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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왕이 헌터로 회귀했다-351화 (351/473)

351화. 꿰뚫어 주러 온

더블린에 위치한 상황실로 아이리가 모습을 나타냈다.

“아이리 장관.”

먼저 와 지시를 내리던 다닐로가 아이리를 바라봤다.

많은 궁금증이 담긴 눈이었다.

-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다닐로와 헤어지기 전.

아이리는 급한 일이라며 말을 건넸었다.

언제 어디서 검은 얼음으로부터 공격이 시작될지 모르니 지금부터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었고.

이에 다닐로는 지체없이 상황실 설치 및 각 지역 기관에 비상대기를 명령했었다.

언제든 전투를 시작함과 동시에 시민 대피를 시작할 수 있도록 말이다.

“어떻게 알았던 건가요?”

다닐로에게 바짝 다가간 아이리가 목소리를 낮췄다.

“백운 님입니다. 저한테도 정확한 이유는 설명해주지 않았어요. 단지 검은 얼음을 다루는 존재가 있고, 그 존재는 아일랜드를 집어삼키려고 하니까 대비해야 한다고 말하셨어요.”

당시엔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약간 의아했었다.

단순한 노파심이나 걱정으로 건넨 말이 아니었다.

어째선지 백운은 아일랜드가 무조건 공격받게 될 거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그 모습에 아이리도 망설임 없이 다닐로에게 말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군요.”

그리고 바로 지금.

백운이 말했던 대로 검은 얼음의 공격이 시작되고 있었다.

“급하게 준비해서 어느 정도 대비는 다 된 상태입니다. 시민 대피는 시작됐고 군부대와 기관의 헌터들도 각자 위치에 배치되었고요. 그런데 그 아이는…?”

아이리가 손을 맞잡고 있는 파밀라를 내려다봤다.

백운이 산을 녹여낸 후 의자에 앉아있었던 아이리.

그런 아이리의 눈으로 낯익은 파밀라의 모습이 보였었다.

아지트 밖을 비추고 있는 CCTV였다.

- 언니.

파밀라는 똑바로 CCTV를 응시하고 있었다.

마치 아이리가 이곳에 있는 걸 안다는 듯한 눈빛이었다.

처음 만났을 때도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기며 위협을 경고해주었던 파밀라.

아이리는 곧장 파밀라를 아지트로 들여 보내줬었다.

“얼음 조각이 뿌려지기 전에 이 아이가 먼저 말해줬어요. 공격이 시작될 거라고요.”

다닐로와 아이리가 움직이기 시작한 건 얼음 조각이 뿌려지기 전이었다.

아일랜드를 삼킬 차가운 기운이 몰려오고 있단 파밀라의 말에 아이리가 다닐로에게 연락한 것이었다.

“고맙구나.”

파밀라의 머리를 몇 번 쓰다듬은 다닐로가 몸을 돌렸다.

뒤에선 각 기관장들이 바쁘게 움직이며 각자 맡은 지역을 대상으로 임무를 수행 중이었다.

“상황은 어떤가요?”

“사방에서 데몬이 들끓고 있습니다. 모두 타룬과 마찬가지로 검은 얼음이 박혀있고요.”

다닐로가 입술을 깨물었다.

이토록 위험한 걸 로컨은 새로운 군사력이랍시고 방치하며 키워댔던 것이었다.

“종종 강한 개체가 섞여 있긴 하지만 제압이 어려운 수준은 아닙니다. 지금은 각 기관의 헌터가 수월하게 처리 중입니다. 그리고… 뭔가 원인이 있는 거 같습니다.”

“원인이라니? 그게 무슨 말이죠?”

“현재 상공에서 보내온 자료입니다. 얼음을 지닌 데몬을 찾아내기 위해 열 감지로 동작 중이고요.”

모니터로 아일랜드의 지도가 펼쳐졌다.

지도엔 각 지역별로 어느 정도의 냉기가 몰렸는지가 표시되고 있었다.

“확실하진 않으나 냉기의 정도에 따라 데몬의 강함이 나뉘는 것 같습니다. 더 차가운 개체일수록 뛰어난 능력을 보이고 있으니까요.”

“…!!”

지도를 본 다닐로와 아이리의 눈이 커졌다.

지도엔 한눈에 봐도 유독 시퍼런 곳이 있었다.

바로 백운이 있는 로스 캐슬 부근 해안가였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강한 개체가 전부 저곳에 쏠려 있습니다. 덕분이라고 하긴 뭐하지만 그 결과 다른 지역엔 상대하기 수월한 수준의 데몬만 나타나는 것 같고요.”

여기까지 말한 기관장이 다시 입을 열었다.

“저곳으로 지원을 보내야 할 거 같은데… 적어도 3급 이상으로만 차출해 보내야 전투가 가능할 듯합니다.”

“잠시만요.”

고민에 빠진 다닐로가 아이리와 눈을 마주쳤다.

백운을 도와야 한다고 생각은 하지만, 인원을 보내는 게 의미가 있을지 의문이었기 때문이다.

압도적인 무력을 가진 무기왕이 이미 싸우고 있는 장소.

저곳으로 누군가를 보낸다는 건 오히려 백운에게 방해가 될 수도 있었다.

“지원은 보내지 않겠습니다.”

같은 생각이라는 듯 고개를 흔드는 아이리에 다닐로가 결정을 내렸다.

“그러다가 저 지역이 뚫리기라도 한다면….”

말끝을 흐리는 기관장에 다닐로가 고개를 저었다.

다닐로의 얼굴엔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만에 하나 저곳을 뚫는 적이 나타난다면.”

잠시 말을 멈춘 다닐로가 작게 심호흡했다.

그런 상황이 일어나선 절대 안 됐다.

무기왕이 뚫린다면 감당 불가능한 적일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아닙니다.”

하려던 말을 멈춘 다닐로가 모니터를 바라봤다.

“저곳은 뚫리지 않을 테니 우린 다른 지역에 집중하도록 하죠.”

* * *

더럽게 많네.

어느새 데몬들로 가득해진 해안가.

아주 바글바글대는 게 보고만 있어도 질리는 기분이었다.

쿠웅…!

땅을 박차고 오르는 수십 마리의 데몬.

꽤 커다란 덩치의 놈들이 달빛을 가리며 날 덮쳐왔다.

[동기화 - 데스페라도]

양옆으로 생겨난 앤과 메리와 함께 사방으로 탄을 뿌려냈다.

두두두두두두두두!

정신없이 덮쳐오는 놈들을 믹서기처럼 갈아대길 한참.

쿨타임으로 들어간 리볼버를 거두며 한숨을 돌렸다.

역시 완전 소멸은 안되는구만.

데몬 자체는 행동불능 상태가 됐지만 검은 얼음은 아니었다.

자리 잡았던 몸을 버리고 바다로 기어들어 가거나 다른 데몬에 합쳐지는 검은 얼음.

덕분에 끝도 없이 새로운 데몬이 나타나는 건 물론 원래 있던 데몬이 강화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중이었다.

“키라아아악!”

다시 몰려드는 놈들을 바라봤다.

징글징글하네.

당장 얼음을 소멸시킬 수 있는 건 라의 문양뿐이지만 칼마가 나타나지도 않은 지금 무턱대고 사용할 순 없는 노릇이었다.

애초에 쓰고 싶어도 지금은 사용이 불가능했다.

아까 산을 녹이느라 쿨타임에 들어간 상태였기 때문이다.

칼마 이 새끼는 언제 나타나려나.

잠잠해진 바다를 바라봤다.

바다는 더 이상 파도가 치거나 하지 않았다.

어느 순간부터 시커먼 검은 얼음으로 꽁꽁 얼어버린 탓이었다.

가까운 곳에 있다.

눈에는 안 보여도 알 수 있었다.

처음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진 한기.

공명에서 칼마에게 느꼈던 지독한 한기가 근처에서 느껴지고 있었다.

변태 새끼마냥 지켜보기만 하네.

달리기 시작하며 바닷가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러기 무섭게 일제히 돌아가는 데몬들의 안광.

녀석들의 목적은 아일랜드가 아닌 나였다.

탓.

한차례 도약한 뒤 거대한 데몬의 머리통을 디딤대로 삼아 다시 한 번 뛰어올랐다.

순식간에 도달한 얼어붙은 바다 위.

칼마는 아직 안 나타났어도 늘어나고 있는 데몬 놈들을 그대로 둘 순 없었다.

[이순신 - 쌍룡궁]

근방까진 다 언 탓에 바닷물과는 거리가 좀 있었지만.

드드드드드드득!

쌍룡궁은 아랑곳하지 않고 바닷물과 검은 얼음을 동시에 끌어올려 소용돌이를 만들어냈다.

오히려 좋네.

곳곳에 섞인 얼음 조각 덕에 아주 날카로워진 소용돌이가 완성되었다.

“키락…!?”

“입 좀 다물어 새끼야. 크라라락, 키라락 아주 그냥.”

날 올려다보는 데몬 무리를 겨누며.

“지겨워죽겠네.”

당겼던 쌍룡궁의 활시위를 놓아주었다.

* * *

아일랜드 현장에 있는 스트리머와 협력해 단독 생방송을 진행 중인 CBC 방송국.

# 콰가가가가가가가!

화면에 나타난 엄청난 소용돌이에 진행 중이던 송유빈이 입을 벌렸다.

‘저건 또 뭐야…?’

무기왕 찐덕후 송유빈도 처음 보는 무기였다.

스트리머가 해안가로부터 거리가 있어 자세히 보진 못했지만.

바다에서 물과 얼음 조각이 끌어 올려져 소용돌이가 만들어졌었다.

잠시 후엔 쏘아져 주변에 있는 데몬을 쓸어버렸고 말이다.

# 콰가가가가! 콰가가가가!

한 발이 끝이 아니었다.

끝도 없이 만들어지며 계속해서 사방으로 쏘아지는 소용돌이.

덕분에 해안가를 가득 채웠던 데몬은 흔적도 없이 몸이 분쇄되는 중이었다.

@ 와씨 미쳤다.

@ 저건 또 뭐냐구우우우!!

@ 빨리 기록해야 해! 처음 등장한 무기에요!

실시간 채팅도 난리가 나있었다.

푸른 바닷물과 검은 얼음 조각이 한데 뒤섞인 강력한 소용돌이.

소용돌이는 보는 것만으로도 압도되는 느낌을 들게 했으니 난리가 날 수 밖에 없었다.

“송…! 송!”

“!!”

낮게 부르는 목소리에 멍 때리던 송유빈이 퍼뜩 정신을 차렸다.

“무기왕이 새로운 무기로 데몬을 쓸어내고 있습니다! 말도 안 되게 많은 숫자였는데 무기왕은 그것보다 더 말도 안 되는 화력으로 압도 중입니다! 역시 무기왕입니다!!”

송유빈의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스튜디오를 울렸다.

“아오 저거 진짜.”

“차, 참으세요.”

흥분하며 꽥꽥 소리 질러대는 송유빈을 보며 이마를 짚고 있는 팀장 조영천.

카메라맨인 진유석이 그런 조영천을 위로하고 있었다.

“좀 침착하게 상황 중계 좀 하라니까…!”

입이 닳도록 말했지만 송유빈은 무기왕만 연관됐다 하면 흥을 주체하지 못했다.

다른 방송엔 아주 침착하고 냉정하기 짝이 없는 인간인데 신기할 따름이었다.

“그래도 반응은 좋잖아요.”

진유석이 웃으며 채팅창을 바라봤다.

@ 송유빈 또 난리났네.

@ 진짜 이 정도면 찐팬 아닌가? 목 다 쉬겠네.

@ 팬 수준이 아님. 저 정도면 거의 광신도임.

무기왕과 관련된 방송이면 모든 이가 CBC를 찾았다.

모두가 광분하는 송유빈을 보기 위해서였다.

“그래. 시청률 좋으면 된… 어? 저거 뭐야.”

애써 납득하려던 조영천이 인상을 찌푸렸다.

그런 조영천의 말과 함께 시선이 집중된 영상.

광분하던 송유빈도, 불타던 채팅창도 모두 입을 다문 채 영상에 집중했다.

# 쿠르르르르르…!

얼어붙어 있던 검은 얼음의 바다.

얼음이 사방으로 갈라지는가 싶더니.

# 콰아아아아아!!

기괴한 존재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 * *

드디어 등장하셨나.

부하들이 휩쓸리며 조바심이 난 걸까.

칼마가 바다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갑옷으로 꽁꽁 싸매셨고.

공명에서 봤던 모습으로 나타난 건 아니었다.

인간의 생김새가 아닌 거대한 얼음 괴물로 나타난 칼마.

수십을 넘어 수백 겹의 얼음으로 본체를 감싼 것 같았다.

“좀 빨리 나오지 그랬어. 목 빠질 뻔했네.”

말을 건네며 주위를 둘러봤다.

방금까지 우글거리던 데몬들이 주저앉고 있었다.

얼음이… 빠져나간다.

단순히 내 주변만 그런 게 아니었다.

아일랜드 곳곳으로 흩어졌던 얼음 조각이 해안가로 모여들고 있었다.

모두 칼마 본체로 돌아가려는 것 같았다.

“난 혹한의 재앙 칼마다.”

얼음의 움직임을 구경하고 있을 때.

공명에서 들었던 섬찟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보잘 것 없는 인간아. 넌 누구냐.”

초면부터 싸가지 없게 물어보는 칼마.

놈에게 답해주기 위해 고개를 들며.

“보잘 것 없는 재앙의.”

입가로 미소를 머금었다.

“심장을 꿰뚫어 주러 온 인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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