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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왕이 헌터로 회귀했다-367화 (367/473)

367화. 이행

쾅! 쾅! 쾅! 쾅!

물러나는 헤키리스를 쫓으며 쉴 새 없이 검을 휘둘렀다.

헤키리스도 악귀참도의 위험성을 깨달은 건지 날 공격하기보단 방어에 치중하는 모습이었다.

변형도 가능한 건가.

어느 순간부터 헤키리스의 오른팔은 거대한 검으로 변해있었다.

처음과 달리 힘을 집중한 건지 왼팔처럼 쉽게 썰려나가지도 않았다.

입이나 팔에서 쏘아내는 에너지부터 신체 변형까지.

녀석이 다양한 능력을 가졌다는 건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언제까지 도망만 다니려고?”

검을 내려찍으며 입을 열었다.

헤키리스는 단순히 물러나고만 있는 게 아니었다.

틈이 날 때마다 문에서 나온 데몬들을 불러들여 날 상대하게 하고 있었다.

“크큽!!”

필사적으로 도망치면서도 몸 곳곳에 상처가 쌓여 가고 있는 헤키리스.

누가 봐도 안 좋은 상황인데 웃음이라니 실성이라도 한 건가 싶었다.

“네놈. 그 검으로 다른 녀석들은 벨 수 없는 게로구나.”

“이제 알았어?”

검에 힘을 주며 헤키리스를 쭉 밀어냈다.

몇 번 부하들을 던지며 알아차린 모양이었다.

만약 벨 수 있다면 쉽게 죽일 녀석들도 내가 칼데아로 쳐내거나 피하며 나아가고 있다는 걸 말이다.

“헤키리스 님!”

“이제 막 나왔습니다!”

순식간에 날아든 놈의 부하들이 나와 헤키리스의 사이를 메꾸었다.

말까지 가능한 걸로 보아 낮은 등급의 녀석들은 아닌 듯 했다.

거슬리네 진짜.

한숨을 내쉬며 놈들을 응시했다.

솔직히 말해 헤키리스보다 이놈들이 더 문제였다.

지금 꺼낸 무기는 칼데아와 악귀참도.

시간이 흐를수록 칼데아로 단번에 죽일 수 없는 녀석들이 등장하고 있었다.

눈앞의 녀석들도 마찬가지였고 말이다.

“그 날개만으로 언제까지 버틸 생각이지? 이젠 내게 붙는 것조차 힘들 텐데.”

“부하 앞세우는 새끼가 말은 참 많네.”

연기를 터뜨리며 앞으로 쏘아져 나가려는 순간.

땅에서 뻗어 나온 수백 개의 손이 내 발목을 붙잡았다.

방금 도착한 녀석의 손에서 빛이 나는 걸로 보아 능력 중 하나인 듯 했다.

“그리고 네 녀석의 세상은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안 그래도 네놈들은 열세였다. 우리는 점점 더 강해지는 중이지. 이쯤이면 인정해야 하지 않겠는가? 네놈들의 패배를!!”

발목이 붙잡혀 있어 방심한 걸까.

뒤로 물러나던 헤키리스가 대검을 치켜들고 앞으로 튀어나왔다.

멈춰있는 상태라면 벨 수 있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헤키리스가 어느 정도 가까이 온 순간.

연기로 놈들의 손아귀를 뿌리치고 앞으로 몸을 날려 검을 뻗었다.

“벨 수 있겠느냐!!”

왜 앞으로 튀어나오나 싶었는데.

악귀참도 쪽으로 다른 데몬의 몸통이 날아들었다.

“죽어라!”

다른 데몬으로 악귀참도를 막아내고 대검을 내리찍는 헤키리스.

순간 연기를 반대로 터뜨려 대검의 범위를 벗어났다.

“네놈도 이제 한 발자국 도망쳤구나.”

헤키리스가 여유로운 얼굴로 몸을 빳빳이 세웠다.

그리고 그런 헤키리스의 등 뒤로 모이는 엄청난 수의 데몬 부대.

하늘에서 열린 문으로 데몬이 끝도 없이 공급되고 있었다.

“이 싸움의 끝은 정해져 있다. 시간은 내 편이란 말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나는 더욱더 강해질 거고! 네놈들은 점점 더 약해질 거다! 이 간단한 이치를 모르겠느냐!”

나도 알아 이 새끼야.

나라고 모를 리가 없었다.

정신없이 날아오긴 했지만 오면서 본 게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고군분투하며 얼추 균형을 맞추고 있지만, 끝도 없이 늘어가는 데몬에 결국 밀리기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강태황이나 강자들이 있는 지역은 어찌어찌 버텨낸다 하더라도 다른 곳부터 밀리며 결국 이곳으로 데몬이 쌓여 갈 테니까.

일단 최대한 많은 데몬을 나한테 묶어둔다.

헤키리스가 지금처럼 싸우는 이상 곧바로 놈을 썰어버리기 힘들다는 건 잘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계속 달려들어야 했다.

그래야만 악귀참도를 무서워하는 헤키리스가 위험을 느끼고 지금처럼 데몬들을 불러들일 테니까.

이렇게라도 해서 데몬의 시선을 돌리고 시간을 끌어야 했다.

콰아아아…!

다시 한번 연기를 모으며 헤키리스를 노려보았다.

정말 방법이 없다면 무리해서라도 다른 무기로 데몬들을 쓸어버리고 악귀참도의 쿨타임을 기다렸다 다시 헤키리스를 상대하는 방법도 있었다.

하지만 이곳에서 싸우고 있는 건 나 혼자가 아니었다.

악귀참도가 없는 사이 헤키리스는 그야말로 무적의 존재였기에.

억제할 수단이 사라지는 순간 녀석이 무슨 짓을 벌일지 미지수였고 이건 이미 힘든 한국에 너무 큰 변수이기도 했다.

지금은 이걸로 충분하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가늠하며 자세를 낮췄다.

“포기란 걸 모르는 놈이구나!! 패배하여 죽는 운명을 받아들여라!”

이미 승리를 확신한 건지 거칠게 광소하는 헤키리스.

“운명이라…. 한 번 지켜보자고.”

그런 헤키리스에게 말을 건네고 연기를 터뜨려 다시 데몬 사이로 몸을 밀어 넣었다.

“시간이 누구 편인지.”

* * *

서울 한복판의 빌딩 위.

문을 연 포이카가 조용히 헤키리스와 백운의 싸움을 지켜봤다.

‘엄청나군.’

전투를 보며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홋카이도에서 헤키리스의 팔이 잘린 건 이쪽이 방심해서가 아니었다.

그냥 무기왕 백운이란 존재 자체가 말도 안 되게 강력했다.

‘어떻게 인간 중에 저런 자가….’

말도 안 되는 속도로 등장해 헤키리스의 팔을 다시 한번 날려버린 백운.

그 순간 포이카는 경악을 금치 못했었다.

머릿속으로 설마라는 생각이 스친 건 물론이었다.

공격 당하지 않는 무결성을 제외하고도 막강한 힘을 가진 헤키리스임에도.

백운은 그런 헤키리스를 날개를 이용한 말도 안 되는 움직임과 뛰어난 검술 하나만으로 압도해버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끝이다.’

흘러가는 상황을 봤을 때 전세가 뒤집힐 가능성은 제로에 가까웠다.

어째선지 다른 데몬들은 베지 못하는 백운의 검.

저 검으로 인해 백운은 가로막는 데몬을 어쩌지 못하는 중이었고 그만큼 헤키리스에 닿는 빈도가 줄어들고 있었다.

변수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었다.

‘다행이다. 지금 만나서.’

포이카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연창환에게 들은 걸로 미루어보건대 백운에겐 아직 더 많은 무기가 남아있었다.

그럼에도 꺼내지 않는 건 필시 주변의 이들을 위해 헤키리스를 잡아두기 위함일 터.

만약 이런 상황이 아니라 백운이 아무것도 신경쓰지 않고 혼자 싸우는 전장이었다면 오히려 상황이 위험해졌을 가능성이 있었다.

“하하…. 무기왕도 헤키리스 님 앞에선 어쩔 수 없군요!”

옆에서 연창환의 기쁜 목소리가 들려왔다.

포이카와 마찬가지로 헤키리스의 팔이 날아갔을 땐 소스라치게 놀라더니 지금은 눈까지 크게 뜬 채 기쁨을 숨기지 못하고 있었다.

‘이건 이거대로 대단한 인간이군.’

헤키리스가 승리하면 그 땅을 가지기로 되어 있었으나 그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이 죽을 터였다.

연창환은 그런 것 따윈 아무래도 좋다는 입장이었고 말이다.

데몬인 포이카가 봐도 악질인 인간이었다.

“처참하게 죽어라 무기왕! 그 시체 위에 침을 뱉어 줄 테니!”

“… 여기에 있어라. 난 다른 곳을 둘러볼 테니.”

광기 어린 연창환을 둔 채 포이카가 몸을 돌렸다.

이곳에서 생겨날 변수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기에 다른 곳으로 가 힘을 보탤 생각이었다.

“문을…!!!”

개문을 위해 손을 올리던 포이카가 그대로 움직임을 멈추었다.

“포이카 님?”

연창환이 갑자기 정지되어버린 포이카를 응시했다.

방금까지 여유 넘치던 포이카인데 지금은 어째선지 얼굴이 잔뜩 굳어 있었다.

사람의 얼굴로 표현하자면 안색이 몹시 창백했다.

‘뭐, 뭐냐…! 이 기운은.’

문을 여는 자만이 감지할 수 있는 기운.

처음엔 착각인가 싶었지만 확실했다.

지금 이곳에서 포이카가 아닌 누군가가 문을 열고 있었다.

‘이럴수가….’

포이카가 기운의 출처를 찾기 위해 주변을 둘러봤다.

그러다 무언가를 깨닫곤 멈춰버리는 포이카.

안 그래도 커졌던 포이카의 눈이 튀어나올 것처럼 확장되었다.

굳이 기운의 출처를 찾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없었다.

‘대체 누, 누가 이런 문을 열 수 있단 말이냐…!’

공포에 질린 포이카가 하늘로 고개를 들었다.

문의 범위는 최소로 쳐도 시야가 닿는 모든 곳이었다.

수십 개의 비석을 세워 서울 일부분에 연 자신의 문 따위와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지금 열리는 문의 크기는 가늠이 불가능할 정도로 거대했다.

“위험하다.”

“예?”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포이카에 연창환이 되물었지만.

지금 포이카에겐 그 어떠한 말도 들리지 않고 있었다.

“무언가….”

몸으로 밀려드는 경이로움에 다리가 풀린 포이카가 무릎을 꿇었다.

“온다.”

* * *

“이야 이런 거머리 같은 새끼들.”

나도 모르게 헛웃음이 나왔다.

어떻게든 헤키리스에게 가지 못하게 하려고 데몬들이 사방에서 들러붙고 있었다.

당장 칼데아의 연기에 붙잡혀 있는 놈들만 해도 수백이 넘어갔다.

헤키리스의 뒤로 모이고 있는 숫자는 그보다 더 많았고 말이다.

“이제야 좀 절망이 느껴지는가?”

헤키리스는 부하가 모일수록 주둥이 힘이 늘어나는 모양이었다.

나와 자신의 거리가 멀어질수록 헤키리스는 더 많은 걸 말하고 있었다.

그중엔 싸움의 마지막에 날 어떻게 죽일 건지도 포함되었다.

“현재 이 거리가 너와 나의 격차다. 네가 아무리 발버둥쳐도 평생 닿지 못할 거리지.”

겹겹이 쌓이는 데몬을 쳐다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헤키리스의 말대로 당장 달려든다고 이놈들을 날개만으론 다 뿌리칠 수도 없으니 조금 기다릴 생각이었다.

마침 시간도 다 된 듯 했고 말이다.

“넌 참 뭐가 없다. 팔 두 번이나 날아가 놓고 멀리서 그런 말이나 하고 앉았고.”

“건방진 소릴! 팔 따위 날아가는 건 아무렇지도 않다. 결국 내가 네놈 시체를 밟고 설 거란 게 중요하지!”

“너도 밟고 설 생각이었어? 나도 팔다리 다 날아가고 자빠져 있는 네놈 얼굴 자근자근 하루 종일 짓밟아 줄 생각이었는데.”

“그 입 닥….”

“아 그리고 하나 더. 내가 너 화나게 하려는 건 아닌데. 너 진짜 더럽게 약하다.”

“뭐?”

“그 공격이 닿지 않는 힘 아니면 능력만 다양하지 더럽게 약하다고.”

빈말로 한 소리가 아니었다.

지금까지 하도 편한 전투만을 해와서일까.

헤키리스는 타고난 능력을 제외하면 기껏해야 B급 수준이었다.

“끼어드는 네 부하들 없으면 네놈 팔다리 다 날리는데 5분이면 충분해.”

“헛소리를!! 불가능한 상황까지 가정하는 걸 보니 힘이 다 한 게로구나!”

“아 내가 말을 좀 잘못했네. 가정이 아니라 이제부터 내가 뭘 할지 알려 준 거였어.”

스아아아아…!

손목에서 때가 됐음을 알리는 이글거림이 느껴졌다.

“하아아아!”

긴 한숨을 내뱉었다.

생각보다 오랜 기다림이었다.

“내가 방금 말한 5분 잘 기억해. 이제부터 보여줄 테니까.”

“…!!”

손을 들어 올려 손등이 헤키리스를 향하게 하고.

문양 너머에 기다리고 있을 이에게 나지막이 말을 건넸다.

“망자의 왕이여.”

“무슨…! 죽여라!!”

본능적으로 무언가를 느껴서일까.

급하게 달려드는 헤키리스와 데몬들을 바라보며.

희미한 미소와 함께 입을 열었다.

“맹약을 이행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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