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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왕이 헌터로 회귀했다-279화 (279/473)

279화. 넋을

현무가 감았던 눈을 뜨며 고개를 들었다.

하늘에서 아래로 쏘아진 거대한 태풍.

콰아아아아!

태풍은 바다에 닿기 무섭게 근처에 있던 데몬을 갈아버리는 중이었다.

‘어떻게…?’

여러 차례 봐왔던 화살인 만큼 방금 쏘아진 게 무엇인지 궁금한 건 아니었다.

단지 저걸 쏘고 있는 게 누군지가 궁금했다.

벗이었던 이순신만이 사용할 수 있었던 쌍룡궁의 화살.

그 화살이 하늘에서 쉴 새 없이 쏟아지고 있었다.

콰아아아아! 콰아아아아!

원래 주인이었던 이순신조차 쌍룡궁을 연속으로 쏘아내는 건 불가능했었다.

그만큼 몸에 걸리는 과부하가 컸었다.

일반인이라면 활시위를 당기는 것조차 불가능하며.

당겼다고 해도 쏘는 순간 몸의 근육과 핏줄이 터져나가는 걸 각오해야 했다.

“크으…!!”

레비아탄이 두 팔을 든 채 천천히 뒤로 물러났다.

갑주가 워낙 두꺼운 탓에 유의미한 상처를 입진 않았으나.

막강한 화력을 두른 화살이 쉬지 않고 쏘아진 탓이었다.

‘강하다.’

현무가 자기도 모르게 떠올린 말이었다.

하늘을 가르며 바다로 떨어지는 수십 줄기의 소용돌이.

어찌나 빨리 쏘아대는지 막강한 함대가 일방적으로 포격을 퍼부어대는 것 같았다.

보이지 않는 하늘에서 바다로 말이다.

- 분명…. 나타날 거라네.

누구보다 벗을 믿었으나.

마지막 순간 눈앞에 닥친 현실에 현무는 자기도 모르게 희망을 내려놨었다.

언젠간 나타나겠지만 지금은 아닐 거란 현실을 받아들여서였다.

두근.

차갑게 식어갔던 현무의 심장이 다시 한 번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아직 활을 쏘아대고 있는 게 누군지는 알 수 없었으나.

현무는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나타났구나.’

벗 이순신이 말했던 영웅.

그 영웅이 지금 이 자리에 등장했음을 말이다.

* * *

콰아아아아아아!

쩌, 쩔어.

눈앞으로 쏘아지는 소용돌이에 콧김이 뿜어져 나왔다.

처음엔 활시위가 없어서 어떻게 당기는 건가 했었는데.

어느 정도 바다 가까이로 내려오자 쌍룡궁으로 푸른색 활시위가 생겨났었다.

- 스르르…!

활시위를 당기자 활로 모이기 시작했던 바닷물.

난중일기의 기억에서 봤던 것처럼 활 끝에 모인 물은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했고 이는 곧 분쇄력을 가진 소용돌이가 되어 적에게 쏘아졌었다.

완전 일방적인 포격이구만.

입가로 흡족한 미소가 그려졌다.

날개로 구름 뒤에 숨어 쏘아대는 쌍룡궁의 화살.

아직도 적들은 내 위치를 찾아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저 활이 쏘아진 걸로 추측되는 방향에 무작위 공격을 날려댈 뿐이었다.

스윽.

잠시 활쏘기를 멈추고 길게 뻗어있는 활시위를 바라봤다.

활시위를 당기는 순간 생각지도 못한 묵직함에 깜짝 놀랐었다.

무슨 강철로 만들기라도 한 건지 좀처럼 당겨지지 않았던 활시위.

무기고에 세 번 째 달이 떠오르지 않았다면 쌍룡궁을 사용하기 위해 수리검을 필수로 꺼냈어야 할 것 같았다.

- 세 번째 달, 왕의 육체.

두 가지 무기를 동시에 꺼낼 수 있게 된 두 번째 달과 달리.

세 번째 달이 내게 가져다 준건 예상치도 못한 몸의 강화였다.

달이 떠오른 직후 몸엔 만년삼을 먹었을 때완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많은 변화가 일어났었다.

꽈악.

몸 안에서 엄청난 힘이 느껴졌다.

파워와 스피드, 감각 및 시력 등 모든 게 말도 안 되게 성장한 상태.

달라진 몸에 완벽히 적응하려면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았다.

이걸 말했었던 건가.

- 멀지 않은 시기에 넌 나의 육체를 뛰어넘을 거다.

불꽃을 건네주며 라는 내게 말했었다.

지금 당장의 내 몸은 불꽃을 견디지 못할 거라고, 하지만 머지 않아 견딜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을 거라고 말이다.

역시 킹라!

어디까지 내다보셨던 겁니까!

다시 한번 차오르는 뽕에 취해 고개를 한 번 흔들어 준 후.

열심히 날 찾고 있는 레비아탄을 바라봤다.

“겁쟁이여! 모습을 드러내라! 네놈의 활은 예전에도 그랬듯 나에겐 통하지 않으니!”

약이 바짝 오른 탓일까.

레비아탄이 포효에 가까운 소리를 질러댔다.

기억 왜곡 오지네.

무기의 진화가 필요한지 아직은 내가 재연하는 게 불가능한 이순신의 세 번째 화살.

소용돌이로 두 마리의 용이 둘러졌던 세 번째 화살엔 분명 몸이 꿰뚫렸던 녀석이 지금은 언제 그랬었냐는 듯 말을 뱉어내고 있었다.

지렁이 새끼 이거 안되겠구만.

날개를 집어넣으며 아래로 하강을 시작했다.

그렇게 떨어지기를 잠시.

탁!

의도한 건 아니지만 현무의 등껍질 위로 히어로 랜딩을 완료하며.

주륵.

“키, 킹북 아니지, 현무 님. 당황스러우시겠지만 전 백운이라고 하는데 혹시 잠시 위에 좀 있어도 될까요…?”

조심스럽게 뒤늦은 허락을 구했다.

조선의 사방 수호신 중 한 명인 현무.

그런 수호신의 등껍질을 아무렇게나 밟으면 안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당연하다. 벗의 의지를 이은 영웅이여.]

신기한 감각이었다.

물감이 퍼지듯 천천히 머릿속으로 퍼져 나가는 목소리.

차분하면서도 묵직함이 깃든 것이 왠지 모르게 이순신을 떠올리게 하는 목소리였다.

“고맙습니다.”

입가로 미소를 그리며 몸을 일으켰다.

이순신이 마지막까지 수많은 데몬을 상대했었던 현무의 등껍데기.

지금 그곳에 내가 대신하여 서 있다 생각하니 열이 오르며 몸이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구나!”

이젠 됐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포효하며 거대하고 뾰족한 발을 치켜드는 레비아탄.

오랜 시간 바다 아래에 있으며 이전에 당했던 부상은 모두 치유된 듯했다.

“야 빨간 지렁이.”

“뭐…?”

“너 지난번에 뚫렸던 거 기억 안 나냐?”

조소를 그리며 레비아탄에게 활을 겨누었다.

정면으로 뻐기고 서 있는 걸 보니 자신의 갑주가 절대 뚫리지 않을 거라 생각하는 것 같았다.

“크하하하!! 허세를 부리는 거냐?”

뭐가 그렇게 재밌는지 레비아탄이 크게 웃어 재꼈다.

크기 덕분인지 넓은 바다를 쩌렁쩌렁 울리는 레비아탄의 웃음소리.

“네놈이 그런 걸 쏠 수 있었다면 진작에 하늘에서 쐈을 터.”

고오오오오…!

레비아탄의 오른팔로 붉은색 기운이 모여들었다.

“쏘지도 못하는 놈이 그런 뻔한 허세를 부리는 건.”

콰아아아아아!

기운을 두른 거대한 발이 나와 현무에게 휘둘러졌다.

“웃기기 짝이 없구나!”

[유탈라스 - 동기화]

카아아아아앙!

“!?”

허공으로 펼친 비늘에 레비아탄의 공격이 그대로 튕겨 나갔다.

“역시.”

그 모습을 보며 레비아탄과 마찬가지로 나 역시 얼굴 한가득 비웃음을 그려주었다.

“네가 말한 대로야. 난 아직 장군님이 쏘아냈던 마지막 화살은 사용할 수 없다. 하지만.”

활시위를 당기며 바닷물을 모아나갔다.

“난 나만의 방법으로 널 뚫을 수 있을 거 같거든.”

그리고 모이는 바닷물로 동기화한 비늘을 흘려보냈다.

잘게 부수어져 소용돌이치는 바닷물과 한 몸이 되어 가는 유탈라스의 비늘.

덕분에 달빛이 비늘을 비추며 소용돌이에서 찬란한 푸른빛이 새어 나왔다.

“제대로 한 번 갈려봐라.”

“!!”

순간 위기를 느낀 건지 레비아탄이 주변에 있던 데몬을 끌어모았다.

“크, 크륵…!?”

영문도 모른 채 레비아탄의 정면으로 모아지는 수백 마리의 프렌드 쉴드.

그러든가 말든가.

정확히 레비아탄의 가슴팍을 조준하며.

당겼던 활시위를 내려놓았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

찬란한 푸른빛을 뿌리며 쏘아지는 쌍룡궁의 화살.

레비아탄이 쌓아 놓은 데몬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곳에 원래 없었던 것처럼 화살의 소용돌이는 데몬을 순식간에 갈아버린 후.

쐐에에에에에엑--!

그대로 레비아탄에게 쏘아져 나갔다.

* * *

비틀.

“커헉…!”

레비아탄의 입에서 붉은 선혈이 터져 나왔다.

폭포처럼 뿌려지는 선혈에 두 눈동자가 커지는 레비아탄.

바다를 물들이는 피를 보면서도 레비아탄은 쉽사리 이 상황을 납득하지 못하고 있었다.

콰드득….

“…?”

레비아탄이 이상한 느낌이 드는 곳으로 시선을 옮겼다.

어째선지 있어야 할 오른팔과 상체 일부분이 깔끔하게 사라져 있었다.

그곳에선 쉴 새 없이 피가 뿜어지는 중이었고 말이다.

‘갑주가… 뚫렸다?’

뚫린 수준이 아니었다.

얼마나 세밀한 분쇄력인지 가루조차 안 남기고 깨끗하게 사라져 버린 상체.

마지막에 온 힘을 다해 몸을 비틀지 않았다면 꼼짝없이 심장이 날아갈 뻔했다.

“뭐야. 자신만만하더니 결국 피했네. 쫄았어?”

“…!”

조롱 섞인 목소리에 레비아탄이 고개를 돌렸다.

현무 위에서 목을 까딱이고 있는 남자.

참으로 이상한 일이었다.

단지 조금 신기한 능력을 가졌을 뿐인 인간, 마음만 먹으면 바로 짓밟아버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아주 작디작은 인간일 뿐이었는데.

지금은 어째선지 그 인간이 자신보다 더 커다란 몸집을 가진 괴물처럼 보이고 있었다.

오래전 전투의 마지막 순간에 이순신으로부터 느꼈던 압도감과 비슷한 감각이었다.

주춤.

의도한 건 아니었다.

순간 몸을 저릿하게 만드는 본능적인 공포에 레비아탄이 주춤거리며 물러섰다.

‘모, 못 이긴다.’

말도 안 되는, 절대 믿고 싶지 않은 끔찍한 일이었으나.

지금은 물러나야 할 때였다.

‘물속이라면 어떻게든…!’

레비아탄의 시선이 깊은 바다로 향했다.

아무리 강한 힘을 가졌어도 물 안에서 자신을 따라오는 건 불가능할 터.

분하지만 일단 물러나 몸을 추슬러야 했다.

스윽.

현무 위에 여유롭게 서 있는 남자를 확인한 후.

‘지금!’

레비아탄이 물 아래로 머리를 집어넣었다.

‘…!?’

정확히는 집어넣으려고 했었다.

콰악!

“끄으!”

머리 위의 깃털을 무언가가 엄청난 힘으로 붙잡고 있었다.

‘어, 없다!’

방금까지만 해도 현무와 함께 있던 남자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잠시 후.

“어딜 도망가. 지렁이 새끼야.”

머리 바로 위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 *

손아귀에 힘을 주며 날개의 연기를 끌어모았다.

“이리 나와.”

드드드득…!

쉴 새 없이 연기를 터뜨리며 하늘로 방향을 틀었다.

평생을 바다에서 살았을 레비아탄에게 새로운 공포를 안겨주고 싶었다.

거참 더럽게 무겁네!!

어금니를 깨물며 레비아탄을 붙잡은 손을 들어 올렸다.

조금씩이지만 바다에서 딸려 나오고 있는 레비아탄.

스아아아아….!

몸부림치는 레비아탄을 서서히 끌어내며 날개로 최대한의 연기를 모은 후.

퍼어어어엉!

강하게 터뜨리며 하늘로 솟아올랐다.

“크라아…!!”

그대로 딸려오며 괴성을 질러대는 레비아탄.

태어나서 처음으로 맞이하는 비행이 무척 당황스러운 모양이었다.

그렇게 레비아탄을 끌고 하늘로 올라가며 어두운 바다에서 끝도 없는 적과 묵묵히 싸워왔을 이순신 장군을 떠올렸다.

“불꽃이여. 하늘 끝까지 타올라….”

마지막까지 많은 이를 지키다 바다에 잠든 한산의 용.

“용의 넋을 기려라.”

[라 - 불꽃의 문양]

“진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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