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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왕이 헌터로 회귀했다-266화 (266/473)

266화. 전시회

컷 당했던 입구의 초입부.

나란히 걷고 있는 송유빈을 바라봤다.

- 같이 가시죠.

조금 전 큰 고민 없이 송유빈의 부탁을 수락했었다.

악귀참도를 찾을 때 도움받았던 게 있던 터라 처음부터 거절할 생각이 없기도 했지만.

나한테도 좋아.

이제 쌍룡궁을 확인해야 하는 내게도 도움이 되는 동행이었다.

만약 안으로 들어가서 확인한 쌍룡궁이 내가 기억에서 봤던 활이 맞음에도 빛이 보이지 않는다면.

두 가지 정도 경우를 생각해볼 수 있었다.

내가 찾아야 하는 무기가 활이 아니든가, 전시되어 있는 게 진짜 쌍룡궁이 아니든가.

만약 나 혼자였다면 이 두 가지 가능성을 개고생하며 모두 확인해봐야겠지만, 송유빈과 함께라면 이야기는 달라졌다.

진위를 구분할 수 있다는 송유빈의 말이 사실이라면 적어도 두 개의 가능성 중 후자 쪽은 확인이 되는 것이었다.

“잠시 멈춰 주십시오.”

입구에서 대기 중이던 떡대 가드가 멈추라는 듯 손을 내밀었다.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멀리서 다가올 때부터 표정이 썩어 있는 게 보였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저마다의 이유로 컷 당했던 두 명이 함께 걸어오니 짜증이 두 배로 치솟은 모양이었다.

“신분이 확실하지 않으면 들어갈 수 없다고 말씀드렸을 텐데요. 특히.”

가드가 차가운 눈으로 송유빈을 노려봤다.

눈으로 말하는 느낌이었다.

넌 10억을 가지고 와도 안되니 냉큼 사라지라고 말이다.

“신분 확인할만한 걸 가져왔어요.”

말하며 목걸이 명패를 앞으로 내밀었다.

“하아.”

보나마나 라는 얼굴로 마지못해 목걸이를 확인하는 가드.

“!!!”

한숨을 쉬던 가드의 표정이 급속도로 변하기 시작했다.

많이 놀란 모양이었다.

헛숨까지 들이키며 눈의 크기를 키우는 가드.

조금만 더 커지면 튀어나올 기세였다.

스윽.

가드가 의심 가득한 눈으로 내 위아래를 훑었다.

어디서 굴러먹다 온 놈인지는 몰라도 빠꾸먹은 뒤 하루도 안되어 가져온 게 대한민국 1등 기업 대산 회장의 보증이라니.

상식적으로 믿기 힘들다는 얼굴이었다.

“잠시 목걸이를 주시겠습니까? 확인 절차에 필요해서요.”

고개를 끄덕이며 목걸이를 건네자.

가드가 끼고 있는 인이어로 손을 올렸다.

“본부 들리십니까? 기업 대산으로 신분 확인 요청이 필요합니다. 존함은 백운, 두 글자입니다.”

일렬 번호까지 읊어 준 가드가 약간 땀을 흘리며 답을 기다렸다.

“…!”

표정을 보니 답이 온 모양이었다.

굽신!

고압적이고 거만했던 태도는 온데간데없이 저자세로 돌변하는 가드.

가소롭다는 듯 무뚝뚝하던 얼굴엔 어느새 해맑은 미소가 그려져 있었다.

“대산으로부터 확인되었습니다. 백운 님은 들어가셔도 좋습니다.”

여전히 송유빈은 들여보내 줄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가드가 송유빈 쪽은 완전히 막은 채 길을 터주었다.

“송유빈 님도 동행입니다.”

해신에 제대로 찍힌 모양이었다.

동행이라고 말했음에도 가드가 천천히 고개를 저으며 입을 열었다.

“실례지만 두 분은 어떤 사이신지요? 한 분의 신분으로 동행으로 인정되는 건 가족 및 연인….”

연인이란 단어가 들려오기 무섭게.

꽈악!

!?

옆에 서 있던 송유빈이 팔을 감아왔다.

“제 남자친구예요.”

팔짱을 낀 채 완전히 밀착한 송유빈에.

나, 나대지 말고 가만히 있어 심장년아!

위장임을 알면서도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국민 리포터 송유빈이 팔짱에 남자친구라니.

지난번 안고 날았을 때도 두근거렸는데 이건 또 다른 의미로 마른침이 삼켜지는 순간이었다.

피식.

조소를 머금으며 송유빈을 냉랭하게 바라보던 가드가 입을 열었다.

아마 내 옷깃을 낚아채는 장면부터 봐왔을 터.

어림도 없다는 표정이었다.

“송유빈 리포터님. 신분 확인은 애들 장난으로 하는 게 아닙니다. 저랑 계속 장난하실 생각이라면….”

“장난치는 거 같나요?”

“!!”

입을 열자 송유빈한테 하는 것과는 달리 곧장 자세를 고치며 마른침을 삼키는 가드.

그런 가드를 짜증 섞인 눈빛으로 쳐다보며 말을 이어갔다.

“말도 안 되는 이유로 가로막는 가드분 덕에 제 소중한 시간이 더럽게 낭비됐다… 라고 대산에 말씀드리면 될까요?”

고개를 약간 기울이며 가슴팍에 달린 명찰까지 확인하자.

“자,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가드가 진땀을 흘리며 어딘가로 연락을 취했다.

이번엔 우리에게 안 들리도록 뒤로 물러난 걸 보니 현 상황에 관한 결정을 회사에게 맡기는 것 같았다.

타닷!

그렇게 잠시 물러나 있던 가드가 빠른 걸음으로 다가와 90도로 고개를 숙였다.

“귀한 시간을 뺏어 죄송합니다. 백운 님과 송유빈 님. 두 분 모두 입장 가능하십니다.”

* * *

기업 해신의 회장실.

끼익.

몸을 기울인 이수천이 미간을 찌푸렸다.

조금 전 전시회장에 나가 있는 비서로부터 연락이 왔었다.

입구에 CBC의 송유빈이 왔는데 들여보내도 되겠냐는 문의였다.

‘쯧.’

당연히 첫 번째 연락이 왔을 땐 칼같이 거절했었다.

한낮 리포터 나부랭이라고 해도 연예인에 뒤지지 않는 인기와 유명세를 가진 송유빈.

계속 짖다 보면 기업의 이미지에 흙탕물이 튈 가능성이 있었기에 들여보내지 않으려고 했던 것이었다.

하지만, 두 번째 연락 때는 송유빈의 출입을 막기가 쉽지 않았다.

정확히는 불가능했다.

함께 왔다는 동행이 문제였다.

‘백운이라.’

백운이란 이름을 되뇌며 이수천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생소한 이름이었다.

유력 인사들이 모이는 사교 모임은 빠짐없이 참석해온 이수천.

그만큼 힘 있는 사람들의 이름은 줄줄이 꿰고 있었기에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소피아 회장과 무슨 관계인 거지.’

단순히 대산의 보증이었다면 거절할까 고민도 해봤을 테지만.

소피아 회장의 보증이라면 얘기는 달라졌다.

해신은 대산으로부터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음과 동시에 돈이 되는 여러 유물 관련된 일감을 하청받는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거기다.’

이수천이 송유빈을 떠올렸다.

‘뭘 얻고자 들어가려는 걸까.’

송유빈이 1억이란 거금에 억지 동행까지 만들어 들어가려는 데는 이유가 있을 터였고.

그 이유는 분명 해신과 이수천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었다.

‘절대 기억력이란 능력을 개방했다고 했었지.’

꽤 많은 시간이 지났지만 이수천은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다.

인천 앞바다에서 발굴한 유물들을 세세하게 눈에 담았던 송유빈.

그렇기에 출입을 막았던 것이다.

전혀 예상치 못한 데서 변수가 터져 나오는 걸 막기 위해서 말이다.

톡… 톡… 톡.

책상을 두드리며 생각에 잠긴 이수천.

‘경우에 따라선.’

생각을 마친 이수천이 눈을 가늘게 떴다.

‘오랜만에 피를 봐야 할 수도 있겠어.’

* * *

“죄송합니다. 제멋대로 그만.”

가드의 눈길이 닿지 않는 곳에 온 후.

송유빈이 낮은 목소리로 사과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원래 못 들어오는 건데 생판 처음 보는 절 도와주셔서요.”

“하하… 아니에요. 어쨌든 둘 다 들어왔으니 성공이네요.”

마음속으론 별말씀을요! 괜찮아요! 나의 찐팬님! 을 외치고 있었으나.

호들갑을 떨 순 없기에 최대한 젠틀한 척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나를 송유빈이 정말 감사하다는 얼굴로 올려다봤다.

“그런데 좀 뜬금없지만… 감기 걸리신 건가요? 어디 아프신 거 같아서요.”

“아, 아닙니다. 원래 태어날 때부터 목소리가 이랬어요.”

“그렇군요. 안 아프시다니 다행이네요.”

다행히 한 번에 납득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송유빈.

동행을 결정하긴 했으나 조심은 해야 했다.

눈썰미가 좋은 송유빈이기에 언제 어디서 나와 무기왕의 접점을 찾을지 모를 일이었다.

“불편하시겠지만 조금만 참아 주세요. 정말 죄송합니다.”

여전히 끼고 있는 팔짱에 죄송해하는 송유빈.

오히려 제가 감사하고 하나도 안 불편합니다 라고 몹시 말하고 싶었지만, 인내하며 최대한 안정적인 미소를 그려 보였다.

“이제 시작이네요.”

“네.”

어느덧 시작된 전시회에 온 연인인 척하며 유물들을 천천히 눈으로 살폈다.

이순신 장군이 썼던 일기와 식사 때 사용했던 숟가락까지.

세세한 도구 하나까지 이순신 장군과 관련이 있으면 전부 모아 놓은 느낌이었다.

우리 쌍룡이는 어디에 있으려나.

송유빈의 걸음에 맞추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일단 시야 안에는 없는 것 같았다.

아직까진 전쟁에 사용했던 갑옷이나 무기가 아닌 일상생활과 관련된 섹터인 모양이었다.

그나저나.

전시회에 있는 거에서 황금빛이 나면 어쩌지.

일단 찾고 보자는 패기로 들어오긴 했으나.

찾게 된다면 그때부턴 런던 박물관에서 겪었던 것과 같은 고민이 시작될 터였다.

당시엔 운이 좋다고 해야 할지 델라르의 등장으로 어찌저찌 자연스럽게 해결이 됐었지만, 이번까지 그런 기행을 바랄 순 없었다.

- 훔치기 전엔 미리 말해줬으면 하네. 그래야 우리도 대비할 테니까! 껄껄껄!

장관실을 떠나기 전 강태황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을 건넸었다.

이미 기태랑과 비광에게 전해 들은 모양이었다.

난 언제나 국가의 보물을 훔칠 준비가 된 도둑놈의 자식이란 사실을 말이다.

흐음.

만약 훔칠 수 있더라도 마음에 걸리는 게 한 가지 더 있었다.

알려진 바로는 회장인 이수천은 이순신 장군의 후손이었다.

그런 후손을 내 무기 욕심 때문에 털어도 되는지가 사실은 더 큰 문제라면 문제였다.

내게 건네는 걸 거절하실 수도 있어.

지금까지 한 번도 그런 적은 없지만, 공명은 어디까지나 만남의 장일 뿐이었다.

내 무기고에 속해 평생을 나와 함께 할지를 결정하는 건 어디까지나 무기의 주인이었기에.

후손에게 큰 피해를 끼쳤다는 사실을 안 이순신 장군이 날 거절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존재했다.

… 무기가 아무리 갖고 싶어도 아닌 건 아닌 거니까.

아무리 욕심 많은 도둑놈이라도 위인에게 매국노 같은 짓까지 할 생각은 없었다.

황금빛을 발견하더라도 빈손으로 돌아설 각오도 해야 할 것 같았다.

일단 찾아보자.

“이제부터 인천에서 건진 유물들이에요.”

송유빈의 목소리에 고민을 접어두고 유물을 바라봤다.

이건…!

투구의 기억에서 본 것과 같은 생김새의 갑옷이었다.

해신에서 엄한 걸 전시해놓은 게 아니라면 데몬과의 마지막 전투 때 이순신 장군이 입고 있었던 갑옷이란 소리였다.

“흐음… 애매하네요.”

유물 하나하나를 상세히 보며 송유빈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직까진 진위를 명확하게 판단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쌍룡궁은 저곳에 따로 전시되어 있나 봐요.”

송유빈이 가리키는 곳으로 시선을 옮기자.

쌍룡궁이란 명패와 함께 닫혀 있는 문이 보였다.

저벅.

곧장 쌍룡궁으로 향하는 송유빈을 따라 걸음을 옮겼다.

꼴깍.

이제 곧 드러날 쌍룡궁에 긴장이 된 건지 나도 모르게 마른침이 넘어갔다.

위잉.

바로 앞까지 가자 자동문이 열리고.

오늘 전시회에 온 목적인 쌍룡궁이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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