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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왕이 헌터로 회귀했다-298화 (298/473)

298화. 역작의 육체

숨을 몰아쉬고 있는 김대혁을 살폈다.

몸 여기저기에 부상의 흔적이 보이지만 치명상은 없는 것 같았다.

다행이구만.

조금만 늦었으면 큰일 날 뻔했다는 생각에 나 역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치열한 전투 소리가 들려 냅다 달려온 덕에 늦지 않을 수 있었다.

에밀리 님도 무사하고.

김대혁이 있을 거라곤 예상하지 못했으나 어쨌든 내가 구해야 하는 사람은 모두 무사한 상황.

흡족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돌리며 미소를 지었다.

“안녕하세요. 대혁 님. 그리고 에밀리 님.”

귀신을 본 것처럼 굳어 있는 김대혁과 에밀리에게 인사를 건넸다.

두 사람 모두 얘가 왜 여기에 있지 란 의문과 살았다는 안도감이 뒤섞인 묘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배, 백운 님?”

“오랜…!”

김대혁에게 오랜만이라고 인사를 건네려는 순간.

드득.

뒤에서 느껴지는 순간적인 기척에.

[앤 보니&메리 리드 - 리볼버]

몸을 일으킴과 동시에 뒤로 리볼버를 겨누었다.

화아아아악!

바로 일어났음에도 어느새 코앞까지 도달해 있는 근육 데몬의 면상.

“흉측하니까.”

엄청난 수의 뾰족한 이빨을 가진 녀석은 뭐가 그렇게 즐거운지 양 귀 끝까지 입을 찢어 놓은 상태였다.

“입 좀 다물어.”

[빛의 구원]

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

들이밀었던 면상에 시원하게 탄을 쏟아부었다.

그대로 연구소 끝까지 밀리며 벽에 처박혀버린 데몬.

그런 데몬을 향해 쉬지 않고 탄이 바닥날 때까지 리볼버를 갈겨댔다.

드드득…!

탄을 모두 소모한 리볼버가 쿨타임으로 들어가고.

지체 없이 몸을 빙글 돌려 움직이지 못하는 김대혁과 에밀리를 들쳐 엎었다.

“아…!”

이제야 첫 마디를 뗀 에밀리가 뭐라 말하려고 했으나.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은 듯하여 호다닥 통로 쪽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안 죽었다.

리볼버의 첫 번째 탄이 녀석의 몸에 닿는 순간 알 수 있었다.

놈은 화력에 밀려 벽에 처박히긴 했지만 죽진 않았을 거란 사실을 말이다.

뭔진 몰라도 윤기가 나는 검은 피부의 강도가 보통이 아니었다.

거기다.

스윽.

옆에서 고통스러운 신음을 흘리는 김대혁을 바라봤다.

1급에 가장 가깝다고 알려질 만큼 2급에서도 강한 편에 속하는 김대혁이었다.

이런 김대혁이 만신창이가 될 정도로 싸웠음에도 저렇게 멀쩡한 놈이라면 웬만한 공격에는 대미지를 입지 않을 게 분명했다.

“말도 안 되는 신체 능력을 가졌습니다.”

달리는 와중에 김대혁이 말을 이었다.

“분명 몸이 한 번 날아갔는데도 탈피를 한 것처럼 새로운 몸이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정확히 본 건지는 모르겠지만 공격을 할 때마다 놈의 덩치가 커지는 건 물론 파워와 스피드가 올라가는 것 같았고요.”

힘겨운 목소리로 데몬의 정보를 전달하는 김대혁.

김대혁은 추가로 녀석이 우카론이란 이름을 가졌으며 말을 한다는 걸 알려주었다.

처맞을수록 덩치가 커진다라.

아까 봤던 면상과 묘하게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딱 한 번밖에 못 봤지만 아주 광기가 제대로 스며든 얼굴이었다.

“여러 존재가 합쳐져 만들어진 끔찍한 창조물…. 내가 우카론의 관을 감정했으면 안 됐는데.”

에밀리가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내저었다.

뭔진 몰라도 우카론의 관이 에밀리가 조직에 끌려간 이유 같았다.

호락호락하지 않은 에밀리가 순순히 협조한 걸로 봐선 뒷골목 사람들이나 누군가의 목숨을 담보로 협박받았을 테고 말이다.

“우카론이란 놈에 관해 아는 게 더 있을까요?”

속도를 늦추지 않으며 에밀리를 바라봤다.

그녀가 감정한 만큼 싸움에 도움될 만한 게 더 있는지 궁금했다.

“고대부터 존재하던 관이야. 많은 원망과 살의, 시대의 광기 등이 깃들어 있었어. 그것들이 합쳐져 안에 들어온 재료들을 하나로 만들어냈고.”

“재료라면 연구소에서 준비한 데몬의 시체일 거 같고.”

“헌터의 시체들도 들어갔어. 아마 그들의 능력을 원한 거겠지.”

이건 예상치 못한 거라 순간 말문이 막혔다.

데몬의 각 신체는 물론 각성자인 사람의 능력까지 합치려고 했다니.

제대로 정신 나간 놈들이었다.

“우카론을 구성하는 건 재료지만 강함은 이전의 존재들과 비교가 안 될 거야. 관에 있던 수많은 것들이 합쳐져 우카론이란 하나의 창조물이 되었으니까. 빨리 사람들을 대피시켜야 해.”

“…!”

에밀리의 눈엔 다급함과 조급함, 그리고 눈동자가 흔들릴 정도의 불안감이 어려있었다.

이전에 봤던 에밀리의 모습과 비교해보면 상상하기 힘든 모습이었다.

“백운 님!”

앞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내가 달려나간 후부터 쉬지 않고 온 건지 땀범벅이 된 이연화와 헌터들이었다.

“티, 팀장님! 괜찮으세요!?”

숨을 헐떡이며 달려온 이연화와 헌터들이 어느 정도 가까워진 찰나.

드득.

뒤에서 들려오는 기척에.

“잠시 실례!”

들쳐 엎고 있던 두 사람을 앞으로 집어 던졌다.

“어어어!”

엉겁결에 날아오는 김대혁과 에밀리를 받아 든 이연화와 헌터들.

“밖으로 달려요!”

그들에게 한 마디를 남김과 동시에 수리검을 꺼내 몸을 돌렸다.

콰앙!!

맞부딪힘과 동시에 수리검으로 엄청난 힘이 전달됐다.

예전이었으면 버티지 못하고 뒤로 날아갔을 힘이었다.

장난 아닌데.

여전히 흉측하게 올라간 주댕이를 응시했다.

뭐가 그렇게 즐거운지 놈은 마치 싸움이 아니라 오락을 즐기는 듯했다.

일단 사람들은.

뒤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부축되어 나가며 미안함 가득한 얼굴로 날 바라보는 김대혁.

그런 김대혁에게 괜찮다는 미소를 지어주며 왼손으로 면도칼을 꺼내 휘둘렀다.

콰악!

역시.

녀석의 어깨로 박히다 마는 면도칼에 인상을 찡그렸다.

처음에 잘못 느낀 게 아닌 모양이었다.

수리검을 꺼낸 채로 찍어 눌렀는데도 안 뚫리다니.

말도 안 되는 피부 강도였다.

“킬킬킬 희생이라도 하려는 거냐?”

오씨.

수리검 너머로 말을 건네는 우카론에 나도 모르게 흠칫 놀라버렸다.

아까 들어서 말한다는 건 알고 있었으나 이런 기괴하고 소름 끼치는 목소리일 줄은 몰랐다.

수많은 생명체의 목소리를 한데 뒤섞어 놓은 듯한 목소리였다.

“희생이라니. 왜 네 마음대로 날 죽이고 그래.”

드드드… 콰앙!!

수리검으로 힘을 줘 튕겨내며 우카론과 거리를 벌렸다.

“너 튼튼하구나.”

튼튼이란 단어를 아는 걸까.

웃음을 흘린 우카론이 우아한 자세로 양팔을 뻗어 보였다.

“신이 내려 주신 육체다. 너 따위가 이 육체의 강함과 아름다움을 알아볼 수 있겠느냐.”

“으, 응.”

제대로 자아 도취한 것 같았다.

지가 백조라도 된 것처럼 팔을 이리저리 흔들어 재끼는 우카론.

생긴 것과 다르게 낭만이 가득한 녀석이었다.

“그리고 너 따위가 신의 육체 앞에서 누구를 살리고 안 살리고를.”

“…?”

“결정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가.”

“!!!”

순간적으로 시야에서 사라지는 우카론에.

[잭 더 리퍼 - 동기화]

연구소로 퍼져 있는 피로 동기화를 마치고, 앞쪽으로 수리검을 던진 후 반대편인 통로로 몸을 날렸다.

“이거 완전.”

밖으로 나가는 이연화 일행을 맹렬한 속도로 쫓아가고 있는 우카론.

빠르게 쫓아가 통로를 달리고 있는 우카론의 머리로 손을 뻗었다.

그리고 손으로 우카론의 머리를 붙잡음과 동시에.

“양아치 새끼네.”

[비전]

저 멀리 던져놨던 수리검으로 장소를 바꿨다.

“…?”

순식간에 장소가 뒤바뀌자 우카론이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야 근육몬.”

우카론을 바라보며 팔을 빙글빙글 돌렸다.

이 정도면 이연화 일행과 거리도 충분히 확보된 상황.

잠시 후면 통로에서 나가 이 일대를 빠져나갈 수 있을 터였다.

“이제 제대로 한 번.”

뚜둑.

“붙어보자.”

* * *

# 쾅! 쾅! 콰드득!

모니터 너머의 싸움을 바라보며.

히죽.

연수정이 소름 끼치는 미소를 머금었다.

‘이거야…!’

눈이 쫓아가기 힘든 속도로 거칠게 치고받는 우카론과 무기왕 백운.

둘의 싸움을 보고 있자니 안에서부터 즐거움이 차올라 웃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근철 박사. 마지막엔 제대로 만들고 떠났구나.’

사실 연수정의 미소는 우카론과 김대혁이 싸울 때부터 그려져 있었다.

연수정 역시 폭발의 힘을 사용하는 2급 헌터 김대혁이 얼마나 강한지 익히 들었었기에.

처음엔 긴장한 채로 둘의 싸움을 지켜봤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김대혁의 패배로 종료된 싸움을 보며 확신했었다.

‘무적이다.’

이근철의 두뇌와 우카론의 관이란 고대 유물이 합쳐져 만들어진 저 창조물은 무적이란 사실을 말이다.

“푸흡.”

미소로 모자랐는지 연수정이 웃음을 터뜨렸다.

솔직히 조금 전 무기왕의 리볼버가 작렬했을 땐 약간 긴장했었다.

지금까지 저 리볼버에 맞고 멀쩡했던 데몬이 없었으니.

이번에도 혹시나 우카론이 녹아내리거나 하지 않았을까 싶어서였다.

하지만.

우카론은 이런 연수정의 걱정이 가벼운 기우라는 걸 알려주려는 듯 생채기 하나 없는 몸으로 모습을 드러냈었다.

무기왕의 리볼버 따위는 우카론에게 뜨끈한 지짐 정도에 불과했다.

# 콰아앙!

지금 이어지고 있는 싸움도 마찬가지였다.

무기왕 역시 말도 안 되는 움직임과 힘으로 우카론의 공격에 반응하고 있었으나.

딱 거기까지였다.

우카론은 무기왕의 공격에 전혀 대미지를 받지 않고 있었다.

정확히는 받은 대미지를 흡수하며 야금야금 몸집을 키워 가는 중이었다.

# 콰아아아아…!

과격한 전투의 여파를 견디지 못하고 무너져 내리는 연구 시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데몬을 이용한 병력 배양을 위해 지은 시설이었다.

시설 자체는 물론 그리스 이곳저곳에 돈을 대느라 천문학적인 자금이 들어갔었다.

‘이건 속 쓰리지만.’

기존의 목적 자체만 보면 프로젝트는 대실패였다.

시설이 발각된 걸 넘어 산산조각이 남으로써 애초에 목적했던 병력 실험과 배양은 완전히 물거품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연수정은 조금도 좌절하거나 절망하지 않았다.

이것들을 희생해서 얻을 수 있는 게 무기왕의 목숨이라면 절대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었다.

무기왕이 사라짐으로써 앞으로 계획된 수많은 프로젝트에 대한 변수와 불확실성도 함께 제거되는 것이라 봐야 했다.

# 콰아앙!

어느새 처음보다 훨씬 커지고 강해진 우카론에 무기왕은 조금씩 밀려나고 있었다.

속도와 반사신경만큼은 여전히 무기왕이 한 수 위였지만 맞부딪히는 힘에선 우카론이 우위를 점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얼마 안 가겠군.’

무기왕에겐 아직 사용하지 않은 힘이 더 남아있겠으나.

뭘 사용하든 우카론을 죽이는 건 불가능할 터였다.

‘대미지를 받을수록 그 힘을 흡수해 점점 더 강해지는 완벽한 육체.’

연수정이 깍지를 끼고 턱을 괴며 모니터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시건방진 무기왕 님.”

여유롭게 와인까지 한 잔 따른 연수정이.

“바이 바이.”

백운에게 닿지 않을 인사와 함께 입꼬리를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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