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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왕이 헌터로 회귀했다-243화 (243/473)

243화. 소나타 윈스

어둑어둑한 성당 안.

문을 열기 무섭게 내게 쏠리는 시선들이 느껴졌다.

예닐곱 정도 되는 숫자였다.

저벅.

안으로 들어가 몇 걸음 걸었음에도.

아직 반응은 없었다.

가만히 앉아서 쳐다보는 걸로 보아 날 우연히 성당에 들어온 사람인 줄 아는 것 같았다.

눈이 발동한 거 보니 제대로 찾아왔고.

문을 열자마자 눈동자는 이미 푸른색으로 물들어있었다.

음?

앞쪽에 앉아있는 놈들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도끼놈이 없었다.

우람함 덩치라 멀리서도 쉽게 분간이 되는 녀석이었는데.

아직 안 왔거나 오늘 모임엔 참석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이건 뭐 물어보면 되고.

맨 앞까지 걸어가 빈자리에 몸을 앉혔다.

사신 놈들은 갑주를 두른 채 내 양옆과 뒤쪽으로 흩어져 앉아있었다.

평소와 마찬가지로 내 눈에 자기들이 안 보일 거라 생각하는 것 같았다.

….

무거운 정적이 얼마나 지속됐을까.

가장 가까이 있던 사신 하나가 내 쪽으로 걸어왔다.

허리까지 오는 긴 머리를 가진 여자였다.

스윽.

감히?

경건한 마음으로 정중앙에 놓인 마리아상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여자가 다가오기 무섭게 내 좌측으로 얼굴을 들이밀었다.

정면은 아니었지만 곁눈질만으로도 알 수 있었다.

앞에 있는 여자가 얼마나 신이 났는지 말이다.

으쓱.

한참을 눈앞에서 알짱대던 사신이 동료들을 바라보며 어깨를 으쓱 올려 보였다.

이 새끼 우리 안 보여! 라는 걸 알려주기 위한 으쓱임 같았다.

“킬킬…!”

나지막이 낄낄거리는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오싹했겠어.

일반 사람이었다면 얼마나 무서웠을까.

아무도 없는 캄캄한 성당에서 저런 기분 나쁜 웃음이 들려오다니.

심지어 듣기 좋은 목소리도 아니었다.

마리아 님.

두 손을 모아 맞잡았다.

종교를 가지고 있진 않았으나.

기도와 함께 사과를 드려야 할 것 같았다.

곧 못 볼 꼴을 보여 드릴 거 같습니다.

제 잘못은 아니고요.

여기에 있는 새끼들이 나쁜 거니까 벌하시려거든 이놈들을 벌 해주세요.

“아멘.”

“푸웁…!”

나름 경건하게 했는데 무교인 티가 난 모양이었다.

앞에 있던 여자가 웃음을 터뜨렸다.

스윽.

고개를 들어 동료들을 바라보며 깔깔대고 있는 여자를 응시했다.

“웃어?”

“!!!”

말을 걸기 무섭게 기겁하며 날 쳐다보는 여자에.

휘이… 쩌엉!!

갑주가 둘러지지 않은 얼굴로 지체 없이 주먹을 꽂았다.

들어오면서 면도칼을 꺼내 놓은 상태였기에.

속도에 반응조차 못 한 여자가 마리아상 아래로 날아갔다.

쿵!

“끄… 끄으.”

뚜둑.

목을 풀며 처박힌 채 신음을 흘리는 여자를 바라봤다.

“경건한 마음으로 기도하는데 처웃으면 어떡해.”

“류도가 말했던 새끼다!!”

“죽여!”

덮쳐오는 놈들을 쳐다봤다.

“이름이 류도였구나.”

고놈이 고놈처럼 생긴 갑주와 달리 무기는 저마다 개성이 있었다.

어떤 놈은 창을, 어떤 놈은 두 자루의 낫을, 또 어떤 놈은 뿔이 솟아있는 건틀릿을 찬 상태였다.

“런던에 있는 사신은 너네가 전부야?”

쐐에엑!

찔러져 들어오는 창을 가볍게 피하며 말을 이어갔다.

“류도는 어딨어?”

“입 다물어라!”

파파팍!

건들릿을 낀 놈의 주먹이 빠르게 뻗어왔다.

한 번에 머리를 깨고 싶었던 건지 집요하게 머리만 고집하는 녀석이었다.

촤르륵!

마리아상 밑에 처박혀 있던 애도 정신을 차린 모양이었다.

쇠사슬이 달린 작살이 얼굴 옆으로 날아왔다.

카앙!

면도칼을 휘둘러 작살을 쳐내고.

사방에서 쏟아지는 공격을 최소한의 움직임만으로 피해냈다.

“지금은 대답할 생각이 없는 거 같으니까.”

스릉.

“조금 있다가 다시 물어볼게.”

얼굴로 찔러져 들어오는 창을 붙잡아 내 쪽으로 당겼다.

힘에서 밀리며 그대로 내게 딸려온 사신 놈의 팔을 잡은 후.

콰악!!

갑주의 틈 사이로 면도칼을 찔러 넣었다.

“끄아악!!”

창을 놓친 녀석의 갑주 사이로 붉은 선혈이 솟구쳤다.

[도윤 - 비젼 수리검]

“이 새끼가!”

다음은 주먹쟁이였다.

우측으로 파고드는 주먹을 바라보며.

왼손에 들고 있던 수리검을 내리찍었다.

콰아악!

“으악!!”

드득.

“끄륵…!”

아픈 주먹을 움켜쥘 새도 없이 놈에게 면도칼을 박아 넣었다.

비명 한 번 제대로 질러보지 못하고 숨이 끊어진 주먹쟁이.

주춤.

순식간에 두 명이나 무릎을 꿇어서일까.

주변에 있던 사신 놈들이 주춤거리며 거리를 벌렸다.

방금까지 한가득했던 여유는 이미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없었다.

“제대로 진형 잡아!”

“방심하지 마!”

뭔가 생각해놓은 포메이션이라도 있는 모양이었다.

한쪽에 일렬로 서며 묘한 진형을 갖추는 사신들.

기차놀이라도 하려는 건가 싶은 진형이었다.

“류도라는 놈은 어디에 있어?”

“건방 떨지 마라!!”

이 새끼들은 배우는 게 없나.

휘이이… 쿠웅!!

“그아아아아악!”

팔을 부여잡고 있던 창잽이의 다리에 수리검을 꽂아 넣은 후.

[앤 보니&메리 리드]

면도칼 대신 리볼버를 꺼내 들었다.

쏴달라고 염원하는 건지 딱 좋게 서 있는 놈들에게 리볼버를 겨누고.

[빛의 구원 - 작열탄]

두두두두두두두두두!!

뜨거운 탄을 퍼부어줬다.

“안 통한…!?”

갑주로 버틸 생각이었던 모양이다.

갑주를 키우며 몸을 감싸는 사신 놈들.

“안될걸.”

콰가가가가가가!!

작열탄이 놈들의 갑주에 박히기 시작했다.

보기만 해도 화끈해지는 열기를 뿜어내며 착탄 지점에 폭발을 일으키는 탄들.

“어… 어…!!”

두두두두두두두!!

잠깐은 막히는 듯했던 작열탄이 쉴새 없이 쏟아지며 놈들의 갑주를 뚫어냈다.

“끄…끄아아아!!!”

외마디 비명이 들려오고 잠시 후.

더 이상 비명을 지를 수 없게 된 놈들의 몸이 성당 바닥으로 무너져 내렸다.

스윽.

몸을 돌려 수리검에 찍혀 있는 창잽이에게 걸어갔다.

“으… 으… 잠… 잠깐! 잠깐만!”

질질.

그나마 멀쩡한 손을 번쩍 드는 창잽이.

겁으로 실성한 놈에게 다시 한번 물었다.

“류도란 놈 포함, 런던에 있는 사신은 너네가 전부야?”

“마… 맞아!”

이제야 잘 대답하는 놈을 보며 고개를 끄덕인 후.

다음 질문으로 넘어갔다.

“그럼 그 류도란 새끼는 어디에….”

쾅!

닫혔던 문이 힘차게 열리며.

기다리고 있던 놈이 모습을 나타났다.

“이 새끼가 여기가 어디라고!!”

누가 허세 가득한 새끼 아니랄까봐.

류도가 도착하자마자 한 짓은 거친 포효를 내지르는 것이었다.

목소리 기세만 봤을 땐 세계 최강이네.

두두두두두두두!!

창잽이에게 남은 탄을 쏟아부었다.

“왜 이렇게 늦게 왔어? 도망간 줄 알았네.”

“운 좋게 살았으면 그냥 도망쳤어야지 선을 넘는구나!!”

내게 달려오는 류도를 보며.

“끌끌.”

혀를 찼다.

이미 지 동료가 다 녹아있는데도 저런 말이라니.

상황 파악 제대로 못 하는 건 델라르란 놈들의 집단 특성인 것 같았다.

스으으으!

류도의 우람한 덩치로 거대한 갑주가 덮어졌다.

다른 놈들에 비해 한층 더 튼튼해 보이는 갑주였다.

“오…!”

목소리의 크기는 갑주랑 비례하는 건가.

라고 생각하고 있을 때.

“내 갑주를 뚫지도 못한 놈이 겁대가리를 상실했구나!”

응?

동료들이 뻗어있음에도 자신만만한 이유를 알게 되었다.

상황 파악을 못 하는 게 아니라.

그냥 개념이 없구나.

“내가 못 뚫은 걸까, 안 뚫은 걸까.”

“허세 부리지 마라!”

휘이이…!

공중으로 도약한 류도가 거대한 도끼를 치켜들었다.

그야말로 빈틈투성이 공격이었다.

자신의 갑주를 맹신하고 있지 않은 이상 절대 나올 수 없는 공격.

꽈악.

진짜 못 뚫었다 생각하는 류도에.

나도 모르게 입술이 깨물어졌다.

킹 받게 하네.

[유탈라스 - 1단계 의태]

이왕 작열탄으로 보낸 김에 라의 불꽃으로 뜨거운 맛 좀 더 보여줄까 했었는데.

놈의 기고만장함을 보니 다른 걸로 끝내면 안 될 것 같았다.

“뒈져라!!”

바로 앞까지 도끼와 함께 날아드는 류도에.

비늘을 두른 주먹을 뒤로 크게 젖혔다.

“잘 기억해둬.”

뒤로 젖혔던 주먹을 스프링이 튕겨지듯이.

“이게 진짜니까.”

류도를 향해 쏘아냈다.

드드… 카아앙!!

“!!!”

쏘아진 주먹은 가장 먼저 마주친 도끼를 산산조각냈고.

쩌어어어엉!

다음은 갑주를.

“으… 으!?”

갑주를 지나선.

콰아아아아앙!!

류도의 몸을 부숴냈다.

“커…흙…!”

짧은 단말마였다.

숨이 끊긴 채 그대로 날아가 성당 구석으로 처박히는 류도.

사아아…!

성당에 있던 놈들의 목숨이 끊기자 페샨의 눈이 해제되었다.

“휴우.”

한 차례 숨을 내쉰 후, 빙글 몸을 돌려 마리아상을 바라보며.

“나쁜 놈들이니 전부 지옥으로 끌고 가 주세요.”

다시 한번 기도를 올렸다.

“아멘.”

* * *

푸우우우욱.

“후우우우우!!”

뜨거운 물이 받아진 욕조로 몸을 찔러 넣었다.

“죽이는구먼.”

몸을 간지럽히는 물을 느끼며.

오는 길에 이사벨이 건넸던 피쉬앤칩스를 집어 들었다.

와삭!

“슅!!”

노릇하게 튀겨져 맛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큰 오산이었다.

입으로 퍼지는 비릿함에 한 입 베어 문 피쉬앤칩스를 도로 내려놨다.

- 사… 사라졌어.

로인은 아일라를 보며 혼잣말을 중얼거렸었다.

죽을 운명임을 뜻하는 표식이 사라졌단 것이었다.

이제 꽃길뿐인가.

왠지 모르게 드는 뿌듯함에 코를 슥슥 문질렀다.

- 로인 님과 아일라 님은 저희가 모시고 있겠습니다. 로인 님의 몸이 완치될 때까지만요.

반파된 성당과 이번 사건을 정리하는데 사신 로인의 이야기가 필요하다고 이사벨은 덧붙였었다.

“음… 이거면 됐겠지?”

생각보다 싱겁게 끝나긴 했으나.

로인과 아일라가 위험에서 벗어났으니, 양심이 약간 찌릿하던 빚을 다 갚았다 봐도 무방할 것 같았다.

첨벙첨벙.

물장구를 몇 번 치다.

“음?”

아무렇게나 벗어 놓은 옷 사이로 이사벨이 건넸던 소설책이 눈에 들어왔다.

그렇게 극찬했으니까 한 번 봐볼까.

유물관 시절엔 나름 독서왕이었다.

하도 할 게 없어서 그런 거긴 하지만 말이다.

촤락.

힘차게 페이지를 넘기며 글을 읽어 내려갔다.

그러던 중.

# 소나타 윈스는 짧은 백발 더벅머리와 순수하고 깨끗한 초록색 눈동자를 가진 남자였다.

으음 머리에 한 번에 그려지는 얼굴이구… 음?

왜 여기서 아이작의 얼굴이 떠오르지.

머리에 단번에 그려진 이유가 있었다.

파밧!

묘한 끌림을 따라 소설을 읽어나갔다.

….

“뭐야 이거…?”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었고, 내 과한 억측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상하리 만치 책에서 표현된 소나타 윈스의 행동과 성격은 아이작과 닮아있었다.

- 로즈 작가는 자신을 항상 소설에 등장시켰어요! 이름만 매번 다르게 했는데.

마지막에 이사벨이 말했던 단어가 떠올랐다.

애너그램.

철자의 순서를 바꿔 새로운 단어를 만드는 것이었다.

설마 남자 주인공 이름도?

Sonata Wince.

철자를 떠올리며 내가 알고 있는 이름으로 바꾸어나갔다.

….

시… 시벌…?

소나타 윈스의 열한 개 알파벳으로.

더 많지도, 더 모자라지도 않게.

내가 알고 있는 이름이 깔끔하게 완성되었다.

Isaac New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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