개를 꺼내 들었다.

사아아아아악!!

와우.

꺼낸 나조차 놀랄 정도로 폭발적인 기운이었다.

여우가 꽤 좋은 영양소였나 보네.

단순히 늘어난 건 기운뿐만이 아니었다.

뿜어져 나오고 있는 연기의 양과 속도까지.

모든 면이 이전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고향이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콰아아아아아…!

엄청나네.

사방으로 뻗어 있는 검은 연기를 바라봤다.

날개라고 불러야 할지 조금 의아할 정도였다.

전보다 몇 배는 더 커져 등 뒤의 공간 대부분을 가득 메우고 있는 칼데아의 연기.

“크… 크르!!”

칼데아의 기운 탓일까.

쉴새 없이 몰려오던 망자들이 주춤거리고 있었다.

“포식자…!?”

놀란 건 망자들뿐만이 아니었다.

마법을 준비하던 카사락도 날 바라보며 굳어 있었다.

눈이 없다 보니 사람처럼 커지거나 한 건 아니었지만.

불안정하게 흔들리는 푸른 안광이 카사락의 놀라움을 대변해주고 있었다.

“네놈이 어떻게…?”

카사락의 질문에 답하고 있을 생각은 없었다.

스르…!

순식간에 모인 연기를 터뜨리며.

콰가가가가가!

앞에 있던 망자들을 베어나가기 시작했다.

이전과는 비교되지 않는 처리 속도였다.

내가 앞에 나타났다는 걸 인지도 하기 전에 가루가 되고 있는 망자들.

서걱!

어느 정도 길 주변을 치워낸 후.

파앙!!

날개를 터뜨리며 모여있는 카사락의 에너지 구체로 향했다.

벨 수 있을까.

엄청난 에너지가 모여 요동치고 있는 구체.

보기만 해도 소름이 돋는 구체였다.

아직 악귀참도로 카사락의 마법을 벨 수 있는지는 미지수였다.

“건방진…!”

아래에서 카사락의 목소리가 들려오는가 싶더니.

콰아아아아아!

구체가 빠른 속도로 노운을 향해 쏘아졌다.

휙휙.

쏘아지는 구체를 보며 고개를 흔들었다.

벨 수 있을까라니.

쓸데없는 의구심이었다.

베어야 했다.

파앗.

날아가는 구체와 노운 사이의 허공으로 이동해 멈춰 섰다.

“후우.”

악귀참도를 두 손으로 붙잡으며 호흡을 가다듬었다.

한 번도 베어보지 않은 종류였지만, 상관없었다.

이제 베면 될 일이었다.

“어리석은 놈!!”

카사락의 외침 따위는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벤다.

계속해서 뭐라고 떠드는 듯했지만, 이젠 들리지 않았다.

콰아아아아아아!

눈앞을 가득 채우며 다가오는 구체를 응시했다.

“후우우우.”

몸과 검의 호흡이 완벽하게 일치되어감이 느껴졌다.

이전과는 달랐다.

단순히 서로 다른 호흡을 맞춰간다기보단.

완벽히 하나가 되는 감각이었다.

스윽.

천천히 악귀참도를 들어 올렸다.

뒤에는 노운이 있고 사방엔 망자가 가득했지만.

내가 보며 느끼고 있는 건 앞에서 다가오고 있는 구체뿐이었다.

나 자신과.

콰아아아아아!

내가 베어야 하는 것.

지금의 내가 인지하고 있는 전부였다.

꽈악.

힘을 흘려보냈던 악귀참도를.

바로 앞까지 다가온 에너지 구체를 향해.

스륵.

망설임 없이 휘둘렀다.

* * *

사아아아악!

백운의 뒤에서 돋아난 연기를 보며 카사락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아무리 망자의 왕인 카사락이라도 놀랄 수밖에 없었다.

토라소에서 폭풍우라 불리며 닥치는 대로 먹어치우던 포식자, 칼데아.

카사락이 스스로 지키던 규칙을 어기면서까지 쫓아낸 존재였다.

‘어떻게…!’

불가능한 일이었기에.

앞에 나타난 게 칼데아가 아니라며 부정하고 싶었지만 이 역시도 불가능했다.

몸에 닿는 연기의 서늘한 감각을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망자의 세계를 위협하는 존재라 정의 내릴 정도로 위험한 존재였거늘.

빠득.

카사락이 백운을 바라보며 이를 깨물었다.

지금까지 지켜온 질서와 규율을 비웃는 존재.

갑자기 나타나 망자를 소멸시키는 것만 해도 위험한 변수라고 여기기엔 부족함이 없었는데.

여기에 더해 연금술사의 힘을 되살려 문을 여는 것은 물론 이젠 하다하다 과거의 위험마저 불러오고 있었다.

‘당장 없애야 한다…!’

처음이었다.

이렇게 자신의 세계를 크게 위협했던 존재는 지금까지 없었다.

‘문보다 먼저…!?’

하늘에서 만들어지던 마법의 목표는 연금술사였다.

하지만 문이 열리는 걸 막는 것보다 더 심각한 위험이 생겼기에.

카사락은 쏘아지는 마법의 방향을 바꾸려 했었다.

퍼어어어엉!

그 순간 하늘로 박차고 오른 백운.

백운은 연기를 터뜨리며 엄청난 속도로 구체와 연금술사 사이에 자리를 잡았다

‘어리석은 놈!!’

스스로 자멸하려는 백운을 보며 카사락이 조소를 머금었다.

두 번 해야 하는 일을 알아서 한 번으로 줄여주다니.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

카사락의 안광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백운은 이상한 행동을 하고 있었다.

날아오는 구체의 정면.

피하긴커녕 날아오는 구체를 향해 검을 겨누고 있었다.

‘오만하구나.’

드드득.

‘건방지구나.’

카사락의 입가가 파르르 떨려왔다.

언제 느껴봤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 감정.

카사락의 몸으로 퍼지고 있는 건 견딜 수 없는 엄청난 분노였다.

“어리석구나 인간이여!!”

분노를 담은 카사락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인간이란 존재는 어찌 이렇게 오만하고!!”

카사락이 들고 있던 책을 펼쳤다.

“건방지단 말인가!!!”

에너지 구체로도 충분하겠지만.

더 짓이겨버리고 싶었다.

“리펠 도 파노마!”

책에서 쏘아진 마력이 지반을 들어 올리기 시작했다.

“설령 거기서 살아남는다 한들…?”

분노에 차 소리를 지르던 카사락이 말을 멈추었다.

자기도 모르게 내뱉은 말이었다.

절대 살아남을 수 없는 게 당연한 일인데.

카사락의 안에선 한 줄기의 가능성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벨지도 모른다.]

순간이나마 이런 가능성을 떠올렸다는 걸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부정할 수도 없는 사실이었다.

으드드득!

‘인정하마…! 네놈이 가진 예외성을!’

더욱더 분노한 카사락이 최대의 힘을 끌어올렸다.

‘인정하기에 최대의 힘으로 소멸시켜주마!!!’

책이 가진 최대의 힘으로 끌어올린 지반.

엄청난 양의 돌덩이가 어느덧 에너지 구체와 겹쳐지고 있는 백운에게 날아들었다.

* * *

주변은 온통 구체의 백색 빛으로 가득 차 있었다.

누군가 보고 있다면 집어 삼켜졌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상식적으로 거대한 마법을 검으로 베어낸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으니까.

사악.

하지만.

난 알 수 있었다.

악귀참도의 검날과 구체가 만나는 순간.

분명히 느껴졌었다.

검날에 의해 베이는 구체의 감각이 말이다.

서거걱…!

망자 세계의 왕이 쏘아낸 만큼.

구체에 담긴 힘은 엄청났다.

어떻게든 악귀참도를 밀어내려고 구체는 미친 듯이 요동치고 있었다.

악귀참도가 먹히는 것과는 별개로 까딱하면 밀려나겠다 싶을 정도로 거대하고 강한 힘이었다.

으득.

어금니를 깨물며 구체를 맞서고 있는 두 팔로 힘을 흘려보냈다.

검의 검 자도 모르던 옛날이었다면 이겨내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질 것 같으냐…!”

퍼어어어어어엉!

날개의 연기를 터뜨리며 구체의 깊숙한 곳으로 나아갔다.

물러날 생각 따위는 없었다.

“나는….”

- 이제부턴 네가.

드드드드드드!!

온힘을 담아.

“검성이란 말이다아아!!!”

구체에 담긴 반발력을 이겨내며.

악귀참도를 크게 휘둘러냈다.

* * *

“후우!”

참아왔던 호흡을 뱉어내며.

파스스…!

흩어지는 에너지를 바라봤다.

완전히 반으로 갈라진 카사락의 마법 구체.

갈라짐과 동시에 구체는 동력을 잃으며 소멸하기 시작했다.

“별것도 아닌 것이.”

뚜둑.

하도 힘을 줘서 결린 팔을 빙글빙글 돌렸다.

드드드득!

“응?”

이건 또 뭐냐.

아마 미리 준비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하늘 위로 가득 띄워져 있는 엄청난 양의 잔해들.

“짓뭉개져라!!”

카사락의 외침과 함께 하늘에 떠 있던 잔해가 내게로 돌진해오고.

치사한 새끼네 저거.

잔해를 피하기 위해 연기를 터뜨리려는 순간.

“그라비티 디바이스.”

뒤에서 작은 읊조림이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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