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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왕이 헌터로 회귀했다-294화 (294/473)

294화. 자주권

“이 새끼가 뭐라는 거야!!”

모한이 다시 한번 내 어깨로 손을 얹으며 힘을 줬다.

오진우가 당황하며 상황이 이상하게 흘러가자 일단 자리를 벗어나려는 것 같았다.

“…!?”

“왜?”

당황한 얼굴로 바들바들 떨어대는 모한을 쳐다봤다.

아무리 용을 써도 내 몸이 꿈쩍도 않자 당황한 모양이었다.

“안 움직여?”

질문을 건넴과 동시에 모한의 어깨로 손을 올리며 힘을 줬다.

“사람을 옆으로 비켜서게 하려면.”

“!?”

쾅!!

힘을 주기 무섭게 옆으로 날아가 차로 처박히는 모한.

그런 모한을 바라보며 아까 도야지들이 짓던 조소를 머금어주었다.

“이 정도는 힘을 줘야지.”

“이… 이 새끼가!”

이제 외교권 코스프레는 그만두려는 모양이었다.

자신들의 대장이 날아가기 무섭게 본성을 드러내며 도야지들이 달려들기 시작했다.

제대로 죽이려는 생각인지 각자의 능력을 발동하는 도야지들.

그러든가 말든가.

쩌억! 쩌억! 쩌억!

난 손바닥을 펴 다가오는 놈들의 뺨을 열심히 두들겼다.

마음 같아선 다 하늘나라로 보내버리고 싶었지만, 일단은 공식적으로 1급 헌터의 자주권 행사 중이니 두들겨서 데려가기만 할 생각이었다.

에밀리가 잡혀간 장소와 전후사정 등도 들어야 했고 말이다.

“다들 나와!”

무언가를 준비 중이었던 건지 숨어있던 놈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내 시야를 가리고 있던 놈들이 사라지자 발아래에서 엄청난 양의 바위가 순식간에 차올랐다.

“내 능력은 지형의 복사 및 재현이다! 고통에 몸부림치다 죽어라!”

설명충 놈의 말을 마지막으로 아래에서 올라오던 바위가 온몸을 뒤덮었다.

저 돼지였구만.

뒷골목을 시멘트로 덮은 놈 같았다.

알아서 술술 자백하며 대사관 헌터가 보는 앞에서 대놓고 능력까지 사용하다니.

아마 나만 죽이고 끝낼 생각이 아닌 모양이었다.

아주 숭한 놈들이야.

피식 웃으며 온몸에 힘을 줬다.

다른 도야지들이 두들겨 맞는 동안 열심히 준비한 모양이지만.

드드득…!

준비한 게 찰흙이어서야.

백만 년은 부족했다.

콰아아앙!

“!!!”

힘으로 바위를 박살 내자 기겁한 놈들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잠시 후.

“선을 넘는구나!!!”

뒤쪽에서 들려오는 우렁찬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차로 처박혔던 모한이 주먹을 건물만하게 키워 달려들고 있었다.

안 그래도 돼진데 더 뚱뚱해졌구만.

“짓뭉개져라!!”

눈에 핏대를 세우며 내질러지는 모한의 주먹을 향해.

스윽.

천천히 왼쪽 손을 들어 올렸다.

* * *

‘커… 커억.’

오진우가 자기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쳤다.

항상 반듯하게 쓰던 안경이 삐뚤어졌지만 지금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았다.

‘무, 무슨…!’

지금 당장은 눈앞의 광경이 문제였다.

너무 현실성이 없어 꿈인 걸까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 대한민국 소속 1급 헌터 백운.

남자의 정체를 듣는 순간 귀를 의심했었다.

오진우는 국가 단위를 담당하는 기업 변호사로 그리스에 관해 모르는 게 없었다.

‘그리스엔 한국 소속 1급 헌터가 없을 텐데…!’

정확히는 지금 그리스에 1급 헌터가 있는 건 불가능했다.

각 나라의 최고 전력인 만큼 1급 헌터가 움직일 땐 며칠 전부터 국가 간에 협의와 공지가 오가는 게 보통이었다.

저렇게 갑자기 등장하는 경우는 지금까지 있었던 적도,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었다.

1급 헌터라고 하기엔 지금까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얼굴이기도 했고 말이다.

꿀꺽.

그렇기에 처음엔 거짓말이라고 생각했었다.

다급한 마음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백운이 밑도 끝도 없는 뻥카를 친 것이라고.

하지만.

고오오오오…!

백운은 자신이 한 말이 뻥카가 아니었음을 몸소 보여주고 있었다.

‘마, 말도 안 돼.’

눈앞에선 집채만 한 모한의 주먹이 가볍게 뻗어진 백운의 손에 막혀있었다.

주위에 있던 도야지들이 뒷걸음질칠 정도의 후폭풍이 생겨난 공격.

보통이라면 맞고 날아가는 걸 넘어 몸이 버티지 못하고 터지는 게 정상이었다.

‘모한의 공격을 어떻게…!’

수거팀 대장 모한.

그리스 출신 용병으로 수많은 범죄 이력과 전투 경험을 가진 남자였다.

힘을 비약적으로 끌어 올려 신체를 비대화시키는 능력.

오진우가 알기론 이 능력에 짓뭉개진 사람이 네 자릿수를 넘어간다고 들었었다.

그런 만큼 무엇하나 두려워하는 것 없이 그리스를 자기 안방처럼 휘젓던 남자인데.

“…!!”

지금은 오진우보다 더 일그러진 얼굴로 요란스럽게 눈동자를 떨어대고 있었다.

본인 역시 한 번도 겪어보지 못했던, 겪을 거라 상상조차 못했던 상황을 맞닥뜨리며 패닉에 빠진 것 같았다.

“뭐야. 이게 다야?”

“뭐, 뭐…?”

조금 전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었다.

백운은 한층 여유로운 얼굴로 모한에게 조소를 날려대고 있었으며.

모한은 식은땀까지 줄줄 흘리며 말까지 더듬고 있었다.

“이, 이…!!”

나머지 덩치들 역시 백운에게 함부로 달려들지 못하고 있었다.

누구보다 대장인 모한이 가진 힘을 잘 알고 있었기에.

그걸 아무렇지도 않게 한 손으로 막아낸 백운이 가늠하기 힘든 수준의 힘을 가지고 있단 걸 깨달은 것이었다.

“다른 애들은 뺨 때려서 기절 정도만 시켰는데. 넌 아주 그냥 죽자고 달려들었으니까.”

꽈아아악.

백운이 움켜쥔 주먹을 치켜들었다.

“조금 센 자주권 실행 간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백운의 주먹이 모한의 옆 통수로 날아들었다.

콰앙!!

그대로 내려 찍혀져 땅으로 처박히는 모한의 몸뚱아리.

얼굴부터 제대로 땅에 박힌 탓인지 모한은 정신을 잃어버린 것 같았다.

“자 그럼 나머지는 어떻게 할래?”

손을 털어낸 백운이 여유로운 얼굴로 몸을 돌렸다.

“그냥 따라올래, 아니면.”

뚜둑.

“처맞고 따라올래.”

* * *

때마침 도착한 대사관의 지원 병력에.

전갈 문신 도야지들이 줄줄이 소시지 마냥 수갑을 차기 시작했다.

“짜식들이 말이야. 빨리빨리 곱게 따라왔으면 얼마나 좋아.”

손에 묻은 모래를 털며 콧방귀를 꼈다.

물론 말과 달리 순순히 따라오지 않아 무척 반가웠었다.

덕분에 비아냥거리던 놈들을 손수 땅에 박아 줄 수 있었으니까.

그나저나 엄청나구만.

여전히 정신을 잃은 채 질질 끌려가고 있는 모한을 바라봤다.

분명 모한의 공격은 약하지 않았었다.

커다란 바위가 있었다면 그걸 가루로 만들고도 남았을 위력.

왕의 육체를 얻기 전의 나였다면 수리검을 꺼내거나 유탈라스를 둘렀어야 하는 공격이었다.

히죽.

지금은 맨몸으로도 약간의 밀려남조차 없이 막아냈지만 말이다.

“배, 백운 님.”

상황이 어느 정도 정리되자 이청아와 이연화가 다가왔다.

두 사람 모두 약간 귀신을 보고 있는 듯한 얼굴이었다.

“어… 엄청 강해지셨네요.”

“저번이랑 비교도 안 될 만큼요.”

“지금 무기 안 꺼내신 거… 맞죠?”

중얼거리듯 말을 건네는 두 사람에 멋쩍게 고개를 끄덕였다.

당사자인 나 역시 놀라운 수준의 발전이었으니.

날 알던 사람들이 기겁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백운 님. 사람 맞죠…?”

멍하니 날 보던 이연화가 손을 뻗어 어깨를 쿡쿡 찔렀다.

“다, 당연하죠. 어디 백씨 가문인지는 모르겠는데 어쨌든 토종 한국인이에요.”

여전히 멍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두 사람을 보다.

음!?

너머에서 비뚤어진 안경을 고쳐 쓸 생각도 못한 채 안절부절못하고 있는 오진우가 눈에 들어왔다.

아마 전문도를 안전하게 귀환시키는 게 주어진 임무였을 텐데.

그 임무가 시원하게 실패하자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이었다.

“잠시만요.”

두 사람을 뒤로하고 오진우 쪽으로 걸어갔다.

이미 자포자기 상태로 겁에 질릴 대로 질린 오진우였으나.

그런 건 내 알 바가 아니었다.

내 머릿속엔 오직 온갖 시건방을 떨며 으스대던 몇십 분 전의 오진우가 있을 뿐이었다.

저벅.

안절부절 몸을 가만히 두지 못하는 오진우 옆으로 조용히 걸어갔다.

그렇게 밀착했다 싶을 정도로 가까워진 순간.

툭.

빙글 돌아서던 오진우의 몸이 내 어깨로 부딪혔다.

“히이익!”

기겁하며 한 발자국 물러서는 오진우에 입을 열었다.

“쳤어…?”

활짝 펼친 손을 높이 들어 올린 후.

“자주권 행사 싸대기.”

선빵을 날린 오진우의 뺨으로 가볍게 휘둘렀다.

쫘아아아아악!

* * *

그리스 어딘가에 위치한 기지.

연수정이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시설을 둘러봤다.

“각 부위의 강화 실험은 완료되었습니다.”

광기 섞인 목소리에 연수정이 고개를 돌렸다.

며칠 안 감은 건지 사방으로 뻗친 백발을 가진 노인.

광기 가득한 눈을 가진 노인은 연수정의 옆에서 시설의 각 구역을 설명해주는 중이었다.

“제가 생각해놨던 능력자들은 이미 다 손에 넣었습니다. 세계 각지에서 데려오니 금방 모을 수 있더군요. 킬킬킬!”

‘미친 발명가 이근철.’

쉴새 없이 이죽거리며 말하는 이근철에 연수정이 미간을 찌푸렸다.

옆에 있기만 할 뿐인데도 기분이 썩 좋지 않은 노인네였다.

사람이든 데몬이든 모두 자신의 실험 도구 정도로 생각하는 미치광이 박사, 이근철.

안 그래도 비윤리적인 실험에 몰두했던 그에게 각성은 새로운 날개를 달아줬었다.

신체가 강화되거나 특수한 이능력이 생긴 건 아니지만,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비약적인 두뇌를 갖게 된 것이었다.

물론 이근철이 항상 꿈꿔 오던 끔찍한 방향으로 말이다.

“방어력 쪽은 한국의 기태랑을 쓰고 싶었지만, 쩝. 죽이는 게 불가능한 인간이라 포기했습니다.”

이대로 두면 계속 떠들 것 같은 이근철에 연수정이 입을 열었다.

“각 부위의 융합은요? 그게 현재 기술로 극복할 수 없는 문제라고 들었었는데요.”

“하하하하! 그랬었죠! 일주일 전까지는요!”

크게 웃은 이근철이 손을 들어 올렸다.

그곳엔 뒷골목에서 잡아온 에밀리가 비상식적으로 큰 관을 감정하고 있었다.

“우카론의 관.”

이근철이 즐거워 미치겠다는 듯이 말을 이었다.

“들어가는 게 무엇이든 딱 한 번. 완벽하게 융합시켜 주는 엄청난 관입니다! 그리스의 유적지에서 발견했는데 능력이 확실하지 않아 함부로 손대지 못하고 있었던 녀석이죠.”

“그런 게 있다고요? 그리스 전설 속 말만 믿고 확신하고 있는 건 아니겠죠?”

“하하하! 아닙니다! 제 추측이 옳았다는 건 저기에 있는 감정사가 확인해줬습니다!”

“감정사…?”

연수정이 조용히 관 앞에 선 에밀리는 바라봤다.

“보통 감정사가 아닙니다. 물건의 이력을 꿰뚫는 건 물론 본질적인 힘까지 파악하는 능력을 가졌죠! 저런 능력자가 뒷골목에 있을 거라곤 상상도 못 했습니다! 하하하! 어쨌든 저자가 관을 감정했습니다. 우리가 필요한 능력을 딱 갖췄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연수정이 이근철을 바라봤다.

“그래서 가능한 건가요? 저기서 태어난 걸로 무기왕을 죽이는 건.”

“푸훕!!”

“…?”

뭐가 그렇게 웃긴지 이근철이 웃음을 터뜨렸다.

“아이고 죄송합니다, 이사님. 하하하!”

그렇게 한참을 웃던 이근철이 웃음을 그치며 입을 열었다.

“곧 태어날 녀석은 대적불가란 말이 어울리는, 그야말로 최강의 신체를 지닌 괴물입니다. 무기왕…?”

이근철의 입가로 소름 끼치는 미소가 그려졌다.

“그런 건 한 트럭이 와도 몽땅 찢어 죽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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