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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왕이 헌터로 회귀했다-268화 (268/473)

268화. 이수천과 해신

“제가 이수천 회장을 의심하기 시작한 건 우연히 작은 전시회에서 해신이 기부했다는 유물을 본 다음이었어요. 아 감사합니다.”

이수천에 관해 말하던 송유빈이 쿠키를 가져온 직원에 고개를 꾸벅 숙였다.

열심히 말하면서도 쉴 새 없이 이것저것 주문해 내게 건네주는 송유빈이었다.

와작!

나 역시 그 성의를 무시할 수 없기에 쉴 새 없이 먹는 중이었고 말이다.

“송유빈 리포터님. 죄송한데 사진 한 장만 찍어 주실 수 있을까요?”

“죄송한데 싸인 한 장만…!”

“제 친구가 팬인데…!”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음식 흡입할 시간은 충분했다.

잊을만하면 송유빈을 알아보고 찾아오는 사람들에 텀이 생겼기 때문이다.

엄청난 인기구먼.

언제 심각했냐는 듯 밝은 얼굴로 싸인하는 송유빈을 쳐다봤다.

성격은 노빠꾸여도 자기 팬에겐 몹시 친절한 송유빈이었다.

깜짝!

이건 좀 불편하네.

눈이 마주친 남자에게 애써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싸인 받거나 사진 찍으러 오는 사람들이 마지막에 잊지 않는 게 있었다.

대체 국민 리포터 송유빈 옆에 앉은 저놈은 뭐 하는 놈인가 한 번씩 쳐다봐주는 것이었다.

뭐랄까.

속마음은 알 수 없지만 부러움과 질투가 가득 담긴 눈빛이었다.

역시 유명해지면 안 되겠어.

새삼스러운 깨달음에 엄격하고 근엄하고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닉네임과 가면을 사용하기로 결정한 과거의 나를 몹시 칭찬한 건 물론이었다.

그나저나. 진짜 팔아먹었던 건가.

해신이 유물을 팔아먹는다는 건 유물관 시절에도 잊을만하면 들려오던 이야기였다.

물론 증거도 없고 나 역시 관심이 없었기에 그러려니 하고 말았었지만 말이다.

쌍룡궁도 팔아먹었으면 어떡하지.

인천 바다에서 쌍룡궁을 건져 올린 지는 꽤 오랜 시간이 흐른 시점이었다.

베테랑 유물팔이라면 충분히 팔아먹고도 남을 시간.

쌍룡궁은 이미 만리장성을 넘어 어디 해외 멀리까지 가 있을지도 몰랐다.

호달달달.

쌍룡궁이 내 구출을 애타게 기다리며 어딘가로 팔려가고 있다고 생각하자.

다리가 덜덜 떨리며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안 그래도 진짜 쌍룡궁은 어디에 있을까란 생각으로 머리가 가득 차 있었다.

귀와 눈은 송유빈을 향해 있으면서도 말이다.

“저 유빈 님.”

은밀하게 송유빈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네?”

“혹시 이수천이나 해신에 관한 자료 같은 게 있을까요? 제가 관심이 좀 있어서요.”

뜻밖의 질문이었는지 잠시 놀란 표정을 짓던 송유빈이 품에서 USB 하나를 꺼냈다.

“제가 지금까지 조사해온 자료들이 있긴 한데요. 확실한 증거가 있는 것도 아니고 제 의심점들 위주로 적은 거라 별 도움이 안 되겠지만, 이거라도 필요하시면 드릴게요. 오늘 워낙 도움도 많이 받고 폐를 끼쳤으니까요.”

“부디!”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뻗는 송유빈에 호다닥 USB를 챙겨 넣었다.

의심점 밖에 없다 할지라도 이수천이나 해신에 관해선 나보다 훨씬 잘 알 테니 분명 도움이 될 터였다.

“그런데 실례가 안 된다면 이수천에 관심 가지시는 이유를 여쭤봐도 될까요? 이런 게 있다는 걸 알아도 괜히 불똥 튈까 안 궁금한 척, 못 본 척하는 게 보통이니까요.”

꼴깍.

워낙 가까운 거리에서 눈을 마주하고 있어서일까.

뭐라고 해야 하나 살짝 긴장됐다.

“음.”

잠시 고민을 하다 입을 열었다.

“저는 역사와 유물에 관심이 많거든요. 정확히는 애정에 가까운데… 만약 말씀하신 것처럼 해신에서 유물을 팔아먹고 있다면.”

입가 한가득 정의로운 미소를 그려 보였다.

“바로 잡아야 하니까요.”

조금 더 구체적으론 내 동반자가 될 무기에 관심이 많은 거지만.

해신이 쌍룡궁을 빼돌렸다면 다시 뺏어올 생각이니 어쨌든 바로 잡긴 잡는 거라 볼 수 있었다.

국가로 반환하는 게 아니라 내가 꿀꺽한다는 게 아주 작은 차이라면 차이겠지만 말이다.

“아….”

전혀 정의롭지 않게 생긴 놈이 바로 잡겠다는 말을 해서일까.

송유빈이 약간 멍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

호달달.

가, 가야겠어.

송유빈의 멍이 끝나고 무언가 말할 때까지 기다릴까도 했지만, 엄한 곳에 팔려갔을 쌍룡궁에 다리 떨림이 심해지고 있었기에.

스리슬쩍 몸을 일으켰다.

“유빈 님. 그럼 전 이만 가볼게요.”

최대한 방긋 웃으며 말을 건네자.

“아!”

그제야 멍에서 빠져나온 송유빈이 웃으며 고개를 꾸벅 숙였다.

“오늘 정말 감사했습니다.”

“별말씀을요. 그럼 나중에 또 봬요!”

그런 송유빈에게 인사를 건넨 후.

지체 없이 몸을 돌려 집 방향으로 발을 내디뎠다.

호다닥!

* * *

“아 연락처…!”

송유빈이 목적지를 잃은 말을 삼키며 멀어지는 백운을 바라봤다.

한눈에 봐도 탄탄해 보인 터라 운동을 즐겨할 것 같긴 했는데.

저렇게 발걸음까지 빠를 줄은 몰랐다.

‘대산의 백운 님이라….’

의자에 몸을 기댄 송유빈이 한숨을 내쉬었다.

떠나고 나서 생각해보니 백운에 관해서 아는 게 전혀 없었다.

처음 만났을 땐 오롯이 전시회에 들어갈 목적으로 돌진하는 상황이었기에 뭔가 물어보고 할 여유가 없었고.

나온 이후엔 이수천과 해신에 관한 대화로 질문을 받기만 했을 뿐 무언가를 물어보진 못했었다.

‘뭐 하는 사람일까.’

되짚어 보니 처음부터 끝까지 신기한 사람이었다.

꽂힌 게 있으면 물불 안 가리고 노빠꾸 돌진하기로 유명한 송유빈.

세간에서 투견이라는 별명까지 붙어있다는 건 송유빈 본인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내가 백운 님이었으면 무조건 거절했을 텐데.’

인터넷에선 인기가 많을지 몰라도 현실이라면 이야기는 달랐다.

언제 어떻게 튀어 나갈지 모를 인간을 옆에 둔다는 건 시한폭탄을 달고 다니는 것과 마찬가지.

특히 잃을 게 많은 사람이라면 더더욱 더 송유빈을 껄끄러워할 수밖에 없었다.

‘뭔가 잘 알려지지 않은 재벌집 아들 같던데.’

말끔하고 시원시원하던 백운을 떠올리며 송유빈이 고개를 끄덕였다.

대산의 슈퍼 VIP인 만큼 잃을 게 많은 사람일 터였다.

처음 보는 투견의 부탁을 거절할 이유가 충분했음에도 망설임 없이 함께 가줬던 백운.

지금 생각해도 감사할 따름이었다.

‘엄청 침착했었지.’

송유빈이 쌍룡궁으로 달려간 덕에 전시회의 모든 가드가 튀어나왔었다.

해신이 고용한 만큼 다 한 가닥 하는 전투 인원일 터.

워낙 겁을 상실한 자기는 그렇다 치더라도 이런 경험이 없었을 백운은 충분히 주눅이 들거나 겁먹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백운은 겁먹은 기색 하나 없이 오히려 여유롭고 담담했었다.

마치 마음만 먹으면 지금 튀어나온 애들은 한주먹거리도 안된다는 듯한 여유였다.

- 바로 잡아야 하니까요.

“바로 잡아야 한다라.”

송유빈이 마지막쯤 백운이 했던 말을 곱씹었다.

흔들림 없는 말을 듣는 순간 송유빈은 자기도 모르게 놀라고 말았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왠지 모르게 낯익은 분위기와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스윽.

왠지 모르게 낯익은 건 이것뿐만이 아니었다.

고개를 이리저리 갸웃거리던 송유빈이 백운이 사라진 길을 바라봤다.

급한 일이 있는지 어디론가 호다닥 달려가던 백운의 뒷모습.

그 모습을 떠올리며.

‘분명히.’

송유빈이 눈을 가늘게 떴다.

‘어디서 본 것 같은 뒤통순데.’

* * *

꼴깍.

마른침을 삼키며 조심스럽게 시선을 올렸다.

송유빈과 헤어지고 USB 확인을 끝낸 뒤 곧장 대산으로 달려왔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 대산은…?

송유빈의 자료에 가장 많이 적혀 있는 의문이었다.

규모적으로 비교는 안 되지만 대산 역시 해신과 마찬가지로 유물 사업을 하는 회사였다.

그래서인지 유독 두 회사 사이엔 유물 관련 협조한 사례가 여러 번 있었는데, 송유빈은 이런 점 때문에 대산까지 의심하고 있는 것이었다.

이미 유물팔이로 확정 지은 해신을 돕는 대산은 과연 깨끗할까란 의심이었다.

어쨌든.

지금 당장의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더, 더럽게 불편하다!

눈을 슬쩍 들어 정면을 흘끔거렸다.

바로 앞엔 자료를 검토 중인 최리아가 앉아있었다.

- 저기!

여느 때처럼 프론트에 가 찹쌀떡 전수희를 찾았었다.

해신과 이수천에 관한 걸 물어보기 위해서였다.

- 전수희 팀장님은 퇴근하셨는데요.

그때 쨌어야 했는데!

아쉬운 마음에 머뭇거렸던 게 패착이었다.

누군가와 통화하더니 잠깐만 기다리라고 말했던 프론트 직원.

그렇게 뭐지 하면서 기다리기를 잠시.

- 또각.

날카로운 구두 소리와 함께 최리아가 모습을 드러냈었다.

필요한 걸 찾아 드릴 테니 올라가자는 말과 함께였다.

- 알겠습니다.

거절하고 싶었지만, 거절하진 않았다.

기다리고 있을 쌍룡궁을 떠나서라도 불편하단 이유만으로 먼저 내려온 최리아에게 등을 보이며 호다닥 도망가고 싶지 않아서였다.

왠지 모르게 지는 기분이었기 때문이다.

탁.

키보드에서 손을 뗀 최리아가 무언가 생각하는 듯하더니.

특유의 에메랄드색 눈동자를 반짝이며 날 바라봤다.

스윽.

동시에 보고 있던 노트북을 내 쪽으로 밀어주는 최리아.

생각을 마친 건지 최리아가 입을 열었다.

“자료를 어떻게 해석하고 사용하실지는 백운 님 자유입니다. 하지만 파장이 정말 클 거예요.”

말을 들으며 노트북에 띄워진 자료를 살폈다.

“….”

스크롤을 죽죽 내리며 읽어 내려가기를 잠시.

허.

파장이 클 거란 이야기가 납득이 되는 내용이었다.

대산은 이미 해신의 유물팔이를 의심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지원과 협조를 해줬던 건 이수천이 빼도 박도 못할 증거를 찾기 위해서였고 말이다.

“결과는 적힌 대로입니다.”

결론적으로 증거를 찾는 건 실패했었다.

잡을 듯하면 정보를 가진 이들이 죽어나갔고.

일본 어딘가에 팔고 있다는 정황은 알아냈지만 더 이상 진행하기엔 외교 문제가 걸려 스톱된 것이었다.

“노트북은 가져가셔도 좋습니다. 백운 님이 원하신다면 언론에 공개하시는 것도 상관없습니다.”

뜻밖의 이야기에 최리아를 바라봤다.

뿌릴 생각은 없었지만, 이런 정보가 뿌려진다면 절대 상관없을 리가 없었다.

대산 입장에선 대외적으로 몹시 곤란해질 터였다.

특히 홍보실 책임자인 최리아는 더더욱 더 말이다.

스윽.

고개를 내린 최리아가 괜히 엄한 책상 위를 정리하며 나지막이 말을 건넸다.

“공개되더라도 백운 님의 이름은 보호될 겁니다. 대산과 함께 VVIP를 지키는 것도 제 일이니까요.”

소피아의 지시 때문이겠지만.

어쨌든 묘하게 더 불편해진 듯한 분위기에.

스윽.

일본에 관련된 이름 몇 개를 눈에 담은 뒤 노트북을 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료 잘 봤습니다. 노트북은 안 가져가도 될 거 같아요. 알아볼 방법이 있거든요.”

“…?”

의아해하는 최리아에 입가로 아주 살짝 미소를 머금었다.

“제가 좀 마당발이라서요.”

* * *

일본 히메지 성.

띠리리리리.

늦은 밤 울리는 벨소리에.

쇼파에 앉아 책을 읽던 남자가 몸을 기울였다.

이 시간에 전화 올 사람이 없었기에 남자는 의아한 표정이었다.

“…!”

선한 눈매와 바가지 머리를 가진 남자가 손을 멈칫했다.

생각해보니 딱 한 명 있었다.

아무 때나 전화해도 이상하지 않은 사람이 말이다.

딸칵.

발신자를 확인한 남자가 입가로 기분 좋은 미소를 그리며.

“네. 모리타 쿄스케입니다. 누구시죠?”

장난기 섞인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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