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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왕이 헌터로 회귀했다-472화 (472/473)

472화. 부산행

“그럼 신세 좀 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아침에 봬요.”

고개를 꾸벅 숙이는 린샤오와 유하랑을 뒤로 하고.

테이블로 와 남은 피자를 입으로 가져왔다.

여포라.

친숙한 이름이긴 했다.

가장 최근만 해도 우미희한테 탐사실 여포라고 불렀었으니까.

다만 실제 인물이 존재한다고 가정하면 쉽게 와닿진 않았다.

무엇보다 여포는 죽은 게 확실시되는 장수였다.

이러다 삼국지라도 찍을 기센데.

린샤오의 말에 따르면 상대편에 얼마나 많은 유골이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했다.

바시안이 찾아낸 것보다 도굴된 무덤이 훨씬 더 많을 거라 추정되었기 때문이다.

굳이 다행인 점을 찾자면 널리 알려진 괴물급 장수 중엔 아직 무덤의 위치가 알려지지 않은 이가 많다는 것이었다.

장량이 살아있었던 것처럼 죽지 않고 어딘가에 살아있을 가능성도 존재했고 말이다.

“아이고 두야.”

이것저것 곰곰이 생각하다 머리를 흔들며 침대로 달려가 몸을 날렸다.

푹신한 침대에서 이리저리 몸을 돌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삼국지라니. 말세다. 말세야. 세상이 어찌 되려고.”

그런 와중에도 머리 한켠에선 희망회로가 쉬지 않고 돌아가고 있었다.

당연히 과거처럼 전쟁 같은 게 벌어지면 안되겠지만.

삼국지의 장수들이 등장한다면 그곳엔 관련된 무기도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이었다.

물론 삼국지 속 영웅이라고 해서 모두 내 무기고에 넣을 수 있는 건 아니겠지만 말이다.

짜악!

손을 올려 뺨을 가볍게 한 대 후렸다.

무기도 중요하긴 하지만 지금 당장은 시안 그룹과 관련된 놈들부터 잡아야 했다.

한 명도 빠짐없이 다 잡아 죽이기 전까지는 진시황릉에서 하던 일을 마무리했다고 보기 힘들었다.

일단 좀 자자.

팔과 다리를 대자로 쭉 뻗은 채 밀려오는 졸음에 몸을 맡겼다.

역대급으로 긴 하루였기에 오늘은 꿀잠 확정이었다.

* * *

씻지도 않고 뻗은 지 몇 시간이나 지났을까.

커튼 사이로 햇살이 새어 들어왔다.

몸도 개운한 것이 아주 제대로 잔 것 같았다.

참새쉨도 오늘은 늦잠을 자는지 귀를 때리는 짹짹거림도 들려오지 않았다.

좋구만.

이불을 돌돌 말고 몸을 이리저리 뒤척였다.

새로 산 이불이라 그런지 몸을 감아오는 감촉이 보통이 아니었다.

응?

정신이 돌아오기 시작해서인지 날 바라보고 있는 묘한 시선이 느껴졌다.

너무 가까운 곳에 있어서 뭔지 보기 위해 스르륵 눈을 떴다.

린샤오와 유하랑이었다.

두 사람은 방구석에 나란히 쭈그리고 앉아 날 조용히 쳐다보고 있었다.

내가 갑자기 눈을 떠서인지 두 사람도 흠칫 놀라는 모습이었다.

그렇게 서로를 바라보며 약간의 정적이 흐른 후.

그 자세 그대로 입을 열었다.

“뭐하세요? 거기서.”

“조, 좋은 아침입니다. 백운 님.”

“좋은 아침이에요.”

일단 인사를 건네는 두 사람에 고개를 끄덕였다.

“말씀드릴게 있어서 들어왔는데 너무 곤히 자고 계셔서요. 뒤척이시길래 곧 깨어나겠구나 해서 좀 기다려야지 했는데.”

“그게 언젠가요?”

“한 시간 전…?”

몸을 일으키며 휘청거리는 걸 보니 다리에 쥐가 날 정도로 오래 쭈그리고 앉아 있었던 모양이다.

“깨우시지 그랬어요. 잠귀가 밝아서 벌떡 일어났을 텐데.”

부스스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오우.”

머리맡에 달린 거울을 보니 나도 모르게 감탄사가 나왔다.

사방으로 뻗친 머리에 기름이 번들거리는 얼굴까지.

이 상태로 뒹굴뒹굴하면서 자는 모습을 한 시간 넘게 관람 당했다니.

얼굴이 화끈해지는 기분이었다.

“말씀드리려고 했던 건 이거예요.”

눈을 비비며 린샤오가 건넨 테블릿을 살폈다.

“!?”

눈이 번쩍 뜨이는 내용이었다.

약간 비몽사몽하던 정신도 강제로 깨워졌고 말이다.

“한국에 온 또 다른 목적인 거 같아요.”

무덤이 파헤쳐진 건 중국뿐만이 아니었다.

한국에서도 몇 개의 무덤이 도굴된 사건이 있었다.

모두 근 한 달 내에 발생한 일이었다.

미친놈들이네 이거.

중국 단체가 한국으로 넘어온 기간과 겹치는 건 우연이 아닐 터였다.

지금 하고 다니는 꼬라지를 보면 놈들의 목적이 무엇인지는 뻔했다.

삼국지뿐만이 아니라 이름이 알려진 한국의 장수도 자신들의 꼭두각시로 만들려는 것이었다.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을 터뜨리고 있자 옆에 있던 유하랑이 입을 열었다.

“한국에선 총 5개의 무덤이 도굴되었습니다. 무언가 꺼내 간 흔적을 봤을 때 지금 지니고 있겠죠.”

손가락을 두드리다 핸드폰을 살폈다.

아직까지 따로 온 연락은 없었다.

“이 새끼들 아직 한국에 있을 거예요. 어제 일로 모든 공항이랑 항구 출국 루트엔 헌터청 인원들이 배치되어 있거든요. 밀항에 사용하는 루트에도 최대한 넓게 퍼져 있고요. 수상쩍은 짐을 가지고 있는 만큼 더더욱 나가기 힘들 거예요.”

콧등을 잔뜩 찡그리며 열심히 머리를 굴렸다.

이것만으로 안심하긴 힘들었다.

놈들도 빠져나가기 위해 방법을 찾고 있을 터.

막대한 자본력과 권력을 가지고 있는 만큼 어떻게든 탈출 루트를 마련할 게 분명했다.

나라면 어디로 갈까.

지금 놈들이 하늘길을 사용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아무리 전세기라 하더라도 타려면 무조건 공항을 거쳐야 했다.

지키는 게 헌터청 소속이기도 했고 당장 어제 그런 일이 있었던 만큼 뇌물 같은 걸로 뚫는 건 불가능할 터였다.

헌터청을 제외한 기관들은 어제 일과 관련해 감찰을 받게 될 예정이라 누굴 돕고 할 정신도 없을 테고 말이다.

“결국엔 바닷길일 거 같은데.”

“음… 바닷길이라고 하시니 한 가지 생각나는 게 있긴 한데요.”

무언가를 검색한 린샤오가 핸드폰을 보여줬다.

“렁쯔안. 요즘 중국에서 성공 가도를 달리는 아이돌 가수예요. 렁쯔안은 지금 아시아 순회 공연 중인데 이번이 한국 차례거든요. 대규모 콘서트다 보니 들어오는 인원이나 장비도 엄청나고요. 그리고 이 렁쯔안의 초창기 시절 막대한 자금을 지원해줬던 곳이 바로.”

린샤오의 손끝을 따라갔다.

시안 그룹.

공식 스폰서 목록엔 이름이 없는 걸로 보아 이번에 지운 듯했지만 오래전에 나온 기사까지 전부 손대진 못한 모양이었다.

“내일 밤 부산항에 도착하는 일정이에요. 선상 파티가 예정되어 있어서 사람도 꽤 몰릴 거고요.”

“현재 한국 상황이 이렇다 보니 웬만한 행사는 대부분 취소됐거나 연기 요청을 했다고 들었거든요. 그런데 이건 안되었을 수도 있겠네요. 주최도 중국 쪽이고 이번 사건 전부터 예정되어 있었으니 저쪽에서 협조 안 해주는 이상 강제로 취소시킬 수도 없을 테고요.”

“네 맞아요. 취소 못할 이유는 다양하니까요. 비용이나 일정, 인력 문제 등등. 한국에서 막대한 비용을 보상해 줄 게 아니라면 진행하겠다고 통보했을 수도 있고요.”

만약 유골을 훔친 놈들이 파티에 스리슬쩍 섞인다면 헌터들도 대처하긴 힘들 터였다.

아무런 증거도 없는 상태에서 중국과 마찰을 일으키며 배를 다 뒤질 수도 없는 노릇이었고 말이다.

“저놈들도 부산항에 헌터들이 있다는 건 인지하고 있을 거예요. 그만큼 주의할 거고요.”

턱을 슥슥 문질렀다.

놈들이 예상하지 못하는 곳에서 찾을 방법이 필요했다.

“파티에 참여해서 찾으면 되지 않을까요?”

린샤오의 말에 어깨를 으쓱였다.

“그럼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보통 그런 파티는 티켓이라던가 그런 걸로 참여 인원이 미리 확정되어 있지 않나요?”

“그건 맞아요. 그런데.”

린샤오가 손가락을 들어 자신의 얼굴을 가리켰다.

“프리패스 티켓.”

유하랑과 동시에 고개를 돌려 린샤오를 바라봤다.

벙쪄 있다 나도 모르게 입을 벌렸다.

“오.”

잠시 잊고 있었다.

눈앞에 있는 사람이 세계적인 인플루언서라는 사실을.

“안됩니다. 아가씨. 너무 위험해요. 시안 그룹과 관련됐으면 분명 위험한 놈들도 섞여 있을 겁니다. 갑자기 나타나면 의심을 살 수도 있어요.”

리스크가 크긴 했다.

부산항에 뜬금없이 린샤오가 나타나고 그곳에서 자신들의 일이 방해 받는다면.

놈들도 바보가 아닌 이상 린샤오를 주시할 것이었다.

“하랑 님 말이 맞아요. 배는 알아냈으니까 제가 혼자 가서 뒤져볼게요.”

린샤오가 고개를 흔들었다.

“렁쯔안이 정말 놈들과 관련이 있다면, 그리고 도굴꾼들의 탈출을 도울 계획이라면 배의 경비가 엄청날 거예요. 백운 님이 다치거나 할 일은 없겠지만 만약에 발각된다면 놈들은 다음 기회를 기약하며 사라지겠죠. 그럼 정말 찾기 힘들어질 거고요. 그리고 만약 노출돼서 위험해진다면 뭐.”

린샤오가 펼친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린샤오 그만하고 동네 카페 주인 린저우펑 같은 새로운 사람이 되죠 뭐. 커피 내리는 법은 처음부터 배워야겠지만.”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린샤오의 능력이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긴 했다.

“하아.”

린샤오의 고집을 못 꺾을 거라 생각한 건지 유하랑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럼 결정됐네요. 하랑이는 매니져. 백운 님은 경호원.”

밝게 웃는 린샤오에 고개를 끄덕였다.

“부산으로 가야겠네요.”

부산항 선상 파티 침투 작전이라니.

넘치는 의욕에 주먹을 움켜쥐었다.

“아. 일단 좀 씻고 올게요.”

그러다 거울로 보이는 처참한 몰골에 호다닥 욕실로 걸음을 옮겼다.

* * *

“후욱! 후욱! 후욱!”

부산으로 미끄러져 가는 자동차 안.

앞에서 거친 숨소리가 들려왔다.

“여, 영광입니다! 린샤오 님!”

콧구멍을 벌렁이던 전수희가 우렁차게 인사를 건넸다.

처음엔 KTX를 타고 갈까도 했지만 누가 린샤오를 알아보기라도 하면 피곤해질 것 같아 그만두기로 했었다.

밀집되고 북적이는 곳인 만큼 유하랑도 신경이 많이 쓰일 듯했고 말이다.

그래서 고민하다 전수희에게 연락했었다.

린샤오 싸인 받는 게 꿈이라고 말했던 게 마침 떠올랐기 때문이다.

“저도 영광이에요. 수희 님.”

“허억! 린샤오 님이 제 이름을!”

“수, 수희 님. 앞 보고 있는 거 맞죠? 백미러만 쳐다보시는 거 같아서.”

“앗. 들켰나요.”

머리를 긁적이던 전수희에 마른침을 삼켰다.

지금까지 어디 안 갖다 박은 게 다행이었다.

“그래서.”

뒷좌석의 중앙 자리로 고개를 돌렸다.

“넌 왜 여기에 있다고…?”

눈이 닿는 곳엔 우미희가 사탕을 문 채 추욱 널브러져 있었다.

차가 출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전수희의 그림자에서 불쑥 튀어나왔었다.

“막 후욱후욱하면서 뛰어가길래 재밌어 보여서.”

저게 이유인가 의아했지만 일단 넘어가기로 했다.

다름 아닌 우미희였으니까.

시선을 조금 옮겨 우미희 옆에 앉은 린샤오를 바라봤다.

린샤오는 우미희가 튀어나오자 익숙한 손놀림으로 사탕을 물려주고 무릎에 눕힌 뒤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있었다.

강아지를 많이 키워본 듯한 손놀림이었다.

뭐. 오히려 잘됐어.

아무리 나라고 해도 린샤오를 24시간 따라다닐 순 없었다.

유하랑과 린샤오 단둘이 있어야 하는 상황도 분명 생길 터.

여기에 기둥인 우미희까지 함께 있어 준다면 일단 안심이었다.

어깨를 으쓱이며 몸을 원위치시켰다.

의도치 않게 파티원이 하나 늘어나 버렸다.

“수희 님 앞.”

“앗! 네!”

백미러로 가 있는 전수희의 눈도 원위치시켜주며.

정면으로 나타난 표지판을 바라봤다.

부산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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