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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왕이 헌터로 회귀했다-220화 (220/473)

220화. 사라진 마을

“죄… 죄송합니다!”

넓직한 내부를 가진 군용 차량.

당황한 미라코가 지체 없이 고개를 숙였다.

역시 이게 직빵이구만.

겉으로 티는 안 냈지만 마음속으론 흐뭇한 미소가 그려졌다.

- 예…?

니시다 료코라는 이름을 말하자 미라코와 병사들은 눈살을 찌푸렸었다.

어디 타국의 10급짜리 헌터가 국가 장관의 이름을 논하느냐 라는 듯한 표정이었다.

- 일을 더 복잡하게 만드시는 겁니다.

경고조로 말하는 미라코한테 여유롭게 고개를 끄덕였었다.

복잡해지는 건 나니까 한 번 연락해보라는 말과 함께였다.

- 차에 타서 대기하세요.

반신반의하며 미라코가 본부로 연락을 취하고 잠시 후.

다급하게 달려온 미라코는 곧장 고개를 숙이며 내게 사과를 건네는 중이었다.

“아니에요, 그럴 수도 있죠.”

최대한 흡족함을 티 내지 않으며 구속된 손을 내밀었다.

“아, 네!”

허겁지겁 키를 꺼낸 미라코가 구속구를 풀어주었다.

총구를 겨누고 의심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있었다.

안절부절못하면서도 눈앞에 있는 인간이 대체 누구인가 하는 의문이 가득한 얼굴이었다.

잘 나가는 장관님이 직접 연락했으니 당연한 건가.

“저… 혹시 장관님과는 어떻게 알게 되신 건가요?”

쭈뼛거리던 미라코가 조심스럽게 질문을 건네왔다.

개인적인 궁금함에 의한 질문은 아니었다.

밖에서 통화했음에도 전화기 너머의 흥분한 목소리가 들려왔었다.

- 누구신지 조심스럽게 알아봐! 장관님이랑 어떤 관계인지도!

난리가 난 건 미라코 뿐만이 아니었다.

미라코가 신분 확인을 요청했던 본부도 마찬가지.

나를 위한 배려인지 료코는 신분 확인만 해주고 그 밖의 이야기는 해주지 않은 듯했다.

“하하… 여러 가지 일이 있다 보니 장관님이 직접 전세기도 빌려주시고 뭐, 그렇게 된 거죠.”

“저… 전세기요…!?”

화들짝 놀라는 미라코에 고개를 끄덕이며 차 안을 두리번거렸다.

더 말하려면 무기왕까지 나와야 하니 여기까지 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여기 어디에요?”

미라코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너무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봐서일까.

이건 또 무슨 질문인지 당황하는 얼굴이었다.

“훗카이도의 오타루시입니다.”

“오타루…!”

고개를 끄덕이긴 했지만 어딘지는 몰랐다.

대충 일본의 북쪽이란 것만 알 뿐이었다.

“마을이 완전 난장판이던데 무슨 일이 있었나요?”

일본은 북한 같은 공산당이 아니었다.

처음 보는 타국인이라고 해서 총구를 겨누는 건 부자연스러운 일이었으니.

분명 초토화된 마을과 관련이 있을 것 같았다.

“음… 그게.”

미라코가 고민하며 말을 얼버무렸다.

내부의 일을 내게 알려줘도 되나 고민하는 모습이었다.

“말씀해주시기 힘든 거면 안 해주셔도 되는데… 궁금했었거든요.”

슬쩍 미라코를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처음 보는 사람한테 총구를 겨눌만한 이유가 뭐가 있을까… 하고요.”

“!!”

지금 차량이 향하고 있는 건 삿포로에 위치한 군 기지였다.

나 때문만은 아닌 듯하지만 연락이 닿은 료코도 업무를 마치고 기지로 오겠다고 한 상황.

내게 수갑을 채우고 총까지 겨눴던 미라코 입장에선 부담스러운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일름보 할 생각은 없지만.

스윽.

머뭇거리던 미라코가 내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저… 장관님을 뵙게 되면 조금 전 일은…”

“조금 전 일요? 혼자 덩그러니 있는 절 친절히 태워 주신 거잖아요.”

“….”

바싹.

몸을 더 기울인 미라코가 핸드폰 화면을 보여줬다.

누군가가 보낸 메시지를 촬영한 사진이었다.

“오타루에 위치한 마을을 날림으로 우리의 힘을 보여주겠다…?”

간략하지만 섬뜩한 내용의 메시지였다.

힘을 보여주기 위해 마을을 날리겠다니.

“다들 믿지 않고 있었어요. 각성 때문에 별의별 능력이 다 존재하는 세상이지만, 마을 하나를 통째로 없애겠다는 건 허무맹랑한 협박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진짜 날아갔군요?”

작은 한숨을 내쉰 미라코가 고개를 끄덕였다.

“정확히 한 시간 전에 마을이 지워졌고.”

미라코가 내 눈을 응시했다.

“그 마을 한가운데에 백운 님이 계셨던 거예요.”

* * *

흐음.

기지에 도착하자마자 미라코에게 노트북을 빌렸다.

료코가 도착할 때까지는 시간이 남았기에.

기록해뒀던 것들을 보며 기억을 되살려 볼 생각이었다.

아마 이쯤이었던 거 같은데.

개미굴 이후 호텔에서 생성한 기록 파일.

유물 관련은 물론 기억나는 회귀 전 내용을 생각이 날 때마다 적어 놓은 것이었다.

- 마을 하나가 순식간에 사라졌어요.

딸칵.

스크롤을 내리다 비슷한 내용의 파일을 클릭했다.

# 일본 훗카이도 침몰.

대략적으로 기억나는 거만 휘갈겨 놓은 기록이다 보니 상세한 내용까진 없었다.

정체불명의 빛줄기와 함께 훗카이도 1/3에 해당하는 영토가 쑥대밭이 되었다는 내용이었다.

톡… 톡.

기록을 바라보며 손가락을 두드렸다.

1/3이라고 해도 절대 작은 크기가 아니었다.

인명 피해만 해도 150만이 넘어간 엄청난 사건이었다.

뭐로 날린 거지.

사건의 크기도 크기지만, 관심이 가는 건 어떤 수단을 이용했냐였다.

다른 나라의 미사일 공격도, 핵폭발이 일어난 것도 아니었다.

말 그대로 정체불명의 힘에 의해 쑥대밭이 되었다.

이거 설마.

톡.

무긴가?

미라코의 말대로 다양한 능력이 존재하는 세상이었다.

하지만 이만한 능력을 가진 각성자가 발견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아무리 강한 화력을 가진 능력자라 해도 150만에 달하는 인구와 영토의 1/3을 날려버리다니.

단순히 강하다 아니다로 구분 지을 수 있는 스케일이 아니었다.

능력 외에 분명히 뭐가 더 있을 거 같은데.

모든 게 미지수였으나 힘을 증폭해주는 매개체가 없는 이상 말이 안 되는 위력이었다.

일종의 무기일 거라 가정하고.

물론 무기의 한 종류라고 해도 내 무기고에 넣을 수 있는지는 불확실했다.

지금까지 얻은 무기를 봤을 땐 얽힌 사연이나 경로의 성질이 완전 달랐기 때문이다.

확인해 볼 가치는 있을 거 같은데.

무기고에 넣을 수 없더라도 보랏빛처럼 무기에 닿을 수 있는 일종의 단서일 가능성도 있었다.

그리고 꼭 이게 아니더라도 궁금했다.

무기라면 대체 어떤 무기기에 이런 스케일의 공격이 가능한지 말이다.

확인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도 아니고.

정체불명의 힘에 훗카이도 날아가기까지.

남은 시간은 기껏해야 3일 정도였다.

스윽.

“으으!”

몸을 일으켜 기지개를 켠 후 멍하니 천장을 바라봤다.

3일.

똑똑.

들려오는 노크 소리에.

런던아, 3일만 기다려.

문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 * *

훗카이도 구석에 위치한 소규모 도시.

해가 진 도시로 빛의 행렬이 이어졌다.

저벅… 저벅.

무언가를 쉴새 없이 웅얼거리며 어딘가로 향하는 사람들.

도시에 존재하는 모든 이가 행렬에 동참하고 있었기에.

웅얼거림을 이상하게 바라보는 사람은 없었다.

웅얼웅얼.

행렬이 향하고 있는 목적지는 거대한 광장이었다.

몇천, 몇만 명은 가볍게 수용할 수 있을 듯한 크기.

대규모 수용이 가능한 야구장과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는 크기였다.

“곧 심판이 내릴지 어니.”

광장 중앙의 거대 단상에선 백색 사제복을 입은 은발의 남자가 무언가를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날이 오기 전 우리는 구원을 얻으리라.”

긴 행렬을 따라 광장에 도착한 이들도 모두 남자와 비슷한 사제복을 입고 있었다.

“구원을 얻으리라!”

남자가 읽는 소절의 마지막을 그대로 따라 하는 사람들.

“저흴 구원하소서!!”

목이 터져라 외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집회의 시작 전부터 눈물을 터뜨리는 이도 있었다.

제각각의 반응이었으나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모두가 단상에 선 은발의 남자를 우러러보고 있단 것이었다.

“그대들을 구원하는 건 누구입니까?”

은발 남자의 물음에 곳곳에서 외침이 터져 나왔다.

“신의 사도이신 료헤이 님이십니다!”

“료헤이 님!”

스윽.

“아닙니다.”

천천히 고개를 저은 료헤이가 손을 올리자.

소란스러웠던 광장으로 순식간에 침묵이 깔렸다.

“여러분이 속한 구원교의 주인이자, 신의 사도인 제가 모시는 분이 누구십니까?”

그제야 말을 알아들은 신도들이 입을 모아 외쳤다.

“헤키리스 님이십니다!!”

“헤키리스! 헤키리스!”

고개를 끄덕인 료헤이가 말을 이어나갔다.

“여러분의 선택도, 삶도, 죽음도. 모두 그분의 뜻 아래에 있습니다.”

우레와 같은 함성이 터져 나왔다.

광장을 넘어 도시 전체를 울리는 함성.

힘찬 함성을 듣는 료헤의 입가로 미소가 그려졌다.

‘조금만 더…! 더 크게…!’

광장의 함성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신도들의 믿음이 커지면 커질수록.

신도들에게서 나온 기운이 료헤이가 선 단상으로 모여들고 있었다.

* * *

“깜짝 놀랐습니다. 백운 님이 훗카이도에 계시다고 해서요.”

“하하… 그렇게 됐네요.”

기지 앞을 거닐며 료코와 대화를 주고받았다.

다행히 료코는 내가 훗카이도에 어떻게, 왜 왔는지를 묻지 않았다.

길을 빠져나오고 보니 훗카이도였던 터라 대답하기 곤란했는데, 다행이었다.

“헌터들이 실례가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대신 사과드릴게요. 상황이 상황인지라 다들 예민했나 봅니다.”

“아니에요, 제가 마침 의심받기 딱 좋은 장소에 있었으니까요.”

료코가 심각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료코는 단순히 날 만나기 위해 훗카이도로 온 게 아니었다.

미라코가 말했던 오타루 시의 소멸과 관련하여 현장 지휘를 위해 온 것이었다.

“다행히 오타루는 지난번 데몬 사태로 비어 있는 상태였습니다. 덕분에 재산 피해를 제외하곤 희생자도 없었고요.”

료코가 한숨을 쉬며 말을 이어갔다.

“메시지가 도착했을 때까지만 해도 도를 넘은 장난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추적을 지시하긴 했지만 그렇게 우선순위를 높이진 않았었다고 료코는 말했다.

“그리고 오늘 메시지의 내용대로 오타루 시가 쑥대밭이 됐습니다.”

“짐작 가는 곳은 있나요?”

“메시지는 분명 사람이 보냈지만, 위력은 사람의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료코 님이 왔구만.

료코는 일본의 데몬 대응 부처 장관이었다.

오타루에서 벌어진 일을 데몬의 짓이라 방향을 잡은 듯했다.

“지금은 정부조차 감조차 못 잡고 있는 상태라… 공식적인 발표는 최대한 늦추고 있습니다.”

고민이 될 거 같긴 했다.

단순히 감을 못 잡는 걸 넘어 사람이 보낸 것으로 보이는 협박성 메시지가 도착했고.

얼마 뒤 메시지의 내용대로 일이 벌어졌으며 그건 데몬의 짓으로 추정 중이었다.

이건 즉.

데몬과 인간의 유착 가능성.

사로카로 인해 말을 하는 데몬이 세상에 공개되긴 했으나.

이번엔 거기서 조금 더 나아간 형태엿다.

사건의 크기를 넘어 인간으로선 예민해질 수밖에 없는 문제였다.

“정부가 급한 이유는 한 가지 더 있습니다.”

스윽.

료코가 들고 있던 핸드폰을 내밀었다.

핸드폰의 액정 안.

의도가 분명한 메시지가 적혀 있었다.

# 다음은 훗카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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