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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왕이 헌터로 회귀했다-281화 (281/473)

281화. 다음은

해 뜨네.

물에 퐁당 빠져 있는 사이.

바다 너머로 해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너 여기 있는 거 공개해도 상관없는 거야?”

물어오는 비광에 잠시 생각하다 고개를 휙휙 내저었다.

하회탈부터 해서 사이조와 송유빈 등 이것저것 엮여 있으니 마음 편하게 빠지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저 혹시.”

슬쩍 비광 쪽으로 몸을 내밀었다.

“데몬 많이 보냈으니까 돈은 좀 주시면….”

“….”

말끝을 흐리자 비광이 묘한 눈빛으로 날 바라봤다.

뭔진 몰라도 여러 가지 욕이 담긴 듯한 눈빛이었다.

“집계 끝나면 제대로 다 보내 줄게.”

“가, 감사합니다. 제가 전시회 한 방에 1억을 후루룩 날려버려서요.”

“그럼 무기왕 이름은 빼는 걸로 하고.”

고개를 든 비광이 멈춰있는 현무를 바라봤다.

나 말고도 현무를 공개해도 될지 안 될지 정하느라 비광은 아직 지원을 호출하지 않고 있었다.

“저분은 어떻게…?”

공손한 호칭을 사용하는 비광과 함께 나도 고개를 돌려 현무를 쳐다봤다.

마찬가지로 나 역시 고민 중이었다.

오랜 시간 봉인을 지키고 레비아탄과 데몬들에게 공격당한 탓에 현무의 상태는 좋지 못했다.

조금씩 움직이는 건 가능하나 스스로 장거리를 움직이는 건 불가능할 정도로 말이다.

쉴 곳이 필요한데.

턱을 슥슥 문지르며 고뇌에 잠겼다.

가장 좋은 방법은 지원을 받아 현무를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키는 것이지만.

덜컥 사방신 현무란 존재를 세상에 공개해도 되는지가 의문이었다.

강태황이 있는 헌터청이야 내 뜻을 따라주겠지만, 현무의 존재를 인지한 다른 기관에선 어떻게 나올지도 모를 일이었고 말이다.

어디 적당한 곳 없… 응?

이리저리 고민하고 있을 때.

바다 저편에서 물살을 가르며 무언가 다가오는 게 보였다.

데몬인가.

아직도 있는 건가 하며 혀를 차는 순간.

반짝!

떠오르는 해에 반사된 맨들맨들한 무언가가 빛을 뿜어냈다.

맨들맨들…?

눈살을 찌푸리며 몸을 숙이자.

맹렬히 다가오는 물살의 정체가 보이기 시작했다.

듀공!?

물살을 만들고 있는 건 엄청난 수의 듀공, 배로로 족이었다.

맨 앞엔 듀린이 모랑을 포함한 말랑과 발랑이 있었다.

“저건 또 뭐야. 왜 이렇게 반짝거려.”

비광이 이젠 놀랍지도 않다는 눈으로 다가오는 배로로 족을 바라봤다.

“배로로 족이예요.”

간략하게 배로로 족에 관해 소개하자 비광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참으로 다양하게 마당발이란 말과 함께였다.

나중에 킹냥이 종족까지 소개해주면 까무러치겠구먼.

때가 되면 알려줘야지 하며 흡족한 표정을 짓고 있을 때.

열심히 헤엄치던 배로로 족이 현무 옆으로 늘어섰다.

“현무…!”

최고 장로 말랑 할아버지가 외치자.

현무가 눈에 띄게 반응하며 몸을 움직였다.

[말랑.]

오씨…! 진짜였어.

말랑을 알아보는 현무에 나도 모르게 감탄사가 나왔다.

현무의 존재를 확인하며 말랑에 대한 신뢰도가 확 올라가긴 했었지만.

여전히 구라 같은 이야기가 한둘이 아녔기 때문이다.

“많이 상했구만, 상했어.”

말랑이 현무의 몸 여기저기를 살피며 슬픈 표정을 지었다.

오랜만에 본 친구의 기력이 다 쇠해 있는 게 사뭇 안타까운 모양이었다.

“우리랑 같이 가세.”

“!?”

놀란 표정을 짓자 어느새 다가온 모랑이 입을 열었다.

“걱정하실 필요없슴다 형님! 마을 옆에 바다와 이어져 현무 님이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이 있슴돠!”

“오 그래?”

“배로로 족엔 뛰어난 치료사도 많슴다!”

자기가 치료사인 것마냥 모랑이 자랑스럽게 가슴을 두들겼다.

“어쨌든 저한테 다 맡….”

빠악!

“꺄울!”

이번엔 왜 맞은지 모르겠으나 가슴을 두드리던 모랑이 옆으로 날아가고.

다가온 발랑이 입을 열었다.

“현무 님은 저희가 굴업리에서 잘 모실 테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행이네요. 어디에서 치료해야 하나 고민 중이었거든요.”

배로로 족은 바쁘게 움직이며 현무의 몸 여기저기에 밧줄을 걸고 있었다.

기력이 없는 현무가 보다 편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끌어주려는 모양이었다.

“저도 일이 다 끝나면 굴업리로 갈게요. 아직 남은 일이 있어서요.”

“알겠습니다.”

고개를 숙인 발랑과 머리에 혹을 적립한 모랑이 멀어지고.

조용히 배로로 족에게 몸을 맡기고 있는 현무를 바라봤다.

지금은 치료가 우선인 만큼 길게 말할 순 없겠으나.

어찌 됐든 현무에게도 이순신 장군을 만났던 이야기를 해줘야 할 터였다.

다 끝내고 하자.

고개를 끄덕이며 보드를 얻어 타기 위해 비광에게 헤엄쳤다.

“저거 뭐냐? 뭐가 이리 자꾸 나와.”

인상을 찌푸린 비광의 시선을 따라가자.

이번엔 진짜로 나타난 데몬이 눈에 들어왔다.

지느러미를 물 바깥으로 내민 채 배로로 족에게 다가가고 있는 상어형 데몬.

바다에서 종종 볼 수 있는 평범한 녀석으로 레비아탄과의 관련은 없어 보였다.

“잠깐만요. 비광 님. 저거만 처리하….?”

수리검을 꺼내 꽂아버리려는 순간.

현무와 대화를 나누던 말랑이 다가오는 데몬 앞으로 나섰다.

그리고 어째서인지 그런 말랑을 말리지 않고 기대 가득한 얼굴로 지켜보는 배로로 족의 듀공들.

서, 설마.

- 내가 돌진하던 상어의 코에 주먹을 날렸다네. 쩌어어억!! 하고 엄청난 소리가 울려 퍼졌지!

순간 말랑이 했던 말이 떠오르기 무섭게 작은 심호흡과 함께 정권 자세를 취하는 말랑.

“갈!!”

말랑이 우렁찬 기합소리와 함께 주먹을 내지르고.

쩌어어억!!

커다란 굉음이 주변으로 울려 퍼졌다.

“쩌, 쩌네.”

* * *

서울에 위치한 오피스텔.

“하아아.”

편한 츄리닝 차림에 커다란 동글 안경을 낀 송유빈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분명 전시회에서 본 쌍룡궁은 가짜가 맞는데 이걸 입증할 방법이 없었다.

자신의 절대 기억 능력만으로 증거라고 주장하기엔 당연히 무리가 있었고 말이다.

“유빈아…. 제발 머리 좀 굴려봐! 폼으로 달고 다니는 거 아니잖아!”

송유빈이 책상에 머리를 박은 채 고통스러운 몸부림을 쳤다.

좋은 묘수를 떠올리고자 책상 앞에서 고민을 시작한지 벌써 몇 시간이 지난 시점이었다.

이젠 머리가 아프다 못해 쥐가 날 지경이었다.

“….”

책상에 머리를 기댄 채 송유빈이 인상을 찌푸렸다.

송유빈 역시 알고 있었다.

이렇게 앉아서 고민해봐야 뾰족한 수가 없을 거란 사실을.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도 없고 답답해 미칠 지경이었다.

띵동!

“네 나가요!”

들려오는 벨소리에 송유빈이 호다닥 걸음을 옮겼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쥐가 나려는 머리를 위해 치킨을 시켜뒀었다.

삐릭.

“안녕하…!?”

문을 열기 무섭게 송유빈이 인사를 건네던 그대로 얼어 붙어버렸다.

벨을 누른 건 치킨 배달이 아니었다.

당황한 얼굴로 큰 서류 가방 하나를 들고 서 있는 백운.

전시회에서 만났을 때 정보가 생기면 꼭 좀 찾아와달라 부탁하며 주소를 알려줬었다.

“어….”

눈을 이리저리 굴리던 백운이 굳어 있는 송유빈에게 서류 가방을 내밀었다.

굳어있는 와중에도 엉겁결에 서류 가방을 받아 드는 송유빈.

“이거 드리려고 왔어요. 그럼 좋은 밤 되세요!”

“어 잠…깐.”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잠깐이라 말하는 순간 이미 사라져버린 백운에.

철컥.

문을 닫고 들어온 송유빈이 신발장 전신 거울에 자신을 비춰보았다.

쥐어뜯느라 이리저리 뻗어 개차반이 된 머리와 목이 축 늘어진 홈웨어에 무릎이 튀어나온 츄리닝까지.

그야말로 최악이라 불릴만한 것들을 세트로 장착한 모습이었다.

“죽자 유빈아. 죽어.”

의미 없는 자책을 두어 번 한 후.

송유빈이 백운이 건네고 간 서류 가방을 열어보았다.

가방 안엔 꽤 두꺼운 서류와 유에스비 등이 담겨있었다.

“뭐지.”

신발장에 선 채로 서류를 꺼내 읽어 내려가던 송유빈이.

“!!!”

재빨리 책상으로 뛰어가 서류를 늘어놓았다.

누가 뺏어가기라도 할까 봐 빠르게 훑으며 서류의 내용을 머릿속으로 집어넣는 송유빈.

송유빈의 눈은 서류를 읽으면 읽을수록 더욱더 커지고 있었다.

“이걸 대체 어떻게…?”

말끝을 흐린 송유빈이 현관문 방향을 바라봤다.

오다 주운 것처럼 정말 아무렇지 않게 서류 가방만 던지고 간 백운.

백운이 툭 던지고 간 가방엔 송유빈이 그토록 찾던 증거 중 가장 베스트로 여겨지는, 해신과 일본의 거래 장부가 들어있었다.

* * *

깜짝 놀랐네.

너무 갑자기 찾아간 모양이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모습으로 등장한 송유빈에 호다닥 서류 가방만 건네고 와버렸다.

어쨌든.

걸음을 옮기다 송유빈의 오피스텔을 응시했다.

처음엔 이수천을 잡아다가 바다에 던져버릴까 고민도 했었지만.

이내 생각을 고쳐먹었었다.

- 이수천은 자신의 명예와 권력, 이미지에 목숨을 건 사람이에요.

목숨을 걸고 지금까지 쌓아온 이수천의 모든 것.

모든 것들이 사라지는 걸 이수천이 지켜보게 하고 싶었다.

바다에 던지는 건 그 모든 걸 다 끝낸 후에 해도 늦지 않았다.

그냥 보내기엔 지은 죄가 너무 많지.

암, 그렇고 말고.

# 전화왔숑!

타이밍 좋게 걸려 온 전화.

“모시모시.”

# 백운 님.

전화를 받자 언제나 차분하고 밝은 쿄스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쿄스키한테는 요코하마 금고의 정리를 부탁했었다.

# 일단 CCTV나 영상 자료 등 무기왕을 특정할 수 있을 만한 건 전부 없앴어요. 일본에선 사이조를 부순 하회탈이 누군지 절대 알아낼 수 없을 거예요.

“고마워. 쿄스케.”

# 제가 감사하죠. 백운 님이 사이조를 부순 덕분에 기존 비리 가득한 관료들도 쳐낼 수 있게 됐거든요. 아 그리고.

무언가 뒤적이는 소리가 들리더니 핸드폰으로 사진 한 장이 전송되었다.

요코하마 금고에 있던 유물들이었다.

# 유물은 일단 히메지 성으로 옮겨서 숨겨놨어요. 정부에서 발견하면 어떻게 나올지 모르니까요. 지금 한국으로 옮길 방법을 찾는 중이에요. 유물 양이 상당해서 일반적인 방법으로 몰래 옮기는 건 불가능할 거 같거든요.

“오케이! 나도 여기 일이 끝나면 고민해볼게. 정말 안되면 내가 보따리로 싸서 하늘로 가져가든가 해도 되니까.”

# 네 저도 방법을 더 찾아볼게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잠시 뜸을 들인 쿄스케가 이야기를 시작했다.

사이조의 간부들을 심문하던 과정에서 기업 해신과 이수천에 관한 정보를 들었다는 것이었다.

“비밀 금고?!”

# 네. 이수천 회장의 모든 게 든 금고가 있다고 해요. 바다 아래에 위치해 있는데 사이조의 회장이었던 카진과 한 번 가본 적이 있다네요. 대략적인 위치도 받았으니까 핸드폰으로 보내드릴게요.

삑.

핸드폰으로 도착한 지도에.

“후욱!”

콧김이 내뿜어지며 몸으로 훈훈한 열기가 도는 게 느껴졌다.

“우리 수천이가.”

히죽!

입가로 즐거운 미소가 그려졌다.

“보물을 숨겨놨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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