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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왕이 헌터로 회귀했다-338화 (337/473)

338화. 파편

보통 물 안에 있다고 보라색이 분홍색으로 보이나.

부족한 상식으로 잠시 고민하다 고개를 흔들었다.

원래 이런 건지 내 눈이 이상한 건지 의아했지만 그게 뭐가 중요하겠는가.

눈앞에 무기의 흔적이 있다는 게 중요하지.

뽀그르르.

거침없이 물속으로 머리를 집어넣었다.

대체 뭐가 빛나고 있는 건지 보기 위해서였다.

파편… 인가.

자리가 구석인 건 물론 크기가 너무 작아 이곳에 방문했던 탐사대도 놓친 듯했다.

오래되어 보이며 붉은색을 띤 파편.

무언가에서 떨어져 나온 조각 같았다.

갑옷인가? 아니면 무기?

턱을 슥슥 문지르며 열심히 머리를 굴렸지만 이 조각만으로 알 순 없을 듯 했다.

그저 전투가 치열했던 장소인 만큼 그 와중에 떨어져 나왔을 것이라 추측해 볼 뿐이었다.

조금 황당하네.

물에서 머리를 빼고 멍하니 물속의 파편을 내려다봤다.

도끼를 찾으러 오긴 했지만 어떻게 찾아야 하나 막막하던 찰나였다.

그래서 니겔과 코뉴의 도움을 받아 이런 명소라도 뒤지던 중이었고 말이다.

신은 아직 날 버리지 않은 걸지도.

믿는 종교는 없으나 어쨌든 이 정도면 신이 도왔다 싶은 수준이었다.

“감사합니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 감사 인사를 가볍게 건네고.

물속 보라돌이 파편으로 손을 뻗었다.

* * *

공간이 형성되는 중이라 무언가 보이기도 전.

귓가로 쇠의 부딪힘과 커다란 굉음이 들려왔다.

다수의 적이 싸우는 건지 소리는 쉴 새 없이 들려오는 중이었는데.

“크라하악!”

어째 들려오는 소리가 낯익은 것이 데몬이 껴있는 모양이었다.

당시 시대에선 뭐라 불렀는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화악.

마침내 시야가 트이고 공간의 상황이 눈에 들어왔다.

예상했던 대로 치열한 전투의 현장이었다.

들려온 만큼이나 다수의 인원이 싸우고 있는 건 물론이었다.

얼레.

단지 예상과 다른 게 한 가지 있었다.

동굴을 가득 채운 흔적에 당연히 다대다의 전투였을 거라 생각했는데.

직접 와서 보니 다대일의 전투였다.

역시 데몬인가.

정면엔 바이킹처럼 생긴 데몬들이 우글거리고 있었다.

물론 수염과 차림새가 저렇다고 해서 다 바이킹인 건 아니지만, 어쨌든 살아오며 봐온 바이킹의 생김새와 몹시 흡사했다.

눈깔이 돌아간 건 물론 이빨까지 흉측한 걸 제외한다면 말이다.

드득.

…!?

익숙한 소리에 바이킹들의 몸을 자세히 살폈다.

두터운 갑옷의 안쪽으로 자리 잡은 검은색 얼음.

검은색 얼음은 청새치에게서 봤던 것보다 더 선명한 푸른빛을 띠고 있었다.

이제 보니 돋아난 이빨과 길게 뻗은 손톱 및 발톱도 얼음으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뭐야 이거.

아일랜드에 검은 얼음이 나타난 건 얼마 되지 않은 일이라고 들었었는데.

지금 보고 있는 공명의 시기를 정확히 알진 못해도 최소 수백 년 전일 터였다.

검은 얼음은 이때부터 존재한 것이고 말이다.

점점 쎄해지네.

청새치 때도 참 재수 없는 얼음이라고 생각했었다.

바이킹을 물들인 걸 보니 수백 년 전에도 재수 없긴 마찬가지였고 말이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한참 조용하던 얼음이 최근 들어 다시 발현한 모양이었다.

처음부터 데몬이었을 거 같진 않은데.

바이킹처럼 생긴 데몬이 있는 게 아니라면 저들은 후천적으로 데몬화 되었을 가능성이 컸다.

원인은 당연히 저 얼음일 터.

청새치까지는 그러려니 했지만 사람까지 데몬으로 만드는 거라면 그 심각성이 훨씬 컸다.

영국은 구울에 여기는 얼음이라. 아주 난리구만.

혀를 차며 다시 공명에 집중했다.

얼음은 얼음이고 일단은 무기의 힌트를 얻어야 했다.

그나저나.

카앙! 콰아아!

멀미하겠네.

쉴 새 없이 움직이는 시야에 미간이 찌푸려졌다.

아마 파편은 무기에 붙어 있었던 모양이다.

바이킹의 공격이 날아오는 곳으로 시야는 빠르게 이동했으며, 방어가 끝나면 인지하기 힘든 속도로 적에게 쏘아지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뭔진 몰라도 대단하네.

파편의 1인칭 시점이라 바이킹과 싸우는 게 누군지는 볼 수 없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알 것 같았다.

누군진 몰라도 파편이 붙어 있는 무기의 주인은 엄청난 강자라는 사실을 말이다.

쐐에에에엑!

단순히 빠르기만 한 게 아니었다.

두터운 갑옷부터 둘러진 얼음까지 공격을 방해하는 요소가 많음에도 내질러진 무기는 정확히 적의 급소를 타격하고 있었다.

“크르르…. 어리석은 놈. 어차피 너도 지배받게 될 것이거늘.”

데몬 중 한 녀석이 듣기 싫은 목소리로 중얼거리자.

잠시 공격이 멈추는가 싶더니 그에 답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홀로 싸우던 자의 목소리였다.

“뭐라는 거지. 나약한 새끼가.”

시원하다.

데몬의 목소리로 더럽혀진 귀가 뚫리는 기분이었다.

아직 수많은 적이 남았음에도 장난기와 여유가 넘치는 목소리엔 정체를 알 수 없는 시원시원함이 존재했다.

듣는 이로 하여금 마음이 놓이게 하는 그런 목소리였다.

“센 척하지 마라. 이미 네놈의 체력이 바닥이란 걸 알고 있다. 거기다 이곳은 그분의 영역. 우리를 쫓아 여기로 들어온 순간부터 네놈의 죽음은 확정된 것이다.”

“이젠 그분이라고 부르는 거냐? 바이킹의 긍지고 나발이고 다 내다버렸구만.”

잠시 멈춘 무기의 시야가 땅으로 향했다.

“내가 아무 생각 없이 너네를 따라왔다고 생각하냐?”

“뭐?”

“내 무기가 휘둘러지기 힘든 좁은 공간. 이곳이 내가 싸우기에 불리하다는 건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너네를 따라왔다는 건.”

남자의 피식거림이 들려왔다.

“악마가 무서워 영혼을 판 바이킹 같은 건 더 최악인 공간에서 싸워도 이길 자신이 있어서다. 그리고 난 여기서 살아나갈 생각이 없다.”

허세 같은 게 아니었다.

남자의 목소리에선 작은 흔들림조차 찾아보기 힘들었다.

“왜냐하면 난 죽는 한이 있어도 네놈들의 주인을 만나야겠거든.”

“감히…!”

“그다음에 그 잘난 주인 놈의 심장을 꿰뚫을 거다.”

“오만하구나!!”

주인을 욕하자 화가 난 걸까.

거대한 고함과 함께 말을 한 바이킹이 앞으로 걸어 나왔다.

응…?

여기서 또 한 번 눈이 커졌다.

대장으로 보이는 바이킹의 손엔 거대한 도끼가 들려 있었다.

내가 아일랜드에서 찾으려는 그 도끼였다.

뭐야 시발. 데몬 무기였어?

당황스러운 마음에 도끼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도끼의 손잡이부터 서늘한 느낌을 주는 날까지.

틀림없었다.

회귀 전 가라앉은 아일랜드에서 발견된 그 도끼였다.

주륵.

약간의 당황스러움과 혼란스러움이 느껴졌다.

지금까지 얻은 무기 중 데몬이 사용했던 케이스는 없었다.

거기다 헷갈리는 게 한 가지 더 있었다.

무엇을 위한 공명이냐.

보랏빛은 무기와 관련된 그 어떤 것에서도 발생할 수 있었다.

비단 그 무기의 일부분이 아니더라도 말이다.

즉 파편은 다른 곳에 붙어 있더라도 마주쳤던 저 도끼를 보여주기 위해 공명이 발생한 걸 수도 있었다.

저 도끼가 내가 찾아야 하는 무기인 거냐. 아니면.

최대한 눈을 위로 치켜 떠보았다.

그런다고 보일 리가 없겠지만 어쨌든.

파편이 붙어 있는 무기가 내가 찾아야 하는 무기인지 의문이었다.

하필 1인칭 기억이냐고!

자기 마음대로 인칭이 정해지는 공명이 오늘따라 더 야속하게 느껴졌다.

“갈라드. 동족을 배신하고 괴물이 되어버린 바이킹.”

대화는 끝인 모양이었다.

파편의 시야가 크게 한 바퀴 돌아가며 갈라드라고 불린 바이킹을 겨누었다.

스릉.

마찬가지로 높이 치켜든 도끼로 남자를 겨누는 갈라드.

약간의 정적이 찾아오는가 싶더니.

“그럼 잘 가라. 긍지를 팔아버린 전사여.”

남자의 나지막한 목소리와 함께 무기가 쏘아지고.

카아아아앙!

커다란 굉음이 들리며 파편의 시야가 하늘로 솟구쳐 올랐다.

* * *

화아아아악!

“오씨.”

돌아온 동굴에 눈을 끔뻑거렸다.

지금까지 겪어온 것 중 가장 정신없는 공명이었다.

조금만 더 길었다면 돌아와서 멀미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였다.

스윽.

몸을 굽혀 물속에 있던 파편을 주웠다.

공명 마지막 부분에 시야가 솟구친 걸로 보아 파편은 그때 무기에서 튕겨 나온 것 같았다.

이런 경우는 또 처음이네.

머리에서 뚝뚝 떨어지는 바닷물은 아랑곳하지 않고 조용히 파편을 응시했다.

찾아야 하는 무기가 뭔지 헷갈리는 경우라니.

두 개 다 내가 가질 수 있는 무기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왠지 그러진 않을 것 같았다.

도끼가 아닐 확률이 높아.

도끼의 주인은 다름 아닌 데몬쉨이었다.

데몬이 되기 전에는 위대했을지 몰라도 어쨌든 마지막엔 영혼을 팔아버린 녀석.

지금까지 내 무기의 주인이었던 존재들과는 그 격 자체가 너무 달랐다.

이런 근본 없는 자식이 사용하던 거면 아닐 거야.

고개를 휙휙 저으며 머릿속에서 도끼의 그림을 지워냈다.

만약 도끼를 무기고에 넣을 수 있을지언정.

응, 싫어.

근본 없는 데몬 무기는 이쪽에서 사절이었다.

아마 내 무기고에 있는 친구들에게 몰매를 맞지 않을까 싶었다.

그럼 파편이 붙어 있던 게 나의 무기라 치고.

풀썩!

깊은 고민을 위해 양반다리를 하며 물로 주저앉았다.

시원한 바닷물의 기운을 받아 두뇌 회전을 키울 생각이었다.

뜨끈뜨끈.

머리가 아주 뜨거워질 때까지 고민했으나 내려진 결론은 간단했다.

“음. 조졌군.”

여러 방면으로 생각해봐도 영 감이 잡히지 않았다.

당장 생김새 자체를 보지 못 했다 보니 더 아리송한 건 물론이었다.

파편이 붙어 있던 무기도, 무기를 사용하던 주인도 누군지 도통 윤곽이 잡히지 않았다.

- 갈라드.

공명 속에서 불린 바이킹의 이름을 떠올렸다.

당장 명확한 증거라고 할 만한 건 영혼을 팔아버린 바이킹쉨의 이름뿐이었다.

갈라든가 발라든가는 여기서 뒈졌을 테고.

동굴에서 나가면 갈라드란 이름을 중심으로 기록된 게 있는지 한 번 찾아봐야 할 것 같았다.

갈라드와 대치했던 세력은 누구였는지, 또 공명에서 갈라드가 주인이라 부른 자의 흔적이 남아있는지 말이다.

남자도 바이킹일 가능성이 있어.

악마에게 영혼을 판 바이킹.

아일랜드의 모든 바이킹이 영혼을 팔진 않았을 테니 잘못된 길에 든 동지를 안식에 들게 해준 걸 수도 있었다.

“흐음.”

턱을 문지르고, 미간을 찌푸리고, 머리를 쥐어짜는 둥 가능한 모든 행동을 하며 고개를 휙휙 돌렸다.

무기를 휘두르기 힘든 공간이라고 했었지.

공간에 남겨진 흔적을 바라봤다.

당시 상황을 보면 갈라드란 바이킹은 일부러 남자를 좁은 공간으로 끌어들인 것이었으니.

단순하게 생각하면 남자가 사용하던 건 리치가 긴 무기라고 추측할 수 있었다.

쐐에에엑 하며 내질러지는 것 역시 찌르기에 특화된 것 같았고 말이다.

아무래도 창이겠지.

적을 뚫고 나오는 순간엔 피가 뿜어져 자세히 보진 못했으나 베인 상처와는 거리가 있었다.

파편의 색으로 보면 붉은색 창일 것 같았다.

“바이킹 시대에 붉은색 창을 사용한 남자라.”

손에 쥔 파편을 높이 들어 보였다.

오랜 세월이 지났음에도 그 색을 잃지 않은 파편.

“당신은 대체.”

파편을 응시하며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누구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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