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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왕이 헌터로 회귀했다-300화 (300/473)

300화. 용이 되어

천천히 눈을 감았다.

몸을 감싼 비늘에서 청명하고 맑은 기운이 뿜어지고 있었다.

- 보통 사람이라면 천 번 정도는 거뜬히 죽었을 피해다.

유탈라스는 비늘에 쌓인 피해에 묘한 미소와 함께 혀를 내둘렀었다.

자신은 살아생전에도 이 정도 피해를 받은 적이 없었다는 말과 함께였다.

요, 용을 누가 때려요!

라고 한 차례 되묻고 싶었으나 말을 잇는 유탈라스에 일단 입을 다물었었다.

- 비로소 용이 되었을 때 비늘은 진정한 힘을 발휘한다.

유탈라스는 의미심장한 말을 이어갔었다.

비로소 용이 된다니.

단순히 비늘을 둘러싼 것과 다른 건가 하며 고개를 갸웃거렸었다.

- 내 비늘이 존재하는 이유는 나의 왕을 지키기 위함이다. 그리고 지킨다는 건 단순히 피해를 견뎌내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궁극적으로 왕을 지키기 위해선 적을 제거해야 하는 법.

말을 이으며 유탈라스는 내게 손을 뻗어 왔고.

- 단순히 견디는 것만으로 왕을 지키는 게 불가능하다 판단이 되는 순간.

뻗은 손에서 흘러나온 비늘이 내 몸을 덮기 시작했었다.

- 왕을 감싸고 있던 비늘은 비로소 본 모습을 드러낸다.

무언가를 물을 틈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원래 사용하던 것보다 더 찬란한 푸른빛으로 빛나는 새로운 비늘.

유탈라스에게서 옮겨 온 비늘이 내 온몸을 뒤덮었다고 생각한 순간 공명이 끝났었다.

스윽.

고개를 내려 천천히 몸을 살폈다.

수많은 비늘이 합쳐지며 몸의 크기가 두세 배는 커져 있었다.

거기에 마치 용의 발톱처럼 형태가 뒤바뀐 손과 발까지.

전반적인 몸 형태는 여전히 사람이었으나 1단계 의태를 온몸에 모두 두른 듯한 생김새로 몸은 변해있었다.

꼬리랑 날개도 생겼네.

단순히 손과 발을 변형시킨 것뿐만이 아니었다.

차고 넘칠 정도로 비늘이 늘어난 건지 새로운 부위까지 만들어진 상태였다.

묘하구만.

지금까지 느껴본 적 없는 낯선 감각이었다.

내 의지대로 움직일 수 있는 부위가 추가로 더 생기다니.

“폴리모프라.”

아직은 어색한 꼬리와 날개를 몇 번 움직이며 머릿속으로 떠올랐던 단어를 되뇌었다.

용이 인간으로, 혹은 인간이 용으로 변할 때 사용되는 단어.

지금의 난 완전한 용의 형태는 아니지만 인간 용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모습이 뒤바뀌어 있었다.

이전과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의 푸른빛을 뿜어내고 있는 건 물론이었다.

번쩍.

몸을 둘러보고 있을 때 아까 봤던 초록빛이 빠르게 다가왔다.

신기한 변화라 조금 더 살펴보고 싶었는데 역시 참을성이 없는 놈이었다.

“어떻게 살아있는 거냐!?”

빛과 함께 우카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유와 자신감이 넘치던 아까와는 달랐다.

우카론은 어째선지 몹시 흥분해 있었다.

“다시 한번 꽂아 넣어 주마!!”

날 땅 아래로 처박았던 주먹이 다시 한번 날아들었다.

스윽.

충분히 피할 수 있었지만 굳이 그러지 않았다.

그저 천천히 비늘로 감싸진 손을 내뻗었다.

콰아아아앙!

아까와 다를 것 없는 위력이었으나 난 날아가지 않았다.

손을 내뻗었던 위치에서 조금도 밀려나지 않은 채, 약간의 흐트러짐도 없이 몸을 훑고 지나가는 우카론의 초록빛을 응시했다.

“이게 전력이야?”

“뭐…?”

일그러지는 우카론의 얼굴을 살폈다.

확실히 이빨을 다 드러내며 처웃고 있을 때보단 지금의 얼굴이 더 봐줄 만한 것 같았다.

“신이 내려 준 육체라면서.”

콰악.

뻗었던 손을 오므리며 우카론의 주먹을 붙잡았다.

“만약 이게 전부면.”

남은 손을 뒤로 젖히며 아까 우카론이 그랬던 것처럼 입가로 미소를 그려 보임과 동시에.

“곤란할 텐데.”

주먹을 내뻗었다.

쩌어어어어엉!!

“크륵!”

굉음과 함께 반대편으로 날아가 처박히는 우카론.

발을 내디뎌 도약해 우카론에게 날아갔다.

콰악.

“!?”

반응하거나 다음을 생각할 여유 따위는 주지 않았다.

곧장 우카론의 목덜미를 붙잡고 날개를 움직여 하늘로 향했다.

말도 안 되는 피지컬로 이리저리 스프링처럼 움직이는 녀석이기에 더 이상 두 발을 내디딜 수 없는 장소로 데려갈 생각이었다.

“키르륵!”

우카론은 날 떼어내기 위해 거칠게 발버둥 치며 팔을 두들겼으나 의미 없는 저항일 뿐이었다.

비늘엔 작은 흠집조차 나지 않았으며 비늘의 힘은 우카론을 한참 상회하고 있었다.

우르르르…!

눈앞으로 쏟아지는 잔해를 응시했다.

맞아도 대미지는 없을 테지만 대신 맞아 줄 녀석이 있었다.

콰가가가가가!

우카론의 몸을 들어 쏟아지는 잔해를 막아내며.

다시 한번 흩날리는 비늘과 함께 날개에 출력을 쏟아부었다.

화아아아악.

마침내 천장을 지나며 햇빛이 눈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다시 시작하자.”

우카론을 발로 차 하늘 높이 올려보내고.

비늘을 이용해 우카론의 몸이 튕길 수 있도록 반대편으로 방벽 하나를 만들어냈다.

쩌엉!

“감히…!”

방벽에 한 번 튕긴 우카론이 빙글 몸을 돌리며 발을 뻗었다.

딱 봐도 방벽을 딛고 내게 도약하려는 것 같았다.

“되겠냐.”

발이 닿기 무섭게 순식간에 흩어진 비늘이.

“!?”

빠르게 모여들어 통과한 우카론의 발을 붙잡았다.

“한 번 끝까지 계속 커져 봐.”

그런 우카론의 정면으로 날아가 양팔을 뒤로 크게 젖히고.

“가능하다면.”

온 힘을 다해, 최대의 속도로 주먹을 쏟아냈다.

쾅쾅쾅쾅쾅!!!

귀를 때리는 커다란 굉음과 함께 사방으로 뿌려지는 유탈라스의 비늘.

멈추지 않는 공격에 우카론의 몸 역시 미친 듯이 불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드드드… 펑!

주먹이 닿음과 동시에 팽창하려던 우카론의 팔이 터져나갔다.

“크라아아악!”

확실히 대미지가 들어간 건지 우카론이 고통스러운 비명을 내질렀다.

처음 예상했던 대로 우카론의 흡수엔 한계가 있었다.

그리고 지금 막 그 한계점에 도달한 모양이었고 말이다.

“아무래도 여기까진가 보네.”

끔찍한 목소리로 비명을 지르는 우카론은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한계에 다다른 몸 곳곳으로 주먹을 날려 보냈다.

“키라라라라아아악!!!”

우카론이 비명과 함께 사방으로 엄청난 양의 피와 근육의 잔해를 뿌려냈다.

조금 지나자 건물보다 컸던 우카론의 몸은 어느새 커다란 머리만을 남겨둔 상태였고 말이다.

모여라.

그런 우카론의 머리를 조준하며 오른손으로 남은 모든 비늘을 모았다.

“네, 네놈은 대체…!”

우카론이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지금 자신한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듯한 얼굴이었다.

신이 주신 육체라 절대 무너지지 않는다고 확신하던 녀석이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반응이었다.

“신이 내린 육체라.”

눈동자를 아래로 해 떨어지고 있는 우카론을 내려다봤다.

“거참.”

드드드드득!

비늘이 완전히 모여 거대한 발톱을 만들어낸 걸 확인하며.

“별 볼 일 없는 육체구나.”

발톱을 일그러진 우카론의 얼굴로 휘둘렀다.

* * *

쨍!

자기도 모르는 사이 와인잔을 움켜쥐어 깨뜨린 연수정.

손안에서 깨진 유리가 손을 파고들었다.

“….”

손에선 와인과 피가 한데 뒤섞여 흘렀지만.

연수정은 어떠한 고통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그저 흔들리는 눈으로 모니터를 바라보며 온몸을 떨어대고 있을 뿐이었다.

‘어떻게…?’

지금 연수정의 머리를 가득 채운 의문이었다.

초록빛과 함께 내뻗어진 우카론의 주먹이 백운을 땅으로 처박은 순간.

연수정은 미친 듯이 웃음을 터뜨렸었다.

저 공격에 정면으로 타격 당한 백운은 절대 살아남지 못했을 거란 확신이 들었었기 때문이다.

- 저벅.

우카론 역시 끝났다고 생각한 건지 발길을 돌렸었다.

땅에 처박힌 적은 온몸이 부서져 죽었을 거라 확신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 스륵.

우카론이 어느 정도 멀어지자 백운이 파묻혔던 구덩이에서 빛이 흘러나왔었다.

화면 너머로 보는데도 눈이 부실 정도의 푸른빛이었다.

마치 구덩이에서 맑은 샘물이 솟아오르는 듯한 느낌이 들었었고 말이다.

- 뭐야 저건.

빛이 보이고 얼마 지나지 않아 등장한 무언가에.

연수정은 미간을 찡그렸었다.

태어나 처음 보는 낯선 생김새였다.

푸른 비늘로 이루어진 꼬리와 날개를 가진 존재.

아까 백운이 두르고 있던 비늘과는 차원이 다른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 꿀꺽.

무기왕 백운으로 보이는 푸른 용의 형체에 연수정은 자기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었다.

조금 전까지 온몸을 채우던 확신이 푸른 용의 등장과 함께 흔들린 건 물론이고, 말도 안 되는 불길함과 불안감이 온몸을 엄습해왔기 때문이다.

실패할 거라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던 대산 공격이 실패한 직후.

드론의 영상을 통해 무기왕의 모습을 발견했을 때와 똑같은 감각이었다.

- 콰아아앙!!

그리고 연수정의 불길함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증명하듯.

믿기지 않는 광경이 눈앞으로 펼쳐졌었다.

우카론이 힘에서 백운에게 밀리며 전투에서 완전히 압도당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 드드득.

그렇게 맥없이 하늘까지 끌려가 백운에게 엄청난 연타를 당한 우카론.

그때까지도 연수정은 솟구치는 불안감을 억누르며 되뇌었었다.

아무리 강한 공격이라도 우카론은 죽지 않는다고, 그 공격은 오히려 우카론의 덩치와 힘을 키워 줄 뿐이라고 말이다.

“….”

이토록 간절했던 연수정의 바람은 조금 전 백운이 날린 마지막 공격으로 깔끔하게 사라진 상태였다.

터져나가다 머리만 남았던 우카론이 완전히 소멸한 건 물론이고, 영상을 송출하던 드론들이 공격에 휘말리며 더 이상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된 것이었다.

그럼에도 연수정은 모니터를 응시하고 있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충분히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저 너머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서 있을 무기왕 백운의 압도적인 존재감을 말이다.

“이사님. 회사에 알릴까요?”

조심스럽게 물어오는 기사에 연수정이 멍한 얼굴로 고개를 내저었다.

이 소식이 들어갔다간 한바탕 난리가 날 터였고, 연수정은 지금 그 난리를 수습할 정신과 자신이 없었다.

“그럼 공항으로 가겠습니다. 전세기와 경호를 위한 용병, 그리스 군대까지 도착했다고 합니다.”

“빨리… 출발해.”

“알겠습니다.”

미끄러지기 시작한 자동차의 움직임을 느끼며.

연수정이 의자로 몸을 파묻었다.

당장은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지금은 그저 말도 안 되는 괴물이 있는 이 그리스를 한시라도 빨리 벗어나고 싶을 뿐이었다.

* * *

“후우우우!”

숨을 뱉어내며 하늘을 응시했다.

마지막 공격 이후 하늘로 흩어졌던 유탈라스의 비늘.

비늘은 눈 부신 빛을 뿌리며 서서히 희미해지고 있었다.

그럼 가볼… 끈적.

“앗 씨.”

한 발자국을 내딛기 무섭게 느껴지는 찐득함에 고개를 내렸다.

“으.”

사방으로 흩어진 우카론의 잔해와 피에 인상이 절로 찡그려졌다.

숭하게 생긴 만큼이나 냄새 또한 몹시 지독했다.

“끝까지 추한 새끼네.”

고개를 절레절레 젓다가 가슴팍에 있는 주머니로 손을 올렸다.

일단 끝났다고 이연화에게 연락해둘 셈이었다.

스윽.

주머니에 있던 폰을 꺼내고 지문을 입력하려는 순간.

파스스.

에?

간신히 형체를 유지하던 핸드폰이 조각나며 손가락 사이로 흩어졌다.

앗… 시, 시발.

최신형 스마트폰의 죽음에 잠시 애도를 표한 뒤.

콩콩콩콩!

흩어진 우카론의 잔해로 발길질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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