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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왕이 헌터로 회귀했다-471화 (471/473)

471화. 밤손님은 피자와 함께

백운과 만나고 돌아온 집.

문을 열기 무섭게 송유빈이 침대로 몸을 날렸다.

베개에 얼굴을 파묻고 가만히 널브러져 있던 송유빈이.

“으아악! 이 미친! 정신 나간 송송! 거기서 감사합니다가 왜 나와!”

소리를 지르며 팔과 다리를 파닥거렸다.

정말 미친 것 같았다.

평소에 말실수 안 하기로 유명한 송유빈이었는데.

백운의 말에 자기도 모르게 감사하다고 말해버렸다.

감사 정도에서 얼버무려 못 들었을 수도 있지만 어쨌든.

“들었나? 못 들었겠지? 들었으면 정신 나간 애라고 생각할 거야. 아무렇지도 않았던 거 보니까 못 들은 거 같아.”

송유빈이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있기를 잠시.

무언가 깨달은 송유빈이 손을 들어 이마를 후렸다.

“갑자기 혼자 왜 오바래 진짜. 누가 보면 좋아하는 줄 알겠네.”

쉬지 않고 혼잣말을 중얼거린 송유빈이 화장실로 걸어갔다.

무심코 거울을 지나치다 뭔가를 발견하곤 걸음을 멈추는 송유빈.

“어, 얼굴은 왜 또 빨개 진짜!”

당황한 송유빈이 손 부채질을 하며 허허허 웃음을 터뜨렸다.

“아 맞다. 나 술 먹었지. 하하하. 오늘따라 많이 마셨나 열 올라오는 거 보소.”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송유빈이 걸음을 내디뎠다.

아무리 술을 많이 먹어도 얼굴이 빨개지는 타입이 아니란 걸 누구보다 본인이 잘 알았지만.

오늘은 그렇지 않은 날인 걸로 스스로와 합의했다.

우우웅.

핸드폰 울리는 소리에 화장실로 가던 송유빈이 빠꾸하며 침대로 몸을 던졌다.

“에이씨.”

진유석이란 이름을 보며 자기도 모르게 실망하는 송유빈.

화장실 간다하고 도망쳤더니 여기저기서 찾고 난리도 아니었다.

“에휴. 제정신이 아니다. 아니야.”

송유빈이 돌아누우며 천장을 바라봤다.

한참 술을 먹다 무언가 홀린 듯 백운에게 메시지를 보냈었다.

시간이 된다는 답장에 망설임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술집을 탈출했고 말이다.

“언제 또 떠날지 모르니까.”

한국에 있는 날보다 외국에 있는 날이 더 많은 백운이었다.

심할 때는 신경 써서 보낸 메시지의 답장을 두 달 넘게 못 받은 적도 있었다.

백운이 일반인의 상식에선 상상 불가능한 모험을 밥 먹듯이 한다는 걸 어느 정도 알고 있었기에 서운하거나 그러진 않았다.

단지 그럴 때마다 너무 다른 세계에 살고 있다는 걸 인지하게 되어 조금 서글퍼지곤 했었다.

오늘 같을 날은 남산 꼭대기에 나란히 앉아 몇 시간이나 신나게 떠든 사이인데도 말이다.

“만날 수 있을 때 만나야지. 팬이니까.”

베개를 끌어안은 송유빈이.

“팬이라서 그런 거야.”

혼잣말을 되뇌며 천천히 눈을 감았다.

* * *

후루룹!

“왜 이렇게 맛있냐.”

고개를 흔들며 열심히 젓가락을 움직였다.

신나게 떠들다 와서인지 배가 출출하던 찰나.

부엌 구석에 놓인 라면 한 봉지가 보여 지체 없이 뽀글이를 끓였다.

저번 집들이 때 남은 파김치까지 얹으니 그야말로 금상첨화였다.

“어디 거냐.”

라면 브랜드를 확인한 후 다시 신나게 면을 흡입했다.

배에 거지가 든 것 같았다.

낮에 처먹은 수육이랑 국밥이 몇 그릇인데 또 배고프다니.

열심히 젓가락을 움직인 탓인지 라면은 벌써 바닥을 보이고 있었다.

아직 간에 기별도 안 간 거 같은데 몹시 아쉬운 양이 아닐 수 없었다.

그렇다고 무언가 사기 위해 아래로 내려가자니 너무 귀찮았고 말이다.

어디서 먹을 거 뚝딱 안 떨어지나.

떨떠름한 얼굴로 입맛을 다셨다.

칼을 뽑았는데 아직 무조차 썰지 못한 기분이었다.

띠리리.

이대로 자야 하나 고민하고 있을 때 인터폰이 울렸다.

아파트 입구에 있는 경비실이었다.

“여보세요.”

# 늦은 밤에 죄송합니다. 손님이 찾아오셨는데 올려보내도 되는지 판단이 안 서서요.

“손님요?”

올 사람이 없어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을 때.

인터폰 화면으로 불쑥 얼굴이 들이밀어졌다.

정확히는 대포알만 한 선글라스와 마스크를 낀 얼굴이었다.

“갸아…?”

슬쩍 선글라스를 내리는 밤손님에 나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쳤다.

한국에서, 그것도 내가 살고 있는 곳의 경비실에서 마주하기엔 몹시 어색한 사람이었다.

“소, 손님 맞습니다!”

# 아 그렇습니까? 알겠습니다. 그럼 위로 올려보내겠습니다.

인터폰을 내려놓은 채 미간을 찌푸렸다.

방금 내가 본 게 현실인지 약간 의심이 들었다.

아마 방금 밤손님을 올려보낸 분은 꿈에도 모를 터였다.

지금 자신이 그냥 올려보낸 게 세계적인 스타 배우 린샤오란 사실을 말이다.

똑똑.

잠시 후 들려오는 노크 소리에 호다닥 달려나갔다.

문을 열자 선글라스를 코에 걸친 린샤오가 짜잔하는 포즈로 두 손을 내밀었다.

“한국은 집에 갈 때 선물을 사 가야 한다고 들었어요. 늦어서 뭐가 없길래 먹을 거라도 사 왔습니다.”

왠지 모르게 향긋한 향이 난다고 했는데.

린샤오의 양손엔 피자가, 유하랑의 양손엔 치킨이 두 봉다리 들려있었다.

“어, 얼른 들어오세요.”

누가 볼까 봐 내가 더 불안했다.

린샤오가 내한만 해도 한국이 발칵 뒤집힐 텐데 집 방문이라니.

벽에 크게 싸인이라도 받아놔야 하나 고민이 되는 참이었다.

“실례하겠습니다.”

덩달아 따라 들어오며 유하랑이 고개를 숙였다.

“아니 두 분일 거라곤 상상도 못 했어요. 제 집은 어떻게 아신 거예요?”

“백운 님 핸드폰을 해킹했어요.”

“허억.”

입을 벌리자 린샤오가 농담이라며 손을 내저었다.

“메이 님께 대산 수희 님 번호를 물어봤어요. 직접 전화를 드렸더니 엄청 좋아하시면서 바로 알려주셨고요.”

찹쌀떡 보안 상태 무엇.

린샤오의 목소리에 귀가 멀어 망설임 없이 이실직고해버린 모양이었다.

“갑자기 불쑥 찾아와서 죄송해요.”

피자를 내려놓은 린샤오가 꾸벅 고개를 숙였다.

“일단 무작정 한국에 오긴 왔는데 어디 갈 곳이 마땅치가 않았어요. 호텔로 가기엔 너무 눈에 띌 거 같고요.”

“어휴 죄송하다뇨. 갑자기 찾아오셔서 놀란 거지 가문의, 아니지. 마땅히 가문은 없으니까 제 집의 영광입니다. 여기 앉으세요.”

린샤오와 유하랑을 테이블로 안내하고 나도 자리를 잡았다.

꿀꺽!

인간 됨으로써 참 이러면 안 되는데.

라면 때문에 시동이 걸린 상태라 그런지 눈이 자꾸 손님이 아닌 피자와 치킨 쪽으로 가고 있었다.

그런 시선을 느낀 건지 린샤오가 봉지를 풀기 시작했다.

“일단 먹을까요?”

“좋은 생각입니다.”

호다닥 봉다리를 풀자 먹음직스러운 치킨과 피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는 맛이 무섭다고 조금만 더 쳐다보고 있었으면 침이 흘렀을 것이다.

“먹죠!”

“네!”

큼지막한 피자를 한 조각 들어 올렸다.

근본 중의 근본인 페페로니 피자를 사오다니.

바시안과 린샤오에 대한 호감도가 조금 더 상승했다.

“한국에서 있었던 일은 들었어요.”

피자를 삼킨 린샤오가 한숨을 내쉬었다.

“저희가 한 발 늦었어요.”

“한 발 늦다니…?”

우물거리며 고개를 갸웃거리자 린샤오가 말을 이었다.

“이번에 만난 적들 중 특이한 사람들이 있지 않았나요?”

청와대에서 만난 허저와 위연을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삼국지 시대의 장수들이었어요.”

둘 뿐만이 아니었다.

강태황이 있던 검찰청에도 꽤 강한 능력을 가진 적 두 명이 있었다고 했다.

비광과 기태랑, 류희수의 손에 제압당했지만 말이다.

“역시 우려하던 상황이네요.”

린샤오가 고개를 끄덕이자 유하랑이 품에서 종이 몇 장을 꺼냈다.

“최근에 중국에서 일어난 도굴 사건이에요. 보시다시피 일반적이라면 알 수 없는 무덤까지 털렸죠.”

“이번에 제가 만난 사람들의 무덤이군요.”

“맞아요. 몇 개의 유골이 한국으로 넘어갔다는 걸 알고 하랑이와 함께 넘어온 거였어요. 무언가 일이 일어나기 전에 어디다 쓰려는 건지 알아내고 백운 님께 알려드리려고요.”

“생각보다 훨씬 빨랐군요.”

“네. 이미 준비를 마친 상태였던 거 같아요. 이런 엄청난 일이 터질 거라곤… 죄송합니다. 저희가 조금 더 빨리 눈치채고 움직였다면 이런 사태가 벌어지지 않을 수 있었는데.”

“아니에요. 하루 이틀 난리가 나긴 했었지만 지금은 잘 수습됐거든요. 그래서 저도 지금 여유롭게 치킨 뜯고 있잖아요.”

혼자 너무 돼지처럼 처먹고 있어서일까.

날 보던 린샤오가 웃음을 터뜨렸다.

린샤오가 들고 있던 피자를 다 먹을 때까지 기다린 후 궁금하던 걸 물었다.

“제가 만났던 적들은 정말 삼국지 시대의 장수인 건가요?”

“네. 정확히는 영혼뿐이지만요. 몸은 다른 곳에서 구했을 거라 생각해요.”

“뭔가 얼떨떨하네요. 진짜 삼국지 시대의 장수였다니.”

린샤오도 이해한다는 듯 미소를 머금었다.

“저희도 알아보고 있긴 하지만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건지는 모르겠어요. 지금까지 잠잠했던 걸 보면 비교적 최근에 방법을 발견한 거 같고요.”

“진시황릉에서 일어났던 일이랑 연관이 있을까요? 그 사라진 시안 그룹 놈들이요.”

“아마도 그럴 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지금 든 생각이지만. 어쩌면 시안 그룹이 진시황릉을 노린 것도 단순히 역사를 조작하기 위함이 아니었을 수도 있어요.”

닭다리를 내려놓으며 인상을 찌푸렸다.

“항우 님의 유골을 노렸다는…?”

“네. 시안 그룹의 회장이었던 장량의 행동만 봤을 땐 긴가민가 하긴 하지만요.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이야기예요.”

“허어.”

의자에 몸을 기대며 헛웃음을 터뜨렸다.

약간 기가 찬 이야기였다.

생전에 그딴 행동을 한 것도 모자라 유골까지 노렸다니.

괘씸하다는 말론 표현이 한참 부족한 수준이었다.

“원래도 찾아서 죽일 생각이긴 했지만. 훨씬 더 최선을 다해서 찾고 싶어지네요.”

“바시안도 모든 일을 멈추고 찾는 중이에요.”

손가락을 두드리며 생각을 하다 린샤오를 바라봤다.

“허저가 죽기 전에 만리장성으로 가보라고 했어요.”

“만리장성요?”

“네. 위연은 더럽게 밥맛이었지만 허저는 아니었어요. 누군가 자신을 강제로 조종하는 걸 못마땅하게 여겼죠. 조건이 뭔지는 몰라도 중간에 깨어났었고요.”

린샤오가 유하랑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리에서 일어나 어딘가로 전화를 거는 유하랑.

대충 내용을 들어보니 바시안에게 만리장성을 조사해보라고 전달하는 듯했다.

“음. 그리고 이건 백운 님이 아직 한국에서 일어난 사건을 해결 중이실까 봐 말씀드려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이었는데요.”

“편하게 말씀하세요. 제가 여기서 해야 하는 역할은 끝났거든요. 지금은 완전 프리합니다. 그리고 놈들이랑 관련된 일이면 제 일이기도 하니까요.”

“그럼 염치 불고하고 말씀드릴게요. 저희가 급하게 움직이는 이유는 사실 따로 있어요.”

린샤오가 문서 한 장을 내 앞으로 내밀었다.

“발굴된 무덤 중에 엄청 신경 쓰이는 게 하나 섞여 있었어요. 삼국지에서 최강을 논할 때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사람이죠.”

문서엔 사진 한 장이 프린트되어 있었다.

그리고 묘비엔 낯익은 이름이 적혀 있었다.

천천히 그 이름을 되뇌었다.

“봉선 여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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