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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왕이 헌터로 회귀했다-297화 (297/473)

297화. 폭발 속에서

김대혁이 몸에 묻어 찐득거리는 피를 대충 닦아냈다.

초록색과 파란색 등 알록달록하게 섞인 데몬의 피였다.

- 헌터들이 오기 전에 옮겨라.

며칠 전 김대혁은 수사 중 데몬 시체를 거둬 가는 일당과 마주쳤었다.

정확히는 먼저 발견하고 데몬 시체 안에 몸을 숨겼었다.

지금 당장 제압했다간 꼬리를 자를 수도 있으니 도착지까지 가 시체의 쓰임새를 알아내려는 목적이었다.

‘이딴 짓을 하고 있었을 줄은.’

시체에 숨어 도착한 연구소에 김대혁은 혀를 내둘렀었다.

단순히 시체를 불법적으로 유통하거나 밀수입하는 장사치 정도로 생각했었는데.

거대한 자본이 뒤에 있지 않은 이상 절대 갖춰질 수 없는 연구 시설이 김대혁의 눈앞에 나타난 것이었다.

‘정부도 관련됐을 거 같고.’

몇 번의 요청에도 본격적인 수사를 시작하지 못하게 했었던 상부.

시설에서 묻어나오는 자본력을 보니 납득하지 못했던 상부의 행동에 보이지 않는 커넥션이 있었을 거란 판단이 들었었다.

‘조금 더 빨리 손 썼어야 했나.’

김대혁이 혀를 차며 피로 물들여진 연구소를 둘러봤다.

원래의 계획은 연락이 터지지 않는 연구소를 탈출해 대사관으로 지원 요청을 하는 것이었지만, 상황이 급작스럽게 바뀌고 잡혀 온 듯한 에밀리가 위험해 보여 모습을 노출하게 되었다.

스윽.

김대혁이 시선을 내려 잔뜩 구겨진 팔목 갑주를 바라봤다.

특수 합금으로 만들어져 웬만한 공격엔 흠집조차 안 나는 갑주인데.

우카론의 단 한 방에 기나긴 전투를 끝낸 것마냥 넝마가 되어버렸다.

찌릿.

너머의 팔 역시 정상은 아니었다.

갑주가 완전히 뚫린 건 아니지만 워낙 강력한 파워에 뼈까지 대미지가 닿은 것 같았다.

‘곤란하군.’

에밀리가 아니었다면 맞서지 말고 피했어야 하는 공격이었다.

몸에 닿은 마찰부로 강한 폭발을 일으킬 수 있는 능력을 각성했지만 신체의 강도 자체는 일반인이었기에.

최대한 적의 공격을 회피하며 폭발을 욱여넣는 게 김대혁의 전투 방식이었다.

철컥.

김대혁이 더 이상 제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된 갑주를 벗어던졌다.

갑주를 껴도 이 정도라는 걸 확인했으니 어떻게든 다 피해 볼 생각이었다.

“괜찮으신가요?”

들려오는 차분한 목소리에 김대혁이 미소로 화답했다.

안 괜찮으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

“저 끝으로 물러나 계세요.”

김대혁이 공간의 가장 구석을 가리켰다.

연구소 곳곳에 데몬이 배치된 만큼 에밀리 혼자 밖으로 나가게 하는 건 위험했다.

‘여기도 위험한 건 매한가지지만.’

고개를 든 김대혁이 먼지가 일어난 벽을 응시했다.

가능한 최대 출력까지 올려 일으킨 폭발이었다.

우카론의 튼튼함을 봤을 때 치명상은 무리겠으나 약간의 대미지라도 있길 바랄 뿐이었다.

드득.

그리고 잠시 후.

‘…!’

무언가의 인기척이 들려오고.

쐐에에에에에엑!

미친 과학자 이근철의 역작 우카론이 엄청난 속도로 김대혁에게 쏘아져 왔다.

* * *

서걱! 콰드득!

와 거참.

쾅!

더럽게 많네!

정면으로 다가오는 데몬을 벽으로 꽂아 넣었다.

쉭쉭 소리를 내다 천천히 숨이 잦아드는 거미 데몬.

첫 데몬이 등장하고 벌써 몇 마리째인지 가늠조차 되지 않았다.

“으.”

호다닥 데몬에서 손을 떼며 인상을 찌푸렸다.

가까이서 보니 더 혐오스럽고 기괴하기 그지없는 생김새였다.

생김새의 기괴함만큼이나 다양한 능력이 혼합된 건 물론이었다.

쿵.

들리는 소리에 뒤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내가 선두에서 최대한 데몬을 썰고 숨이 덜 끊어졌거나 놓친 녀석들을 이연화와 헌터들이 처리하며 따라오고 있었다.

“연화 님 괜찮아요?”

이연화가 웃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네, 넵. 그럼 계속 가겠습니다.”

3급인 이연화와 달리 나머지 헌터들은 상당히 지쳐 숨을 몰아쉬고 있었으나.

그런 모습을 애써 무시한 채 계속해서 앞으로 달려갔다.

“방향은 이쪽이 맞죠?”

“네… 네! 맞습니다! 여기가 가장 많이 사용된 통로입니다!”

고개를 끄덕이며 잠잠해진 전방을 살폈다.

끝도 없이 나타나던 거미 데몬은 끝이 난 모양이었다.

팔 한 번 크게 휘두르기 힘들 정도로 비좁았었던 통로.

한 구간이 끝난 건지 꽤 여유로운 넓이를 가진 새로운 통로가 눈앞에 나타났다.

이대로 뭐 안 나왔으면 좋겠는데.

쉬이이이이익--!

라고 바라는 순간 눈앞으로 수십 개의 안광이 모습을 나타냈다.

시, 시발.

나도 모르게 세운 플래그에 다 내 잘못이다 라고 스스로를 탓하며.

[사사키 코지로 - 스이카]

귀신의 검을 꺼내 들었다.

* * *

이연화가 달리며 선두에 선 백운을 응시했다.

‘정말 어떻게 된 몸일까.’

모한의 공격을 막았을 때부터 순수하게 생겨난 궁금증이었다.

데몬이 아닌 이상 백운 또한 같은 사람일 게 분명한데.

어떻게 저리 지치지도 않고 계속 싸우며 달릴 수 있는 건지 의문이 들었다.

“후우욱…!”

이연화가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괜찮냐는 질문에 엄지를 치켜세우긴 했으나 온몸은 이미 땀투성이였다.

뒤에 있는 팀원들 역시 신체 강화형 능력자를 제외하곤 초죽음 상태였고 말이다.

‘뒤쳐지면 안돼.’

그렇다고 조금 천천히 가달라 말하는 건 더더욱 더 불가능했다.

이미 백운이 뒤의 인원에 맞추느라 천천히 달리고 있다는 걸 모두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 콰직! 서걱!

다시 봐도 정말 혀를 내두르게 하는 움직임이었다.

쓸데없는 동작 하나 없이 한 번의 휘두름과 손짓만으로 데몬을 박살내며 달린 백운.

수많은 데몬을 썰면서도 백운의 속도가 줄어든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여, 연화 님. 허억… 저분은 대체…!”

옆에서 따라오던 팀원의 반응에 이연화가 빙긋 웃어 보였다.

팀원들 모두가 당장 힘든 걸 떠나 지금의 상황에 몹시 놀라 있었다.

다양한 능력을 가진 강한 데몬을 이미 백 마리 넘게 지나온 상황.

평소라면 부상자가 속출했을 상황인데 지금은 가벼운 생채기를 제외하곤 다친 이가 단 한 명도 없었다.

백운이 있고 없고의 극명한 차이점이었다.

“당장은 데몬도 안 나오니 조금만 더 참….”

끼아아아아아아악---!

이연화가 말을 끝마치기 직전.

귀를 찢는 비명과 함께 백색의 검기가 뿌려졌다.

데몬을 스쳐 순식간에 이연화와 헌터들한테까지 닿는 검기였다.

꿀꺽.

깜짝 놀란 이연화와 헌터들이 검기가 지나간 몸을 더듬었다.

조각이 나 뒤로 날아드는 데몬과 달리 멀쩡하다는 걸 깨닫곤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헌터들.

‘….’

이연화의 이마로 식은땀 한줄기가 흘러내렸다.

이연화는 한 차례 저 검기를 본 적이 있음에도 본능적으로 몸을 더듬었다.

비명만으로도 몸이 베여 날아간 듯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정말….’

여전히 속도를 유지하며 미친 듯이 비명과 검기를 뿌려대는 백운.

아까 좁은 통로에서처럼 숨이 붙어 이연화와 헌터들에게 도달하는 데몬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깔끔하게 조각난 데몬 조각들이 뒤편으로 후두둑 떨어져 내릴 뿐이었다.

‘말도 안 되게 강하구나.’

이연화의 입가로 아찔한 미소가 그려졌다.

* * *

쉬이이익---!

옆으로 스치는 주먹에 김대혁이 손바닥을 갖다 댔다.

퍼어어어엉!!

“크라악!”

순간적으로 일어난 폭발에 다시 한번 벽으로 날아가는 우카론.

전투가 시작되고 수도 없이 반복된 상황으로 이미 공간 전체는 만신창이가 되어 있었다.

“후우.”

김대혁이 거친 호흡을 몰아쉬며 이마의 땀을 훔쳤다.

쉴새 없이 움직인 팔과 다리에서 경련이 올라오려 하고 있었다.

‘체력이란 개념이 없는 건가.’

2급까지 올라오며 수많은 전장을 겪어온 김대혁이었다.

강태황 장관이나 기태랑만큼은 아니지만 S급 데몬도 적지 않게 만나봤었고 말이다.

그럼에도 견줄 수 있는 데몬을 찾기 힘들 정도로 우카론의 신체 능력은 압도적이었다.

‘미친 몸이군.’

미쳤다는 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로 혀가 내둘러지는 능력이었다.

파워와 속도는 둘째 치더라도 순간적인 반사신경과 기괴한 몸의 동작까지.

신체 강화에 관련된 각성 능력과 각 데몬의 강점만을 쏙쏙 뽑아 만들어낸 것 같았다.

‘피부의 강도도 엄청나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김대혁의 폭발이 우카론의 강도 높은 피부에 유효타를 넣고 있다는 점이었다.

처음엔 약간의 살점이 날아가는데 그쳤지만, 몇 번 폭발을 박아 넣자 신체 일부가 날아가기 시작했고 지금은 한 번 벽에 처박히면 곧장 못 일어나는 수준까지 도달해 있었다.

‘문제가 있다면.’

스스스…!

걷히는 먼지 사이로 천천히 일어나는 우카론의 모습이 보였다.

분명 대미지는 입었지만 우카론의 상처는 서서히 치유되고 있었다.

마치 몸의 조직과 신경 하나하나가 살아있는 것처럼 바쁘게 움직이면서 말이다.

‘재생할 수 없을 정도의 파워가 필요하겠군.’

움푹 패어 있는 우카론의 옆구리를 응시했다.

김대혁이 큰 한 방을 욱여넣기 위해 기다리고 있던 상처였다.

스윽.

유리 파편을 주운 김대혁이 오른쪽 어깨 부위를 그었다.

어깨에서 흘러 손바닥 아래로 모이기 시작한 핏방울.

김대혁의 피는 단순히 신체를 닿게 하는 것보다 더 강력한 폭발을 뿜어낼 수 있었다.

그만큼 리바운드도 강해 가능하다면 사용 안 하려는 기술이기도 했고 말이다.

‘이것저것 따지고 있을 때가 아니니까.’

자세를 낮춘 김대혁이 피를 모으며 우카론을 바라봤다.

“크라… 킬킬킬킬… 푸흐으. 키라악.”

“…?”

신음을 흘리는 건지 조소를 흘리는 건지 헷갈리는 소리를 낸 우카론이.

파앙!

땅을 박차며 김대혁에게 달려들었다.

훌륭한 신체를 가졌지만 전투 경험 자체는 없는 건지 옆구리의 상처를 훤히 드러낸 채였다.

‘아슬아슬하겠군.’

이번엔 완전히 회피하지 않은 김대혁이 우카론의 아래쪽으로 파고들었다.

상처 안쪽까지 정확히 꽂아 넣으려면 어느 정도 위험을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쐐에에에에엑!

휘둘러진 우카론의 주먹이 김대혁의 왼쪽 어깨를 스쳤다.

콰득!

스친 것만으로도 어깨로 전해지는 엄청난 고통.

‘안에서부터 터져 죽어라.’

김대혁이 입술을 깨물며 우카론의 상처로 오른손을 욱여넣었다.

‘최대 출력.’

콰아아아아아아아앙!!!

엄청난 굉음이 공간을 메우고.

우카론의 신체가 사방으로 흩어져 날아갔다.

충격으로 생겨난 연기와 함께 피부로 찐득한 우카론의 피가 느껴졌다.

“하아…!”

김대혁이 왼쪽 어깨를 움켜쥐며 벽으로 몸을 기댔다.

긴장이 풀린 탓인지 삐걱거리던 몸이 더 이상의 동작을 거부하며 비명을 쏟아내고 있었다.

“….”

그렇게 잠시 눈을 감고 숨을 돌리려던 찰나.

스륵.

“!?”

피부에서 무언가 미끄러져 나가는 감각에 김대혁이 눈을 떴다.

“…?”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김대혁의 몸에 붙어있던 우카론의 피가 사라져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킬킬킬킬킬…. 고마워해야겠군.”

아까보다 훨씬 선명해진 우카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런…. 말도 안 되는.’

김대혁이 커진 눈으로 정면을 바라봤다.

우카론의 몸은 분명히 흩어졌지만.

‘탈피라고…?’

흩어진 건 신체의 겉면뿐이었다.

여러 신체가 누더기처럼 기워져 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있었다.

크기는 약간 줄었지만 깔끔한 완전체의 모습으로 서 있는 우카론.

보랏빛이 섞여 있었던 몸도 어느새 영롱한 흑색으로 변해있었다.

본체로 보이는 신체엔 생채기 하나조차 보이지 않았고 말이다.

‘….’

김대혁이 공간 끄트머리에 있는 에밀리를 돌아봤다.

자신이 여기서 당하면 에밀리 역시 똑같은 결말을 맞이할 터였다.

“감사의 대가로.”

그런 김대혁은 아랑곳하지 않고.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 우카론이 주먹을 치켜들었다.

“바로 죽여주마.”

‘이런… 젠….’

코앞까지 다가온 죽음의 기운이 김대혁을 엄습하며 우카론의 주먹이 내뻗어지는 순간.

스륵.

누군가의 손이 닿는가 싶더니 김대혁의 시야가 뒤바뀌었다.

순간적으로 공간을 건너뛴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휴. 아슬아슬하게.”

목소리가 들려왔다.

“세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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