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화. 의문의 죽음들
훽!
침대에 있던 로인을 뒤로 집어 던지며.
[유탈라스 - 1단계 의태]
비늘을 두른 손을 창문으로 뻗었다.
도끼를 든 채 엄청난 속도로 쇄도하고 있는 사신.
아까 길에서 본 녀석이었다.
휘이이…!
내 손이 창문에 도달하기 직전.
째앵!
날아든 사신의 도끼가 창문을 부숨과 동시에 내 손과 충돌했다.
콰아아앙!!
귀가 얼얼해질 정도의 굉음이 병실을 채웠다.
펼친 손바닥을 통해 느껴지고 있었다.
날아든 녀석의 엄청난 무게가 말이다.
덩치도 크지만 달려오던 속도까지 더해져서인지 상당한 무게가 실린 도끼였다.
드드득…!
얼굴 일부분을 갑주로 가려놔 제대로 보이진 않았으나.
거칠고 굵은 선을 가진 남자였다.
“!!”
내 손바닥에 막힌 도끼에 남자는 당황하고 있었다.
눈을 부릅뜨며 날 노려보는 남자.
잠시 눈싸움을 해주다 입을 열었다.
“뭐 하는 새끼야?”
“건방진…!”
남자가 치켜든 다른 손에서 날카로운 비침 같은 게 뿌려졌다.
유탈라스와 동기화해 막아내려는 순간.
쿠웅!
내 옆으로 거대한 방패가 세워졌다.
어느새 번쩍이는 은색 풀플레이트 아머와 방패를 치켜들고 있는 에밀리아였다.
팅팅팅--!
“!!”
뿌려낸 암기마저 에밀리아의 방패에 막히자 남자의 눈가로 굵은 핏대가 섰다.
흥분한 건지 다시 한번 휘두르기 위해 도끼를 치켜든 남자에.
펼쳤던 손바닥을 모으며 도끼를 움켜잡았다.
드드득!
“!!”
꼼짝도 하지 않는 도끼를 바라보며 다시 한번 남자에게 물었다.
“뭐 하는 새끼냐고 물었잖아, 셋 센다.”
“입 닥쳐라!!”
흥분한 남자의 갑주로 빛이 새어 나왔다.
뭘 하려는 지는 정확히 몰라도.
생긴 거대로 무식한 짓을 할 예정인 듯했다.
“셋.”
상황이 급한 만큼 하나둘은 생략한 채.
쥐고 있던 주먹을 남자의 몸으로 밀어붙였다.
쿠우우…!
“이… 이 새…!?”
콰아아아앙!
몸에서 빛이 뿜어지기 직전.
주먹에 닿은 남자가 들어왔던 창문을 통해 밖으로 튕겨 나갔다.
쿠우웅!
그대로 날아가 반대편 건물에 처박히는 남자.
“대체 무슨 일이…!”
옆에서 당황한 에밀리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페샨의 눈이 발동한 걸로 보아 에밀리아의 눈에 사신은 보이지 않을 터였다.
방패를 세운 것도 뿜어지려는 비침을 발견한 덕분이었다.
“잠시만요.”
[이카로스 - 칼데아 윙]
파앙!
에밀리아와 로인을 남겨 두고.
연기를 터뜨려 남자가 처박힌 곳으로 날아갔다.
무슨 사정인진 몰라도 잡아다 물어볼 생각이었다.
번쩍.
!?
남자를 향해 날아가던 도중.
먼지 속에서 빛이 새어 나오나 싶더니.
파바바밧!
수백 발의 비침이 일렁이는 밝은 빛과 뒤섞여 쏘아졌다.
쯧.
비침 하나하나엔 묵직한 에너지가 실려있었다.
무너진 벽까지 가볍게 부수는 걸로 보아 파괴력 또한 상당할 것 같았다.
날 지나쳐 병원으로 쏘아지는 비침.
스으으… 파아앙!!
연기를 하늘로 넓게 펼쳤다.
순식간에 퍼져 나가며 하늘을 뒤덮는 검은 연기의 장막.
장막으로 뿌려졌던 비침이 날아들었다.
콰가가가가--!
연기와 부딪히며 힘을 잃고 떨어지는 비침들.
다 쏘아낸 건지 더 이상 날아들지 않는 비침에 고개를 돌렸지만.
스으으.
도끼를 든 사신은 먼지 속에서 자취를 감춘 후였다.
쥐새끼네 완전.
도망치는 데는 일가견이 있는 놈이었다.
장막을 펼치느라 잠시 한눈팔긴 했으나 그사이에 도망가다니.
뭔가 느껴지는 것도 전혀 없어서 지금 쫓아가기에도 무리였다.
쌍놈에 새끼 아주 그냥 더 세게 후렸어야 했는데.
도끼를 잡고 있다 밀듯이 때린 탓에 힘을 제대로 싣지 못했었다.
처음부터 잡을 생각 말고 진심으로 부숴버릴 걸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다음엔 아주 제대로 꽂아줘야지.
놈의 도끼는 명백히 로인을 노리고 있었다.
지금 굳이 쫓지 않아도 다시 만나게 될 터였다.
“흐음… 그러고 보니.”
의도한 건 아니었으나.
로인을 도와줄 이유가 한 가지 더 있었다.
도끼 놈이 나타나기 전 로인은 말했었다.
자신을 공격하고 있는 건 집단에 속한 사신이라고 말이다.
- 콰아아아!!
망자의 세계에서 일본으로 빠져나가는 순간.
내게 공격을 퍼부었던 사신 놈들을 떠올렸다.
반가운 마음으로 손을 흔들었는데 아주 그냥 죽자고 공격을 날렸었다.
잘됐어.
빠드득.
나도 모르게 어금니가 깨물어졌다.
나중에 어떻게든 찾아가려 했는데.
운이 좋다면 생각보다 빨리 만날 수 있을 것 같았다.
기다려지네.
약간이지만 두근대는 마음을 뒤로하고.
병실 쪽으로 몸을 돌렸다.
* * *
오… 다 와있네.
병실로 돌아가자 로인을 부축하고 있는 에밀리아와 달려온 런던 헌터들이 보였다.
모두 자다 깬 건지 비몽사몽 한 얼굴이었다.
“….”
이건 좀 부담스럽네.
걸어서 정문으로 들어갈 걸 그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연기를 흩날리며 깨진 창문으로 모습을 드러내서일까.
한참 바쁘게 움직이던 사람들의 시선이 전부 내게 쏠렸다.
슬금.
먼저 말을 건네는 건 쉽지 않은 분위기였기에.
스리슬쩍 병실 구석에 발을 내디디고 칼데아를 해제했다.
….
뻘쭘한 시선 교환이 이루어지기를 잠시.
타다닥!
발소리가 들리더니 아까 날 진찰했던 의사가 모습을 드러냈다.
의사 역시 자다 일어난 거지 헐레벌떡 옷만 추스르고 달려온 모습이었다.
“무… 무슨 일입니까…!?”
엉망이 된 병실을 바라보며 의사가 안경을 치켜올렸다.
“무언가가 공격해왔습니다.”
“무언가라니…?”
의사가 되묻자 에밀리아가 고개를 저었다.
“모습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쏘아내는 공격만 보였고요.”
마른침을 삼킨 의사가 안에 있던 병원 관계자를 불렀다.
“어떻게 들어온 거야? 경보는?”
“안 울렸습니다.”
“병실에 도착할 때까지…?”
고개를 끄덕이는 관계자에 의사가 미간을 찌푸렸다.
이곳은 런던에서 가장 큰 병원이었다.
그만큼 내외부 보안이 철저한 장소인데.
아무렇지도 않게 병실 한복판을 공격당하는 게 가당키나 한 일이냐고 의사가 말을 덧붙였다.
“우리 쪽은 어땠어?”
의사와 관계자가 대화를 나누는 사이.
에밀리아가 헌터들을 돌아봤다.
“제 감지에도 잡힌 게 없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고개를 젓는 헌터들에.
에밀리아가 천천히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어떻게 아신 거죠?”
병원의 보안 시스템도, 감지 능력을 각성한 헌터도 알아채지 못한 존재를.
어떻게 창문으로 들이닥치기 전부터 알아차렸는지 궁금한 얼굴이었다.
스윽.
손을 들어 눈을 가리켰다.
“볼 수 있거든요. 보통은 안 보여야 하는 놈들을요.”
“아까 파랗게 변한 눈인가요?”
“맞아요.”
무언가를 생각하던 에밀리아가 재차 입을 열었다.
“방금 전 공격한 게 무엇인지도 알고 계시겠군요.”
“그건.”
고개를 돌려 몸을 추스르고 있는 로인을 바라봤다.
에밀리아가 묻고 있는 존재 자체가 앉아있는데.
내가 설명하고 있을 필요는 없었다.
“….”
네가 설명 좀… 하는 눈으로 한참 바라보고 있자.
고민하는 듯하던 로인이 고개를 들었다.
로인도 알고 있는 것이었다.
지금은 마냥 숨기고 있을 상황이 아니라는 걸 말이다.
“방금 이곳을 공격한 건….”
….
로인의 설명이 끝나기 무섭게.
병실 안으로 무거운 침묵이 내리깔렸다.
예상했던 반응이네.
난 포착 당하지 않기 위해 조용히 구석에 쭈그려 앉아있었다.
에밀리아와 헌터들의 얼굴엔 낭패감이 번져있었다.
보이지도, 감지해낼 수도 없는 존재.
이는 곧 방금처럼 똑같이 병실을 덮쳐도 속수무책이란 이야기였다.
“감지하는 방법은 없는 건가요?”
“사신이 스스로 모습을 드러내는 게 아니라면.”
이번엔 로인이 내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흠칫.
로인과 옮겨진 모든 이의 시선.
“제가 아는 한 유일한 방법입니다.”
나를 제외하곤 지금껏 자신을 본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고 로인이 덧붙였다.
… 뭐랄까.
괜히 다 쳐다보니까 어깨가 살짝 무거워진 느낌이랄까.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척, 분위기에 맞게 무거운 척하며 표정을 관리했다.
촤락.
무거운 분위기 속.
뒤에 있다 로인에게 다가간 이사벨이 작은 수첩을 펼쳤다.
“아까 말씀하신 것 중에 사신이 직접 죽을 운명을 만들었다는 거요. 그건 즉… 원래라면 안 죽을 사람인데도 죽였다는 거겠죠…? 목숨을 거두면 힘이 늘어나니까, 힘을 위해서?”
“지금은 제 생각일 뿐입니다.”
나지막이 말하는 로인에 고개를 내저었다.
안될 새끼들이네 이거.
무턱대고 공격 후릴 때부터 알아봤어.
더 많은 힘을 얻기 위해 죽지 않아도 될 사람의 목숨까지 거두는 놈들이니.
지나가는 사람 한 명을 아무 이유 없이 죽이는 건 일도 아닐 터였다.
“에밀리아 님…!”
“….”
이사벨의 부름에 에밀리아가 두 눈을 감았다.
런던 헌터들은 최근에 늘어난 의문사를 사신과 연결 짓는 중이었다.
충분히 가능성도 있는 추측이었고 말이다.
스윽.
할 말을 다 마쳤다고 생각해서일까.
로인이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어, 어! 치료는 끝났지만 아직 안정을 취해야 합니다!”
저벅.
말리는 의사와 로인 사이로 걸음을 옮겼다.
로인은 어차피 가지 말라고 해도 갈 기세였다.
“제가 같이 가면 될 거 같은데….”
스윽.
아직 입국 절차가 끝나지 않은 상황이었다.
가도 되냐는 눈빛으로 바라보자.
에밀리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일으켰다.
“저도 동행하겠습니다.”
준비하라며 이사벨을 부르는 에밀리아에.
미소를 지으며 로인을 바라봤다.
“갑시다.”
* * *
어두운 골목 안.
“크으으…!!”
쾅!
걸음을 옮기던 사신, 류도가 벽을 내리쳤다.
‘뭐 하는 놈이냐…!’
착각이 아니었다.
차에 처박혀 있는 로인을 바라보고 있을 때.
그 옆에서 자신을 응시하는 듯했던 시선은 말이다.
그땐 설마 아니겠지 하며 넘겼었는데.
병원에서 다시 만나며 확실해졌다.
‘사신을 볼 수 있는 놈이 있었다니.’
류도가 미간을 찌푸렸다.
듣도 보도 못한 경우였다.
지금까지 누군가에게 발각된 적도 없었고 말이다.
거기다.
찌릿.
복부에 얻어맞은 공격까지.
갑주 덕에 부상을 입거나 하진 않았으나.
아직도 찌릿한 느낌이 남아있었다.
‘방심했다.’
얻어맞은 갑주는 전혀 손상이 없었다.
강한 힘을 가지곤 있으나 갑주를 뚫을 만한 힘은 아니란 증거였다.
으득.
‘다음에 만났을 땐.’
아무리 공격해도 갑주를 뚫을 수 없는 남자.
남자를 떠올리며 류도가 주먹을 움켜쥐었다.
‘제대로 짓이겨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