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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왕이 헌터로 회귀했다-253화 (253/473)

253화. 불길한 존재

하늘에 드러난 거대한 땅덩어리에.

에밀리아를 포함한 헌터들의 입이 벌어졌다.

‘저건 대체…?’

에밀리아가 미간을 찌푸렸다.

각성 이후 런던의 헌터가 되며 수많은 상황에 처했던 에밀리아였다.

강한 데몬과 만나 죽을 뻔한 적도 있었고, 어쩔 수 없이 일대다의 위험한 전투를 택해야 했던 때도 있었다.

이렇듯 기사란 자리에 오르기까지 많은 경험을 가진 에밀리아임에도.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은 현실성이 없었다.

고오오…!

‘저런 게 어디서 나온 거야.’

개방한 능력자 중엔 대량의 인원이나 물건을 순간이동 시키는 사람도 있다곤 들었었다.

하지만 이건 지금까지 들었던 이야기의 스케일을 한참 벗어났다.

거대한 섬 하나가 상공에 갑자기 나타나다니.

상식으로 설명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포리페.”

로인의 혼잣말에 에밀리아가 고개를 돌렸다.

“사신들, 델라르의 땅입니다.”

델라르의 땅임을 들으니 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여긴 저들에게 있어 명백한 적진이었다.

보통은 머무르는 베이스를 적에게 숨기기 마련인데 적진 한가운데로 들고 나오다니.

의도를 짐작하기가 힘들었다.

“아까 말씀드렸던 하만이란 사신이 말한 게 있습니다….”

로인이 하만에게 들었던 드락스와 델라르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하만도 자신의 추측이라고 말하긴 했지만, 신빙성 있는 이유였다.

“드락스는 오래전부터 불만을 품고 있었다고 해요.”

어째서 사신은 강한 힘을 가지고 있음에도 황폐화 되고 버려진 땅에서 살아야 하는가… 였다.

- 여러 장로가 이미 정해진 규율과 법칙이라 누누이 말했음에도 드락스는 듣지 않았지.

당시 하만은 고개를 끄떡이는 드락스를 보며 설명할 수 없는 불안함을 느꼈었다고 한다.

딱히 반발하거나 규율을 어기는 행동을 하진 않았기에 그냥 기우려니 하고 넘어갔지만 말이다.

“그럼 드락스의 목적은…!”

여기까지 이야기를 들은 에밀리아의 눈이 커졌다.

로인의 말대로라면 드락스의 목적은 명확했다.

“….”

에밀리아가 생각하는 게 맞다는 듯.

인상을 찌푸린 로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더 이상 포리페에 갇혀 살지 않는 것… 즉, 다른 세계를 빼앗아 사신의 새로운 터전으로 만드는 것이죠.”

입술을 깨문 에밀리아가 상공으로 고개를 돌렸다.

정말 드락스의 목적이 그것이라면, 이건 단순히 습격 수준의 상황이 아니었다.

‘침공.’

패배하는 순간 죽고 끝나는 싸움이 아닌, 지금까지 가지고 있던 터전을 모조리 빼앗기는 강탈전이었다.

“로인 님, 지금 모습을 드러낸 사신이 있나요?”

“전부는 아니지만 조금씩 늘어가고 있어요.”

철컥.

로인이 품에서 낫을 꺼내 들었다.

힘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만큼 얼마나 도움이 될진 미지수였으나.

아무것도 하지 않고 꼬리를 말 순 없었다.

“에밀리아 님, 포격할까요?”

옆에서 대기 중이던 헌터들이 에밀리아를 쳐다봤으나.

판단이 안 서는 건 에밀리아도 마찬가지였다.

‘뭐라도 보여야…!’

보이는 건 갑자기 소환된 포리페란 땅덩어리뿐이었다.

그밖엔 사신이 어디에 있는지, 몇 명이나 있는지를 알 길이 없었다.

“로인 님, 저희도 저들을 볼 방법이 없을까요? 아무것도 안 보여서 판단이 불가능해요.”

잠시 생각하던 로인이 무언가를 말하려는 순간.

“보인다고 해서 무슨 판단을 할 수 있지?”

“!!”

귀를 얼리는 싸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언제 나타난 건지 포리페와 헌터들의 중간 지점에서 나타난 드락스.

고개를 치켜든 드락스가 에멜리아와 헌터들을 내려다봤다.

“너희가 사신의 모습을 볼 수 없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해?”

아무 말 없는 에밀리아에 드락스가 말을 이었다.

“주제를 파악하라는 거다.”

“…?”

“우린 네놈들 따위가 두려워 모습을 숨기는 게 아니다.”

조금 더 높은 상공.

포리페의 바로 아래에서 델라르 소속 사신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감히 마주 봐선 안 되는 존재이기에 보지 못하는 것이다.”

“…!”

에밀리아와 헌터들의 눈으로 긴장이 어렸다.

상공에 나타난 사신의 수는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다.

‘병원을 습격했던 한 놈만 해도 보통이 아니었는데.’

모습이 보이지 않아 더 고전한 것도 있었지만, 방패로 사신의 공격을 막았었던 에밀리아인 만큼,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사신 한 명 한 명이 가진 힘은 결코 약하지 않다는 것을 말이다.

“전부 죽이기 전에 한 가지 제안을 하지.”

“제안…?”

뜻밖의 이야기에 되묻자.

드락스가 자비를 베푼다는 듯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나갔다.

“무기를 내려놓고 사신의 왕 앞에 무릎을 꿇어라. 그럼 목숨은 살려 주마.”

“…!”

“우리의 목적은 학살이 아니다. 정복이지.”

이어지는 드락스의 말에 헌터들의 얼굴이 굳어갔다.

평소라면 헛소리 말라고 공격을 퍼부었겠지만.

모두가 느끼고 있었다.

공기를 통해 전해지는 드락스의 거대한 기운을 말이다.

“5초 주마. 정하거라.”

드락스가 고개를 까닥였다.

“의미없는 개죽음인지, 아니면 순리에 맞는 복종인지.”

“….”

잠시 드락스를 응시하던 에밀리아가 손을 들었다.

“전원.”

대기 중인 헌터들을 돌아본 에밀리아가 들었던 손으로 드락스와 포리페를 가리켰다.

“공격!”

우우우우웅… 콰아아!

번쩍!

두두두두두!!

에밀리아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귀를 얼얼하게 만드는 포격이 지상에서 하늘로 뻗어 나갔다.

“역시 상종할 가치도 없을 정도로 어리석군.”

다가오는 공격을 바라보던 드락스가 포리페로 몸을 움직였다.

드락스가 기다리고 있던 사신들 사이로 도달함과 동시에.

콰가아아아아!!

쏘아졌던 포격이 적중하며 눈부신 섬광을 만들어냈다.

두두두두두! 콰아앙!

한참동안 충분한 포격을 쏟아부은 뒤.

에밀리아가 손을 들어 멈추라는 신호를 보냈다.

휘이이이.

착탄점에서 뿜어지는 섬광과 탄약의 연기가 시야를 가렸다.

꿀꺽.

모두가 침을 삼키며 긴장된 얼굴로 하늘을 바라봤다.

거너, 궁수 할 것 없이 원거리 공격이 가능한 헌터들이 쏟아부은 공격이었다.

완전히 소멸하진 않았더라도 어느 정도의 타격은 있어야만 했다.

스으으…!

서서히 걷히기 시작한 시야에.

으득.

로인이 가장 먼저 갑주를 활성화 시켰고.

“전원 공격에 대비해!”

다음으로 에밀리아가 거대한 방패를 하늘로 치켜들며 쉴드를 만들었다.

그리고 잠시 후.

콰가가가가가가가!!

조금 전 하늘로 향했던 포격을 가볍게 넘어서는.

델라르의 수많은 검격이 넓은 하늘을 뒤덮었다.

‘….’

막막한 화력 차이를 두 눈으로 목도하며.

로인과 에밀리아의 머리로 한 사람의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두 사람은 현재 상황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싸움은 적을 섬멸하기 위함이 아닌.

누군가가 도착할 때까지 버텨야 하는 방어전임을 말이다.

* * *

“휴 시벌.”

한숨을 내쉬며 칼데아를 집어넣었다.

사방을 돌아다녀 봤으나 아무 소용도 없었다.

나가는 길은 눈을 씻고 봐도 존재하지 않았다.

어쩔 수 없네.

[척준경 - 악귀참도]

가능하다면 꺼내지 않으려고 했었다.

런던과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어떻게 이어져 있을지 모르는 세계.

베면 안 되는 것까지 베어버리는 무기인 만큼 파악이 안 된 상태로 휘두르는 건 위험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꽈악.

더 지체할 순 없었다.

아까부터 런던의 잔해가 빨려오지 않고 뒤져있는 데몬 시체가 하늘로 올라가는 걸로 보아.

저 너머에선 이미 무언가 시작된 것 같았다.

스윽.

자세를 최대한 낮추며 오른손에 든 악귀참도를 왼쪽으로 깊숙이 젖혔다.

[악귀참도 - 동기화]

“부디 엄한 걸 베는 일이 없기를.”

작은 바람을 나지막이 읊조리고.

스으으…!

런던과 이어져 있을 하늘을 향해.

콰아아아아---!

검에 깃든 악귀를 뿌려냈다.

* * *

“끄으…!”

사방에서 고통스러운 신음이 들려왔다.

“후욱…!”

에밀리아가 거친 숨을 정돈하며 주위를 둘러봤다.

하늘에서 쏟아진 포격에 건물과 지반이 엉망진창이었다.

‘늦지 않게 방어했는데도…!’

이제 단 한 번의 공격을 받았을 뿐이었다.

제대로 방어를 하지 못한 것도 아니었다.

적절한 타이밍에 쉴드를 펼쳤음에도 엄청난 피해였다.

“기세 좋게 공격한 거 치곤 무력하구나.”

여유가 넘치는 목소리였다.

절망을 맛보게 하려는 건지 드락스는 연이어 공격하지 않고 여흥을 즐기듯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위치도 너무 불리하다.’

에밀리아를 포함해 절반 이상의 헌터가 근거리 전투에 특화된 인원들이었다.

델라르는 위에서 공격을 쏟아붓기만 할뿐 내려오질 않으니.

포격을 피하며 원거리 인원을 지키는 것 외엔 할 수 있는 역할이 제한적이었다.

‘로인 님이 말했던 사신들도 벌써 당한 모양이고.’

꾸득.

‘생각해라… 생각해.’

미간을 찌푸린 에밀리아가 상황을 곱씹으며 바쁘게 생각해봤으나.

지금 상황을 극복할만한 어떠한 방책도 떠오르지 않고 있었다.

그만큼 모든 게 불리한 전장이었다.

“그런 표정은 아직 넣어두는 게 좋을 거다.”

“…!”

에밀리아를 바라보던 드락스가 말을 걸어왔다.

“아직 절망은 시작하지도 않았으니.”

드락스가 천천히 손을 올렸다.

조금 전 포격은 맛보기였다.

델라르에 반하는 인간들을 위해 준비해둔 게 있었다.

“그대들의 숙적을, 그대들을 위해 오랜 시간 준비했으니.”

드락스의 손이 휘둘러지자.

잠잠했던 포리페의 문이 다시 요동치기 시작했다.

“열심히 살아남아 보아라.”

“!!”

콰아아아…!

하늘의 문이 열리고.

그 안에서 무언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엄선해서 준비한 것들이니 한 번…?”

옆으로 스쳐 지나가는 무언가에.

드락스가 말을 멈추며 고개를 돌렸다.

“…?”

처음으로 드락스의 눈에 경련이 일었다.

무언가 잘못되었다.

쿵! 쿵! 쿵! 쿵!

포리페에서 소환되어 아래로 떨어지고 있는 데몬들한텐 공통점이 있었다.

‘무슨…?’

모두 죽어있었다.

뭐에 베인 건지 하나 같이 조각이 나 숨이 끊어져 있는 데몬.

하늘에서 내리고 있는 건 그런 데몬의 시체였다.

‘어떻게 된…!!’

현재 상황을 채 파악하기도 전에.

스아아아아악!

하늘로 하얀색 선이 그어졌다.

선이 그어진 곳은 포리페의 문 중앙이었다.

드락스의 지휘 아래에서만 소환될 개체가 정해지는 문.

드락스가 원하지 않는 것은 무엇도 나올 수 없는 문이었다.

그런 문이 지금, 무언가에 의해 찢어지며 강제로 열리고 있었다.

콰자자자작!

포리페의 문이 완전히 반으로 갈라지고.

‘!!’

갈라진 문 사이로.

스으으….!!

불길한 연기를 두른 존재가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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