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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왕이 헌터로 회귀했다-456화 (456/473)

456화. 무너뜨리다

공명이 끝나고 무덤의 배경이 펼쳐졌다.

여전히 옆에 서 있는 회장에게 고개를 돌렸다.

“장량이었구나.”

“!!”

자신의 본명이 불려서일까.

크게 놀란 시안의 회장 장량이 내게 무언가를 말하려는 순간.

“힘이 풀렸다! 죽여라!”

중력에서 풀려난 경호대가 내게 달려들었다.

날 멍하니 바라보는 장량과 눈을 뒤집고 바로 옆까지 달려온 타야우.

찰나의 순간을 느끼며 장량에게 말을 건넸다.

“본 적 있는 무기일 거다.”

[항우 - 초천검]

오른손으로 생겨난 검에 장량의 얼굴이 허옇게 질려갔다.

먼지가 되어 바스러졌어야 하는, 존재해선 안 되는 것을 본 탓이었다.

미친 듯이 무겁네.

공명에서 건네받는 순간에도 엄청난 묵직함을 느꼈었는데.

실제로 꺼내니 몇 초 되지도 않았는데 오른손이 뻐근해지고 있었다.

“회장님!”

경호원 한 명이 회장을 챙겨 거리를 벌리고.

뒤이어 도착한 타야우가 쥐고 있던 창을 크게 휘둘러 왔다.

도저히 한 손으로 휘두를 엄두가 안 나는 무게에 놀고 있던 왼손을 검 손잡이로 가져왔다.

“그런 검 하나조차 제대로 못 드는 거냐!”

지껄이는 타야우를 향해 두 손으로 움켜쥔 초천검을 휘둘렀다.

무게 때문에 다른 검을 사용할 때처럼 빠르게 휘두르는 건 불가능했다.

“개미도 비웃을 속도구나!”

지껄이는 타야우의 창과 날아간 초천검의 날이 서로 맞닿은 순간.

“!?”

타야우의 창이 완전히 분쇄되며 허공으로 흩어졌다.

창의 주인이었던 타야우의 몸 역시 마찬가지였다.

초천검에 닿은 부분이 완전히 박살나며 핏방울이 뿌려졌다.

마지막으로 반대편 벽에 부딪히며 움직임을 멈추는 초천검.

콰아아아아아!!

초천검이 닿은 면을 시작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깊이까지 벽이 박살나며 무너져 내렸다.

허.

내가 휘둘렀으면서도 이래도 되나 싶은 파괴력이었다.

대체 검에 어느 정도의 무게가 깃들어 있어야 한 번의 휘두름으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걸까 의문이 들었다.

무겁다고 불평하면 안 되겠네.

초천검에서 특별한 능력을 굳이 찾자면 한 가지가 있었다.

사용자가 검을 휘두를 수 있도록 무게를 대폭 줄여 주는 것이었다.

솔직히 이게 얼마나 큰 이점을 가진 능력인지 가늠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지금 눈앞의 광경을 보고 나니 확실히 알 것 같았다.

이런 미친 무게를 머금은 검을 휘두를 수 있게 해주는 것만으로도 더 바랄 게 없이 뛰어난 능력이었다.

“타, 타야우 님!”

“이 새끼가!”

저마다 소리를 질러댔지만 정작 내게 달려드는 놈은 없었다.

타야우가 일격에 죽은 게 충격이 큰 모양이다.

“네, 네가 어떻게 그 검을 들고 있는 것이냐! 망자의 검을!”

장량이 침을 튀겨가며 소리 질렀다.

눈앞의 검을 부정하고 싶은 듯했다.

“약속 어긴 너 새끼 죽이려고 가져왔지.”

그런 장량에게 다시 한번 초천검을 겨누며 말을 이었다.

“나머지 놈들은 어디에 있냐? 죽은 거냐?”

“입 닥쳐라! 한낱 약국의 헌터따위가 감히!”

“말할 생각 없어 보이네.”

“당장 안 죽이고 뭐 하는 거냐!”

“예, 예!”

장량의 호통에 멈춰있던 경호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반투명한 비침을 쏘아내는 것부터 어디선가 꺼내든 창과 단검을 쥐고 달려드는 녀석들.

천천히 초천검을 하늘 위로 들어 올렸다.

무게를 많이 줄여 주긴 해도 여전히 가볍게 휘두르며 뛰어다닐 수 있는 무기는 아니었기에.

이 자리에서 이대로 끝낼 생각이었다.

“스으으.”

호흡을 한 번 내뱉은 후.

들어 올렸던 초천검을 바닥으로 휘둘렀다.

아직 놈들은 범위 밖이었지만 상관없었다.

쩌저적!!

초천검에 닿은 바닥이 통째로 갈라지며 달려오던 놈들의 중심이 무너졌다.

지금까지 오랜 시간 뚫어온 터널도 불안정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아무도 없어서 다행이네.

오늘은 장량이 방문한다고 시안 그룹이 진시황릉 전체를 통제한 상황이었다.

발굴에 참여한 기업들은 한참 먼 곳에 있을 테니 내가 신경 써야 할 것도 없었다.

뒤집힌 지반에 집어 삼켜졌던 경호원 몇 명이 꾸역꾸역 위로 올라섰다.

그나저나 저놈들 진짜 직속 경호대인가.

어느 정도 강하긴 했다.

하지만 예상했던 것에는 한참 못 미쳤다.

중국 땅에 정말 인물이 없는 게 아니라면 좀 의아할 정도로 말이다.

“진시황릉 전체를 무너뜨릴 셈이냐!!”

“어떻게 알았지.”

“뭐…!?”

황당해하는 장량을 향해 미소를 그려주었다.

“이곳은 영원히 묻혀 있었으면 하거든.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 주인을 기리는 무덤이니까. 주인이 아닌 자들이 들락거리는 걸 난 원하지 않는다.”

무덤의 주인인 진시황은 나와 함께 하고 있었다.

내가 죽는 게 아닌 이상 진시황의 여정이 멈출 일은 없었다.

나 역시 언제가 됐든, 상대가 누가 됐든 죽어 줄 생각이 전혀 없었고 말이다.

물론 훗날 진시황이 여정을 마치고 이곳으로 돌아오길 바란다면 그때는 다시 열심히 땅을 팔 생각이었다.

눈물을 머금고 작별 인사를 해야 하는 만큼 그런 날이 오지 않길 간절히 바라겠지만 말이다.

“어리석은! 뒤를 돌아봐라! 몇 보만 더 걸어가 문을 열면 오랜 시간 그 누구도 들어가지 못했던 무덤에 발을 들이게 되는 것이다! 말도 안 되는 엄청난 업적을 그런 하찮은 이유 때문에 포기하겠다는 거냐!

“어.”

초천검을 다시 한번 높이 치켜들었다.

“난 그런 엄청난 업적보단 네가 말한 하찮은 이유가 백배 천배는 더 소중하거든. 그러니까.”

“멈춰라!! 당장 막아!!”

미소와 함께 장량에게 마지막 말을 건네며.

“그 추한 욕심과 함께 가라앉아라. 장량아.”

아래로 초천검을 강하게 내리찍었다.

* * *

“커어어어…!”

시안 그룹의 임시 거처.

홍보 실장 하오안이 입을 쩍 벌린 채 정면을 바라봤다.

갑자기 땅이 흔들려 뜬금없이 웬 지진인가 했었다.

별일 아닐 거라 생각해 딱히 신경쓰지 않았고 말이다.

하지만 진시황릉 방향에서 엄청난 먼지구름이 피어오르며 이야기는 달라졌다.

“여, 연락은! 당장 진시황릉에 연락해봐!”

“연락이 안 됩니다! 전부 두절입니다!”

“그게 말이 돼!?”

“하, 하오안 님! 이것 좀!”

“바쁜데 왜 오라 가라….”

들고 있던 핸드폰을 떨어뜨리는 하오안.

부하가 보여준 건 드론으로 찍은 진시황릉의 영상이었다.

“진시황릉… 어디 갔어?!”

하오안의 물음에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두 눈으로 보고 있으면서도 꿈인지 생시인지 구별이 안 되었기 때문이다.

거대하고 웅장해 아주 먼 곳에서도 보이던 진시황릉이 무너진 지반에 삼켜져 깔끔하게 사라져 있었다.

‘이런 젠… 장.’

눈앞이 아득해지는 기분이었다.

저곳엔 시안 그룹의 회장이 있었다.

시간을 봤을 땐 터널을 통해 무덤 입구에 도착했을 터.

그 위치에 있을 때 저런 무너짐이 생겼다면 생존 확률은 제로였다.

“다들 지, 짐 챙겨! 이곳에서 벗어난다.”

머리를 굴린 하오안이 빠르게 지시를 내렸다.

죽은 사람이나 찾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한시라도 빨리 본사로 돌아가 불어올 후폭풍에 대비해야 했다.

“안 들려!? 빨리 떠날 준비 하라…?”

신경질적으로 돌아본 하오안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갔다.

조금 전까지만 멀쩡했던 부하들이 피투성이가 된 채 바닥을 나뒹굴고 있었다.

부하들이 대답하지 않은 게 아니었다.

하오안의 명령을 들을 수 있는 부하가 남지 않은 것이었다.

“너 혼자 누구한테 말하냐?”

“!!!”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하오안이 고개를 돌렸다.

“너, 넌!!”

발굴 시작 날에 봤던 남자, 백운이었다.

하오안이 더 놀라고 있을 새도 없이 백운이 손을 뻗었다.

그대로 하오안의 얼굴을 움켜쥔 백운이 입을 열었다.

“딱 네가 판다한테 한 만큼만 팰게.”

하오안이 뭐라고 말릴 새도 없이.

백운이 주먹을 치켜들었다.

* * *

역시 말만 번지르르하고 허세만 가득한 놈이었다.

꽥꽥 비명만 지르더니 그대로 생을 마감해버린 하오안.

하오안을 휙 던져버리고 지하로 향했다.

전부 진시황릉으로 몰려간 건지 임시 거처는 거의 텅텅 비어있었다.

쾅!

두터운 철문을 박살내자 저번에 봤던 쇠창살 우리가 나타났다.

내 냄새를 맡은 건지 힘 없이 누워있다 벌떡 몸을 일으키는 아기 판다.

“끼잉!”

달려 나온 아기 판다의 머리를 슥슥 쓰다듬어 준 후.

쇠창살을 벌려 아기 판다를 쏙 빼냈다.

“아주 그냥 말랑깽이가 다 됐네.”

연못에서 만난 지 얼마 안 됐음에도 아기 판다의 토실토실했던 몸이 많이 작아져 있었다.

복슬복슬하던 털도 드문드문 빠진 상태였고 말이다.

“엄마 아빠한테 가자.”

힘이 없는 아기 판다를 어부바한 후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내 목을 감싼 채 쉬지 않고 핥아대는 아기 판다.

마음 같아선 호다닥 보쌈한 후 집으로 데려가고 싶은 녀석이었다.

판다를 업은 채 얼마나 걸어왔을까.

들려오는 폭발음에 고개를 돌렸다.

“얼레.”

방금 빠져나온 시안 그룹의 임시 거처였다.

딱히 폭탄을 설치하거나 불을 지르고 나온 것도 아니었다.

부자연스러운 폭발이었다.

“흐음.”

눈을 가늘게 뜬 채 불타오르는 건물을 조용히 응시했다.

항우의 초천검도 얻었고 과거 약속을 어기고 진시황릉을 공격했던 장량도 보내버렸다.

하지만 약간의 찜찜함이 남은 건 어쩔 수 없었다.

공명에서 봤던 유방과 한신.

당연히 늙어 죽었어야 하는 놈들이지만 장량이 살아있는 걸 보고 나니 가능성을 시원하게 지우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만약에 살아있다면 안 들키게 꼭꼭 숨어 살아라.

빙글 걸음을 돌리며 숲으로 몸을 날렸다.

조금이라도 보이는 순간 죽일 거니까.

* * *

“이게 무슨 일이냐. 대체.”

연락을 받고 온 중국 소속 헌터들이 혀를 내둘렀다.

분명 어제까지만 해도 생방송 중계를 통해 멀쩡한 모습을 보여주었던 진시황릉인데.

지금은 완전히 가라앉아 그 형체조차 찾아볼 수 없는 상태였다.

“인원은 파악됐어? 누가 있었는지 알아야 찾아보기라도 할 거 아니야.”

이번 사건의 조장을 맡은 1급 헌터, 시오링이 다른 헌터들을 돌아봤다.

그중 문서 뭉치를 들고 전화를 하던 헌터가 고개를 들었다.

“다행히 하루종일 시안 그룹이 진사황릉을 통제했었습니다. 그 덕에 이곳에 있던 인원은 많지 않고요.”

“통제? 발굴까지 멈춰가면서 뭐 때문에?”

“보안상의 이유였다는데 정확히는 알 수 없습니다. 지금 당장은 시안 그룹과 연락이 닿지도 않고요. 어쨌든 명단을 살펴보니 사고 당시 이곳에 머물렀던 건 시안 그룹 측 보안 요원 몇 명뿐이었습니다.”

“그래?”

미간을 찌푸린 시오링이 다른 헌터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데몬 흔적은?”

중국 헌터청에서 시오링과 조를 보낸 이유였다.

갑작스럽게 일어난 사태에 S급 데몬의 출현을 우려한 것이었다.

“아직까지 딱히 눈에 띄는 건 없습니다.”

“그래? 빨리 찾아내. 죽고 싶지 않으면.”

“예?”

당황하는 탐지 담당 헌터에 시오링이 미소를 그렸다.

“만약 데몬이라면 도망쳐야 할 거 아니야.”

“도망치다니….”

다시 현장으로 눈을 돌리는 시오링.

“이런 게 가능한 놈이라면.”

시오링의 입가로 난처한 미소를 그렸다.

“당연히 대적 불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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