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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왕이 헌터로 회귀했다-425화 (425/473)

425화. 관 속으로

인도의 7급 헌터 아시나.

아시나가 안간힘을 써 간신히 벽으로 몸을 기대었다.

정면을 바라보고 있는 아시나의 입은 크게 벌려져 있었다.

아까 관통당한 배가 쓰리긴 했지만, 그것 때문은 아니었다.

- 띠링.

식당에서 밥을 먹던 중 본부에서 날아든 문자 한 통.

익명 신고자의 위치를 찾았다는 문자였고, 곧장 그곳으로 갔었다.

- 들어오시죠.

아이를 봐야겠다는 세 사람을 집으로 들였던 사라의 부모.

문이 닫히자마자 사라의 부모는 본색을 드러냈고,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순식간에 당한 뒤였다.

말도 안 되는 강함이었다.

무슨 능력을 개방한 건지 그림자를 넘나들며 공격을 퍼부어 댔고 속수무책으로 당해버렸었다.

적어도 5급, 아니 4급은 와야 제압이 가능할 거라 생각되는 적이었다.

‘어떻게…?’

그랬던 적이 지금은 눈앞에서 박살 난 신체 부위를 덜렁거리고 있었다.

“부부끼리 아주 쌍쌍바네 그냥.”

남편의 비명이 들리자마자 다른 곳에 있던 아내가 그림자에서 튀어나왔었다.

아시나는 눈으로는 감히 좇지도 못할 정도의 스피드.

그런 스피드로 뒤에서 쏘아지는 칼을 백운은 아무렇지도 않게 잡은 뒤, 방금 남자에게 했던 것처럼 비틀어버렸었다.

“끄…끄윽…!”

뼈가 박살 난 만큼 엄청나게 고통스러울 테지만 두 사람은 비명을 지르지 못했다.

그럴 틈도 없이 백운이 양손으로 둘의 목을 움켜쥐었기 때문이다.

세 사람이 제대로 된 반격조차 못 했던 적을 압도적인 강함으로 찍어누르고 있는 백운.

아시나 입장에선 대체 얼마나 강해야 저런 게 가능한 건지 가늠조차 되지 않고 있었다.

“지금 무슨 일이…?”

간신히 정신을 차린 릭신과 라샤드가 멍한 얼굴로 정면을 응시했다.

지금 보고 있는 장면이 꿈인지 아닌지 구분이 안 되는 표정이었다.

“자 그럼.”

잠시 이어지던 침묵을 깨고 백운이 입을 열었다.

“이제부터 바로바로 대답해라. 뒤지기 싫으면.”

* * *

“너네 어떻게 한 거냐?”

손에서 힘을 빼며 사라의 부모를 응시했다.

남편 쪽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아내가 튀어나올 땐 솔직히 좀 놀랐었다.

무슨 쌍둥이라도 되는 것처럼 완벽히 같은 능력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비슷한 계열의 개방 능력은 많더라도 이렇게 똑같은 경우는 처음이었다.

“입 닥….”

콰앙!

대답할 생각이 없어 보이는 남편을 바닥으로 내리꽂았다.

그대로 얼굴이 처박히며 몸을 축 늘어뜨리는 남자.

그제야 남자의 발아래가 눈에 들어왔다.

어떻게 한 건지 모르겠지만 두 발이 그림자처럼 물들어 있었다.

얼레.

아내 쪽도 마찬가지였다.

마치 그림자와 하나로 이어진 것처럼 발이 흐물거리는 중이었다.

“신의 은총이다! 신께서 우리의 쓰잘데기 없는 능력을 강력하게 바꿔주셨다!”

여자가 악을 쓰며 소리 질렀다.

침까지 튀겨가며 거칠게 소리 지르는 걸 보니 진심인 것 같았다.

“너네 설마 비샤카 신도들이냐?”

“어딜 감히 신의 이름을 그 더러운 입에…!”

콰앙!

여자를 남편 옆으로 나란히 처박아주었다.

말하는 꼬라지를 보니 약이라도 한 사발 한 것처럼 맛탱이가 가 있었다.

영양가 있는 답변은 들을 수 없을 듯했다.

신의 은총이라.

더럽게 수상한 망토 무리와 정체불명의 힘까지.

처음 보는 케이스긴 해도 낯설진 않았다.

데몬을 숭배하며 살살 기던 놈들을 전에도 많이 봤었기 때문이다.

“일단 올라갈까요?”

어느새 깨어있는 세 사람.

왠지 모르겠지만 세 사람은 아까보다 더 놀란 얼굴로 날 쳐다보고 있었다.

그러든가 말든가.

“부축해드릴게요.”

일단 치료를 위해 세 사람을 부축해 계단을 올랐다.

다른 적은 없는 건지 집은 고요했다.

애는 어디에 있지.

소파에 부축해 온 세 사람을 앉혔다.

“가, 감사합니다! 백운 님. 저희가 가지고 다니는 응급치료 키트가 있어요. 이제 저희가 할게요.”

아시나가 가방에서 상자를 꺼내 필요한 도구를 챙겼다.

“그럼 전 애 좀 찾아보고 올게요.”

천천히 저택을 둘러보았다.

방은 몇 개 있었지만, 사라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잠이라도 든 건지 이렇다 할 기척도 안 느껴졌고 말이다.

저택을 구석구석 살피다 묘한 소리에 몸을 돌렸다.

아주 작지만, 쿵쿵 무언가를 두드리는 소리였다.

벽 너머인가.

소리는 아래에서 들리고 있었다.

[도윤 - 비전 수리검]

대충 방향을 잡고 바닥으로 냅다 수리검을 날렸다.

어딘가 입구가 있겠지만 찾으려면 한세월일 것 같아서였다.

바닥 몇 겹을 뚫어내자 눈앞으로 거실보다 약간 작은 지하 공당이 나왔다.

묘한 문양이 가득 적힌 공당의 중앙, 그곳에 놓인 커다란 관이 눈에 들어왔다.

쿵쿵거리는 소리는 관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이거 안 될 새끼들이네.”

혀를 내두르며 관으로 가 문짝을 뜯어냈다.

“!!!”

관 안에는 눈물범벅이 된 사라가 누워있었다.

한참이나 관을 두드린 건지 두 손은 빨갛게 부어있었다.

인간은 대체 어디까지 추락할 수 있나 의문이 드는 순간이었다.

깜짝 놀란 사라의 몸을 들어 바닥으로 옮겨주었다.

“어, 얼른 나가야 해요! 이곳에 있으면 아빠랑 엄마가…!”

“내가 벽에 넣어놨어. 걱정 안 해도 돼.”

“네…?”

최대한 순화해서 말한 건데 이해가 잘 안 되는 모양이었다.

그렇다고 자세히 말해주는 것도 아이의 정성에 좋지 않을 것 같았기에.

“어쨌든 슈퍼 안전하다고.”

대충 엄지를 세워 얼버무리고 사라와 함께 지하실을 빠져나왔다.

거실로 와 세 사람을 발견하자 사라의 눈으로 눈물이 맺혔다.

“괜찮으세요? 저 때문에 괜히….”

아시나와 사라가 주고받는 이야기에 조금 전의 상황이 대충 이해가 됐다.

며칠 전부터 도시를 돌아다니는 아시나 일행이 자신의 제보를 받고 온 헌터들이란 걸 눈치챈 사라.

사라는 아까 가게 앞에서 나와 아시나 일행이 함께 있는 걸 봤었고, 자기 집으로 찾아온 아시나 일행이 부모님에게 당하자 내게 알려주려고 곧장 집을 뛰쳐나온 것이었다.

그렇게 한참 뛰어다니다 운 좋게 사원에서 내려온 날 만났고 말이다.

“저 관은 대체 뭔데 널 넣어둔 거야?”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전 지하에 저런 공간이 있는지도 몰랐거든요. 단지 저 관이 원래 여기에 없었다는 건 알아요.”

눈물을 닦은 사라가 말을 이었다.

“제 친구가 말한 적이 있어요. 집에 커다란 검은색 관이 있다고요. 그 말을 한 다음 날부터 친구를 볼 수 없었어요. 다른 친구 몇 명도 마찬가지였고요.”

“아이들이 사라졌는데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은 거야?”

“있긴 했어요. 저한테 친구는 어디 갔냐고 물어보신 분도 있고요. 하지만 모두가 두려워했어요.”

“두려워하다니?”

“비샤카 신이요. 정확히는 비샤카 신을 모시는 신도들을 무서워했어요.”

역시 싸이비 새끼들이었어.

“부모님도 원래 저렇진 않았어요. 정말 다정하고 좋은 분들이셨는데… 신도들이 몇 번인가 집을 찾아온 이후부터 이상해졌어요. 매일 아침은 물론이고 특정한 날엔 밤늦게까지 신도와 함께 나가 돌아오지 않으셨고요.”

일반적인 싸이비 종교로 치면 전도 당한 후 헤어 나올 수 없는 곳까지 빠져든 게 아닐까 싶었다.

그게 아니라면 아끼던 딸까지 관에 넣고 팔아먹으려 하진 않았을 터였다.

사라 쪽으로 몸을 숙였다.

“혹시 부모님이 무슨 능력을 개방했었는지 알아?”

“음… 정말 평범한 능력이었어요. 아빠는 목공과 관련된 능력이었고, 엄마는 식물이 조금 더 빨리 자라게 할 수 있었어요.”

전투랑은 거리가 한참 먼 사람들이었다.

그런 사람들이 7급 헌터 셋을 간단히 제압할 정도의 전투력을 가지게 되다니.

일반적으론 다시 태어나지 않는 이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사라를 관에 넣고 어떻게 하려던 걸까요?”

릭신이 사라를 데리고 자리를 피한 사이.

골똘히 생각하던 아시나가 내게 물어왔다.

“글쎄요. 사라의 말대로라면 저 관은 이 집 저 집을 떠돌아다녔을 거 같고. 그때마다 아이들이 사라졌으니.”

한숨을 쉬며 어깨를 으쓱였다.

그다지 좋은 결말이 기다리고 있을 거 같진 않았다.

“이 집에 있는 관이 어디로 향하는지 알 수 있다면 좋을 텐데 말이죠.”

한숨을 내쉬며 혼잣말을 하는 아시나.

그런 아시나를 보며 턱을 슥슥 문지르다 지하에 있는 관을 떠올렸다.

뜯어내기 전엔 관 뚜껑으로 아주 굵직한 대못이 못질 되어있었다.

적어도 여기선 다시 열 일이 없다는 듯이 말이다.

“이제 지원을 부를 거라고 하셨죠?”

“네. 일단 사라를 데리고 이곳을 빠져나간 뒤에 연락하려고요. 거리가 꽤 있어서 시간이 걸릴 거예요.”

“그렇군요. 그럼 가시기 전에 부탁 하나만 드려도 될까요?”

“네…? 네.”

“집은 이 꼬라지에 집주인도 사라졌으니 의심하긴 하겠지만요. 되면 좋고 안되면 그만이란 마음으로.”

좀 뜬금없었는지 벙찐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는 아시나.

그런 아시나에게 웃으며 지하실을 가리켰다.

“관에 다시 못질 좀 해주세요.”

* * *

깊은 어둠이 찾아온 늦은 시각의 비샤카파트남.

하얀색 망토를 뒤집어쓴 무리가 천천히 언덕을 올랐다.

이윽고 도착한 곳은 언덕에 위치한 커다란 저택이었다.

“음?”

무리의 맨 앞에 선 노인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째선지 저택의 정문이 활짝 열려 있었다.

“모두 경계하세요. 침입자가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신도들이 주위를 살피며 저택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아니나 다를까 저택 안쪽도 난장판이었다.

바닥은 뚫려 있었고 여기저기엔 피가 흩뿌려져 있었으며 원래라면 자신을 맞이했어야 하는 부부도 보이지 않았다.

잠시 주위를 둘러보던 노인이 입을 열었다.

“관은 어디죠?”

저택이든 부부든 어찌 된 건지는 크게 궁금하지 않았다.

이곳에 온 목적은 오로지 관이었기에.

관과 그 내용물만 있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쪽입니다.”

노인이 신도와 함께 지하실로 향했다.

누군가 침투한 건지 천장이 훤히 뚫려 있었다.

“관은 무사합니다.”

신도가 다행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노인은 아니었다.

천천히 다가가 관을 살피는 노인.

‘… 재밌군.’

노인의 입가로 미소가 그려졌다.

그럴싸하게 못질을 하긴 했지만, 속일 수 있는 건 다른 사람의 눈뿐이었다.

스아아…!

노인의 눈동자가 붉은색으로 물들어 갔다.

그러자 보이기 시작했다.

관 안에서 뿜어지는 아주 탁하고 부정한 기운이 말이다.

‘그 녀석이구나.’

노인이 미간을 찌푸렸다.

신도가 된 이후로 처음이었다.

사원에서 비샤카 신이 누군가를 부정하다고 지목한 것은.

그런 만큼 조금이라도 빨리 도시에서 쫓아내려고 했었다.

하지만 남자는 떠나긴커녕 건방진 태도로 거부하며 노인까지 비웃었었다.

‘불경한 놈. 대가를 치르게 해주마.’

신의 뜻을 이행한다는 생각에 쉴 새 없이 입술이 씰룩거리는 노인.

깊게 숨을 내쉬며 마음을 진정시킨 노인이 신도들을 돌아봤다.

“시간이 지체됐으니 얼른 관을 챙기세요.”

몸을 돌린 노인이 저택 바깥쪽을 응시했다.

“사원으로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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