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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왕이 헌터로 회귀했다-359화 (359/473)

359화. 질의응답

세상에 저런 비행기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아주 흉악스러운 생김새였다.

우주 전쟁이라도 벌이러 가는 건지 몸체 곳곳에 배치된 미사일과 포신들.

제대로 한 번 쏟아내고 나면 주변 일대는 깔끔하게 가루가 될 것 같았다.

“어떻게 저런 전투선이 여기까지…!”

우리가 있는 곳은 아일랜드 영공이었다.

저딴 게 영공까지 들어오는데 아무런 제지도 없었다는 게 의아할 따름이었다.

“쉴드 최대치 전개. 일단 버티면서 상황을 알아보겠습니다.”

전용기 주변으로 연녹색 쉴드가 펼쳐졌다.

곧장 어딘가로 연락해 현재 경로의 비행기를 확인하는 조종사들.

그 와중에도 건너편에선 쉴 새 없이 포와 미사일이 발사되는 중이었다.

“뭐라고요? 확실합니까!”

어딘가와 교신하던 조종사가 인상을 찌푸렸다.

“국제 구호기로 공식 허가받은 비행기라고 합니다…! 소속은 한국 기업이고요!”

저딴 게 구호기?

내가 알고 있는 구호란 단어가 잘못됐나 의아했지만.

이 의아함을 해결하고 있을 시간은 주어지지 않았다.

“쉴드가!!”

조금 전 놈들이 쏜 에너지 탄 같은 게 터지자 비행기 주변에 있던 쉴드가 깔끔하게 사라졌다.

한국도 세계 군사 기술 강대국이라더니 이런 곳에서 체감하게 될 줄은 몰랐다.

“또 옵니다!”

“실례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뿜어지는 미사일과 포탄에 조종사들의 뒷덜미를 낚아채 뒤로 달리기 시작했다.

뒤이어 엄청난 굉음이 들려오고.

내가 달리는 방향을 따라 화염이 솟구쳤다.

“뛸게요!”

문을 제대로 열고 할 시간 따위는 없었다.

가장 먼저 발견한 문을 발로 걷어차 날려버렸다.

“나, 낙하산을…!”

“그런 거 없어도 돼요!”

옆으로 손을 뻗는 조종사들을 안은 채 그대로 몸을 날렸다.

오씨. 높네.

새삼스럽게 조종사들이 왜 낙하산을 챙기려 했는지 알 것 같았다.

비행기 타고 얌전히 올라올 땐 몰랐는데 우리가 날던 곳은 아래에 구름이 펼쳐져 있을 정도로 더럽게 높은 지점이었다.

“괜찮으시죠!?”

“예… 예!!”

예라고 대답했지만 딱히 괜찮은 거 같진 않았다.

허옇게 질린 것이 약간 삶을 체념한 듯한 얼굴이었다.

하긴. 이 높이에서 뛰어내릴 일이 뭐가 있겠어.

정신을 붙잡고 있는 것만 해도 대단하다고 느끼며.

빙글 몸을 돌려 산산조각 나는 대통령 전용기를 바라보았다.

지금 당장은 저 새끼들이 뭔지 보다는 폭발하는 전용기가 너무 아까웠다.

조금만 더 빨리 먹을걸!

혀조차 대지 못한 각종 술을 떠올리며 눈을 질끈 감았다.

한 잔이라도 마셔봤으면 이 정도로 억울하진 않을 텐데.

응?

공기를 가르는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우주 전투선 다음은 로봇이라고? 무슨 곤담이냐고 진짜.

휘황찬란한 갑주를 가진 것들 수십 기가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중이었다.

비행기를 박살냈으니 어련히 떠나주길 바랐는데 그렇게 호락호락하진 않은 모양이었다.

“좀 울렁거릴 거예요!”

[도윤 - 비전 수리검]

수리검의 손잡이 부분에 발끝을 걸치고 힘껏 날려냈다.

날아간 수리검이 얼추 바다 근처에 도달했을 때.

[비전]

바다로 이동하며 몸을 담갔다.

“괜찮….”

열려던 입을 도로 다물었다.

이젠 물어보지 않는 게 나을 것 같았다.

둘 다 다친 곳은 없지만 안색은 몹시 창백했기에.

힘을 비축하도록 두는 게 나을 듯했다.

아니 그나저나 저 새끼들 뭐야.

한국 기업이라는 말이 영 께름칙했다.

공식으로 등록된 비행기로 타국 대통령 암살을 노렸을 것 같진 않았다.

굳이 타겟을 찾자면 내가 아닐까 싶었다.

저번에 보내버렸던 연수정을 포함해 기업에 미움을 살 만한 일은 꽤 있었으니까.

잘 찾아내네.

장비가 보통 좋은 게 아닌 모양이었다.

잠시 멈췄던 기체들이 다시 이쪽으로 날아들기 시작했다.

일단은.

동동 떠 있는 두 명의 조종사를 쳐다봤다.

마음 같아선 저놈들부터 쓸어버리고 싶지만 너무 위험했다.

쌍룡궁으로 바닷물을 끌어 올리는 과정만 해도 이들한텐 생명의 위험일 터였다.

아일랜드 해안에서 그리 멀지 않았다.

대략적인 현재 위치를 가늠하며.

[유탈라스 - 1단계 의태]

비늘을 꺼내 오른팔로 둘렀다.

조금 전의 비전으로 멀미가 난 듯해 안쓰러웠지만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이번엔 엄청 울렁거릴 거예요.”

나지막이 말한 뒤 비늘을 감싼 손으로 힘껏 수리검을 던져냈다.

아일랜드가 있는 방향을 향해 엄청난 속도로 날아가는 수리검.

[비전]

중간마다 몸을 옮기며 계속해서 수리검을 던져냈다.

수리검과 비늘의 힘 증폭이 더해진 탓에 아까 탄 비행기보다 몇 배는 더 빠른 속도였다.

촤아아악!

몇 번이나 몸을 옮겼을까.

순식간에 도착한 해안가에 착지하며 초죽음이 된 조종사들을 내려주었다.

비틀비틀거리면서도 간신히 서 날 바라보는 조종사들.

“놈들은 제가 처리할게요. 상황만 알리시고 지원은 안 보내셔도 돼요.”

“아, 알겠습니다!”

필요한 말만 간단히 건네고 몸을 돌렸다.

이젠 저 미치광이들을 손봐줄 차례였다.

* * *

“어디로 간 거야?”

“아일랜드 쪽으로 갔습니다! 수리검을 사용한 거 같습니다!”

“허 이거 참.”

선두에 있던 이도영이 혀를 찼다.

발견하기 무섭게 순식간에 사라져버린 무기왕.

뭐가 그리 급했는지 비늘까지 두른 무기왕은 아일랜드 쪽으로 힘껏 수리검을 던져냈었다.

말도 안 되는 속도라 쫓아갈 엄두가 나지 않았고 말이다.

“무기왕이 도망갈 줄은 꿈에도 몰랐군.”

당연히 수리검에 대한 대비책도 준비되어있었다.

사방으로 티타늄 그물을 펼쳐 수리검이 나아가지 못하도록 하는 것.

물론 전투시만 고려했던지라 조금 전엔 사용할 틈조차 나지 않았었다.

“어떻게 할까요? 쫓을까요?”

“일단 대기한다.”

“왜? 바로 쫓아가지 않고.”

대기하란 이도영의 말에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당장에라도 무기왕을 잡고 싶어 안달이 난 모습이었다.

“우리한테 주어진 임무는 무기왕의 한국 도착을 최대한 늦추는 거다. 이동수단을 날려버렸으니 이미 성공인 셈이야.”

여기에 무기 중 하나인 푸른 비늘도 소모 시켰다.

조금 전과 같은 엄청난 속도의 수리검 이동은 이제 불가능하단 소리였다.

“물론 아일랜드 영토에서 1인 전쟁이라도 불사하겠다는 놈들은 가도 좋아. 안 말린다.”

어깨를 으쓱인 이도영이 빙글 몸을 돌렸다.

그제야 툴툴대던 부대원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아쉽네. 무기왕 잡고 이름 좀….”

콰직!

“!?”

여유롭던 이도영의 눈이 커졌다.

방금까지 말을 붙이고 있던 부대원이 순식간에 두동강이 난 것이었다.

본능에 의한 약간의 침묵이 흐르고.

“뭐, 뭐야!”

“어디야!?”

상황을 파악하기 시작한 부대원들이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뭐…. 뭐냐!?’

말은 안 했지만 가장 당황스러운 건 이도영이었다.

바로 옆에서 봤음에도 뭐가 부대원을 가른 건지 보지 못한 탓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두리번거리고 있을 때.

바람을 가르는 파열음이 들려오는가 싶더니 일직선에 있던 네 명이 부대원의 몸이 한꺼번에 썰려 나갔다.

“바다 아래다!!”

“이런 개자식이 치사하게!”

수십 기의 갑주에서 바다 아래로 화력이 뿜어졌다.

개방한 능력으로 일정 범위에 레이저를 뿌리는 인원도 있었다.

‘아니야.’

이도영이 조금 전 스쳐 지나간 것의 형체를 떠올리고자 미간을 찌푸렸다.

순식간에 지나간 걸로 보아 총류의 무기를 아래에서 발사한 것 같았지만, 갑주를 가르는 강도와 두께를 봤을 땐.

‘수리검…!’

이도영이 급히 고개를 들어 올리자.

대각선 위에서 오른팔에 비늘을 두른 무기왕이 눈에 들어왔다.

무기왕은 다시 한번 수리검을 던지기 위해 준비 중이었다.

“위다!!”

이도영의 외침과 함께 부대원들도 고개를 틀었으나.

이미 그곳에 무기왕은 없었다.

콰직! 콰직! 콰직!

말도 안 되는 속도로 수리검을 던지고 이동하는 걸 반복하는 무기왕.

이도영을 포함한 부대원들도 열심히 쫓았지만 그들은 수리검의 형체조차 제대로 볼 수 없었다.

그저 다음번에 날아오는 수리검이 자신에게 향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

“쉴… 커억!”

정신을 차리고 쉴드를 펼쳤지만 그건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어느 정도의 질량을 가지고 있는 건지 쉴드마저 가볍게 찢어버리는 수리검.

그 모습을 보다 그물을 떠올린 이도영이 입을 열었다.

“티, 티타늄 그물을 펼쳐!”

“이런 샹! 어디다 펼쳐야 해!”

“어떻게든 대형 벌리고 펼쳐!!”

이도영이 내릴 수 있는 최선의 명령이었다.

다른 방법이 없다고 생각한 부대원들도 수리검을 맞아가며 진영을 펼치기 위해 넓게 산개했다.

“펼쳐!”

흩어진 부대원들을 서로 이으며 티타늄 포위망이 펼쳐졌다.

당장 걸리진 않아도 이걸로 수리검의 이동 경로는 제한할 수 있었다.

“침착해! 푸른 비늘을 무한히 사용할 순 없을 거다! 집중해라!”

이도영의 생각대로였는지 어느새 수리검의 포격도 멈춘 상태였다.

‘위인가? 아니면 아래?’

최대한 높이 올라간 이도영이 번갈아 가며 하늘과 바다를 둘러봤다.

속도가 워낙 빨랐던 터라 마지막으로 수리검이 향했던 위치를 보지 못했다.

“비행기에 연락해서 이 부근…!”

스캔을 부탁하려는 찰나.

저 멀리서 추락하는 비행기가 눈에 들어왔다.

혹시 몰라 구름 위쪽으로 엄폐시켜놨었는데 무기왕은 이도영과 부대원들의 발을 묶어놓고 비행기를 찾아내 부순 것이었다.

‘이런 젠장!!’

부대를 나눠 수색 대형을 명령하려는 순간.

철컥 소리와 함께 이도영의 머리 옆으로 총구가 겨눠졌다.

“!!!”

“네가 대장인가 보다. 말 많은 거 보니까.”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디서 나타난 건지 무기왕은 이도영의 어깨 위에 발을 디딘 채 리볼버를 겨누고 있었다.

“물어볼 거 있으니까 넌 잠깐 짜져 있어.”

말이 끝나기 무섭게 머리로 둔탁한 충격이 느껴지고.

부대를 이끌던 이도영이 정신을 잃음과 동시에 바다로 추락했다.

* * *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흐릿한 시야로 구름 가득한 하늘이 보였다.

‘뭐… 뭐냐.’

바다 위롤 떠다니던 이도영이 정면을 바라봤다.

추락하기 전까진 그래도 서른이 넘는 부대원이 하늘에 남아있었다.

“…!”

잠시 후 주변을 살핀 이도영이 입을 벌렸다.

하나도 빠짐없이 만신창이가 된 채 바다에 떨어져 있는 부대원들.

한쪽에선 추락한 비행선이 폭발을 일으키며 불타고 있었다.

“말도… 안돼.”

전멸이라니.

수없이 많은 전장을 헤쳐 온 이도영에겐 무척이나 낯선 단어였다.

“열 명이면 1급 헌터도 잡을 수 있는 전력일 텐데….”

“풉!”

“!?”

언제부터 있있던 걸까.

추락한 비행기 잔해 위에 선 무기왕이 웃음을 터뜨렸다.

“까고 있네. 너 같은 놈 백 명이 몰려가도 기스도 못 내고 뒤질걸.”

여기까지 말한 무기왕이 천천히 이도영에게 다가왔다.

“그건 그거고. 이제 한번 시작해볼까.”

무기왕의 입가로 소름 돋는 미소가 그려졌다.

“질의응답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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