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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왕이 헌터로 회귀했다-364화 (364/473)

364화. 제일 강한

“아직도 여유가 넘쳐?”

미소를 그린 류희수가 정면을 응시했다.

왼팔이 사라진 채 피를 흘리고 있는 폰.

폰은 흐르는 피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어떻게 한 거냐.”

아까까지만 해도 자신의 능력까지 설명해주던 폰이었지만.

지금은 되려 류희수에게 질문을 건네고 있었다.

팔까지 날아갔음에도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지 납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넌 친절하게 설명해줬었는데 미안하네. 난 시간이 없어서.”

류희수의 몸으로 아까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염력이 솟구쳤다.

적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큰 힘을 때려 박는 것.

거울처럼 계속해서 공격을 튕겨내는 폰에 류희수가 선택한 방법이었다.

시간이 없어 모 아니면 도라는 생각으로 내린 결단이지만 어쨌든 먹혀들었고 말이다.

“나중엔 어디 가서 설명하거나 그러지 마.”

류희수가 위에서 아래로 손을 휘두르자 거대한 염력이 폰을 찍어눌렀다.

“크으으…!”

어떻게든 튕겨 내려 하지만 점점 아래로 밀리는 폰.

그런 폰을 보며 류희수가 입가로 미소를 그렸다.

“재수 없으니까.”

콰직!

몸이 짓눌리는 소리와 함께 약간의 고요함이 찾아왔다.

한숨을 내쉰 류희수가 몸을 내려다봤다.

아무렇지 않은 척 말하긴 했지만 타격이 전혀 없는 건 아니었다.

폰은 염력을 온전히 다 받아치진 못했으나 특정 수준은 꾸준히 되돌려 보냈었기 때문이다.

‘저딴 놈한테 이 정도까지 고생할 줄은.’

염력을 무한대로 쓸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아직 바닥날 때까자 싸웠던 적은 없으나 어찌 됐든 한계점이 존재했기에.

이 난리통이 끝나기 전에 먼저 나가떨어지는 건 아닐까 처음으로 걱정되고 있었다.

‘일단 막아보자.’

류희수가 소용돌이 쪽으로 몸을 돌리며 손을 뻗었다.

조금 전 싸운 녀석을 포함해 이미 몇 마리가 튀어나오긴 했지만 아직 완전히 열린 건 아니었다.

‘부디 통하길.’

손에서 흘러나간 염력이 소용돌이 문으로 향했다.

비석에서 뿜어지는 힘이 어떤 류의 힘인지 알 수 없는 만큼 염력이 간섭하지 못할 수도 있었다.

류희수가 눈을 감고 염력에 신경을 집중했다.

염력에 닿은 소용돌이의 힘을 느끼기 위해서였다.

‘됐다.’

예상했던 대로 몹시 이질적인 에너지였다.

하지만 염력의 간섭이 가능한 힘이었기에.

류희수가 두 팔을 벌려 안쪽으로 짓눌렀다.

동시에 류희수의 동작을 따라 바깥쪽에서 안쪽으로 소용돌이를 짓누르는 염력.

계속해서 팽창하던 소용돌이가 주춤하는가 싶더니 약간이지만 규모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후우…!”

최대한 호흡을 안정시키며 류희수가 땅으로 발을 디뎠다.

공중에 떠 있을 힘까지 비축해야 저 문과 힘겨루기가 가능할 것 같았다.

“키히이이익!”

“크르르르….”

문에 힘을 쏟기 시작한 지 채 1분도 안 된 시점.

하늘 쪽에서 날갯짓하던 데몬들이 류희수 쪽으로 몸을 틀었다.

마치 데몬 쪽에서도 류희수를 인지한 듯한 움직임이었다.

‘문을 지켜야 한다는 본능인가. 아니면 지휘 체계라도 있는 건가.’

다가오는 데몬들을 보며 류희수가 혀를 찼다.

저놈들이 온다고 해서 손 놓고 당할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좋지 않았다.

온 힘을 문에 쏟아부어야만 간신히 억제가 가능한 수준.

방해하러 오는 녀석에게 분산되는 힘만큼 문이 열리는 걸 허용해야 했다.

‘지원도 못 부르고.’

어느 순간부터 인이어에선 지직거리는 소리만 들려오고 있었다.

폰과의 전투에서 망가진 모양이었다.

“키히히히!!!”

‘어쩔 수 없나.’

지척까지 다가온 데몬에 류희수가 손을 뻗으려는 순간.

“딱 봐도 바빠 보이잖아.”

등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평소엔 너무 시끄러워 귀마개를 끼고 있지만, 지금만큼은 반가운 목소리가 아닐 수 없었다.

“귀찮게 굴지 말라고.”

류희수의 눈앞으로 두 장의 화투패가 만들어지는가 싶더니.

그곳에서 튀어나온 공격이 다가오던 데몬들을 휩쓸었다.

볼 때마다 대체 무슨 능력을 개방한 건지 감이 안 오는 힘이었다.

“도와주러 온 건 아니고 그냥 지나가다 온 거야.”

여전히 눈부신 은갈치 정장 차림의 비광이 류희수 앞을 막아섰다.

오는 길이 순탄치만은 않았는지 은색 정장은 엉망이 돼 있었다.

“옷은 싸울 때도 절대 안 갈아입네. 잘 때도 그거 입는 건 아니지?”

“왜 갈아입어. 내 전투복인데. 이게 바로 항시 전투를 준비하는 훌륭한 마음가짐이니까 잘 새겨둬라. 그나저나.”

실없는 소리를 주고받던 비광이 주변을 둘러봤다.

“내가 여기 온 게 잘한 짓인지 모르겠네.”

비광의 입가로 난처한 미소가 그려졌다.

방금까진 그냥 널린 데몬이 많았었다면.

지금은 그 많은 데몬이 이곳을 향해 몽땅 몰려들고 있었다.

“어쨌든 내가 쓰러질 때까지는 문에 집중하라고.”

비광의 등 뒤로 화투패들이 늘어섰다.

“최대한 막아볼 테니.”

두 장의 패를 뽑으며 비광이 하늘의 소용돌이를 바라봤다.

가진 종교는 없지만 지금은 마음속으로 기도할 수밖에 없었다.

‘부디 엄한 놈만 튀어나오지 마라.’

* * *

“으… 으….!”

얼굴이 하얗게 질린 3급 헌터 김서웅이 천천히 뒷걸음질을 쳤다.

데몬의 수가 많긴 했지만 방금까진 부대원들과 어찌어찌 막아내고 있었다.

조금이지만 아군이 밀어붙이는 형세가 나오기도 했고 말이다.

“벌레 같구나.”

물론 이 모든 건 눈앞의 데몬이 나타나기 전까지의 이야기였다.

눈대중으로 봐도 5미터가 넘을 듯한 큰 키와 좌우로 벌어진 엄청난 근육질의 데몬.

데몬은 한쪽 어깨에 거대한 원형 철기둥을 들고 있었다.

그걸 야구방망이 다루듯 가볍게 휘두르며 헌터들을 도륙하는 중이었고 말이다.

“겁에 질린 건가? 조금 전까진 희망 가득한 얼굴이지 않았나?”

쿵쿵거리는 발소리와 함께 데몬 드랙이 김서웅 앞으로 걸어왔다.

“오, 오지 마!!”

김서웅이 능력을 일으켜 날카로운 침을 쏘아냈지만 강철에 가까운 드랙의 근육은 공격의 침투를 허락하지 않았다.

허무하게 튕겨 나가며 무력화된 공격.

다시 한번 격차를 느낀 김서웅의 몸이 무섭게 떨리기 시작했다.

‘누가 좀…!’

3급이 되기까지 위험했던 전투가 없었던 건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처럼 죽음을 눈앞에 둔 경험은 없었다.

덕분에 몸은 처음 느껴보는 공포에 움직임을 완전히 멈춰버린 상태였다.

“널 살려줄 이는 없다. 누가 오든 내겐 한 마리의 벌….”

“!!!”

김서웅을 향한 드랙의 말은 끝맺어지지 못했다.

갑자기 얼굴이 뭉개지는가 싶더니 그대로 날아가 버렸기 때문이다.

“괜찮나?”

삐그덕거리며 고개를 돌린 김서웅이 다시 한번 입을 벌렸다.

그곳엔 헌터라면 절대 모를 수 없는 사람이 서 있었다.

헌터란 개념이 존재하지 않던 시절 아무런 보상이 없음에도 데몬으로부터 사람들을 지킨 1세대 헌터.

그중에서도 1세대를 대표하는 사람이자 전설로 불리는 최강의 남자 강태황이 김서웅의 눈앞에 있었다.

“자, 장관님!”

근육이 다 풀려가던 김서웅이 벌떡 몸을 일으켰다.

“장관님이다!”

“장관님이 오셨어!”

“됐어! 다시 싸울 수 있다!”

절망에 빠져 다음 차례를 기다리고 있던 헌터들의 얼굴로 화색이 돌았다.

강태황은 등장한 것만으로 사람들을 절망에서 끄집어낸 건 물론 다시금 전의까지 불태우게 하고 있었다.

“일단 물러나서 다른 부대에 합류하도록. 여긴 내가 맡을 테니.”

“저희도 같이…!”

“아니야.”

고개를 든 강태황이 드랙이 날아간 위치를 응시했다.

먼지구름이 일어 보이진 않았으나 알 수 있었다.

적이 끝나긴커녕 아주 멀쩡할 거란 사실을 말이다.

‘몸이 강철이라도 되는 건가.’

방금 주먹으로 느껴졌던 감각을 떠올렸다.

분명히 제대로 한 방 먹였지만 그뿐이었다.

드랙에게 있어선 큰 타격이 아닐 터였다.

“이거 놀랍군.”

아니나 다를까 먼지구름 속에서 드랙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까 김서웅에게 말을 건넬 때와는 달리 몹시 흥미롭다는 목소리였다.

“방금 뭐로 때린 거지? 신기한 감각이었는데.”

떨어졌던 철기둥을 주운 드랙이 먼지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얼굴에 약간의 타격흔이 있으나 대미지는 입지 않은 듯했다.

“이걸로 쳤네만.”

강태황이 오른쪽 주먹을 올려 보여주자 드랙이 고개를 내저었다.

“아니. 그런 감각이 아니었는데.”

“맞아.”

팔을 뒤로 젖힌 강태황이 빠르게 주먹을 내뻗었다.

다시 한번 커다란 굉음과 함께 날아가 꽂히는 드랙.

벽에 처박힌 채 잠시 멈춰있던 드랙이 입을 열었다.

“거대한 기운을 두르고 있구나.”

벽에 박힌 채로 드랙이 강태황의 몸 주위를 살폈다.

진한 기운의 일렁임이 강태황의 몸보다 몇 배는 거대한 형체를 이루고 있었다.

워낙 투명해 눈으로 자세한 형태를 가늠할 순 없었지만 말이다.

“데몬치곤 예리하군.”

강태황이 다시 한번 주먹을 들어 올렸다.

몸 뒤론 투기로 이루어진 거대한 거인이 만들어져 있었다.

옆에 있는 작은 빌딩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크기와 두께였다.

“얼른 끝내도록 하지. 가봐야 하는 곳이 있어서 말이야.”

강태황이 문 아래서 싸우고 있는 비광과 류희수를 떠올렸다.

들어오는 보고에 의하면 서울에 있는 대다수의 데몬이 그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비광 덕에 지금은 어떻게든 버티고 있지만 S급 데몬이라도 나타나는 순간 전세는 한 번에 기울지도 몰랐다.

“강한 건 맞지만.”

“…!”

주먹을 휘두르려는 강태황의 눈앞으로 기둥을 치켜든 드랙이 나타났다.

“오만하군.”

다른 손을 올리며 드랙의 기둥을 막아낸 강태황.

투기로 막은 것임에도 강태황이 몸이 뒤로 쭉 밀려났다.

‘무슨 힘이….’

미간을 찌푸린 강태황이 드랙을 살폈다.

드랙이 들고 있는 철기둥의 무게는 최소 10톤 이상이었다.

막은 곳에서 느껴지는 엄청난 묵직함.

거기다 단순히 힘만 센 게 아니었다.

조금 전 찰나의 순간이지만 드랙이 시야에서 사라졌었다.

그만큼 말도 안 되게 빠르다는 것이었다.

“오랜만이군. 내 공격을 맞고도 뭉개지지 않은 적은.”

즐겁다는 듯 말을 건넨 드랙이 다시 도약해왔다.

쉴 새 없이 철기둥을 휘두르는 드랙.

강태황이 철기둥을 쳐내며 발을 빠르게 뻗어냈다.

쩌엉!!

아까처럼 날아가 박히진 않았다.

철기둥으로 투기를 막아내며 뒤로 밀리는 것으로 끝낸 드랙.

그런 드랙에 강태황이 혀를 내둘렀다.

‘대단하군. 투기의 거리에 벌써 적응한 건가.’

데몬이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보통이라면 눈으론 보이지 않는 공격에 당황하기 마련인데 드랙은 그러긴커녕 바로 적응한 것도 모자라 최적의 타이밍에 반응까지 하고 있었다.

“이곳에선 네가 제일 강하겠지? 그만큼 당황스러울 거다. 단번에 무너지지 않는 내가 말이야.”

무언가를 준비하려는 듯 드랙이 자세를 낮췄다.

“억울해할 필요는 없다. 방금까지 있던 곳에선 나 역시.”

드랙의 몸 주변으로 거대한 에너지가 형성되었다.

“딱 한 명을 제외하곤.”

퍼엉!!

곧이어 공기를 찢는 파열음과 함께 드랙의 몸이 쏘아졌다.

“제일 세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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