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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왕이 헌터로 회귀했다-238화 (238/473)

238화. 뜻밖의 재회

무언가와 부딪히며 크게 찌그러진 뒤 한바탕 굴러버린 차량.

동기화했던 유탈라스를 해제하며 안겨 있는 이사벨을 내려다봤다.

“괜찮으세요?”

“아…!”

이사벨이 놀란 눈으로 날 올려다봤다.

한참 자기가 좋아하는 소설 얘기를 하다 굉음과 함께 차가 몇 바퀴 굴러버렸으니.

안 놀라는 게 이상한 일이었다.

“괜… 괜찮으세요!?”

자기를 감쌌다는 걸 안 이사벨이 황급히 내 몸을 살폈다.

“걱정하지 마세요, 멀쩡해요.”

“차가 이렇게 됐는데 어떻게…!”

괜찮은 척하는 거라고 생각한 건지 빠르게 내 몸을 훑는 이사벨.

“정말 괜찮… 네요.”

거보라는 느낌으로 한 번 웃어 보였다.

사실 이 정도면 비늘까지 두를 필요도 없었는데.

이사벨 때문에 혹시나 싶어 비늘을 둘렀었다.

“나가볼까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뭐가 와서 부딪힌 건지 살펴볼 생각이었다.

“이사벨 님 이거 부숴도…?”

“제가 열게요.”

퍼엉!

찌그러진 문을 부숴도 되나 물어보려고 했는데.

그 사이에 이사벨이 손에서 뿜어진 파동으로 문을 날려버렸다.

오…?

저벅.

뭐가 있을지 몰라서인지 이사벨이 긴장한 얼굴로 차에서 내렸다.

저벅.

“어…?! 괜찮아요?!”

먼저 앞서 갔던 이사벨로부터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차를 돌아 빠르게 이사벨이 서 있는 곳으로 가자.

얼레.

그곳엔 뜻밖의 인물이 널브러져 있었다.

낯익은 걸 넘어 명백하게 아는 얼굴이었다.

그리스에서 만났던 사신, 로인.

여전히 어릿어릿한 생김새긴 했지만, 그동안 고생을 많이 한 건지 다크써클이 짙게 깔린 얼굴이었다.

“이사벨! 괜찮아?”

“이사벨!!”

다른 차량에 타 있던 사람들이 뒤집혀 있는 차로 달려왔다.

상태를 묻는 사람들에 이사벨이 고개를 끄덕이며 날 가리켰다.

“절 감싸서 지켜주셨어요! 그보다 이분이…!”

“잠깐 기다려! 에밀리아 님 차량에 치유계 각성자가 있을 거야!”

“저기 오고 있습니다! 에밀리아 님도 함께요!”

사람들이 치유계 인원을 기다리는 사이.

몸을 낮춰 로인의 상태를 살폈다.

온몸이 피투성이인 로인은 미약한 호흡을 내뱉고 있었다.

방금 차랑 부딪혀서 생긴 상처가 아니야.

로인의 몸 여기저기엔 상처가 나 있었다.

날카롭게 베인 자국도 있는 걸로 보아 누군가와 싸우며 생긴 상처 같았다.

갑주는 왜 안 두르고 있는 거지.

적어도 내가 만났을 때 로인은 항상 갑주를 두르고 있었다.

사신 형태의 두꺼운 갑주로 웬만한 공격은 다 막아내던 갑주였다.

내 페샨의 눈이 발동하지 않은 것도, 이사벨이나 다른 사람들 눈에 보이는 것도 갑주를 두르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았다.

“제가 보겠습니다!”

달려온 인원에게 자리를 내주고 로인을 쳐다보고 있을 때.

사아아.

!!

서늘한 기운이 느껴지며 페샨의 눈이 발동했다.

파랗게 물든 눈동자를 조금 전 한기가 느껴졌던 곳으로 돌렸다.

대로의 건너편, 그림자가 진 어두운 골목길.

어두워서 잘 보이진 않으나 허공에 무언가 떠 있었다.

크기만 봤을 땐 로인의 두 배는 되어 보이는 체구였다.

이쪽을 보고 있다.

생김새나 상대의 눈이 보이는 건 아니었다.

그럼에도 알 수 있었다.

나와 마찬가지로 상대 역시 이쪽을 응시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쫓아가기엔.

고개를 슬쩍 돌려 모여있는 영국 측 헌터들을 바라봤다.

기사인 에밀리아를 포함해 로인을 살피며 주위를 경계하고 있는 사람들.

신분을 검증하기도 했고 이사벨이 감쌌다는 이야기에 나에 대한 의심을 많이 푼 이들이었으나.

그렇다고 밑도 끝도 없이 자리를 뜰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수리검 정도는 던져야 할 텐데.

도심 한복판이었다.

처음에 쌓였던 의심은 많이 풀렸다고 하나.

길가에 거대한 수리검을 냅다 던진다면 사라졌던 의심도 다시 살아날 터였다.

쯧… 뭐 일단 사정도 모르니까.

별다른 행동 없이 서로 지켜보기를 한참.

그늘 속에 있던 존재가 서서히 사라지며 모습을 감추었다.

* * *

런던 시내에 있는 병원.

에밀리아가 앞에 앉아 있는 의사를 바라봤다.

“문제는 없단 말씀이시죠?”

에밀리아의 물음에 의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예, 에밀리아 님. 운전석과 조수석에 타 있던 친구들은 부상이 좀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튼튼하기도 하고 특수 제복까지 입고 있어서 크게 다치지 않았습니다.”

에밀리아가 의사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가장 걱정하고 있는 건 이사벨이었다.

손에서 파동을 뿜어내는 공격에 특화된 헌터.

파손이 가장 심한 뒷자리였던 만큼 우려가 되었다.

“이사벨 양은….”

스윽.

안경을 올리며 뜸을 들인 의사가 말을 이었다.

“완전 멀쩡합니다. 아까 했던 여러 검사에서도 이상 소견이 전혀 발견되지 않았고요.”

에밀리아가 들리지 않게끔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이상할 정도로 깨끗해요. 말도 안 될 정도로요. 꽤 큰 사고였는데다 파손이 심한 자리였는데 생채기 하나 없다니.”

“….”

사고 직후.

에밀리아 역시 이사벨을 보며 놀랄 수밖에 없었다.

다치지 않은 건 천만다행이었으나 고개가 갸웃거려질 정도로 스친 상처 하나 없었기 때문이다.

“같이 타고 있던 남자가 감쌌다고 했어요.”

에밀리아의 설명에도 의사가 어깨를 으쓱였다.

“에밀리아 님도 아시지 않습니까, 감쌌다고 생채기 하나 없는 건 불가능하다는 걸. 거기다 그 한국인 남자도 상처 하나 없이 깨끗합니다.”

에밀리아가 콧등을 찌푸리며 생각에 잠겼다.

‘어떻게 한 거지.’

수많은 전투 경험이 있는 만큼 데몬, 사람 할 것 없이 다양한 적을 상대해본 에밀리아였다.

그런 에밀리아조차 가늠이 안 될 정도로 말이 안 되는 상황이었다.

‘평범한 사람이 아닐 거 같긴 했는데.’

처음 물에서 백운을 건져 올린 직후.

최대한 티는 안 냈지만 에밀리아는 매우 놀라있었다.

잠들어 있는 남자를 깨우기 위해 이마로 봉을 가져댄 순간.

눈이 따라갈 수 없는 속도로 움직인 남자에 에밀리아는 순식간에 제압을 당하고 말았다.

‘반응조차 못 했어.’

으득.

분한 마음에 에밀리아가 입술을 깨물었다.

방심했다곤 하나 처음이었다.

이렇게 무기력하게 제압당한 것은 말이다.

‘거기다 말도 안 되는 악력까지.’

에밀리아가 얼굴로 손을 올렸다.

이사벨은 피부가 약해지셔서 그런 거라고 말했지만.

그런 게 아니라는 걸 에밀리아 본인이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었다.

그저 무식하게 강한 힘이었기에 이렇게 된 것이었다.

일반인이었다면 얼굴이 부서지지 않았을까 싶은 악력.

‘그게 10급 헌터라고…? 뭐하는 사람이야 대체.’

“저기… 에밀리아 님.”

남자에 대해 생각하고 있을 때.

에밀리아를 쳐다보던 의사가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이사벨 님보다는… 그… 에밀리아 님 얼굴을 좀 봐도 괜찮을까요?”

“…!”

화끈.

자기도 모르게 달아오르는 얼굴에.

에밀리아가 남자를 떠올리며 다시 한번 입술을 깨물었다.

* * *

- 내일 저랑 같이 퇴원하시면 돼요!

이사벨은 밝은 얼굴로 말을 건넸었다.

하나도 안 다쳤는데 하루만 지켜보자며 강제 입원당했다는 것이었다.

하루 정도는 얌전히 있어야겠지.

아이작의 정보를 수집하고 찾으려면 여기저기 쏘다녀야 할 터였다.

그때마다 얼굴을 가린 채 숨어다니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니.

지금은 내일을 기다렸다가 절차를 밟고 정식 입국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그나저나… 츤데렌가?

사고 차량으로 달려왔던 에밀리아를 떠올렸다.

도착하기 무섭게 다친 부하들과 이사벨을 살폈던 에밀리아.

대산에 있는 독사 하나와 찹쌀떡이 생각나는 장면이었다.

끼이익.

조용히 문을 나섰다.

비상 대기 중인지 돌아다니는 몇몇의 간호사를 제외하고 병동은 고요했다.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한 병실.

슅!

나도 모르게 움찔해버렸다.

병실 앞엔 기사 에밀리아가 서 있었다.

로인이 환자긴 해도 헌터 차량에 날아와 처박히며 부상자를 만들었으니.

만약을 대비해 경계를 서는 것 같았다.

온몸에 난 상처도 의심이 들 수밖에 없었고 말이다.

보통 부하가 서지 않나.

에밀리아가 딱히 나한테 뭘 한 건 아니었다.

반대로 내가 뭔가를 했기에 뜨끔할 뿐이었다.

아직도 시뻘거면 어떡하지.

최대한 발소리를 크게 내며 에밀리아에게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에밀리아 님.”

멀리서부터 쳐다보고 있던 에밀리아가 날 또렷이 응시했다.

시… 시벌.

세게 쥐긴 한 모양이었다.

여전히 손바닥 모양 그대로 마크가 찍혀 있는 상태.

그래서일까.

찌릿.

왠지 모르게 에밀리아의 눈에서 스파크가 튀는 것 같았다.

“무슨 일이시죠?”

뭐라고 말할까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굳이 숨길만 한 일도 아니었으니.

“안에 있는 사람, 깨어났다고 들어서요.”

“그런데요…?”

에밀리아가 고개를 갸웃하며 눈을 가늘게 떴다.

그게 당신과 무슨 상관이냐는 듯한 눈빛이었다.

“제가 아는 사람이거든요.”

“!!!”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 에밀리아의 눈이 커졌다.

“정확히는 제가 신세를 좀 졌었습니다. 낮에는 다친 분도 있고 상황이 급박해서 말할 타이밍을 못 잡았고요.”

에밀리아가 더 묻기 전에 먼저 말을 해주었다.

만나게 된 계기나 망자의 길 등을 말하진 않았으나.

최대한 논리 있게 어떻게 알게 된 건지를 설명했다.

“….”

고민하는지 날 바라보며 무언가를 생각하던 에밀리아가 입을 열었다.

“이사벨에게 들으셨는지 모르겠지만, 영국은 요새 적색경보 상태입니다.”

“오는 길에 간략하게 듣긴 했어요.”

평소였다면 떠내려온 내가 발견되지 않았을 거라고 이사벨은 말했었다.

최근 들어 영국에서 의문 섞인 사망 사건이 많이 일어나고 있으며.

엄한 곳에서 데몬이 튀어나와 사람을 해치는 통에 전국이 비상 상태라는 것이었다.

덕분에 런던 근처에 많은 수의 감지 능력자들이 배치되었고.

바다를 감지하던 중 떠내려온 날 발견하게 됐다는 이야기였다.

“전 영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의문의 사건들을 알아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그렇기에 안에 있는 남자가 관련 있는지는 몰라도 이야기는 들어봐야 하고요.”

에밀리아가 앉아있던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아는 분이라면… 제가 필요한 정보가 있을 시 알려 주실 수 있을까요?”

대답을 기다리는 에밀리아를 쳐다봤다.

정중하게 묻고 있으나 선택하라는 말이었다.

문제 일으킬 거 없으니까.

고개를 끄덕였다.

“아는 게 있는지 물어볼게요.”

“….”

스윽.

천천히 문에서 비켜서는 에밀리아에.

끼이익.

문을 열고 병실로 들어섰다.

로인은 깨어있음에도 조용히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로인.”

조용히 부르자.

“!!!”

고개를 훽 돌리는 로인.

나와 마찬가지로 뜻밖의 만남이어서일까.

로인의 얼굴에도 놀라움이 번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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