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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왕이 헌터로 회귀했다-336화 (335/473)

336화. 던도크

끼룩끼룩!

오늘도 여지없이 들려오는 새소리.

조금 다른 게 있다면 이번엔 참새가 아니라 갈매기란 점이었다.

반겨주는 거겠지.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우매한 새 자식들이 내 잠을 방해하기 위해 우는 거라면 그건 그거 나름대로 킹받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으.”

눈으로 내리쬐는 햇볕에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

여기서 조금만 더 누워있으면 얼굴이 새까맣게 타버릴 것 같았다.

오도독.

“끄억.”

등과 허리에서 들려오는 비명에 두 눈을 질끈 감았다.

한밤중에 열심히 날아 도착한 더블린의 근교 도시 던도크.

도착했을 땐 이미 깜깜한 밤이라 잘 곳을 구하기가 마땅치 않았고, 마침 귀차니즘이 도진 터라 착륙한 널찍 바위 위로 잠자리를 정했었다.

오랜만에 노숙했네.

허리를 문지르며 주변을 둘러봤다.

언제 물이 들어온 건지 바위 바로 아래까지 와 찰랑이는 바닷물.

갈매기가 아니었으면 물에 동동 뜬 채로 눈을 떴을 뻔했다.

노숙의 감을 잃었어.

나약해진 자신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오랫동안 모든 게 갖춰진 푹신 침대에서 잠을 자며 해이해진 것이었다.

바다는 예쁘네.

잠도 깰겸 그대로 앉아 바다 구경을 했다.

괜히 아일랜드의 대표 항구 도시 중 하나가 아니었다.

햇빛을 반사해대는 푸른 바다가 아주 일품이었다.

바다 예쁘…?

동동동동동.

뒤쪽에서 나지막한 엔진 소리가 들려왔다.

내 쪽으로 천천히 다가오는 작은 낚싯배 한 척.

간단한 모터를 장착한 배 위엔 할아버지 한 분과 꼬맹이 한 명이 타 있었다.

“….”

“….”

두 사람은 입을 쩍 벌린 채 날 쳐다보고 있었다.

두 눈으로 보고 있으면서도 쉽사리 믿기지 않는 모양이었다.

바다 한가운데서 뒷머리에 새집을 만든 인간이 덩그러니 앉아있으니까 말이다.

“아, 안녕하세요.”

인사를 건넸음에도 여전히 벙쪄있는 두 사람에.

“입질 왔어요.”

“!?”

작게 움직이고 있는 낚시찌를 가리켰다.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호다닥 낚싯대를 당기는 할아버지.

잠시 끙끙대던 할아버지가 살이 잘 오른 물고기 한 마리를 건져냈다.

짝짝짝짝!

박수를 치고 있자 옆에 있던 꼬맹이가 입을 열었다.

“형아 거기서 뭐해?”

이번엔 내가 잠시 할 말을 잃었다.

뭘 하고 있었다고 해야 할지 고민이었다.

처음 보는 꼬맹이한테 한심하게 보일 순 없지.

어른으로서 모범을 보이고자 고민을 마치고 입을 열었다.

“수영하다가 잠시 쉴 겸 바다 구경하고 있었어.”

“거짓말. 몸도 안 젖었고 머리도 엄청 뻗쳐 있는데.”

이래서 눈치 빠른 꼬맹이는…!

약간 눈살을 찌푸리고 있는 사이 한 손에 물고기를 든 할아버지가 입을 열었다.

“일단 이쪽으로 옮겨 타게. 물이 차오르고 있으니.”

“넵!”

폴짝 뛰어 배로 건너갔다.

종종 낚시하며 날을 새기도 하는지 간단한 침구류와 취사용품들이 갖춰진 배.

막상 오니 겉에서 봤던 것보다 더 아늑한 분위기였다.

“자네도 낚시하겠나.”

“좋죠.”

낚싯대 하나를 받아 꼬맹이 옆에 섰다.

딱히 태어나서 낚시를 해본 적은 없으나 손이 심심하던 차였다.

“그거 그렇게 하는 거 아니야. 하루종일 안 잡힐걸.”

대충 휙 찌를 날리자 꼬맹이가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네가 낚시가 뭔지 알아?”

“…?”

의아해하는 꼬맹이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낚시는 물고기를 잡으려는 게 아니야. 세월을 낚는 거지.”

“뭐라는….”

반박하려는 꼬맹이를 슬쩍 밀어내며 할아버지 옆으로 자리를 옮겼다.

뭐니뭐니해도 이 배의 선장님은 할아버지였다.

스윽.

자연스럽게 낚싯대까지 꼬맹이 걸로 바꿔 잡고 입을 열었다.

“저는 백운이라고 합니다. 한국에서 왔어요.”

“허허 재밌는 친구구만. 난 니겔이라고 하네. 저 녀석은 내 손자인 코뉴.”

“형아 내 낚싯대 돌려….”

“안녕 코뉴.”

호다닥 인사를 하고 다시 몸을 휙 할아버지인 니겔 쪽으로 돌렸다.

“한국에서 여기까진 무슨 일로 왔는가? 여긴 관광객도 잘 오지 않는 지역인데.”

“제가 바이킹에 관심이 많아서요. 항구 도시 던도크 하면 또 바이킹이 주요 거점 중 하나였잖아요.”

“음. 그렇긴 하지. 우리의 선조는 모두 바이킹이니까.”

“혹시 추천해 주실 바이킹의 관광 명소 같은 게 있을까요? 여기저기 많이 들려보고 싶어서요.”

니겔이 짧게 자른 수염을 만지작거렸다.

관광 명소란 말을 되뇌며 끄응 소리까지 내는 걸로 보아 잘 모르는 모양이었다.

“명소인지는 모르겠지만 몇 군데 알긴 하네. 여전히 바이킹 족의 생활을 유지하려는 별난 녀석들도 있고 말이야.”

“오오…! 혹시 돌아가면 알려 주실 수 있을까요?”

“사실 어디에 있는지는 뒤에 있는 코뉴가 더 정확히 안다네. 여기저기 뽈뽈 날 데리고 다닌 게 저 녀석이거든.”

주륵.

잠시 외면하고 있었던 꼬맹이에게 스윽 고개를 돌렸다.

녀석은 여전히 꿀멍한 표정으로 나와 낚싯대를 번갈아 보고 있었다.

“이거 너 해. 두 개로 해. 이도류 낚싯대. 그럼 두 배로 잘 잡힐 거야.”

왼손 오른손에 낚싯대를 든 코뉴가 그제야 만족스러운 얼굴로 바다를 바라봤다.

딱히 별말은 없었으나 나름대로 타협이 된 것 같았다.

응?

코뉴의 이도류 낚시를 구경하고 있을 때.

바다 저편으로 솟아 나온 검은 얼음이 보였다.

이야기 들었던 대로 햇빛을 받으니 흑빛을 반사하는 검은 얼음.

아주 그냥 영롱한 것이 괜히 사람들이 몰리는 게 아닌 듯했다.

“보기만 해도 불길하군.”

“넵? 얼음 말씀이시죠?”

니겔이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전까지 물고기를 낚아 해맑은 니겔이었는데.

지금은 언제 그랬냐는 듯 얼굴이 굳어 있었다.

“아일랜드에선 새로운 관광 명물이다 뭐다 떠들어 대지만 던도크에 사는 사람들은 저 얼음을 좋아하지 않아. 예로부터 바이킹들은 자연스럽지 않은 것들을 경계해왔거든.”

자연스럽지 않은 것.

지금 아일랜드에 있어서 저 검은 얼음이 대표적일 터였다.

“자연스럽지 않은 것은 항상 어떠한 결말의 초기 징후일 때가 많았지. 갑자기 불어오는 바람은 거센 태풍의 징후였고, 갑자기 빠지는 바닷물은 커다란 해일의 징후였어.”

“저 검은 얼음도 무언가의 징후라고 생각하시는군요.”

“맞아. 저건 자연스럽지 않다는 말론 설명할 수 없을 정도야. 바닷물에 있으면서도 녹지 않고, 냉기를 잃지 않으며 느리지만 아주 천천히 그 크기를 키워가고 있거든. 저 얼음을 일으키는 게 정확히 뭔지는 알 수 없지만.”

눈동자에 공포가 깃든 니겔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분명 저 뒤엔 엄청난 재앙이 자리 잡고 있을 걸세.”

* * *

아일랜드 섬 아래에 위치한 아주 깊은 심해.

햇빛 한 점 들지 않는 심해의 한쪽엔 유난히 더 새카만 부분이 있었다.

드드득.

식물이 뿌리를 내리듯 섬과 바닥 사이에 자리 잡고 있는 거대한 얼음.

얼음은 칠흑처럼 어두워 자세히 보지 않으면 캄캄한 심해와 구분이 거의 불가능해 보였다.

우우웅… 드득.

일정한 주기로 묘한 진동을 내던 얼음이 크게 움찔거렸다.

계속 반복되는 것이 사람의 심장박동과 비슷한 움직임이었다.

그리고 그 움직임이 반복될 때마다 크기는 커졌으며 아일랜드에 엉겨 붙는 얼음의 수도 늘어 가는 중이었다.

드득!

다시 한번 울리는 얼음의 심장박동.

박동하는 순간마다 어스름한 빛을 내는 얼음의 안쪽엔 무언가 자리 잡고 있었다.

새로운 생명이 잉태하듯 얼음 속에서 몸을 끌어안고 있는 존재.

검은색 머리카락과 두 팔, 두 다리를 가진 존재의 겉모습은 사람과 비슷했다.

얼음과 마찬가지로 칠흑에 가까운 피부색을 제외한다면 말이다.

… 스륵.

무언가를 느낀 건지 존재가 감고 있던 눈을 떴다.

어둠 속에서 차가운 얼음색을 띤 파란 눈동자가 조용히 빛났다.

“….”

존재는 바다 위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평소라면 눈 뜰 일 없이 고이 잠들어 있었을 테지만 지금은 그럴 수가 없었다.

‘누구야.’

존재의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기운이 느껴졌다.

아주 먼 거리지만 무시할 수 없는 강렬한 기운이었다.

‘… 거슬리네.’

웬만하면 무시하고 잤겠지만 그러면 안 될 것 같았기에.

무릎을 껴안고 있던 존재가 가볍게 손을 휘둘렀다.

사락.

존재의 몸에서 분리된 작은 얼음 조각이 바다로 흘러나가고.

잠시 후 그 얼음 조각을 만난 물고기 한 마리의 모습이.

드드드…!

변형되기 시작했다.

‘가서….’

다시금 눈을 감은 존재가 마음속으로 조용히 되뇌었다.

‘물어뜯어라.’

* * *

바다 위에서 한적한 낚시를 얼마나 즐겼을까.

코뉴가 이따금씩 졸자 니겔이 천천히 배를 돌렸다.

“오늘은 이쯤하고 들어가도록 하지.”

“옙.”

나도 모르게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뜨끈한 햇빛을 받자 끝도 없이 나른해지기 시작한 몸.

조금만 정신줄을 놨다간 바로 졸아서 바다에 추락할 것만 같았다.

동방예의지국의 사람답게 필사적으로 참아냈지만 말이다.

다행이야. 이제 한계였는데.

고개를 끄덕이며 코뉴를 도와 펼쳐져 있던 낚싯대를 거두었다.

꿀렁.

…?

마지막 낚싯대를 거둬들이는 찰나.

배가 떠 있는 바다로 미세한 진동이 느껴졌다.

아주 먼 거리에서 느껴졌던 진동은 점점 가까워지고.

그에 따라 평화롭게 찰랑이던 바닷물의 움직임도 거칠게 변해가고 있었다.

뒤쪽.

진동이 수면으로 가까워졌다 싶을 때.

고개를 들어 뒤쪽을 응시했다.

콰아아아아아!

에?

바닷물이 볼록 솟아올랐나 싶더니 곧이어 엄청난 크기의 청새치가 모습을 드러냈다.

시… 시발?

크기도 그렇고 딱 봐도 정상이 아닌 생김새였다.

몸 대부분이 검은 얼음으로 뒤덮인 청새치.

청새치의 얼굴 부분은 상어마냥 흉측한 얼음 이빨로 뒤덮여 있었으며 안 그래도 뾰족한 코는 엉겨 붙은 얼음으로 거의 거대 드릴처럼 커져 있었다.

“커어…!”

살짝살짝 졸던 코뉴는 더 이상 없었다.

눈이 튀어나올 것처럼 커진 건 물론 입을 쩍 벌리고 괴물 청새치를 바라보고 있는 코뉴.

그런 코뉴를 뒤로 호다닥 밀어내고 자리를 잡았다.

“니겔 님. 항구로 쭉 달리세요.”

“아, 알겠네!”

니겔이 배를 최대 속도로 몰기 시작하고.

쐐에에에엑!

배 쪽으로 돌진하는 청새치를 응시했다.

기세를 보니 드릴 코로 한방에 꿰뚫으려는 것 같았다.

저벅.

걸음을 옮겨 배의 끝쪽에 올라섰다.

“형아 뭐해! 위험하니까 내려와.”

내 옷깃을 잡아당기는 코뉴.

걱정 가득한 코뉴를 돌아보며.

씨익.

입가로 여유 가득한 미소를 그려주었다.

“잘 보렴 꼬맹아. 낚시란 게 뭔지 보여 줄 테니까.”

한마디 말을 남기고 바닷속으로 몸을 던졌다.

연못의 거북이쉨부터 심해 공포증이 도진 상태라 웬만해선 안 들어오고 싶었지만.

지금 저딴 게 부딪혔다간 배가 그대로 뽀개질 테니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아주 맹렬하구만.

내 쪽으로 돌진하는 청새치를 바라봤다.

눈깔도 얼음으로 뒤덮인 걸로 보아 뵈는 게 없는 상태인 듯했다.

오늘은 청새치 구이인가.

나 역시 청새치 쪽으로 수영을 시작하며.

천천히 오른손을 뒤로 젖혔다.

청새치.

[유탈라스 - 1단계 의태]

어서 오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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