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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왕이 헌터로 회귀했다-360화 (360/473)

360화. 이미 문은

“끄아아아아악!!”

이도영이 뒤틀린 팔을 붙잡은 채 울부짖었다.

보기만 해도 혀가 끌끌 차지는 상황이었다.

“아니 애가 학습 능력이 없네. 대답 안 할 때마다 꺾는데 왜 자꾸 한 번씩 고집을 부려?”

“이 개새끼야! 그냥 죽여! 악마 같은 새….”

철썩!

“어.”

더럽게 침을 튀기길래 뺨따구를 한 대 돌렸는데 너무 세게 친 듯했다.

소리 지르다 말고 그대로 축 늘어져 버리는 이도영.

바닷물을 몇 번 퍼 뿌리자 깨어난 이도영이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다시 이어 가볼까. 네가 기업 청풍 소속이란 거까지 말했어. 아까 누가 시킨 건지는 말 안 했고. 그런데 이건 안 물어볼게. 생각해보니까 별 영양가가 없는 질문이었어. 저런 비행기까지 띄우려면 제일 꼭대기가 시킨 거겠지. 안 그래?”

아무론 대답도 안 하는 이도영에게 손을 뻗었다.

움찔하며 몸을 뒤로 쭉 뺐지만 그러든가 말든가 뻗은 손으로 이도영의 목 뒤를 두드렸다.

“다음은 여기야.”

척추를 톡톡 건드리자 이도영이 하얗게 질린 얼굴로 입을 열었다.

“국가 소속 1급 헌터가 이래도 되는 거냐!”

“1급 헌터 죽이려고 타국 대통령 전용기까지 부순 새끼들이 말은 더럽게 많네.”

마음 같아선 바로 보내버리고 싶었지만 잠깐만 참기로 했다.

“그래서 날 공격한 이유가 뭐야? 딱 5초 줄게. 네가 두 발로 걸어 다닐지, 평생 누워 살지 결정되는 소중한 시간이니까 잘 생각해. 숫자 센다. 셋. 넷.”

“느, 늦추기 위해서다! 네가 한국에 돌아가는걸! 늦추기 위해서야!”

처음 같았으면 말할 거 같냐고 고집부렸을 텐데.

내가 한 말이 진심이란 걸 깨달은 건지 이도영이 허겁지겁 입을 열었다.

“늦추기 위함이라.”

말을 곱씹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세상엔 무슨 법칙이라도 존재하는 걸까.

어째 불길한 예측은 틀리는 법이 없었다.

“너네 일본에 있는 데몬 새끼들 소환하려는 거지? 한국으로. 일본에서 했던 것처럼.”

“…!!”

아까 대답하지 않았던 질문을 다시 하자 이도영의 눈깔이 커졌다.

제대로 짚은 모양이었다.

“그때완 비교가 안될 거다.”

“뭐?”

이도영이 비릿한 미소와 함께 말을 이었다.

“일본에서 나타났던 거대한 팔. 그 주인이 직접 온다. 본대와 함께. 나도 직접 본 적은 없지만 말도 안 되는 군세라고 하더군. S급 데몬도 심심치 않게 섞여 있고 말이야.”

나도 모르게 입술을 깨물었다.

만약 온다면 놈들일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일본과 비슷한 방식의 침투일 거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본체가 오는 것도 부족해 본대라니.

훗카이도 보다 심각한 걸 넘어 어떤 피해가 생길지 가늠조차 하기 힘들었다.

“우리가 끝이 아니다. 네놈이 제때 한국에 도착하는 일은 절대 없을 거다.”

웃음을 흘리는 이도영을 보다 몸을 돌렸다.

지난번 비광이 말했던 우상이란 기업부터 해서 데몬에게 붙은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다.

방금 당한 것처럼 몇 번의 습격이 더 올 수도 있었다.

[도윤 - 비전 수리검]

[유탈라스 - 1단계 의태]

쿨타임이 돈 비늘을 오른손으로 감았다.

습격이 계속될 걸 고려했을 때 아일랜드로부터 비행기나 배를 더 지원받는 건 옳지 않았다.

언제 준비될지 모르는 걸 마냥 기다릴 여유도 없었고 말이다.

“내가 아주 약간 고민하긴 했거든. 널 아일랜드에 넘길까 말까. 비행기도 물어내야 하니까. 그런데 넌 안 되겠다. 상황 파악 못 하고 처 웃기나 하고.”

“자, 잠깐! 대답하면 살려 준다고 했잖아!”

“그건 거짓말이었고.”

비늘 일부를 떼어내 이도영의 목을 감쌌다.

“사람 같지 않은 새끼.”

“잠….”

망설임 없이 마무리하고 최대 힘으로 수리검을 던졌다.

미리 비석을 알아챈 비광과 헌터청이 문이 열리지 않도록 제거하고 있겠지만, 불길했다.

만약이라도 문이 열린다면, 그래서 그 헤키리스란 놈의 본체가 직접 넘어온다면.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위험한 상황이 펼쳐질 수도 있었다.

부디 안 늦길.

도착했을 때 최악의 상황이 아니길 간절히 바라며.

날아간 수리검으로 몸을 이동시켰다.

* * *

“이쪽으로 오시지요.”

기업 우상의 본사.

1급 헌터 비광이 안내를 받아 엘리베이터로 올랐다.

“갑자기 방문하셔서 정말 놀랐습니다.”

“어디 맛집 식당도 아니고 예약 전화할 필요는 없으니까요.”

억지로 웃는 비서에 비광도 입가로 미소를 그려 보였다.

열심히 숨긴다고 웃고 있긴 했지만 비광은 분명히 봤었다.

처음 비광을 만난 순간 불안정하게 흔들렸던 비서의 눈동자를 말이다.

‘지금까진 순순히 안내하네.’

비광은 본사에 들어오기 무섭게 데스크로 향했었다.

회장을 만나러 왔다는 빠꾸 없는 이유와 함께였다.

“마침 회장님이 계셔서 다행이네요. 비광 님이 헛걸음하시지 않게 돼서요.”

사실 없었어도 비광이 헛걸음할 일은 없었다.

친절하게 질의응답 시간을 가진 다음에 털거나, 그냥 털거나의 차이였기 때문이다.

먼저 나서서 회장을 만나게 해주겠다는 우상에 일단은 따라나섰지만 말이다.

“도착했습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넓고 화려한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회장실 같진 않았다.

아마 특정한 행사 같은 걸 진행하는 다목적실 같았다.

‘더럽게 넓네. 축구 경기장인가.’

새삼스레 이 인간들 돈 참 많구나를 느끼며 둘러보고 있자.

경호원에 둘러싸인 우상의 회장 김철훈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이고 이게 누구십니까? 대한민국을 지키는 1급 헌터 비광 님 아니십니까!”

세상 호들갑 떨며 다가온 김철훈이 악수를 건넸다.

“악수하러 온 건 아니고.”

조용히 내민 손을 바라보고 있던 비광이 어깨를 으쓱였다.

“허허허! 역시 듣던 대로군요!”

김철훈이 머쓱한 웃음을 터뜨리며 손을 거두고.

비서를 포함한 경호원들의 얼굴이 무섭게 굳어갔다.

“자 그럼 바쁘신 비광 님이 여긴 왜 오신 건지 들어볼까요?”

“우상의 김철훈 회장. 혹시 데몬이랑 붙어먹었나?”

“…!”

단도직입적으로 묻자 김철훈의 눈이 커졌다.

아무리 비광이라 해도 한 기업의 회장에게 이런 질문을 할 거라곤 예상하지 못한 듯했다.

“비광 님. 말씀을 조심…!”

“아니야. 나랏일 하시느라 바쁘니까 그럴 수도 있지.”

주변 사람들을 진정시킨 김철훈이 능구렁이 같은 눈으로 비광을 바라봤다.

“터무니없는 질문입니다만. 갑자기 왜 그런 질문을 하시는지요?”

“설악산에 사람 보낸 적 있지?”

금시초문이란 얼굴로 김철훈이 비서를 바라보자.

비서도 그런 적이 없다며 고개를 저어댔다.

“그래? 캥기는 게 전혀 없다?”

“그럴 게 뭐가 있겠습니까? 그리고 캥기는 게 있으면 최대한 비광 님을 피하는 게 정상 아닐까요? 지금 전 도망가지 않고 비광 님 앞에 서 있지 않습니까!? 허허허!”

“캥기는 게 없는 인간이.”

미소를 머금은 비광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렇게 제대로 준비를 해놓고 기다리나? 날 혼자 올라오게 한 것도 그렇고.”

“…!!”

뒤에 선 경호원들이 마른침을 삼켰다.

비광은 엘리베이터 문이 열린 순간부터 알아채고 있었다.

경기장처럼 넓은 공간 곳곳에 수십의 병력이 숨어있는 것을 말이다.

뻔히 보이는 수작.

그래서 초면부터 반말을 건넨 것이었다.

애써 존댓말을 하기엔 너무 같잖다는 생각이 들었다.

“허허! 오해십니다. 오해! 전 매사에 안전을 추구할 뿐입니다. 어쨌든 저흰 설악산에 사람을 보낸 적이 없습니다. 무슨 사건을 맡고 계신지 몰라도 저희와는 전혀 연관이 없고요.”

고개를 젓는 김철훈에 비광이 들고 있던 핸드폰을 꺼냈다.

설악산에서 류희수가 죽인 신윤이란 여자의 핸드폰이었다.

“핸드폰으로 걸려온 전화의 마지막 발신지가 여기더라고. 그리고 이 여자가 당신들을 못 믿었던 모양이야.”

비광이 버튼을 누르자 녹음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낯익은 목소리지?”

김철훈의 비서가 신윤에게 직접 지시를 내리는 목소리였다.

“….”

잠자코 듣는가 싶던 김철훈이 입을 열었다.

“거참. 살려 보내 줄 때 적당히 돌아가지 않고.”

김철훈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대기 중이던 병력이 모습을 드러냈다.

제대로 중무장한 게 어디 전쟁터라도 나가는 듯한 차림새였다.

“헌터들은 머리가 나쁜 건가? 낌새가 이상한 걸 알아차렸으면 지원이라도 데리고 다시 오셨어야지.”

고개를 저으며 비광에게서 천천히 멀어지는 김철훈.

그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던 비광이 고개를 흔들었다.

“머리가 나쁜 건 너 같은데? 내가 혼자 온 이유가 뭐겠어?”

“뭐?”

비광이 천천히 손을 들어 올렸다.

대기업이라 자존감이 높은 건 알겠지만 제대로 무시당하고 말았다.

“너네 같은 떨거지는 나 혼자서도 충분히 처리할 수 있어서 온 거다. 그럼 잠깐만 기다려.”

비광의 주위로 수십 장의 화투패가 나타났다.

“금방 갈 테니까.”

* * *

시간이 오래 걸리진 않았다.

공간에 있던 모든 이들을 전투불능으로 만든 채 김철훈 앞에 선 비광.

전세가 역전되자 겁에 질린 김철훈은 비광에게 꾸미고 있던 모든 걸 술술 말하는 중이었다.

“비석 위치는?”

“내, 내가 알고 있는 건…!”

비광이 김철훈 앞으로 핸드폰을 가져다 댔다.

너머에선 강태황이 있는 작전실이 둘의 대화를 듣고 있었다.

# 비석은 근처 인원들을 시켜서 처리 중이야. 이제 곧 인원들 올라갈 테니까 헌터청으로 돌아와.

“알겠습니다. 그런데 이 새끼 죽이고 가면 안 되나요? 너무 괘씸한데.”

# 죽이려면 물어보지 말고 죽였어야지.

“쩝.”

어깨를 으쓱인 비광이 몸을 일으켰다.

데몬보다 더 한 새낀데 그냥 두고 가는 게 찜찜했다.

“… 늦었어.”

“뭐?”

나가려던 비광이 김철훈을 바라봤다.

김철훈은 약간 정신이 나간 얼굴로 시계를 보며 중얼거리고 있었다.

“늦었다고. 이미 문은 열리고 있다.”

“…!”

늦었다고 말한 김철훈의 입가로 소름 끼치는 미소가 그려졌다.

“우리의 승리다!!!”

* * *

일본 도쿄에 위치한 관제실.

삐이이이이익----!

관제실로 무서운 경고음이 울려 퍼지자 인원들이 분주해졌다.

저마다 자리로 가 바쁘게 무언가를 찾기 시작한 인원들.

잠시 후 문이 열리며 장관 료코가 모습을 드러냈다.

“어디에요?!”

훗카이도가 날아갈 뻔한 이후.

일본에선 당시 문이 열리며 발생했던 에너지와 자기장을 조사했었다.

다시 재발했을 때보다 먼저 알아차릴 수 있도록 말이다.

“아직 확실치 않습니다! 에너지가 약합니다!”

뒤에 선 료코가 초조한 얼굴로 결과를 기다렸다.

‘이렇게 빨리…!’

녀석들이 백운에게 패배하고 많은 시간이 흐른 것도 아니었다.

조금 더 준비할 시간이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큰 오산이었다.

“총리님 연결해주세요. 그리고 국방부도….”

“자, 장관님. 일본이 아닙니다.”

“네?”

뜻밖의 료코가 되묻자.

“문이 열리고 있는 곳은….”

고개를 돌린 인원이 모니터로 화면을 띄웠다.

“한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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